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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 오늘도 사회성 버튼을 누르는 당신에게
남인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평점 :
내성적인 사람으로서 사회화가 되기 전의 나는 내가 열등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관계의 중심에서 늘 밀려나는 스스로가 한심했고 앞으로의 삶이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그런 나를 받아들이고 조금식 용기를 내어 타고난 본성 밖으로 한 걸음씩 발을 내디뎌보면서 그런대로 잘 살 수 있게 되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내성적인 사람이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이 책의 저자 남인숙은 베스트셀러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로 2030 여성 독자들의 압도적인 지지와 공감을 얻었다. 또한 <여자의 모든 인생은 자존감에서 시작된다>, <인생을 바꾸는 결혼 수업>, <서른을 배우다>,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나는 아직 내게 끌린다>, <남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나는 무작정 결혼하지 않기로 했다>,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 등을 통해 현실적인 조언을 과감하게 건넴으로써 '여성들의 멘토'로 사랑받아왔다.
이 책은 그녀가 그동안 강한 메시지 뒤에 숨겨놓았던 내성적인 자아를 솔직하게 고백하는 에세이다. '속 깊은 큰언니'의 마음으로 다양한 관계 속에서 지독한 내향인으로 겪은 스스로의 경험과 심리를 털어놓으면서, 내성적인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이해와 인정을 바탕으로 스스로 삶의 패턴을 주도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한다.
"당신은 외향적인가, 내향적인가?", 이런 질문을 받을 경우 자신있게 나는 내향적이라고 답할 사람은 사실상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속마음은 그렇다고 스스로 느낄지라도 겉으론 내향적인 기질을 감추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는 바로 사회의 그릇된 통념 때문이다. 지금껏 우리들의 학교 교육은 적어도 외향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가르쳤고, 반면에 내향적인 성격은 심하게 말해서 사회적 루저 내지는 죄악시하는 그런 풍토였다.
저자 또한 이를 직접 체험한 바가 있기에 이런 사회의 편향적 시각 때문에 고통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내향인들에게 지금 그대로도 괜찮다는 용기와 격려를 전하려고 이 책을 썼다.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메세지는 내성적인 기질 때문에 열등감에 사로잡히거나 우울감에 빠지지 말고 스스로의 기질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제법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 떠올랐다. 수잔 케인의 <콰이어트>라는 도서다. 수잔은 조용한 성격으로 책에 빠진 책벌레 소녀였다. 이를테면 전형적인 내향인이었다. 그녀는 도서에 탐닉한 덕분인지 하버드대학교 법대를 우등으로 졸업한 재원이다. 대학 졸업 후 그녀는 대학과 기업에서 협상기법을 가르쳤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성격상 이런 직업이 잘 맞지 않다고 느꼈다.
그리고 '왜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는 이를 감추려고 할까?'에 궁금증을 갖고서 여러 해 동안 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가지면서 이를 연구했다. 인류의 위대한 사상, 예술, 발명품 중 상당히 많은 것들이 '조용하고 이지적인 사람'들에게서 탄생했으며, 세 명 중 한 사람은 내향적 기질을 갖고서 태어났음을 밝힌다. 수잔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이십대를 온통 이 연구에 바쳤고, 7년 만에 이 책을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콰이어트>의 내용과 남인숙 작가의 이 책과 그 내용이 매우 닮아 있다.
다시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의 내용으로 돌아가보자. 외향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시끄럽다. 이에 반해 내향인들은 조용한 것을 추구하고 그런 분위기를 좋아한다. 회사원일 경우 점심 시간에 동료들과 어울리지 않고 조용하게 홀로 있고 싶어 한다. 그런데, 조직이라는 회사는 이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유는 팀웍을 해치는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책도 이런 내용을 다루고 있다.
사회성 버튼을 누르고 있는 시간만큼 휴식 시간이 내향인에게 필요하다는 것도 좀 더 보편적으로 이해받았으면 좋겠다. 사람들과 왁자하게 어울리기 좋아하는 외향인의 성향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있어도 종종 집에 빨리 가고 싶어 하는 내향인의 성향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설명을 요구한다.
외향인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모든 사람이 항상 외향인인 척하기를 강요하는 사회는 폭력적이다. 담백하게 분류한 하나의 성향으로 인정하고, 그 성향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이해해줄 수 없다면 그냥 내버려두기라도 했으면 좋겠다.(64~65쪽)
나의 아내는 결혼기념일에 선물을 주면 별 반응이 없다. 왜 쓸데없는 짓을 해서 뭔가를 해줘야 하는 불편함을 만드냐는 입장이었다. 다분히 외향성 기질이 강했던 나는 그런 아내를 이해하지 못해 결혼 초기에는 매우 속상해했다. 만혼晩婚이었던 나는 아내의 조용한 분위기가 맘에 들어 맞선 자리에서 바로 결혼을 결심했었다. 이제는 아내의 성향을 이해하기에 기념일 당일 '고맙다'는 말로 모든 것을 끝낸다.
책의 저자도 "내향인은 좋은 일을 해주는 것보다 불편한 일을 하지 않도록 해주는 게 더 나은 배려라고 느낀다. 내가 불편하니 상대도 그럴 것 같아 최소한의 배려만 한다"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는 아내와 맞선을 가진 후 애프터를 신청해 동의를 받아 저녁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보통 남자들이 다 그렇듯 나는 냅킨에다 수저를 놓아주는 등 갖은 서비스 정신을 발휘했었다. 아내가 잘먹는 반찬이 떨어질세라 반찬 리필을 요구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더니 어쩔줄 몰라 하다가 나중엔 부담스러운지 나의 행동을 저지했었다. 오히려 분에 넘치는 상대방의 배려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 성격과 기질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다. 외향적인 기질이 주류인 세계에서 볼 때는 조용한 기질의 내향인을 마치 문제아인 것처럼 취급하는 것은 잘못이다. 오히려 이 세상을 이끄는 리더는 내향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센서티브>의 저자 일자 샌드도 5명 중 1명은 남보다 민감한 성격을 갖고 태어난다면서 민감함을 까다로운 성격으로 여기지 말고 '신이 내린 최고의 감각'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스스로 내향적 기질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음지로 숨을 필요가 없다. 당당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있는 그대로의 기질에 자부심을 갖는 것이 세상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내향성은 결코 교정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