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어깃장 놓기 - 어중이떠중이의 잡학사전
김건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서민들의 부엌문이나 허드레 물건을 보관하는 헛간 출입문은 아귀를 잘 맞추지도 않고 좋은 재목이 아닌 걸로 대충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거센 바람이 불거나 강한 햇볕에 오랫동안 노출되게 마련이었습니다. 결국 뒤틀리거나 비뚤어져 여닫기가 불편하기 일쑤였지요. 이렇듯 일그러지기 쉬운 문짝에다 잘 일그러지지 말고 제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대각선으로 빗대어 고정시키는 띳장을 어깃장이라고 불렀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어깃장의 본디 사용 목적은 긍정적이었다

 

이 책의 저자 김건은 건설, 증권, 보험, 저축은행, 골프장, 호텔, 피혁, 조선, 알루미늄, 철강, 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분식회계의 하수인이자 전문가를 자처하며 5개 재벌 그룹의 15개 계열사에서 약 27년간 간부와 임원으로 근무했다. 그동안 경영지침서, 경제비평서, 경제 관련 르포 등 여러 권을 집필했고 몇몇 일간지, 시사 관련 월간지와 주간지에 꾸준히 글을 기고해왔다. 가끔 방송도 출연한다.

 

 

독특한 소재의 기업 소설 <화려한 주식 사냥>으로 제1회 디지털 문학 공모전(동아닷컴, 예스24닷컴 공동 주최, 동아일보·문화관광부 공동 후원)에서 연재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 <화려한 주식사냥>, <엉터리 재무제표 읽는 비법>, <글공부 열흘이면 평생이 즐겁다>, <중국 고전에서 길을 찾다>, <분식회계와 지하경제, 그 100가지 모습>, <줄줄 새는 원가를 막아라>, <코스닥 비밀보고서> 등이 있다. 

 

 

그는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트러블 메이커라는 비판 한번 받은 적 없고, 욕설 한 번 꺼낸 적 없는 대체로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이자 언어생활에서도 건전한 사람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욕설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기 시작했고, 가끔 완곡婉曲한 반어법反語法을 즐겨 쓰게 됐다고 한다. 즉 주어진 세상 이치를 그대로 믿지 않고, 한번 삐딱하게 바라보고 이야기했다. 

 

책은 47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었는데, 저자는 비틀어버리는 화법話法으로 세상에 대한 독설을 담아내고, 역설에 대해 논한다. 세상 사는 이치, 보통사람들의 편견, 경제학적 투자, 언어, 정치적 측면까지 다양한 방면에 대해 45도 각도로 고개를 돌려 살피는 그의 통찰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세상에 대해 조금은 삐뚤어져 있지만, 그래서 더 통쾌하게 다가오는 통찰이다. 비록 세상에 대해 말투는 냉소적이지만, 더 좋은 세상이 되길 바라는 그의 긍정적인 시선이 따뜻함을 풍긴다.

 

 

 

 

미꾸라지 흙탕물 일으키기

 

2011년 6월, 경기도 용인시는 여름철 모기로 인한 각종 질병을 예방하려는 차원에서 토종 미꾸리지를 관내 주요 하천에 방류했다. 그 이유는 미꾸라지가 모기의 어린 유충을 하루에 1,100여 마리를 잡아먹는 포식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꾸라지는 기꺼이 자신보다 상위에 위치한 포식자의 먹이가 됨으로써 하천 생태계에서 선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미꾸라지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는 바라보지 않는다. 아마도 우리의 속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킨다'는 속담과 같이 회사와 같은 조직에서는 미꾸라지 경계령이 발동된다. 한 마리의 미꾸라지 같은 인물이 조직의 여러 사람에게 나쁜 물을 들여 조직의 분위기를 혼탁하게 만든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 미꾸라지는 특성상 요리조리 잘도 빠져 나가는 특성을 지녔기에 회사에서도 교묘하게 야근이나 공휴일 특근에선 빠지면서 회식 자리는 굳건하게 지키는 그런 인물을 미꾸라지에 비유한다. 이렇듯 미꾸라지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한 물고기다. 그렇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혼탁한 하천의 수질을 정화하고 여름 한철 극성을 부리는 모기들의 유충을 잡아먹는 그런 선한 역할을 하는 이미지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튤립 광풍

 

주식투자자에겐 투자의 교훈처럼 따르는 말이 바로 '튤립 광풍'이다. '뇌동매매'라는 말이 이와 관련있다. 남이 매매하는 걸 보고 따라하기 매매를 하는 형태로, 소위 '묻지마 투자'인 것이다. 자, 타임머신을 타고 1637년 네델란드로 가보자. 1630년대의 네델란드는 가히 황금기였다. 당시의 경제대국으로 부자나라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자가 되면 남에게 자랑질하려는 행동을 보인다. 네델란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터키 원산의 구근식물인 튤립의 꽃이 워낙 아름다워서 너도나도 구입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결국 사재기 현상이 생겼다. 꽃이 피지 않았음에도 미래 시점에 꽃이 핀다는 걸 전제로 특정가격을 책정해 선물거애가지 할 정도였다. 마침내 1630년대 중반엔 튤립 구근 한 촉에 8만 7천유로(약 1억 6천만 원)까지 급등했던 것이다. 당시 숙련된 장인의 연소득보다 10배 더 비싼 값에 거래되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거품이 잔뜩 낀 것이다.

 

하지만 꽃은 그냥 꽃일 뿐이다. 가장 비쌀 때 튤립 한 송이의 가격이 일반 노동자의 5년치 연봉과 맞먹엇다니 당시 네델란드 사람들의 행동이 얼마나 어이없는 수준이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광풍이 몰아치자 튤립 본질 가치의 수백만 배가지 튀겨진 셈이었다. 부풀어 오르는 풍선은 언젠가는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고 만다. 이것이 진리이다. 어느날, 한 선원이 그토록 비싼 튤립 구근을 양파로 오인해서 먹어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사람들은 튤립을 꽃으로 바라보는 깨달음이 생겼다. 이후 튤립의 기격은 폭락을 거듭했다. 네델란드 국민들 대부분은 거들이 났다. 경제 대국의 자리를 영국에 넘겨주고 말았던 것이다.

 

증권시장엔 소위 '작전주'라는 게 있다. 예를 들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 관련주들이 급등락을 반복한다. 이런 부실한 테마주는 한마디로 불건전한 탐욕세력들의 기획작품이다. 버려진 땅에 거창한 호재가 있는 것처럼 치장을 해서 땅을 쪼개서 매각하는 기획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아파트는 어떨까? 이또한 다르지 않다. 이 세상의 모든 건물은 문화재가 아닌 이상 시간이 경과하면 노후화되고 쓸모가 없어진다.

 

그렇다. 가격이 오른다고 지금 못 사면 마치 손해라는 생각이 들 때 한번 더 사물을 비딱하게 바라보라. 그러면 이 사물의 본질이 더욱 용이하게 보일 수 있다. 비딱한 시선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바라보는 시선이기도 한다. 투자자라면 튤립 광풍을 늘 마음 속에 각인해두고 이와 유사한 분위기에선 인간 본연의 감정인 탐욕에 휩쓸리지 말고 꺼내 보기를 바란다. 

 

 

어깃장은 잡학사전이다

 

tvN에서 인기를 끈 프로그램이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 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었다. 정치, 경제, 미식, 역사, 문학, 뇌과학, 물리학 등 분야에거 내노라는 대표적인 잡학박사들이 이른바 TMI(Too Much Information) 대향연을 펼치는 수다 프로그램이었다. 이 책에 담긴 마흔일곱 가지의 이야기도 이에 못지 않는 잡학사전이다. 책의 내용이 우리들에게 전하려는 메세지는 '사물의 본질보기'이다. 특히, 주식투자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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