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에서 깊이로 (리커버 에디션) - 철학자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월든 숲으로 간 이유
윌리엄 파워스 지음, 임현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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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기술이 발명될 때마다 그 시대의 사람들도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문제와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다. 그들 역시 분주했고 정보가 흘러넘쳤으며 삶은 통제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갔다. 2000년 전의 사람들도 지금 우리와 비슷한 처지였다. 그들도 우리처럼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도 창조적인 방법으로 인생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우리는 그들의 경험과 그 경험에서 나온 실질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 '서문' 중에서

 

 

더 올바르고 행복한 삶으로 가는 길은 바로 과거에 있다

 

이 책의 저자 윌리엄 파워스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했다. 1990년 <워싱턴포스트>의 전속 필진으로 시작하여, <아틀란틱>, <뉴욕타임스>, <로스엔젤레스타임스>, <맥스위니스>, <가디언>등에 비즈니스, 정치, 문화, 미디어와 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글을 써왔다. 이 책은 그가 하버드 대학교의 조안 쇼렌스타인 언론/정치/공공정책 센터에서 했던 연구를 통해 탄생했다.

 

그는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세상은 더 가까워졌지만 우리 내면의 중요한 것은 잃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느끼고 생각하는 방법, 즉 '깊이'를 가리킨다. 2000년 전 과거로 돌아가 급변하는 시대에서 남다른 방식으로 사고했던 플라톤, 세네카, 셰익스피어, 구텐베르크, 벤저민 프랭클린, 소로, 매클루언 등 일곱 명의 위대한 철학자들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이어서 제2부(시간의 숲으로 들어가다)에선 지금처럼 새로운 기술이 야기한 동요와 혼란이 넘쳐났던 역사적 순간들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제3부(내 안의 월든 숲을 발견하다)에서는 저자의 실질적인 경험과 생생한 사례를 통해 과거에서 획득한 교훈들을 현재에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핵심은 바쁘고 복잡한 디지털 시대에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선 단절의 묘를 구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고독 속에서 나만을 위한 실을 지어 번데기를 만들고, 그 번데기에서 빠져나와
더 나은 사회에 알맞은 더 완벽한 창조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 소로

 

 

 

 

디지털로 인한 분주함이 '깊이'의 적이다

 

현대인들, 특히 직장인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아마도 "바쁘다 바빠"일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디지털 시대는 가볍긴 해도 '빠름'이란 주제로 대표되기 때문이다. 이 빠름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한다면 그 대가는 바로 경쟁대열에서 낙오 내지는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손에 쥐게 된다. 이럴진대 직장인들이 그런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게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 또한 이런 점을 지적한다. 빠름의 경쟁으로 인해 대량의 자료를 한거번에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개발을 계속해왔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런데, 이렇게 매력적인 기술을 어느 누가 쉽게 포기할 것인가 말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쉼 없이 마우스를 클릭하며 분주히 이방 저방으로 찾아다닌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기술이나 도구들이 생산성을 높여주는 수단일까? 이에 저자는 단호하게 답한다.

 

"사실 스크린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연속적인 집중력을 방해한다. 네트워크가 빨라지고 촘촘해질수록 생산성 향상이라는 이상은 멀어진다. 디지털로 인한 분주함은 깊이의 적이다"

 

 

아무리 그래도 디지털 도구는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매일 아침산책에 나서는 나는 항상 스마트폰을 휴대한다. 그 이유는 갑자기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을 바로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해서다. '메모 앱'에서 그 즉시 적는다. 이렇게 우리들의 일상은 매 순간,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그래서 디지털 도구를 잘 활용한다면 자기자신을 더욱 창조적인 인간으로 레벨업시켜줄 수 있다. '멀티태스킹'을 가능하게 한다.  반면에, 저자는 우리들이 놓치고 있는 사실을 강조한다.

 

"시간의 공백은 디지털 도구를 실용적인 도구에서 창조성, 깊이, 초월성의 도구로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시간의 공백이 없다면 가치 있는 경험도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공백을 만들기는커녕 점점 더 없애고 있다"

 

 

정보의 홍수는 우리를 디지털 도구의 노예로 만든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로 돌아가보자. 집을 나서면 더 이상 자신에게 전화가 걸려올 일이 없어서 행동이 훨씬 가볍다. 그리고 마음도 편해서 지나치는 모든 장면들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반면에 현대인은 어떠한가? 집을 나서도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누가 술 약속 전화를 해올지, 주문한 도서가 언제 집에 도착할지 등과 같은 메세지를 확인하려고 연신 스마트폰을 살펴본다. 그렇다. 이처럼 '지속적인 주의력 분산'이라는 문제점이 나타난다.

 

나아가 잠시라도 인터넷 접속에서 멈출 경우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처럼 불안해한다. 그래서 휴대폰이 없는 상태를 두려워하는 '노모포비아'라는 질병에 걸리기도 한단다. 정보가 넘쳐나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심리적인 문제들은 이밖에도 많다. 가장 중요한 업무에 주로 신경 쓰지만 혹시 더 중요하거나 흥미로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 다른 일에도 손을 떼지 못하는 마음 상태가 있고, 이메일을 확인할 때 나타나는 '이메일 무호흡증'도 있다.

 

 

시간의 숲으로 들어가다

 

이제 본론이다. 2000년 전의 일곱 학자들 역시 오늘날 현대인이 겪는 정신적 압박 같은 게 분명히 있었다. 그들 역시 현대인이 갈망하는 그런 것들을 원했다. 시간, 공간, 고요함, 특히 '깊이' 등을 말이다. 아마도 그들은 선각자였기에 다가올 미래를 미리 예견하고 이런 미래를 미리 살아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동안 세상은 엄청나게 변했지만 인간의 행복을 규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변함이 없다.

 

플라톤은 문자가 인간의 마음에 끼칠 영향을 걱정하고 군중에서 벗어나는 법을 고찰했으며, 세네카는 분주한 가운데서도 자신의 내면을 돌보면서 자율성을 회복했고, 구텐베르그는 책의 인쇄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군중들의 내적 읽기를 가능하게 했다. 또 벤저민 프랭클린은 '13가지 덕목'으로 분주한 삶의 질서를 바로잡게 하며, 소로는 아예 월든 숲에 자신만의 은신처를 만들었다. 

 

프랭클린의 13가지 덕목

 

절제~ 배불리 먹지 마라, 취하도록 음주하지 마라

침묵~ 쓸데없는 대화를 피해라

규율~ 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모든 일은 제 때에

결단~ 실천을 결심하고 반드시 실행하라

검약~ 이로운 일에만 돈을 써라. 낭비하지 마라

근면~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성실~ 타인을 속여 상처를 주지 마라

정의~ 타인의 이익을 해치지 마라

중용~ 화를 자제하라

청결~ 신체, 의복, 주택을 불결하게 하지 마라

평온~ 사소한 일에 흥분하지 마라

순결~ 성관계는 건강과 자손을 위해서만 행하라

겸양~ 예수와소크라테스를 본받아라

 

 

의미 있는 과거로의 시간여행

 

우리들은 2000년 전의 지혜로운 철학자 얘기를 살펴보았다. 우리들은 스크린 안에 들어가 살 수 없다. 이를 잘 활용해서 삶의 질이 높아질지라도 현실 세계에 대한 감각을 잃는다면 이런 세상이 무슨 의미가 있겟는가. 이에 저자는 "스마트폰 안의 친구들보다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분명 더 소중하고 의미 있다"고 말한다. 자, 이제부터 스마트폰을 어떻게 대할지는 우리들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주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노예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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