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미혼출산
가키야 미우 지음, 권경하 옮김 / 늘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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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렇다 해도, 내가 임신이라니... 겨울이 오면 마흔이다. 어느새 이렇게 나이가 들었나. 깊은 한숨에 유리창이 동그랗게 흐려졌다. 미야무라 유코는 특급열차의 창에 이마를 기댄 채 물이 가득 찬 논의 녹색을 보고 있다. 미즈노는 겨우 스물여덟이다. 그리고 어리고 예쁜 애인이 있다. 술에 취하기는 했지만 분명 서로의 합의 하에서였다. 이대로 아무 말 없이 지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애인도 없다. 나이를 생각하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 '프롤로그' 중에서

 

 

40세 직장 여성 유코는 미혼 출산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작가 가키야 미우1959년 효고현 태생으로, 메이지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하고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근무하다 2005년 <회오리>라는 작품으로 제27회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지은 책으로는 <며느리 그만두는 날>,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드립니다>, <노후자금이 없습니다>, <남편의 그녀>, <리셋>,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IF 안녕이라 말하지 못하는 이유>, <피난소>, <70세 사망법안 가결>, <남편 무덤에 들어가지 않을 거예요>, <정년퇴직 아저씨 개조계획>, <시어머니의 유품 정리는 사절합니다> 등이 있다.

 

그녀는 미스터리 추리소설부터 판타지, 사회풍자까지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폭넓은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청년 실업, 저출산율, 고령화, 여성 독립, 주택 마련 대출 등과 같은 시대적 사회문제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침으로써 현실감 있는 이야기에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를테면 그녀는 사회소설의 새 지평을 연 작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번 작품 <40세, 미혼출산>이 가장 뛰어난 수작이라고 손꼽힌다. 이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마흔 나이를 눈 앞에 둔 직장여성이 임신을 했다. 이야기의 배경지가 일본이니 사실상 한국 나이론 아마도 사십대 초인 마흔 한두살이 아닐까 싶다. 여성들의 임신은 축하받을 일이자 존경받은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 여성은 영 마음이 편치 않다. 왜냐하면, 소위 아빠 없는 아이를 낳아야 할 미혼모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소설의 주인공인 미야무로 유코다. 시골태생인 그녀는 일본 도쿄에 소재한 대학을 졸업한 후 여행사에 취업해 현재 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가임가능성이라는 문제를 직면하게 된다. 이는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임신 가능 시기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생리적으로 수태가 가능한 지에 대한 것이다. 주인공 유코는 후자의 문제로 고민에 빠져있는 셈이다. 즉 여성들은 폐경이라는 생리적 변화를 맞이 하게 된다. 이리되면 아무리 하고 싶어도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중지됨으로써 임신은 불가능하게 된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통상 48세 전후로 알려져 있다.

 

가임성이란 신체적으로 여성디 자신의 아이를 수태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가르킨다. 즉 비록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생리적 변화로 인해 도저히 임신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통상 한 국가가 출산율을 예상할 때는 가임여성들을 기준으로 판단해서 예측하게 된다. 최근의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경우 가임여성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서 조만간 인구절벽 위험에 노출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무대가 우리의 이웃인 일본임에도 저출산 위기에 빠진 한국의 현상을 머리 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일본은 익히 알려진대로 저출산 고령국가의 본보기다. 가임 여성수가 계속 줄어든다면 '저출산과 노령화 현상'은 필연적으로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한국도 예외일 수가 없다. 한국의 경제 성장이 일본을 닮아가는 것처럼 저출산율 또한 그러하며, 오히려 일본을 능가하는 위기의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우리집 이야기를 잠시 던져본다. 얼마 전에 최근에 결혼한 딸이 집에 놀러와서는 당분간 임신을 하지 않기로 남편과 협의를 마친 상태이므로 임신을 종용하지 말아 달라는 일종의 통보성 발언이었다. 임신을 늦추는 이유는 일시 중단했던 대학원 과정을 종료하기 위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보충 설명을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아이를 가지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에 딸의 발언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물론 여성이 임신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님을 잘 알고 있으니 불필요한 오해는 마시길 바란다.

 

미혼인 여성이 임신할 수 있는 케이스는 뻔하다. 주인공 유코도 역시 그랬다. 그 스토리는 이렇다. 아시아지역 여행상품 개발차 그녀는 앙코르와트의 나라 캄보디아로 부하 직원과 해외출장을 갔는데, 평소 그녀가 귀엽게 보았던 부하여서 여독을 풀고자 와인 몇 잔을 함께 기울이게 되었다. 술이 문제였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잠자리를 같다. 아마도 이때가 바로 가임기였던 모양이다. 업무를 마치고 귀국한 후 며칠 지나서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소설의 스토리는 흥미롭게 진행된다. 먼저 임신에 대한 당사자의 인식인데, 유코는 자신의 나이를 감안할 때 자신의 임신을 처음이자 마지막의 기회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깊은 고민에 빠진 그녀는 친언니와 회사 동료에게 이를 상의해 보지만 그 반응은 의외로 매우 차가왔다. 친언니는 불륜으로 단정짓고 잘못된 임신이라고 지적하고, 불임으로 고생하는 회사 동료는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나아가 회사 상가가 그녀에게 보내는 야룻한 시선, 가족과 친국즐의 오해 등이 이어진다. 

 

OECD  국가들 중 최저 출산율을 자랑(?)하는 한국, 이런 와중에도 빈곤국 시절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자식을 해외로 입양 보냈던 그런 일을 지금도 여전히 자행하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을 꼬깝게 바라보는 그런 문화를 가진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인구절벽이 코 앞에 펼쳐지는데도 미래에 대한 걱정은 부족하고 현재의 즐거움에만 탐닉하고 있다.

 

보라. TV를 켜면 이곳도저곳도 '먹자' 프로그램이요, 맛집 소개 프로그램 일색이다. 먹지 못해 죽은 귀신을 위로라도 하는 것인지 몰라도 국민들을 모두 돼지로 만들려는 프로젝트가 의도적으로 편성되는 게 아닌지 의심을 거둘 수가 없을 정도이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어야 미래 한국의 건설에 조금이라도 도움되지 않을까 싶다. 언론들도 반성을 해야 한다. 이런 중차대한 사회적 이슈를 국민들이 고민하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나 역시 이런 문제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 딸의 임신 연기에 대해서 '너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정도의 선심성 발언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은폐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작가 가키야 미우

 

 

기꺼이 미혼모가 될 수 있는가? 

 

작가 가키야 미우는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당신은 기꺼이 미혼모가 될 수 있는가?"라고 말이다. 한 방울 한 방울의 빗물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듯이 미래를 위한 대비는 현재의 작은 노력들이 한데 모아져야 비로소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국가도, 사회도, 그리고 당사자인 독립된 가정들도 더불어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한국의 인구 절벽 현상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든다. 비록 소설이지만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기에 저출산에 대해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소설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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