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기가 되는 쓸모 있는 경제학 - 넛지부터 팃포탯까지, 심리와 세상을 꿰뚫는 행동경제학
이완배 지음 / 북트리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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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經濟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말입니다. 경세제민이란 '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들을 구한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곧 경제학이 백성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단어들과 그래프로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면, 경제가 어떻게 백성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래서 저는 경제학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학문이어야 하고,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야기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행동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진짜 경제학

 

이 책의 저자 이완배는 1971년 서울 생으로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동아일보> 사회부와 경제부에서 기자로 일했다. 네이버 금융서비스 팀장을 거쳐 2014년부터 <민중의소리>에서 경제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경제의 속살 1·2>, <한국 재벌 흑역사 (상)·(하)>, <경제교과서, 세상에 딴지 걸다>, <마르크스 씨, 경제 좀 아세요?>,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토론 콘서트: 경제>, <10대를 위한 경제학 수첩>, <슈렉은 왜 못생겼을까?> 등이 있다.

 

쓸모가 있다거나 혹은 쓸모가 없다의 여부는 오로지 개인적 판단의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유용하고 도움되는 어떤 무엇이 있는가에 따라 그 판단이 결정된다. '쓸모 있는 경제학'이란 바로 이런 전제를 충족시켜줄 때 비로소 그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경제학이란 학문이 우리들에게 그리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은 딱딱하고 어려운 공부꺼리로 생각하게 된다.

 

저자 또한 대학에 입학해서 경제통계학이란 과목을 수강했을 때 교수님의 강의가 너무도 이해되지 않아 맨 앞 줄에 앉은 보람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더구나 교수님은 미국 현지에서 강의까지 했던 분인지라 기대가 큼직했을텐데, 쉬운 말을 두고 영어 용어로 설명을 나열했으니 저자의 실망은 안 봐도 뻔하다. 심지어 이런 강의는 당연히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되어야 할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안하게 배울 수 있는 친숙한 이야기들로 이해를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비록 자신에게만 해당될지라도 상당히 쓸모 있는 이론이나 법칙이라면 오히려 쉬워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다. 과연 나의 일상에, 나의 삶에 무기가 되어줄 수 있는 쓸모있는 경제학은 어떤 것인지 그 내용을 살펴보려고 말이다.

 

 

 

 

책은 총 4장으로구성되었는데, 대부분의 내용은 행동경제학과 게임이론 등이 주축이다. 전통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인간은 온전히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가끔은 비합리적이고 감성적이며, 때론 어리석은 선택과 바보같은 행동을 한다고 강조하면서 줄곧 우리들에게 '왜'라고 질문한다.

 

나의 심리~ 다이어트는 왜 지꾸 실패할까, 첫사랑은 왜 잊히지 않을까 등

타인의 심리~ 트럼프는 왜 미치과이처럼 행동할까, 왜 그는 도박에 빠졌을까 등

인간의 행동~ 왜 약자에게 폭력을 휘두를까, 왜 선거에서 잘못된 선택을 할까 등

사회의 이치~ 왜 사회에서 금수저가 위험할까, '노오력'을 하면 인생이 바뀔까

 

 

다이어트, 왜 자꾸 실패할까?

 

호기롭게 다이어트를 시작해서 나름대로 계획대로 잘 실천하던 사람들이 실패하는 포인트는 바로 야식이다. 이때의 한 번은 마침내 여러 번이 되기 때문이다. 즉 오늘밤 한번만 라면을 먹고 내일부터 다시 하면 된다는 식으로 당초 세운 결심을 무너뜨린 결과는 참혹하게도 다이어트의 실패로 귀결되고 만다. 왜 그럴까? 이는 심리학의 '자아 고갈' 현상으로 설명된다.

 

유혹을 이겨 내는 능력을 인내력, 의지력, 자기통제력 등으로 불린다. 그런데, 자아 고갈 이론에 따르면 인내력 발휘를 위해선 매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데도 에너지가 필요하듯이, 인내함에 있어서도 물리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먹고 싶은 유혹을 참고 견디는 것은 단순히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은 자기통제력이 고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반복을 통해 자기통제력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 실패의 대명사인 '작심삼일'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성공이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의 인내심이 언젠가는 고갈되지만 반복된 훈련으로 자아 고갈을 늦출 수 있다. 자기통제 훈련을 지속하면 야식으로 인한 다이어트 실패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트럼프는 미치광이처럼 행동할까?

 

프랑스 사상가 프란츠 파농은 인간의 정신세계엔 '수직 폭력''수평 폭력'이라는 두 가지 폭력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수직 폭력이란 위에서 아래로, 즉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억압하는 폭력이다. 예를 들면, 군대의 단체 기합과 같은 폭력이다. 차상급자는 자신이 상급자로부터 당한 구타를 자신의 부하에게 보복하는 행위를 보인다.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정치 신인인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했을 때 아무도 그가 당선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또 무소속의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 대세인 힐러리 클린턴에 강력한 도전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여기서 트럼프는 '수평 폭력'을, 샌더스는 '수직 폭력'을 대변하는 존재였다.

 

샌더스~ 민중이 못사는 이유는 월가 금융자본의 착취 때문

트럼프~ 멕시코인들에게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겼기 때문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경제학의 게임이론인 '치킨 게임'을 발판삼아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비즈니스맨 출신인 트럼프는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호혜 평등의 관계로 보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서로 이익을 빼앗아야 하는 경쟁 상대로 본다는 것이다. 한국은 불평등한 무역협정으로 미국을 착취했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그래서 그는 상대를 굴복시켜야 자신에게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믿는다. 현재까지 북한 김정은과 진행하는 북핵협상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그저 들러리일 뿐이다.

 

경제학에선 치킨 게임을 할 때 승리를 챙기기 위한 가장 뛰어난 전략을 '미치광이 전략'으로 꼽는다. 나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핸들을 꺾지 않는다면서 상대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손을 뒤로 묶어 버리고 정면충돌을 감행한다면 상대방은 망신을 당할지라도 핸들을 꺾어서 목숨을 부지한다는 것이다. 얼마전까지 북한도 이 전략을 잘 구사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통해서 말이다. 이때 한국은 북한은 미치광이 취급했다. 하지만 미국의 <뉴욕타임스>(2017년 9월 10일)는 '북한은 미치기는커녕 너무 이성적'이라는 칼럼을 내놓았다. 치킨 게임에 따르면 북한은 절대로 핵을 사용하기 위해 핵실험을 하는게 아니다. 그렇기에 북한의 전술은 트럼프에게 먹히질 않고, 우물쭈물 한국만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넛지와 행동경제학

 

'옐로 카펫'을 아시나요? 아직도 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학교 근처 횡단보도에 설치해 어린이 사망 사고를 예방하려는 횡단보도 대기구역이다. 물론 이는 법제화되기 전의 움직임으로 법이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옐로 카펫을 까는 것만으로도 사회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사례인 셈이다. 넛지는 '부드러운 힘'이다.

 

리처드 탈러 교수는 국내에서만 4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로 2017년 노벨경제학상의 수상자이기도 하다. 넛지의 원래 의미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하다' 등이다. 책에서 탈러는 넛지를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정의한다. 예를 들면, 남성들의 소변기 정중아에 파리 한 마리를 그려놓음으로써 소변을 흘리는 양이 80% 이상 줄일 수 있다.

 

주류 경제학에선 인간을 호모 에코노미쿠스, 즉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며 매우 정확한 계산을 하는 존재라고 전제한다. 과연 그럴까? 아침 밥상에서 어떤 반찬을 먹으면 효용이 극대화되는지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계산한다는 얘기인데, 믿기는가 말이다. 그렇다. 그 전제는 심각하게 틀린 오류이다. 탈러의 넛지가 지향하는 목적은 뚜렷하다. 인간은 모든 현상을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계산기처럼 정확하게 답을 산출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아니므로 비효율적인 인간과 비효율적인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누군가가 부드러운 방식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밖에도 책은 스톡데일 패러독스, 지식의 저주, 최후통첩 이론, 직관과 이성, 모노폴리 실험, 죄수의 딜레마, 팃포텟 전략, 마시멜로 테스트 등 흥미진진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또 이 사회에서 퇴출론이 등장하는 금수저에 관해선 이들이 불공정한 방식으로 재산을 증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불공정한 게임의 룰로 승승장구하면서 사회 고위층이 된다고 비판한다.

 

 

 

주류 경제학은 틀렸다

 

비효율적인 인간과 시장을 바로잡으려면 부드러운 방식의 개입이 필요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강제해야 한다. 공정하지 않은 세상은 바로잡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때로는 보복이 필요할 수도 있다. 불평등하지 않은 세상, 우리는 이제 이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 선택의 지점에 서 있다. 현 정부가 희한한 주식거래로 큰 돈을 버는 법관을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하려고 한다. 촛불로 권력을 쥐어주었더니 조금도 바뀐게 없어서 씁쓸하기만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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