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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사피엔스 -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평점 :
우리가 기존 문명의 보존에 열을 올리는 사이, 스마트폰 문명의 놀라운 혁신성을 이용해 신문명을 창조한 새로운 종족이 미국 대륙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10년 만에 이 새로운 문명은 전 세계로 확산되며 인류 문명 교체를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종족이 바로 '포노 사피엔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스마트폰 신인류 시대가 도래하다
이 책의 저자 최재붕은 성균관대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 교수이자 비즈모델 디자이너이다.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서 비즈니스 모델 디자인과 기계공학의 융합, 인문학 바탕의 동물행동학과 기계공학의 융합 등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4차 산업혁명 권위자이다.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서 기계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마쳤다.
그는 IT기술 발전을 이끄는 엔지니어로 활동하던 중, 2005년 최재천 교수와의 융합디자인 공동연구를 계기로 ‘인류의 진화’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되었다. 이는 어떤 기술이 성공하고, 어떤 기술이 실패하는지에 대한 그의 오랜 고민에 답을 주었다. 그 이후 디지털 기술로 인한 많은 변화를 '사람의 본질', '사람 중심'으로 접근하는 공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진화론, 심리학, 디자인, 인문학 등을 인류의 진화에 접목하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이 인류에게 가져온 변화가 매우 급격하고 충격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모든 현상을 분석하게 되었다.
2014년부터 기업, 정부기관, 교육기관 등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과 포노 사피엔스'에 관한 강연을 1,200회 이상 해오면서, 새로운 인류 문명이 일으키고 있는 혁명적 변화와 실상 그리고 새로운 시대에 당면한 혁신 방안을 제시했다. 또 한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세바시' 등의 TV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늘려가며,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위기보다는 기회를 볼 수 있도록, 혼란스러움보다는 현명함을 지니고 살아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제1장(포노 사피엔스, 신인류의 탄생)에서는 포노 사피엔스라는 새로운 인류의 탄생 기원과 포노 사피엔스가 만들고 있는 새로운 문명에 대해 정리했다. 제2장(새로운 문명, '열광'으로 향한다)에서는 포노 사피엔스들의 변화가 만들어낸 시장의 변화를 각 분야별로 분석했다. 제3장(온디맨드, 비즈니스를 갈아엎다)에서는 포노 사피엔스 문명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을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제4장(지금까지 없던 인류가 온다)에서는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에 관해 기술했다.
신인류의 탄생
2015년 3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스마트폰의 행성'이란 기사를 통해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즉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는 새로운 인류 문명의 시대가 왔음을 거론한 것이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당장 이 책을 덮고 다른 일로 갈아탈 것을 제안한다. 지혜가 있는 인간을 뜻하는 호모 사피엔스에 비유해 <이코노미스트>는 지혜가 있는 폰을 쓰는 인간을 '포노 사피엔스'라고 명명했던 것이다.
2007년, 청바지를 입은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들고나와 소비자들에게 프레젠테이션할 때만 해도 이런 변화가 닥칠 것이라고 예측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스티브 잡스 본인도 이런 빠른 속도를 감히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온 10년 사이에, 전 인류의 생활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부를 만한 급변을 맞이하고 있다. 즉 일상 자체가 이미 혁명이다. 예를 들어, 요듬 우리들은 은행가는 일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대부분의 은행 업무는 스마트폰으로 해결가능하기 때문이다. 유통도 마찬가지다. 굳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매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모바일 쇼핑이 가능하기에 말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소비 행동의 패턴이 바뀐 탓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40퍼센트에 해당하는 스마트폰 사용자는 모두 포노 사피엔스에 속한다. 여기엔 사용 수준에 따라 등급이 있다. 단순히 전화기 사용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레벨1에서부터 스마트폰으로 은행업무나 일정 관리, 게임과 SNS를 즐기는 레벨5, 나아가 시스템을 개발하고, 필요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레벨10까지로 분류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일생
스마트폰의 대명사 아이폰은 소위 다문화 가정의 출생아다. 이들의 탄생에서부터 소멸될 때까지의 일생을 살펴보자.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에서 디자인을 통해 탄생한 아이폰은 세계 수백 곳에서 제작한 부품을 중국, 베트남 등에서 조립하여 항공기를 타고 이동한다. 이 단계가 청소년기인 셈이다. 이후 유저들의 손에 넘어가서 메신저, SNS, 뉴스검색 등을 수행한다. 이 때가 청년기인 데, 한국인들은 하루 평균 329분 동안 사용한다고 알려진다.
대체로 아이폰은 2.92년을 사용하면 장년기에 접어들고 중고폰 시장에 진출하거나 중고폰을 사용하는 지역으로 수출된다. 최종적으로 더 이상 사용이 곤란한 노년기에 들면 주요 부품인 디스플레이, 메모리칩, 카메라 등은 재활용되고 금, 구리, 마그네슘 등은 제련소로 향해 소위 장기기증을 하면서 생을 마친다. 이는 디지털 기기로서의 스마트폰을 살펴본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산업 지도의 변화라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활용되었다는 점이 매우 의미있는 통찰이다. 결국 이 기적은 사람이 만든 것이다. 바로 이 책이 언급하는 '포노 사피엔스'이다.
불편해도 재미있으면 선택한다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은 P2P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회사를 차렸다. 창업 10년만에 겨우 작은 성공을 거둔 그는 그 자금으로 아주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게임방식으로 택시회사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곧 망할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상식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단 하나의 성공 요인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택시 서비스는 장장 100년이 넘게 큰 변화 없이 지속될 정도로 너무나 간단하고 편리해서 개선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손만 들면 탈 수 있고, 미터기에 나온 숫자에 따라 요금만 지불하면 되는 서비스였다.
그런데, 우버는 아주 미묘한 차이를 경쟁력으로 강조하기에 게임 같은 즐거움을 주는 자신들의 방식이 결국엔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들이 강조한 게임의 경험이란 도대체 뭘까? 우버는 서버에 샌프란시스코의 디지털 맵을 올려 '게임판'으로 사용한다. '택시를 타고 싶은 게임 참여자'들은 앱을 다운받아 가고 싶은 위치를 표시한다. 이때 게임판 위에 버튼이 올라온다. '택시 서비스를 제공할 게임 참여자'는 이 버튼을 눌러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 용어로는 '득템'이 된다.
게임이 시작되면 내비게이션이 켜진다. 내비를 보고 있으면 뇌는 게임으로 인지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손님을 만나러 간다. 마치 게임을 하는 기분으로 말이다. 우버를 부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가벼운 마음으로 차에 올라 게임하는 마음으로 대화하며 목적지로 간다. 이들은 아이폰 사용자들이다. 당시 아이폰 사용자는 새로운 문명에 대한 호기심과 즐거움에 가득 찬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대화도, 차를 타는 방식도 모두 새롭고 신선하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다. 게임하듯 내비만 따라가면 되니까. 목적지에 도착하면 요금도 내지 않는다. 게임 안에서의 결제는 게임기가 알아서 해준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저 GG(Good Game) 하는 마음으로 내리면 된다. 우버가 물어본다. 이 기사님은 친절했느냐고. 거기에 대답만 해주면 그뿐이다. 달랑 이 차이이다. 이 경험이 너무 재밌기 때문에 사람들이 택시대신 우버를 탈 거라고 자신한 것이다. 진짜 그랬을까? 놀랍게도 '달랑 이 차이'가 소비자들 사이에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너도나도 우버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CD가 필요한 소비자는 떠나주세요
2017년까지 완료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대규모 구조조정 방향은 명백하다. 우선, 오프라인 영업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조직을 크게 확대했다. 요즘 판매되는 노트북에는 CD 리더기 자체가 없다. 그러니 CD를 판매하러 다니는 영업 조직을 해체하는 건 당연한 수순인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섭다. '나는 인터넷도 사용할 줄 모르지만 컴퓨터는 써야겠으니 윈도우와 MS오피스 CD를 달라'는 소비자에게 이제 그만 떠나달라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니까.
이는 앞으로는 거대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모든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테니 소프트웨어 설치부터 업그레이드, 요금 지불까지 인터넷 문명을 잘 아는 사람만 쓰라고 선언한 것과 같다. 쉽게 말해, '앞으로 우리는 포노 사피엔스만 상대하겠다'고 발표하고 그걸 실천했고 성공한 것이다. 이것이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존 기업들에게 전하는 생존 전략이다.
GM, 무인택시에 투자하다
미국 제조업체의 상징이자 자동차 제조회사인 GM은 2016년 우버의 경쟁 기업인 리프트에 5억 달러(약 560억 원)을 투자했다. 그리고 2017년 한국의 군산공장을 폐쇄해버렸다. 우리의 상식으로 보면 심각한 배신이다. 어마어마한 일자리가 날아가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중차대한 문제이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소비 변화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GM의 행보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지난 10년간 우버와 리프트의 성장으로 미국의 택시시장은 무려 1.5배 성장했다. 편리한 서비스에 매료된 소비자가 뜨겁게 반응하면서 만들어낸 변화임에도 이는 엉뚱하게도 자동차산업을 어렵게 만들었다. 차량 공유택시와 공유서비스에 익숙해진 미국의 10대와 20대가 차를 구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친환경 차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일반 자동차를 생산하는 GM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다급해진 GM은 리프트에 거액을 투자해 2025년까지 무인택시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선언한다.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이제는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까지 이야기한 것으로, 생존의 전략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힌 셈이다.
롤드컵, 올림픽의 8배 시장효과
2017년 베이징에서 개최된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 월드컵챔피언십) 결승전. 우리나라의 SKT T1팀과 삼성 갤럭시 팀이 맞붙은 이 경기의 시청자 수는 몇 명이었을까? 온라인으로만 방송되었던 이 게임의 시청자수는 무려 8천만 명에 달했다. 세계 스포츠 시장에서 하나의 이벤트로 8천만 명의 시청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종목은 그리 흔하지 않다.
전 세계 겨울 스포츠의 꽃이라고 불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시청자 수도 천만 명에 불과했으니 충분히 비교될 것이다. 숫자로 보자면 게임산업은 이미 엄청난 스포츠산업으로 성장했다. 북미에서는 시장 규모로 추산할 때 미국 4대 프로 스포츠 중 하나인 아이스하키를 이미 넘어섰다고 말한다. 그만큼 e-스포츠는 전 세계인이 즐기는 스포츠가 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제 포노 사피엔스 시대인데도 불구하고 게임을 전자오락이라고 폄훼하는 베이비붐세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
지금껏 한국 경제가 제조기술을 발전시킨 전략은 바로 패스트 팔로워였다. 늘 선진국의 케이스를 벤치마킹한 모델이었고, 이보다 좀 더 나은 스펙을 구축할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위험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새로운 것을 기획하고 만드는 도전에 나설 필요성이 없었다. 창조적 도전은 대부분 실패로 결론이 났으므로 한국 경제엔 이런 방식이 맞지 않는 옷이라고 치부해버렸다. 하지만 이젠 소비의 방식이 달라졌다. 광고 기반의 소비는 급격히 줄어들고 팬덤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했다. 이젠 상품의 기획부터 유통까지 새로운 소비 시스템에 맞춰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제조 선진국인 독일과 일본에서는 인더스트리4.0을 통해 제조의 자동화와 지능화를 추진 중이다. 스마트팩토리는 대표적인 제조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독일의 아디다스는 스마트팩토리의 상징으로 불리는 새로운 개념의 신발공장 '스피드팩토리'를 독일에 세우고 시범 생산을 시작했는데, 이 공장은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소비 개념에 맞춰 온디맨드 생산을 실현한 사례이다.
온디맨드란 모바일과 같은 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이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경제 활동을 말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음악도 듣고 싶은 때 언제든 스트리밍앱이나 유튜브를 틀어 듣는다. 영화도 폰으로 보고, 옷과 신발도 디지털 플랫폼에서 원하면 언제든 구매할 수 있다. 이 모든 게 온디맨드 활동인 것이다.
혁명의 시대, 결국 답은 '사람'이다
한국은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디지털 대국으로 성장했다. 즉 스마트폰, 컴퓨터, TV를 비롯한 가전제품 등을 자국에서 직접 생산하여 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세계 몇 안 되는 국가 중의 하나이다. 지정학적인 취약으로 지하자원이 부족하고 인구대국도 아닌 반도의 작은 나라가 동족 상잔 전쟁을 거치면서 국토가 황폐화된 비극을 딛고 선진국의 대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사람' 때문이었다. 지구촌 경제에 닥친 포노 사피엔스 시대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차 혁명시대의 방향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