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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ㅣ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평점 :
당신은 한 마을이 무너지는 걸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마을이 그랬다. 나중에 우리는 이해 여름에 폭력 사태가 베어타운을 강타했다고 얘기하겠지만 그건 거짓말이 될 것이다. 폭력의 조짐은 그전부터 있었다. 왜냐하면 서로를 증오하는 것이 워낙 쉬운 일이 되어놔서 증오가 아닌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는 처사처럼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베어타운에 희망이 찾아올까?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은 데뷔작이자 첫 장편소설인 <오베라는 남자>는 출간 즉시 굉장한 인기를 모았고, 인구 9백만의 스웨덴에서 84만 부 이상, 전 세계 28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미국 아마존 소설 분야 1위를 기록하며 77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지켰고, 2017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의 자리에 올랐다. 44개국에 판권이 수출되며 독일, 영국,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고, 2016년에 영화화되어 스웨덴 영화제에서 다양한 부문의 상을 휩쓸며, 유럽영화상 코미디 부문을 수상했다.
뒤이어 출간한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와 <브릿마리 여기 있다> 역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이젠 전 세계적인 초대형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완전히 달라진 스타일의 작품 <베어타운>으로 돌아온 그는 이 소설 <우리와 당신들>로 '오베'를 뛰어넘었다는 언론의 열광적인 찬사와 함께 아마존 올해의 책 TOP 3에 올랐다.
이것은 그 이후의 이야기, 어느 해 여름에서 겨울까지의 이야기다. 베어타운과 그 옆 마을 헤드의 이야기, 두 하키팀 간의 경쟁이 돈과 권력과 생존을 둘러싼 광기 어린 다툼으로 번진 이야기다. 하키장과 그 주변에서 두근대는 모든 심장의 이야기, 인간과 스포츠와 그 둘이 어떤 식으로 번갈아 가며 서로를 책임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의 이야기, 꿈을 꾸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 중 몇 명은 사랑에 빠질 테고 나머지는 짓밟힐 테고, 좋은 날도 있을 테고 아주 궂은 날도 있을 것이다. 이 마을은 환희를 느낄 테지만 또 한편으로는 불타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끔찍한 충돌이 벌어질 것이다.
숲 속 작은 마을 베어타운에는 다소 거칠긴 해도 성실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 과거에 비하면 마치 뜨거운 프라이팬 위에 얹힌 베이컨처럼 매우 쪼그라던 마을 경제는 누가 억지로 구조조정이라도 하라고 주문하는 것처럼 해마다 인원을 감축한다. 그럼에도, 동네 사람들은 동네 하키팀이 언젠가는 우승해서 쇠락해진 마을을 부흥시킬 것이라는 믿음에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마을 아이스하키팀이 조만간 해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마을 인심도 싸늘해졌다. 하키팀의 스타플레이어이자 주장(케빈)이 마을 소녀(마야)를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 마야의 남동생은 누나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고 이렇게 마야의 가족은 마음 한구석에 늘 고통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주요 선수와 코치가 이웃 마을 헤드의 아이스하키팀으로 이동하자 베어타운의 하키팀 단장(페테르 안데르손)은 마을 하키팀의 생존에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인다. 베어타운 지역의회 의원과 손을 잡은 단장은 마을 아이스하키팀의 재건을 위해 올바르지 않은 방법과 수단도 서슴치 않는다. 사실 지역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하는 양상인데,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마을에 낯선 사람이 찾아와 마을 하키팀의 재건 가능성을 제안하고 다시 동네는 들썩인다. 결국 베어타운의 아이스하키팀은 해체되지 않았고 국가대표 출신인 새로운 코치(사켈)가 부임한다.
"인간은 저마다 백 가지로 다르지만 남들 눈에는 우리가 그들과 한 팀인지 아닌지 그것만 보인다"
성폭행 피해자가 겪는 트라우마, 성 소수자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의견충돌, 마을 아이스하키팀의 재건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동원되는 술책이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처럼 비록 작은 마을일지라도 베어타운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이야기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행동과 심리 등을 적나라하게 노출함으로써 이를 통해 우리들은 배울 점이 많다. 중국의 고전인 사마천의 <사기史記>가 그러하듯 말이다.
"케빈이 망가뜨린 사람은 그녀였다. 하지만 무너진 사람은 그들이었다"(322쪽)
"서로 미워하도록 부추기는 건 워낙 쉽다. 그래서 사랑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거다"(593쪽)
이 대목에서 우리들은 사람 '인人'자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즉 사람이란 결코 혼자가 아니라 너, 나, 우리 모두가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도서의 제목도 <우리와 당신들>이다. 그렇다. 베어타운의 주민들 사이에 발생하는 여러 사건 또한 결국엔 인간사이자 인생사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하키 시즌은 찾아온다
어김없이 하키 시즌은 찾아온다. 다들 스틱 하나씩 들고, 골문 두 개를 두고, 두 팀을 나눠서 승부를 겨룬다. 이렇게 인생은 희한한 것이다. 우리들은 시간을 쏟아부어가며 인생의 여러 가지 측면을 관리하려고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인생의 대부분을 규정한다. 가장 좋았던 기억도, 가장 나빴던 기억도. 누구는 이사를 가겠지만 대부분은 여기에 남을 것이다. 베어타운과 헤드에 얼마나 많은 허점이 있는지 하늘도 알고 땅도 알지만 그들은 우리 마을이다. 여기가 우리에게 주어진 세상의 모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