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열전 - 나무에 숨겨진 비밀, 역사와 한자
강판권 지음 / 글항아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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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소통할 수 잇는 방법은 아주 많지만, 나는 나무로 소통하고자 했습니다. 내가 한자와 소통하는 방법으로 나무를 택한 것은 나무 환자라서 그러기도 하지만, 나무는 한자의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인들이 한자를 만들 때 참조힌 것은 주변 사물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기댄 것은 식물입니다. 한자에 나무와 풀 부수가 가장 많습니다. 단순히 부수만이 아니라 단어도 가장 많습니다.일상에서 만나는 많은 단어가 식물에서 빌린 것입니다. 이 점이 이 책의 중요한 약효 성분입니다. - '머리말' 중에서

 

 

모든 것을 나무로 생각하다

 

책의 저자 강판권은 1961년 경남 창녕의 명산 화왕산 북쪽 기슭에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농사일을 거들며 살았다. 1981년 계명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하여 역사학도의 길로 들어선 뒤 대학원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1999년 여름, 농사일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전공분야를 접목시킨 중국의 농업경제사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금은 자신만의 학문세계를 만들기 위해 나무 공부에 미쳐 있으며, 나무로 역사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건축, 조경, 미술, 사진 분야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나무 관련 책으로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세기>(지성사, 2002),  <공자가 사랑한 나무, 장자가 사랑한 나무>(민음사, 2003), <차 한잔에 담은 중국의 역사>(지호, 2006) 등이 있으며, 전공서적으로 <청대 강남의 농업경제>(혜안)를 펴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숲을 바라보며)에서는 나무, 숲, 교목, 관목, 잎, 뿌리, 줄기, 가지, 꽃, 열매 등 나무의 일반적인 속성들과 관련된 한자이야기를 풀어내었다. 2부숲에서 줍는 한자)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나무와 잘 모르는 나무를 골고루 40종을 골라 그에 얽힌 한자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나무가 인간의 어떤 측면과 가까운지를 살펴보았다. 3부(숲을 나오며)에서는 저자 개인의 체험을 풍부하게 반영하여 나무의 철학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나무란 무엇인가

 

나무를 나타내는 한자는 나무 목木과 나무 수樹이다. 우리들이 봄을 즐기려고 찾는 수목원樹木園의 경우 '수'와 '목'을 함께 묶어서 사용한다. 그런데, 약간의 차이가 있는 듯하다. 예컨데 나무의 나이를 표현할 때 수령樹齡이라고 하지, 목령木齡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나무 목은 어원상 땅에서 막 올라오거나 관목의 성격을 띠고 있는 반면, 나무 수는 상당히 자란 정도를 의미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나무가 크든 작든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어둡다"

 

양금택목良禽擇木~ 새가 너무를 가려 둥지를 튼다{어진 사람은 임금을 가려 섬긴다)

맹귀우목盲龜遇木~ 눈먼 거북이 물에 뜬 나무를 만나다(뜻밖의 행운)

권상요목勸上搖木~ 나무에 오르게 하고 떨어뜨림(부추겨놓고 낭패 보게하다)

 

나무가 많아지면 이 된다. 이를 임林삼森으로 표현한다. 갑골문에 등장하는 임林자는 나무 목과 나무 목을 합한 것이다. 나무가 울창한 곳에는 여러 생물들이 산다. 그래서 인간은 숲에서 대부분 먹는 문제를 해결한다. 숲에서 생산하는 것을 '임산물林産物'이라고 한다. 그런데, 욕심 많은 이는 숲에서 너무 많이 가져간다. 베푼 것도 없으면서 말이다. 즉 집을 짓기 위해 나무를 몰래 베고, 심지어 숲에다 불법으로 집을 짓는다. 정말 예의 없는 사람이다.

 

임林보다 한층 포괄적인 한자가 바로 삼森이다. 이미 눈치 빠른 사람은 이를 안다. 나무 목이 2개 있는 것보다 3개 있는 게 더 크니까 말이다. 그런데, 나무 목이 하나 더 있는 것 이상으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잇다. 우리들이 우주의 모든 현상을 '삼라만상森羅萬象'이라고 하지 않는가. 즉 삼森은 곧 우주이고 우주는 곧 나무이다.

 

나무의 분류

 

관목灌木~ 키 작은 나무(6미터 이하)

교목喬木~ 키 큰 나무(10미터 이상)

 

다리가 없는 사람 없듯이, 뿌리根가 없는 나무는 없지요. 뿌리 근根자는 진시황 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글자는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모습이다. 나무가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모습이 바로 식植이다. 이는 나무가 곧게直 서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나무의 뿌리는 삶의 근본이자 근원이다. 인간이 먹는 물도 바로 나무의 뿌리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만물의 근본이 '물'이라고 했는데, 나무의 뿌리에서 나오는 물이 없으면 사람은 살 수가 없을 것이다.

 

 

나무가 생존하려면 땅에 뿌리를 내린 후 물을 빨아들여야 한다. 즉 뿌리는 물관세포를 통해 물을 줄기로 보낸다. 그래서 줄기는 뿌리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나무의 줄기를 뜻하는 간幹깃대를 닮은 잘 자란 가지를 의미한다. 모임에서 일을 맡아 처리하는 사람은 간사幹事라고 한다. 이렇게 줄기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줄기에는 가지枝가 붙어 있는데, 이또한 중요하다. 가지는 대체로 햇볕이 많은 쪽으로 뻗는다. 산에서 길을 잃었을 경우 나무가지를 바라보라. 뻗은 쪽이 바로 동남향이다. 나무잎이 무성해지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이것이 나무의 생리이자 일생이다.

 

잎의 종류

 

활엽闊葉~ 잎이 넓다

침엽針葉~ 잎이 뾰족하다(소나무, 잣나무 등)

 

 

나무를 성姓으로 삼다

 

한국의 성은 대략 274개라고 한다. 아마 더 늘었을 것이다. 한국으로 귀화한 외국인들이 성씨를 새로 만들어내니까. 나무를 성으로 삼은 경우를 살펴보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이李(오얏나무)이다. 또 계桂(계수나무), 매梅(매화나무), 송松(소나무) 등이 있다. 이씨 성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그 수가 적다. 참고로 매씨는 중국인이 고려로 귀화한 '매군서梅君瑞'가 시조이다. 2000년 인구조사 때 222명으로 밝혀졌다.

 

오얏은 순우리말이다. 자두라고도 한다. 이 나무의 열매가 붉은 복숭아를 닮아서 붙여진 것이다. 물론 자두나무의 종류가 워낙 많아서 열매가 모두 붉지는 않다. 옛날에는 자두나무를 주로 집 근처에 심었다고 한다. 이 나무도 매화나 살구처럼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꽃은 장미과로, 꽃잎이 다섯 개이다. 오얏나무, 즉 나무 목과 아들 자를 합한 것은 바로 주렁주렁 달리는 열매를 형상화한 것이다.  

 

탐스러운 자두열매가 익을 즈음 사람들이 자두열매를 따러 간다. 간혹 남의 자두열매를 따다 주인에게 발각되어 혼나곤 한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이 열매가 열린 자두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다. 손을 올려 갓을 쓰면 자두를 따는 것으로 오해받기 때문이다. 이는 남에게 의심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나무의 이치

 

저자는 고등학교 시절까지 땔감으로 소죽을 끓이고 방을 데우기 위해 리어카를 끌고 나무를 하러 갔다. 지금도 베어 온 나무를 자르면서 겪었던 일을 잊을 수 없다. 나무를 자르다보면 어떤 경우에는 아주 쉽게 잘리고, 어떤 경우에는 아주 힘든다. 나무의 원리를 모를 땐 무조건 톱을 갈아서 힘껏 잘랐다. 그러나 그것도 한참 하다보면 지쳐서 계속할 수 없다. 나무를 자주 자르다보면 점점 나무의 원리를 알아간다. 나무를 자를 때 결대로 자르면 훨씬 쉽다. 혹 상처 난 자리에는 톱이 지나가기 어렵다. 나무는 상처 난 자리에 다시는 병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아주 단단하게 방어벽을 친다.

 

 

나무의 결과 무늬를 보면 나무의 삶을 알 수 있다. 잘라진 나무의 결과 무늬를 보고 있노라면 눈물 날 만큼 아름답다. 나무의 결과 무늬는 나무가 살았던 흔적이다. 나무의 흔적이 아름다운 것은 결대로 살았기 때문이다. 사람도 결이 있다. 사람도 결대로 살 때 아름답다. 나무의 이치인 목리木理는 곧 사람의 이치인 인리人理이자 교육의 이치인 교리敎理이다. 그래서 나무에 대한 최고의 찬사는 무엇일까?

 

'아낌 없이 주는 나무'일 것이다. 

 

 

공자는 자신의 핵심사상인 인仁을 나무에 비유했다. 노자 또한 자신의 사상을 논할 때 나무의 예를 들었다. 그렇다. 나무야말로 근본이기 때문이다. 나무를 좋아하고 사랑하려면 나무의 정확힌 이름을 알아야 한다. 나무의 한자명에는 나무의 개별적인 특성이 담겨 있어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이름을 붙인 것은 바로 우리들의 선조라는 사실이다. 마음이 복잡할 때면 산으로 숲으로 가서 나무를 감상하자. 우리의 근본을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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