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정원에서 - 죄악과 매혹으로 가득 찬 금기 음식의 역사
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정미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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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이 책에서 초콜릿에서 푸아그라, 감자칩에 이르기까지, 에덴동산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금기시한 음식을 소개하고, 아울러 그 의미도 다루고자 한다. 따지고 보면 인생이란 결국 먹고 사는 일이다. 그러므로 어떤 음식을 금기시한다면 거기에는 대부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기 마련이다. 성경에는 금기시한 음식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본성을 규정해 놓았다. 그래서 우리는 음식을 대할 때면, 먹을 때 갖는 죄책감을 기준으로 그 음식을 평가한다. - '머리말' 중에서

 

 

성경이 금기시한 금기 음식을 살펴본다

 

책의 저자 스튜어트 리 앨런은 미국 캘리포니아 태생으로, 대개 일정한 거처를 두지 않고 어디론가 길을 떠난다. 카트만두, 시드니, 산크리스토발, 콜카타, 샌프란시스코 등은 모두 저자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항구도시다. 여행하거나 글을 쓰거나 카페에서 한가히 시간을 보내지 않을 때는 잡다한 일을 하는데, 요리사, 연극 연출가, 펑크 뮤지션, 포도 따기 일꾼, 화장실 관리인, 관현악단 지휘자, 밀매업, 고전음악 작곡가, 펑크음악 잡지 편집자, 테레사 수녀가 운영하는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집’에서의 자원봉사자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마더 존스(Mother Jones)>, <LA 위클리(LA Weekly)>, <베이 가디언(Bay Guardian)> 등 여러 신문과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지독한 커피광이자 여행광으로서의 이력이 잘 드러난 첫 번째 책 <커피 견문록>을 통해 명실공히 커피 사회인류학자라는 명칭을 부여받게 되었다. 그외 저서로 단편소설집 <강간의 기술(The Art of Rape)>과 금기의 음식 역사를 다룬 <악마의 정원에서(In The Devil's Garden)> 등이 있다.

 

이 책은 죄악과 매혹으로 가득 찬 금기 음식의 역사를 살펴본다. 선악과의 정체에서부터 스낵과 폭력의 관계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맛과 유머의 향연이 펼쳐진다. 저자는 시대별로 금기시되었던 음식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함께 다루고 있다. 금기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전해주며 금기시된 음식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총 8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단테<신곡>에 나오는 '7대 죄악'과 동일한 항목으로 각 장을 나누어 특정 사회에서 혐오했던 악덕과 관련 있다는 이유로 금기시된 음식을 살펴본다. 금기 음식을 쫓아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실제로 겪은 저자의 경험담과 본문에 등장한 갖가지 희귀한 요리의 조리법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폭식暴食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추방 당한 이유가 식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이는 신학자들의 말일 뿐이다. 이브의 진짜 죄는 맛있는 음식에 유혹당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행동이 바로 대식의 본질인 것이다. 폭식의 죄는 '지나치게' 먹는 데 있지 않고, 단지 먹는 것을 '탐닉하는' 데 있다. 먹는 것을 탐닉한다는 의미는 바로 '하느님의 뜻'이 아닌 속세의 쾌락을 추구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개똥철학이다.

 

"음식을 탐하면 지옥에 떨어진다"

 

중세의 성인聖人들현대의 패션모델들은 매우 이질적인 종류의 완벽함을 추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한쪽은 순전히 정신적으로, 다른 한쪽은 육체적으로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양쪽 모두 극단적인 절식절식을 택했다. 오늘날엔 빼빼마른 사람을 미인으로 치는 게 유행이기 때문이다. 중세의 성녀성녀들도 요즘 여성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상당수는 강박적인 절식을 했으며 때로는 목숨을 잃기까지 햇다.

 

현대의 '성인'은 성직에 몸담아 성인의 지위를 얻는 대신, 패션 디자이너나 사진작가들과 함께 다른 세상 같은 환상을 창조해 낸다. 그런 다음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잡지들을 통해 이 환상을 대중과 함께 누린다. 그런 다음 이 패션 디자이너와 사진작가들은 계속 쏟어져 나오는 잡지들을 통해 이 환상을 대중들과 함께 누린다. 잡지에 실린 이런 장면들이 중세의 성인들이 보았던 환상만큼이나 낙원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무리한 금식은 환각을 겪기 쉽다" 

 

4세기의 수사 성聖 제롬은 딸들에게 누더기 옷을 입혆고 계속 단식을 시켜 '그들의 자그만한 몸의 열기'를 식히라고 추종자들에게 강요함으로써, 최초로 웨이프룩(뺨이 홀쭉하고 피골이 상접할 정도의 초췌한 스타일)을 창시했다. 그는 또 참된 숙녀'뭘 먹는 모습을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는' 여자라고 규정해, 그의 추종자들이 자신들의 딸을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 식사하도록 만들어 그 치욕스런 행동을 아무도 볼 수 없게 했다.

 

제롬의 이 이론이 서구의 패션계 거물들에게 공감을 산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해도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면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제롬의 이론도, 패션이라는 분야도 모두 역사상 가장 섹시한 죄가 '이브'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의 폭식이라고 여기는 문명에서 생겨났지 않은가. 당시 제롬의 여성 추종자 중 블래실라제롬의 규정을 따르다가 죽고 말았다.

 

 

나태懶怠

 

나태는 7대 죄악 중 현대의 미국인들이 가장 혐오하는 악덕이다. 그런데, 나태를 야기하는 음식을 법으로 금했다는 스타르타 법전이 기원전 7세기에 등장했다. 스파르타인들은 식사는 공동식당에서 먹도록 했고, 식사의 양도 간에 기별도 안 갈 정도밖에 주지 않았다. 모든 국민의 공통식 메뉴는 돼지고기 삶은 국물, 피, 식초, 소금 등으로 만든 '시커멓고 묽은 수프'였다. 심지어 배가 불룩해 몰래 뭔가 먹는 것처럼 보이는 시민들은 모두 추방당했다. 웃기는 사실은 이 법전을 만든 리쿠르구스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다가 결국 굶어 죽었다고 한다. 

 

현대의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맥도날드의 햄버거를 생각해보라. 현대의 미국과 스파르타는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다 뿐이지, 이상적인 노동자를 만들기 위해 음식을 이용한다는 원칙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스파르타에서 먹는 것을 즐긴 시민들을 추방했다면, 현대 미국에서는 그들에게 급여를 더 적게 준다(여자들에게 대략 7퍼센트 임금을 적게 주니 말이다). 오늘날의 패스트푸드점과 스파르타의 공동 식당은 둘 다 사람들이 식사를 하느라 꾸물거리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게 하려는 의도로 생긴(생겼던) 것이다.

 

"인스턴트가 이상적인 노동자를 만든다"

 

스파르타인들이 먹었던 터무니없을 만큼 형편없는 음식이 그랬듯이, 오늘날의 간편 식품들 역시 아주 비위가 상해서 그걸 먹고 있느니 차라리 일하러 가는 게 더 나아 보이게끔 한다. 그로 인해서 간편 식품은 이를 생산하는 회사들에게 상당한 수익성을 안겨주고 있다. 정말 이상적인 수익 구조가 아닌가. 현재 미국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일자리로 서둘러 되돌아가기 위해 더 질이 나쁜 음식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불경不敬

 

로마의 사제들이 거행하는 여러 불경스러운 축제들에 대해 언급한 기록들이 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사제들은 생선과 야채만 먹도록 제한하고 있는 가톨릭교의 사순절 규율에 맞추려고 음식들을 위장해서 내놓았다고 한다. 즉 잘게 다진 식용 수탉으로 크림색의 수프를, 아몬드로 만든 비늘로 덮어서 꿩고기를 송어로 위장했던 것이다. 

 

이보다 단순한 사례도 있다. 성직자들은 사순절에도 먹을 수 있게 하려고 갓 태어난 토끼를 '물고기'로 분류하기도 했다. 토끼를 우리(키우는 울타리)에 가두어 기르는 방식은 이 일로 인해 비롯되었다. 그런 분류에 적합하게 하기 위해서는 엄마 뱃속에서 튀어나오자마자 죽여야 했기 때문에 우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남미의 선교사들도 이구아나를 물고기로 분류하는 비슷한 창의력을 선보였다. 이구아나가 강가의 나무에서 일광욕을 할 때가 본래의 모습이라면서 말이다.

 

"미식이 있는 곳에 궤변이 있다" 

 

불교를 창시한 부처육식 금지령"구하지 않으며/응답도 없다"는 조항을 두면서, 신자들이 송아지의 정강이 고기를 보고 그것이 자신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것이라는 식의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인식을 버린다면 어느 때고 그 고기 요리를 번뇌 없이 즐거이 볼 수 있다는 본질적인 견지를 설파했다. 이 중에서도 진정으로 뛰어난 변호사들은 태국의 승려들이다. 몇몇 승려들이, 자신들이 '물에서 끌어낸' 것이 아닌 만큼 자신들이 물고기를 죽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선을 먹어도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니 말이다.

 

 

"인위적인 낙원은 가짜로 포장된 것이 많다. 먹는 즐거움이 바로 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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