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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 뇌과학과 임상심리학이 부서진 마음에게 전하는 말
허지원 지음 / 홍익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서는 뇌과학과 임상심리학의 두 가지 측면에서 마음의 문제를 살핍니다. 두 학문 영역은 매우 중첩되어 이를 인위적으로 나누는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렸지만, 같은 주제에 대해 뇌가 당신에게, 그리고 마음이 당신에게 하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전하고자 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당신의 과거는 당신의 미래가 아니다
이 책의 저자 허지원은 2016년 대한뇌기능매핑학회의 ‘젊은 연구자상’을 수상했고, 세계 최초로 조현형 성격장애군의 뇌보상회로의 이상성을 규명하며 심리학자로서뿐 아니라 뇌과학자로서도 활발히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2017년에는 우울증 치료용 무료 스마트폰 앱 ‘마성의 토닥토닥’을 개발해학문적인 연구 성과를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었는데, 최신 뇌과학 연구에서 밝혀진 과학적 근거와 다양한 임상심리 사례들을 통해 높고 낮음을 반복하는 자존감의 덫에서 벗어나고, 조각난 마음을 토닥여줄 과학적인 위로의 기술을 전한다. 우선 뇌과학자의 시선으로 정신적 고통의 원인을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정신적 상처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해야 뇌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지 등 감정과 사고의 신경생물학적 작용 원리를 쉽게 풀어낸다. 또한 임상심리학자로서 직접 상담한 사례들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실제 대화에서 오갔던 단어나 표현 등 구어체 어투를 그대로 차용하여 독자들에게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심리상담가와 이야기를 하는 듯한 재미를 더한다.
가면은 다양할수록 좋다
낮은 자존감은 기분장애나 불안장애, 사살행위 등과 밀접한 연관을 보인다. 어떻게 해야 이러한 낮은자존감의 굴레에서 자유롭게 벗어날 수 있을까?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으로는 첫째로 가족들과 뒤엉켜 분노를 표출하는 일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편안한 사람을 만나 성숙한 내면을 구축하는 기회를 가지며, 둘째로 자존감이 '높은 척'을 해야 한다.
스위스 정신의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사회적 압력에 적절히 반응하기 위해 천 개의 가면을 가지고 살아가며, 다양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고대 그리스의 연극에서 사용하던 가면)를 가지고 사회적 관계를 맺어 가는 존재이다. 다만 이러한 페르소나와 관련한 억압, 고립감, 혹은 팽창이 병리적 문제가 되는 것이다.
가면은 다양할수록 좋다. 혼자 있을 때의 자신과 타인들과 함께 있을 때의 자신, 그리고 사회생활을 할 때의 자신은 당연히 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집에서의 모습과 똑같은 태도로 중요한 모임에 참석했다면, 그것이 병리적인 상태이다. 특히 낮은 자존감과 관련한 가면들은 자기 자신과 자신의 심리치료자만 알면 족하다.
자존감 높아 보이는 가면 하나쯤 가지고 있어도 되고, 타인에게 친절하고 사회성 좋아 보이는 가면이 있어도 된다.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상황에 맞게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면, 그런 가면은 얼마든지 가져도 된다. 우리의 가면은 낮은 자존감에서 오는 가식도 아니고, 타인의 비위를 맞추려는 위선도 아닌,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삶의 기능이고 기술이다.
자신을 더 편안하게 좋아해주라
로젠버그 자존감 척도로 유명한 심리학자 모리스 로젠버그는 자존감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호의적이거나 비판적인 태도'라고 정의했다. 자기확신과 자신감이 높은 것은 좋은 자원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높은 자신감에 가려진 불안정한 자존감을 살필 기회를 놓치거나, 건강한 자존감을 쌓아올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당신의 자존감과 관련하여, 당신이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얼마나 타의 모범이 되고 얼마나 많은 교훈적인 이야기를 알고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진심이 얼마나 통하는지, 자신과 영혼이 통하는 사람과 사귀는지 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저 당신 자신을 더 편안하게 좋아해주라. 당신이 스스로를 안정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면, 외부의 적은 절대 당신의 마음을 해치지 못한다.
불안의 스위치를 직접 끄라
자신의 수행과 결과물에 대해 누군가 '완벽히' 안심시켜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겠지만 나를 '완벽히는' 모르는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확신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사람이 뭐를 알겠어요? 당신이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알 것이기에 본인이 어떤 오류와 간극들에 예민한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시시때때로 터무니없이 출몰하는 불안의 스위치를 당신이 직접 끄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신경 끄자. 이만하면 괜찮다. 완벽은 됐고 그냥 꽤 괜찮은 나 자신으로 존재하면 돼"
내 탓이라면 꼬인 생각들을 조정하라
옆에서 단 한 명이라도 '지금은 억울해하기보다는 너를 들여다봐야 할 때'라며 담담하게 잡아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정말로 타인의 탓이라면 지금은 일단 힘을 키울 일이고, 누구의 탓도 아니라면 이제 그 꼬인 생각들은 들여다보아야 하며, 나의 탓이라면 그때부터 내 성장의 발판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당신의 과거는 당신의 미래가 아니다.
자의식 과잉은 불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생활 중의 불행감을 말한다. 하지만 직장은 자아실현을 하는 곳이 아니다. 자아실현은 직장에서 모은 돈을 가지고 해도 된다.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돈을 모아 기부하면 된다. 더 많이 공부를 하고 싶다면 직장생활로 모은 돈을 가지고 좋은 세미나 그룹을 찾아 참여하거나 스스로 만들 수도 있다.
직업이나 성취는 우리들의 조각들 중 한 두개를 구성할 뿐이다. 책임감은 가지되, 직장에서의 성취로 자신을 말하려 하지 말자. 그것도 자의식 과잉이다. 불필요한 감정노동에 휘말려 소진되기 쉽다. 연구 결과로도, 자신이 속한 그룹의 대표성을 굳이 짊어지고 성취를 이루려고 하면 그만큼 수행 수준이 낮아진다. 자기 자신에게 자꾸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렇게 점점 커진 삶의 의미, 혹은 삶의 의미가 부재한 자리를 감당하려 하지 말라. 누굴 위해 살지 말라. 당신이 행복해지는 것이 최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