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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디자인하라 - 없는 것인가, 못 본 것인가?, 개념 확장판
박용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나의 직업을 관점 디자이너라고 정의하면, 내가 하는 일의 범위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일의 범위도 넓어진다. 홍보라는 단어는 그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영역을 왜곡시키는 경우가 있다. 많은 기업에서 홍보를 하는데, 하는 일은 대부분 ‘널리 알린다.’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널리 알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관점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이다. 제품을 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바뀌면, 그 제품은 매출이 늘어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그야말로 ‘붐’을 일으키게 된다. - 'one of them'이 아닌 'only one' 중에서
없는 것인가, 못 본 것인가?
책의 저자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마케팅, 홍보 전문가다. 우리들에게 익히 잘 알려진 '카카오톡'과 '배달의 민족'이 성공스토리를 쓸 수 있었던 데에도 그의 적지 않은 기여가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절대 스스로를 '마케터'라고 칭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마케팅을 정의함에 있어서 단순히 상품을 알리고 파는 일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대신에 소비자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일로 새롭게 재정의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로운 관점을 디자인하는 사람은 오직 그 한 사람 뿐이다.
책 표지의 그림 속엔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의 눈에는 천사만 보일 것이고, 또 어떤 이의 눈에는 악마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천사와 악마가 둘 다 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면에 무슨 그림이 보인다고 난리냐며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왜 그럴까? 이는 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들을 듣고, 느껴지지 않는 것들을 느낄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다른 관점을 갖는 데에 있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시속 1,664킬로미터(적도기준), 한국 기준으로는 1,260킬로미터라는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더구나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공전 속도도 1초에 30킬로미터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는 엄청난 굉음을 유발하므로 아마도 우리들은 도저히 살 수 없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서 있을 경우 우리들 귀에 느껴질 소음이 어느 정도일지를.
종교가 세상을 지배하던 중세시대, 태양과 달, 별이 움직인다는 게 진리이자 정설이었다. 그런데, 이와같은 천동설天動說에 의문을 품고 이에 반하는 지동설地動說, 즉 오히려 우리가 발을 붙이고 있는 땅이 움직인다고 주장하는 이가 나타났다. 코페르니쿠스다. 하지만 교황은 그의 저서를 '금서禁書 목록'으로 지정했다. 말하자면 불경죄에 해당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인류가 천동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면 아마도 과학 혁명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참고로, 교황이 지동설을 인정한 것은 1992년이었다. '모든 것이 마땅히 그래야 한다'라고 받아들인다면 변화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함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 당연한 것도 미래엔 당연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관점의 변화는 당연함의 부정으로부터 나온다.
방탄소년단BTS의 성공비결
최근 한국의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벌어지는 콘서트로 인해 연일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소위 자신을 'B급 가수'라던 싸이가 2012년 '강남스타일' 한 곡으로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적도 있었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탄생한 K-POP은 잠간 스쳐 지나가는 일시적 유행일 뿐이라던 서구의 음악평론가들이 BTS에 대해 서로 앞다투어 뉴 비틀즈의 탄생이라고 호평을 내놓고 있다.
왜 방탄은 이렇게 유명세를 떨칠 수 있을까? 이들은 자신들의 노래는 물론이고 일상까지도 솔직하게 그대로 SNS를 통해 전 세계에 널리 펴져 있는 팬들(ARMY)과 공유함으로써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허물어뜨리고 실시간으로 늘 팬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흔히 연인들 사이에 '시선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과는 달리, 이들은 팬들에겐 항상 곁에 있는 연인이었던 셈이다.
물론 이들의 춤과 노래 등 음악적인 재능은 분명 세계적인 수준임을 부인할 순 없다. 그렇다고 해도 이들의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가 무려 100억 회에 육박한다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말이다. 미국 10대 청소년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로 선정되어 2017년 미국 3대 음악제 중 하나인 AMA에 초대받아 공연했고, 이어서 2018년 빌보드 '톱소셜아티스트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이런 성공의 이면에는 이들은 기존의 음악 소비패턴을 허물고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인 2012년부터 유튜브 방송을 시작, 전 세계의 많은 음악팬들에게 자신들의 재능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팬층이 두터워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들의 재능에 반한 '아미'는 국가별로 방탄소년단의 SNS 마케팅에 나서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당연시되던 기존의 룰을 거부하고 '링크투링크'를 마케팅에 활용함으로써 오늘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일반적인 당연함을 부정하는 것, 그것은 우리를 활동적이고 역동적이게 만든다.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정서를 뚫고 일어서는 생각, 우리는 그것을 기발함이라고 부른다. 기발함이란 특별한 생각을 말하는 것일까? 특별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좀처럼 나타나기 쉽지 않은 것을 말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기발함이란 '그때까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던 평범한 생각'이다. 그래서 기발한 것들을 대할 때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아! 왜 저 생각을 미처 못했지?"라고. 당연하지 않던 것이 당연해지면서 세상은 바뀌기 시작한다 (29쪽, '당연함’을 의심하면 미래가 보인다' 중에서)
좋은 질문이 생각의 방향을 결정한다
좋은 질문은 사람을 생각하고 행동하게 한다. 따라서 의식과 행동을 움직이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은 '올바른 질문'이 제대로 된 답을 얻도록 만든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체로 우리 모두는 '답'에 집중한다. 만약에 누군가의 답이 자신의 것과 비교해 틀렸다고 생각하면 자신만의 척도로 이를 평가하려 든다. 우리들이 흔히 듣는 말이 이렇다. 하지만 이는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언쟁을 벌인다면 이 얼마나 어리석은 소치인가?
"나는 네 생각과 틀려!"
2018년 7월 전 세계에서 몰려온 50여개 나라 4천1백여 명의 청소년들이 2018 월드문화캠프 행사에 참가했다. 이 행사는 부산 벡스코와 전북 무주태권도원 일대에서 15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었다. 이 행사의 명사 초청 강연에 초대된 저자 박용후는 참석한 청소년들에게 "성공하려면 당연함을 부정하는 관점 바꾸기를 해야 하며 정해진 답에 몰두하기보다는 질문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고 싶다면 개인이든 비즈니스로 활동하는 기업이든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를 결정'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나다운 것'이라는 의미는 '내가 다른 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지'의 검토를 통해서 가능하다. 그리고 이것은 '본질적 가치'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정 기업을 설명하는 슬로건은 그 기업의 가치를 드러내는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본질적 가치를 캐내고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기업의 성장과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매우 필요한 요소임을 부정할 수 없다( 131쪽, '가치와 차별성을 만드는 나만의 identity' 중에서)
역발상의 가치
한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던 1998년 즈음에 가장 유행했던 말 중의 하나가 바로 '역발상'이었다. 잘 나가던 한국 경제가 갑자기 위기를 맞으면서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과 함께 기존에 향성됐던 생각을 거꾸로 해보자는 게 기업들에겐 신선한 아이디어였던 셈이다. 사실 역발상이란 용어는 이미 투자의 세계에선 존재했고 통용되고 있었다.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가다가는 일시에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의식이 깨어있는 투자 고수는 소위 '역발상 투자'를 하고 있었다.
이는 '블루오션'이라는 개념과 많이 닮아 있다. 프랑스의 대학 강단에서 강의하는 김위찬 교수는 그의 저서 <블루오션>에서 남들도 모두 따라하는 그런 사업을 마치 서로 피터지게 싸우는 싸움에 비유해 '레드오션'이라고 명명하면서 사업에서의 성공은 이와는 반대로 남들이 하지 않는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햇다. 책에는 이와 유사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의 치킨이 세계에서 제일 맛있다고 정평(?)이 나 있지만 사실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레드오션 비즈니스이다.
대한민국에 치킨 프랜차이즈의 지평을 연 제너시스BBQ 그룹의 홍보 마케팅 업무로 윤홍근 회장을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윤홍근 회장이 계속 치킨을 담는 박스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때 후배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후배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박스를 왜 고민해, 형. 본질은 닭이잖아. '우리는 닭에 집중합니다, BBQ' 이렇게 써!" 바로 이런 거다. 치킨을 먹는 사람들은 어떤 것에 감동할까? 치킨 포장지? 배달원? 당연히 치킨이다.(58쪽, '본질은 치킨박스가 아니라 닭이다' 중에서)
휴지는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두루마리 휴지'를 화장대에 올려놓으면 무척 어색하다. 심지어 예민한 분들은 티슈가 아닌 이를 불결하다고까지 생각한다. 왜 그럴까?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두루마리 휴지는 화장실에서만 사용한다'는 인식이 먼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당 등 대중의 장소에는 티슈가 아닌 냅킨을 사용한다. 이런 습관의 코드를 새로운 형태의 습관으로 바꾸는 것 또한 블루오션의 창조인 셈이다.
물은 공짜다(?)
과거 유럽으로 해외여행을 나가면 현지인들이 손에 물병을 쥐고 잇는 모습이 너무도 흔했다. 당시 한국인의 눈에는 이게 무척이나 이상했다. 우리의 사고로는 물이 공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곳 현지의 지하수에는 건강에 해로운 석회질 성분이 많아서 돈을 주고서라도 '에비앙' 같은 브랜드의 생수를 사 먹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우리들은 수돗물을 그냥 마시거나 끓여 먹거나 했지만 돈을 주고 사먹지는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대동강물을 팔아 돈벌이를 했다던 봉이 김선달의 현대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현대판 김선달 선생들의 생수사업이 번창함에 따라 이젠 우리 모두 물은 공짜가 아니라 '사 먹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코카콜라는 전 세계인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다. '청량감'이라는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콜라는 처음에 소화제로 개발되었던 음료라고 한다. 출발은 약인데, 지금은 청량 음료인 셈이다. 특히, 주식투자자들에겐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매일 마시는 일상의 음료로 기억되고 있다. 최근에 코가콜라는 특이한 광고를 만들어 기존의 가치에다 가치를 더한 마케팅을 실시했다. 최근 월드투어 성과 등으로 방탄소년단 몸값이 더 치솟으면서 코카콜라는 연계 마케팅에 더욱 공들이는 모습이다.
관점을 바꾸라
이 책이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관점을 바꾸라. 그러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 지금 현 시점에서 미래 시점에 당연하다고 여길 그런 생각을 포착하는 사람은 분명히 대박 성공을 거머쥘 것이다. 과거엔 누구에게나 공짜였던 자연자원 '물'이 지금은 유료화되었고, 전구가 등장하자 등잔불과 촛불이 필요 없어졌듯이 말이다. 남들이 보지 않는 것을 보고, 남들이 생각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다른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본다면, 우리 모두 미래의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다. 회사를 경영하는 기업인과 경영을 전공하는 학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