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화된 거짓말 - 진실보다 감정에 이끌리는 탈진실의 시대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박유진 옮김 / 레디셋고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교활한 거짓말쟁이들에게 맞서는 최선의 방어책, 가장 믿을 만한 방어책은 '비판적 사고법'을 배우는 것이다. 우리는 남에게 잘 속아 넘어가는 경향을 저항하는 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지 못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로, 남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우리 뇌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데 매우 능한 기관이다. 이상한 전제가 하나 제시되면, 우리는 어떤 경우에 그 내용이 사실이 되는지에 대한 기발한 설명을 구상해낼 수 있다. 온갖 주장 중 일부는 '아마' 참이겠지만, 진실한 주장은 '항상' 참이다. - '머리말' 중에서

 

 

비판적 사고로 왜곡된 진실을 밝혀내라

 

저자 대니얼 J. 레비틴 박사는 신경 과학자이자 인지 심리학자이며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 켁대학원 미네르바스쿨에서 인문대 초대 학장, 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에서 특별 교수, 맥길 대학교에서 명예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뇌의 왈츠THIS IS YOUR BRAIN ON MUSIC>, <호모 무지쿠스THE WORLD IN SIX SONGS>, <정리하는 뇌THE ORGANIZED MIND> 등이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매일같이 마주하는 수많은 정보들에서 문제점을 찾는 법과 왜곡된 진실을 밝혀내는 여러 가지 방어책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준다. 저자가 대학에서 '비판적 사고'에 대해 강의를 하며 거짓말의 위험성과 파장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져가는 것을 우려했고, 이에 따라 거짓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유익한 통찰을 담아 이 책을 출간했다.

 

저자는 신문이나 방송에 나온 내용이라고 해서 모두가 '사실'은 아니라는 전제하에 모든 것을 의심하고 문제점을 지적한다. 심지어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사람들까지도 연구조차 하지 않은 채 연구결과를 발표한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이야기하며 기하급수적으로 양산되는 조작을 당해낼 수 없고, 어수룩하고 판단이 미숙한 대중들이 거짓 정보에 휩쓸리면 거짓이 맞을 수밖에 없다고도 말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국가의 공식선전 기관인 '진리부'는 '2+2=5'와 같은 허위 지식을 주창한다. 이 책을 읽은 상당수의 독자들은 이 대목에서 오웰이 과대망상에 빠졌다고 힐난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일은 지금도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가짜뉴스가 판치는 일이 오직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도, 프랑스도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았다.

 

 

통계 자료는 사실이 아니다

 

저자가 가장 먼저 주목할 것은 숫자다. 잘못 처리한 통계치와 그래프는 왜곡되고 편파적인 관점을 취하게 해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고 부적절한 판단으로 이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우리 최우수 텔레마케터는 하루에 1천 건의 판매를 성사시켰다'는 이런 주장에도 신빙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즉 한 군데의 전화번호를 누르는 데 걸리는 시간과 전화벨이 울리는 시간, 전화가 연결돼 구매를 권유하고 설득하는 시간, 구매를 위한 신용카드 번호와 주소를 알아내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생각해보자. 모든 전화통화가 구매 성사로 이어진다고 가정해도 물리적으로 한 시간에 가능한 판매는 60건, 8시간 동안 가능한 판매는 480건 정도다. 이렇게 비판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런 주장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  

통계 자료는 숫자이다 보니 우리에게 엄연하고 명백한 사실로 보인다. 그런 자료는 마치 자연적으로 발생한 사실을 나타내는 듯하며, 관건은 그런 자료를 찾아내는 데 있는 듯싶다. 하지만 '사람'이 통계를 낸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을 계산할지, 어떻게 계산할지, 계산 결과 중 어떤 수치를 우리에게 말해줄지, 그런 수치를 설명하고 해석하는 데 어떤 말을 사용할지는 사람이 선택한다. 통계 자료는 사실이 아니다. 해석이다. 그리고 어쩌면 당신의 해석이 통계 자료를 알려주는 사람의 해석 못지않거나 그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간과되고 경시되는 대안적 설명

 

또 주의해야 할 것은 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전문가의 말이라면 인정하려는 경향이 많다.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전문가의 추천 종목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소위 전문가의 말이라고 인용되는 것들의 출처 중에서 많은 것들은 실제 그 사람이 하지 않은 말일 가능성이 있다. 비록 전문가가 실제 이야기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단지 그 사람의 개인적 의견일 뿐인지, 아니면 전문적인 증거에 기초한 결론인지를 구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대안적 설명은 사이비 과학계와 허위 지식계에서 아주 많이 논의되지만, 진짜 과학계에서도 종종 논의된다.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물리학자들은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그것은 한 세기나 된 아인슈타인 이론을 뒤집을 만한 발견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선형 가속 장치의 케이블 하나가 헐거워져서 측정 오차가 발생한 것일 뿐이었다. 이 사례는 극도로 복잡한 실험에서는 우주의 본성에 대한 기존 지식을 완전히 뒤엎을 만한 어떤 것보다 방법론적 결함이 원인일 가능성이 대체로 더 높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반증되기 전까지만 유효하다

과학, 역사, 뉴스는 우리가 아는 것 혹은 안다고 생각한 것으로 가득 차 있지만, 언젠가 우리는 그중 일부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비판적 사고에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는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일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길잡이로 삼을 만한 한 가지 원칙은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바는 반증되기 전까지만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우리들이 갖가지 문제를 충분히 생각하도록 돕고, 우리들이 안다고 생각하는 바와 모른다고 생각하는 바 전부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주고, 그 둘을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데 있다.

 

 

거짓말은 정치적 목적으로 무기화될 수 있다

 

거짓말이 사회, 특히 정치적 목적으로 무기화될 수 있는 이유는 "거짓말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아무런 의심 없이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짓말의 무장해제를 위해 저자는 전략적 방어책을 소개한다.

 

우선 전문가를 의심해야 한다. 전문성은 대체로 범위가 좁고 전문가들은 특수 이익 단체에 포섭되기 쉽다. 둘째로 인터넷을 의심해야 한다. 인터넷은 반과학주의적 편향성뿐만 아니라 반회의주의적 편향성도 띈다. 특히 범람하는 정보를 쉽게 얻은 만큼 절약한 시간을 정보 검증에 쓰라고 충고한다. 정보를 얻는 시간은 짧아졌지만 진실을 얻는 시간은 여전히 길고 노력을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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