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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의 진심, 살아남은 자의 비밀
란즈커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에는 풍도로부터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 외에도 풍도와는 다르게 난세의 소용돌이에 빠져 살아남지 못한 인긴 군상, 특히 당시의 황제와 권신의 이야기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이들 모두는 풍도와 비교하며 반면고사로 삼을 만한 경우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풍도의 '처세의 기술'이 아니라 '처세의 철학'입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풍도로부터 배우는 '처세의 기술'
이 책의 저자 란즈커는 중국의 역사연구가이자 심리학자다. 기록이 미처 담지 못한 역사 인물의 심리학적인 측면을 분석하는 글로 주목받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30여 년 동안 흔들림 없이 다섯 왕조, 열한 명의 황제를 섬긴 처세의 대가 풍도의 일대기를 담은 <참모의 진심, 살아남은 자의 비밀> 외에 <미시 독일사微史德國>, <몽진의 거울一面蒙塵的鏡子> 등이 있다.
당나라 멸망 후 송나라 건국까지 약 70년 동안을 '5대 10국五代十國'의 시기라고 한다. 이 때는 중국의 최대 난세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당시에는 천하를 호령하는 군주조차 하루아침에 몰락하고 또 다른 권력자가 탄생하는 일이 수시로 일어나는 엄청난 혼란기였다. 이런 격변기에는 제 아무리 뛰어난 자라도 한 번의 실수로 3대가 멸하는 비참한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이런 시기에 다섯 왕조에 걸쳐 열한 명의 황제를 보필하면서 결코 험난함 없이 오래토록 즐거움을 누려, 스스로를 '장락長樂 선생'이라 칭하던 인물이 있었다. 30여 년을 고위관리로, 그중 20여 년을 재상으로 지낸 '풍도'라는 사람이다.
이 책은 풍도가 관리로 발탁되어 열한 명의 황제를 섬기기까지 걸었던 길을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에피소드를 활용해 이야기한다. 즉 풍도가 주변에 적을 만들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었던 방법, 난세에서도 자신과 가족을 지키고 편안함을 누린 비결은 위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주변, 그리고 아래를 살필 줄 아는 철학에 있었음을 우리들에게 전한다.
제 때에 분노를 해소한다
사람의 분노란 제 때에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홍수처럼 범람할 수 있다. 대우大禹가 치수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물길을 내어 물이 잘 흐르게 한 것이고, 그의 아버지가 치수에 실패한 이유는 덮어놓고 제방을 쌓은 결과 둑이 무너진 것이었다. 총명한 사람은 분노를 발산할 줄 안다. 자신이든 타인이든 분노가 사라지면 모두에게 좋다. 왜냐하면 분노에서 나온 결정은 흔히 잘못되기 때문이다.
풍도의 처세 원칙
풍도의 처세 원칙은 "하늘에 순응하고, 시기에 따르고, 사람을 봐야 한다順天,應時,因人"는 것이었다. 아무리 높은 관리도 황제의 일꾼일 뿐이고,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바꿀 수 없는 일은 절대로 강요하지 않고, 부득이할 때 자신을 희생시킬 수는 있어도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여 죽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람이라야 군주든, 동료든, 아랫사람이든 모두가 안심한다.
집착을 버리고 지나치게 요구하지 않는다
풍도가 벼슬을 하면서 온갖 지혜를 동원해 '넘어지지 않기'를 추구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관리라는 생각에 집착하지 않고 담담히 할 일만을 했다. 풍도의 입장에서 보면 관리나 백성이나 단지 일하는 곳이 다를 뿐 어떤 차이도 없었다. 이러한 담담함이 있었기에 그는 관료사회의 거친 파도 속에서도 항상 침몰하지 않았다. 그와 달리 자신을 관리라고 여긴 자는 오히려 한 사람씩 차례로 가라앉고 더는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아량'의 원칙을 받들다
풍도는 여러 차례 몸을 보전하며 관료 사회에 나갔다가 물러났는데, 줄곧 '아량'의 원칙을 받들었다. 아량은 참는 것이며, 마음의 안정이며, 침착함이다[雅量者,忍也,定也,靜也]. 참으면 스스로 편안하고, 마음이 안정되면 자중하고, 침착하면 주동적이 된다. 이런 원칙을 따라 그는 거만하지도 비굴하지도 않게 기개를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원망은 털어버렸고 이로부터 분풀이와 거리를 둘 수 있었다.
잃을 것도 보아애 한다
"버릴 수 있어야 얻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똑같이 어떤 것을 얻으면 왕왕 무언가를 잃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잃어버린 것은 때로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먼저 얻는 것을 더 원하고 무언가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소홀히 여긴다. 풍도는 줄곧 억지로 돈을 모으려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밥을 굶지는 않았다.
반면 곳곳에서 부정하게 돈을 모은 사람이 종국에 그 돈을 써보지도 못할 운명을 맞이한 것은 이후에 무엇을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지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도는 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지위를 이용해 공짜를 바라지 않았고 명리를 추구하지 않았으며 이미 얻은 이익을 잃어버린 것 때문에 화를 내거나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