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제목을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로 했다고 하자, 아내가 묻는다.
"당신, 진짜로 나와 결혼한 걸 후회해?"
나는 약간 주저하다 대답했다. "응, 가끔…."
아내는 잠시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바로 몸을 내 쪽으로 향하며 이렇게 말했다.

"난, 만족하는데…."
내가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쭈뼛거리는데, 아내의 나지막한 한마디가 내 가슴을 깔끔하고도 깊숙하게 찌른다. “아주, 가끔….” - '프롤로그' 중에서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책의 저자 김정운은 일과 삶의 조화를 중요시 하는 '휴테크' 전도사이며,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의식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문화심리학자로, 문화심리학의 실용적 통합영역으로 여가학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한국 최초로 여가학석사(MLS) 과정인 여가정보학과를 개설한 바 있는 개척자이기도 하다. 

1962년 생으로,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으며, 13년 동안 학위 따기가 어렵다는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처음에는 '비판심리학'을 공부하려고 그곳을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독일 통일을 현지에서 경험하면서 생각이 바뀌어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의식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베를린 자유대학 심리학과에서 문화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의 전임강사로 초빙되어 강의와 더불어 발달심리학, 문화심리학과 관련된 여러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때 문화심리학의 세계적 석학들과 함께 <문화심리학kultur in der Psychologie>이라는 책을 책임집필하기도 했다. 이후 문화심리학의 실용적 통합영역으로 여가학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2000년 귀국해 명지대학교 기록대학과학원에 국내 최초의 여가학석사(MLS) 과정인 여가정보학과를 개설했다.

 

 

 

 

행복과 돈은 상관없다(?)

 

근엄한 사람들은 '행복'과 '돈'은 상관이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일정 수준까지는 이 둘이 매우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다니엘 카네만 교수는 '연봉이 9만 달러 이상인 사람'은 '연봉 2만 달러 미만인 사람'에 비해 두 배 이상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사실을 연구 과정에서 알아냈다. 그러나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이 둘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따라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는 수입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단 그 한도를 넘어서면 돈과 행복은 별 상관이 없다'

 

 

어느 날, 아내가 밥을 해주지 않는다

 

아침이면 행복한 식사를 준비해주던 아내의 머리에 종양이 생겼다. 다행스럽게 뇌종양은 양성이었다. 독일 최고 의사가 꼬박 아홉 시간에 걸쳐 수술을 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후유증도 없었다. 그러나 위험한 뇌를 건드렸기 때문에 한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만 했다. 그래서 풍성한 아침식사가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리투얼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일정한 행동패턴을 의미한다. 외견상 습관과 리투얼은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엔 중요한 심리적 차이가 존재한다. 즉 '습관'에는 '의미부여'라는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쉽게말해서 우리들의 습관이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반복되는 행동패턴을 말하는 것이다.

 

반면 리추얼에는 반복되는 행동패턴과 더불어 일정한 정서적 반응과 의미부여의 과정이 동반된다. '사랑 받는다는 느낌', '가슴 설레는 느낌' 등등. 저자의 아침식사 장면에서는 아내가 따뜻한 빵을 그의 앞에 놓음과 동시에 어깨를 두드리며 맛있게 먹으라고 한다. 이때, 뭔가 가슴 뿌듯한 느낌이 동반되면 그 행동은 '리추얼'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있었음에도 이후 전혀 기억에 없다면, 그것은 단지 습관일 따름이다. 사랑이 식으면 그렇게 된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상사의 잔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오늘 점심은 뭘로 할까 생각하며 딴청 피우는 '회의 리추얼', 폭탄주와 삼겹살로 시작해서 넥타이를 머리에 묶고 탁자에 올라가 노래방 쇼로 마감하는 '회식 리추얼'이 무한반복된다. 지쳐 집에 돌아오면 젊은 얼짱 탤런트가 나오는 연속극에 빠져 있던 아내가 그저 힐끔 돌아볼 뿐이다. 아이들은 제 방에 처박혀 나올 생각도 하지 않는다. 신문을 펼쳐보며 좀 한가하게 있으려면 옆에서 아내는 '아주 간단한 집안문제를 아주 어렵고 복잡하게' 설명한다. 이 또한 매번 반복되는 부부의 리추얼이다. 이 부부의 밤엔 에로틱한 리투얼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남자들, 자신의 행복 챙기기엔 비겁해진다

 

너 나 할 것 없이 술이 들어가면 남자들은 지구를 지킨다. 대통령도 풀지 못하는 산적한 국내의 문제들을 목에 핏대를 세우며 쉽게 해결책을 낸다. 정부의 경제 정책이나 풀이 죽은 주가의 부양 등 어느 전문가보다 자신 있게 진단과 대안을 내놓는다. 어디 이뿐인가? 일본과의 독도 문제나 위안부 협상 등을 포함해 지구온난화와 쓰레기 해양 투척 등 국제적인 문제가지 척척 답안을 제시하며 지구를 지킨다.

 

'나는 일주일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다. 주말에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갑자기 맛있는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 때, 우아한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가 스테이크와 레드와인을 시켜, 혼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어렵다. 허름한 순댓국밥집에 혼자 들어가 배를 채우는 일은 할 수 있어도,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혼자 즐기는 일은 대부분 힘들어한다. 이처럼 지구를 지킬 듯이 용감한 정신이 정작 나 자신의 행복 챙기기엔 왜 이리 비겁해질까?

 

 

재미 없는 상사와 일하면, 죽고 싶다

 

'아니, 왜 내 밑에서 나 같은 놈 하나 없단 말인가.

나 같은 놈 하나만 있다면 세상을 바꿀 텐데…'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한번 생각해보자. 도대체 '나 같은 놈'이 흔한가? 10년 이상의 내 경험과 노하우를 제쳐놓고 젊은 연구원들이 나와 똑같이 일하기를 요구하는 것이 도대체 정상인가? 절대 정상이 아니다. 또라이다. 이런 오류는 자신이 똑똑하다고 여기는 사람들 대부분이 범한다. 이를 바로 '리더십의 위기'라고 하는 것이다. 재미없는 리더를 모시는 일처럼 불행한 일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