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는 그 호수에 돌을 던진 사람의 얼굴이 일그러지게 투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두 개,세개의 돌을 던진 사람의 얼굴이 호면에 비칠 리가 없습니다.

시골여관의 다다미방에서 어린시절의 기억과 함께 엽서를 적고있는 나 자신부터도

평정한 심정일 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대상을 인식한다는 것은

결코 호수가 호숫가의 나무를 비추듯 명경(明鏡)처럼 수동적인 것이 아님은 물론이지만

돌을 받은 호면의 파문역시

우리의 인식을 온당하게 이끌지 않는다는것 또한 사실입니다.

 




 

가 당신에게 정작 이야기 하고 싶은것은 사랑의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아무리 절절한 애정을 담고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대상을 오히려 그르칠수도 있는것이 바로 사랑의 역설입니다.

사랑의 방법은 한가지로 한정하는 것이야말로 사랑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내게 가장 정직한 사랑의 방법을 묻는다면

나는 ‘함께 걸어가는 것’이며 ‘함께 핀 안개꽃’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신영복 <더불어 숲>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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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어느날 술에 취해 제게 말하더군요.

세상에 태어나 그냥,어느날 밤 문득 누군가의손을 붙들고 도망치고 싶어해보지 않은 사람과는

친구 하지 않겠다고.

그 애달픔을 모르는 자와는 인생을 이야기 하지 않겠다고.

눈군가는 인생의 어느 골목에서 그렇게 누군가의 손을잡고 달음질치고,

누군가는 그 길모퉁이에서 그 손을 잃어버리고,

누군가는 끝내 그손을 내밀어 보지도 못하겠지요.

짧은 사랑이라 해도 소중합니다.약속하지 못해도 아름다울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차피 영원에 도달할수 없는 사람들이라서가 아닙니다.

잃어버린것과 깨어져버린 것보다는 그 ‘처음’을 항상 간직하고만 싶습니다.

 



 




 

이를 먹어 좋은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 질수 있으며 조금더 기다릴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그렇습니다.

이젠,사람이 그럴수도 있지,하고 말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오래 걸려도,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되었습니다.

내가 틀릴수도 있다고 문득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학대가 일어날수도 있고,

비겁한 위인과 순결한 배반자가 있다는것도 알게되었습니다.

사랑한다고 꼭 그대를 내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

내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때의 그와 그때의 나를 이제 똑같이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똑같이 말입니다.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때로는 그것이 추억이 될 테지요.

삶은 우리에게 가끔 깨우쳐줍니다.

머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마음이 주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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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바빠야 한다’는 철학을 나는 범속한 철학이라고 보지 않는다.

풍경을 볼때도 바쁘게 보는 풍경이 좋다.

일을 하다가 잠깐 쉬는 동안에 보는 풍경,

그리고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풍경,

다시 말하자면 그것은 일을 하면서 보는 풍경인 동시에 풍경속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아무 일도 안하느니보다는 도둑질이라도 하는게 낫다는 유명한 말이 있지만,

하여간 바쁘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우선 풍경을 뜻있게 보기 위해서만이라도 참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왕이면 나만 바쁜것이 아니라,모두 다 바쁜세상이 되면좋겠다.

나만 바쁘다는 것은 이런 세상에서는 미안한 일이 되고,

어떤 때는 수치스러운 일이 되기까지도 한다.

그러나 모두다 바쁘다는 것은 사랑을 낳는다.

 

김수영 <장마풍경>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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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가 버려진 고양이 들은 사람들 곁으로 절대 오지 않는다는 글을 읽은적이 있었다.

상처받은 만큼 그들은 사람들을 멀리했고 믿지 않았고,

아무리 먹이를 주고 아무리 네게 적대감이 없다는것을 밝히려 해도

그들은 오직 사람을 적대적으로 대할 뿐이라고.

다가가는 이들에게 그들이 하는 일은 상처를 주는 일뿐이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고양이만의 이야기 일까?

 

공지영 <즐거운 나의집>1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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찮아요?라는 말.

무수한 발을 가진 기나긴 슬픔이 우리들의 부정한 궤적위로 지나간다.

이상하리만치 가볍고 나른하고 비현실적으로.

그렇게도 불행한가.괜찮아요,라는 말 한마디가 그토록 따뜻할 만큼.

감정이란 때로는 이상한 것이다.약속할 수도 없고 기대할 수도 없기 때문일까.

연인에게 느끼는 열정이란 그것으로 충분할 뿐 나의 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면 분명하게 알게 된다.

그의 생과는 더욱이 무관해져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헤어지면 우리사이에 일어난 한때의 얽힘은 이 세상 아무도 모를 것이다.

먼 강변에 아무도 모르게 죽은 새 한 마리가 마르고 헤지고 녹아

마침내 모래 속으로 스며들어버리듯이,

덧없이 영원 속으로 익사하는 것이다.

 

 

 

 

나고 보니 나쁜 일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강물과 바람이 모래를 실어 나르듯.

모든 것은 인생이 실어 나르는 모래알 같은 것이다.


말을 해도 어쩔 수 없이 모호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서면 함께 증발되어버리고 말 하나의 느낌에 불과하지만,

최소한 이 순간에는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 것 같다.

굳이 말을 하자면,이런 것이다.

공기 속에 자신을 놓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삶을 신뢰하며 순간의 등을 올라타고 달려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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