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를 즐겨 읽는 사람은

대부분 요절한 시인 기형도를 가슴에 품고 살고 있고

따가운 여름 햇살에는 꼼짝도 안 하던 감성이

볕의 양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유난히 가을을 많이 탄다.

커피는 맛보다는 향으로 즐기려 하기 때문에

설탕이나 크림이 들어간 커피를 그다지 선호하진 않지만

비가 내리는 날이면

부러 사무실 앞의 자판기 커피에서 밀크커피를 뽑아 마시기도 하며

운전을 할 때는 씨디플레이어보다는 라디오를 즐겨듣고

해마다 휴가철이면 산보다는 바다로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한참 유행하는 팝이나 가요보다는 지나간 노래를 좋아하며

지난 청춘의 한 켠

한번쯤은 롤링스톤즈의 노래에 잠 못 이룬 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며칠밤을 새워 써내려간 연애편지를 차마 부치지 못한 기억을 가지고 있고,

무료함에 지친 오후 오래된 책 한 권을 꺼내 읽어갈 때

그들의 책장에선 그 책만큼 오래된 말린 은행잎이 불쑥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커다란 볼륨으로 티브이를 켜놓고도 잠 들 수 있을 만큼 예민하지 않은 신경이지만      

종종 새벽녘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에 뒤척이며 이불을 털며 일어나 지기도 하고

가끔 이유를 내세우지 않고 소리낼 수 있는 눈물을 간직하고 산다.

그들 중 대부분은 비형의 혈액형을 가지고 있지만

주로 에이형의 이성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고

부모는 평범하고 아래위로 형제가 한 두 명쯤은 있으며

대다수가 목요일에 태어난 사람이 많다.

색깔은 보라색이나 푸른색계열을 좋아하는 그들은

고집이 조금은 센 편이며

순발력보다는 지구력이 뛰어나고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남들로부터 재주가 많다는 소리를 자주 듣기도 한다.

혼자 밥을 먹는 것에 대해서는 외롭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아도

맘에 맞지않는 시끌벅적한 술자리에선 곧잘 외로움을 타며

사랑의 술책에는 능숙한 편이지만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는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 하기때문에

언제나 상대에 대해서 민감하고

확신이 들지 않는 한 좀처럼 열정을 표현하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사랑에 대해선 실리를 추구하는 듯한 그들은

또한,그렇기 때문에

세월이 흐르면서 대다수가 사무치는 기억을 함께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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