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라는 말.
무수한 발을 가진 기나긴 슬픔이 우리들의 부정한 궤적위로 지나간다.
이상하리만치 가볍고 나른하고 비현실적으로.
그렇게도 불행한가.괜찮아요,라는 말 한마디가 그토록 따뜻할 만큼.
감정이란 때로는 이상한 것이다.약속할 수도 없고 기대할 수도 없기 때문일까.
연인에게 느끼는 열정이란 그것으로 충분할 뿐 나의 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면 분명하게 알게 된다.
그의 생과는 더욱이 무관해져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헤어지면 우리사이에 일어난 한때의 얽힘은 이 세상 아무도 모를 것이다.
먼 강변에 아무도 모르게 죽은 새 한 마리가 마르고 헤지고 녹아
마침내 모래 속으로 스며들어버리듯이,
덧없이 영원 속으로 익사하는 것이다.

지나고 보니 나쁜 일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강물과 바람이 모래를 실어 나르듯.
모든 것은 인생이 실어 나르는 모래알 같은 것이다.
말을 해도 어쩔 수 없이 모호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서면 함께 증발되어버리고 말 하나의 느낌에 불과하지만,
최소한 이 순간에는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 것 같다.
굳이 말을 하자면,이런 것이다.
공기 속에 자신을 놓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삶을 신뢰하며 순간의 등을 올라타고 달려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