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바빠야 한다’는 철학을 나는 범속한 철학이라고 보지 않는다.

풍경을 볼때도 바쁘게 보는 풍경이 좋다.

일을 하다가 잠깐 쉬는 동안에 보는 풍경,

그리고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풍경,

다시 말하자면 그것은 일을 하면서 보는 풍경인 동시에 풍경속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아무 일도 안하느니보다는 도둑질이라도 하는게 낫다는 유명한 말이 있지만,

하여간 바쁘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우선 풍경을 뜻있게 보기 위해서만이라도 참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왕이면 나만 바쁜것이 아니라,모두 다 바쁜세상이 되면좋겠다.

나만 바쁘다는 것은 이런 세상에서는 미안한 일이 되고,

어떤 때는 수치스러운 일이 되기까지도 한다.

그러나 모두다 바쁘다는 것은 사랑을 낳는다.

 

김수영 <장마풍경>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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