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오브 걸스 - 강렬하고 관능적인, 결국엔 거대한 사랑 이야기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아리(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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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시티 오브 걸스>라는 책은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알게 된 책인데, 평점이 좋고 책 소개를 읽어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별 생각 없이 읽은 책이란다. 지은이는 엘리자베스 길버트라는 분인데 이 분은 이름도 처음 들어보고 이번에 읽은 책이 처음인데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익숙한 제목의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쓰신 분이라고 하는구나. 지은이 이력도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알게 되었지, 그 이전에는 지은이가 누구인지도 몰랐단다. 가끔 별 생각 없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읽게 되는 소설이 있는데 이 소설이 그런 소설이었단다.

시대적 배경은 1940년부터 시작되고, 뉴욕이 주무대란다. 1940년이면 유럽은 2차 세계대전으로 혼란의 시기를 겪던 시절이고, 미국은 아직 전쟁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곧 전쟁에 참여하게 되는 그런 시기였단다. 이 시기 미국에 관련된 책들을 최근에 몇 권 읽었는데 각각 다른 분위기 책들인데, 그 시절을 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기도 했어. 책이 두꺼웠지만, 재미 있어서 책이 금방금방 넘어갔단다. 밀린 독서편지를 따라잡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만 짧게 써보련다.


1.

2010년대 주인공 비비안이 친구의 딸 안젤라에게 자신의 지난 일들을 알려주려고 글을 쓰는 형식이란다. 친구의 딸이라고 해서 어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의 뒷부분에 나오는데 안젤라는 1942년생으로 2010년대면 안젤라도 이미 할머니가 되었겠구나. 안젤라도 지난 비비안의 이야기를 다 이해할 만큼의 나이가 되었겠구나.

….

주인공 비비안은 보수적인 시골에서 살다가 대학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사고치고 성적이 좋지 않았어. 십대 후반의 젊은이들이 다 그렇지 뭐. 그렇게 말썽 피우자 비비안의 부모님은 비비안을 뉴욕에서 극단을 운영하는 고모 페그에게 보냈단다. 당시는 1940년이었고, 비비안은 19살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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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4)

1940년의 뉴욕이란!

그런 뉴욕은 다시 없을 것이다. 그 이전이나 이후의 뉴욕을 폄하할 생각은 물론 없다. 언제라고 뉴욕이 중요하지 않았겠니. 하지만 그때의 뉴욕은 그 도시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바로 그 도시, 오직 내 눈에만 새롭게 창조된 뉴욕은 다시 존재하지 못하겠지. 그 뉴욕은 책 사이에 끼워 말린 나뭇잎 책갈피처럼, 나만의 완벽한 뉴욕으로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 있단다. 너에게 너만의 완벽한 뉴욕이 있겠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때의 뉴욕은 언제나 나만의 뉴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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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그 고모가 운영하는 극단의 이름은 릴리 플레이하우스라는 극단인데, 최근에는 경영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어. 극단의 경영 등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는 이는 페그 고모의 친구인 올리브라는 분이었어. 올리브는 엄격하면서도 꼼꼼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극단이 쓰러지지 않게 잘 운영해 나가고 있단다. 비비안은 할머니로부터 어렸을 때 배운 바느질 솜씨가 좋아서 극단에서 공연 의상을 만드는 일을 도왔단다. 비비안은 셀리아 레이라는 쇼걸과 함께 방을 썼는데, 셀리아와 친해진 이후 둘은 뉴욕 시내를 돌아다니며 젊음으로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욕구를 누렸단다. , 사랑, 그 어떤 것도 그들의 젊음을 막을 수 없었어.

1940,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혼동의 시절이었어. 영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배우 부부인 에드나 파커 왓슨과 아서 왓슨도 전쟁을 피해갈 수 없었단다. 적의 폭격으로 그들의 집이 불타 버렸어. 배우의 활동도 할 수 없고 말이야. 에드나의 친구였던 페그 고모는 왓슨 부부를 뉴욕에 초대했단다. 에드나와 아서는 뉴욕에 와서 고모의 극단에서 지내게 되었어. 에드나는 우연히 알게 된 비비안의 바느질 솜씨에 놀라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지게 되었단다.

에드나가 뉴욕에서 연극을 준비하게 되는데 의상은 비비안이 도맡아서 하게 되었어. 거물급 배우가 뉴욕에 왔으니 페그 고모에게도 찬스였어. 그래서 페그는 <시티 오브 걸스>라는 극(뮤지컬)을 준비하기로 했어. 멀리 서부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 빌리에게도 도움을 청했단다. 페그와 빌리는 부부이긴 했지만,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였단다. 빌리는 잘나가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이었어. 에드나가 주인공으로 하는 대본을 며칠 만에 써냈어. 오랜만에 극단 릴리 플레이하우스는 활기가 돌았단다.


2.

극단 릴리 플레이하우스는 <시티 오브 걸스> 준비로 정신이 없었어. 페그 고모아 빌리 삼촌은 부족한 배우들을 공개 오디션으로 뽑았단다. 비비안의 룸메이트 셀리나도 비중 있는 역할을 맡게 되었고, 비비안은 무대 의상을 맡았단다. 뉴욕에 있는 중고시장에서 옷을 구해서 멋지게 리폼을 했단다. 새로 캐스팅된 배우 중에 안소니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비비안은 안소니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있던 시기에 주연배우와 스탭의 사랑이라서 그들의 사이를 비밀로 하려고 했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숨긴다고 숨겨지는 거겠니.

드디어 첫 공연….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단다. 대중들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호평이 이어졌어. 특히 주인공을 맡은 에드나에 대해서는 극찬이 이어지면서 세계적인 대스타 반열에 올랐어. 비비안은 의상도 좋았다는 평가에 기뻐했단다.

그렇게 극이 성공을 거둔 얼마 후 비비안의 오빠인 월터가 프린스턴 대학교를 중퇴하고 해군 입대를 준비한다면서 뉴욕에 잠시 들렀어. 페그 고모와 비비안에게 인사를 나누려고 온 것이었는데, 비비안이 안소니와 사귀는 것을 알고 심하게 반대를 했단다. 안소니는 월터에게 잘 보이려고 하다가 오히려 갈등만 심해졌단다.

<시티 오브 걸스>의 성공으로 주연배우의 자격으로 에드나와 안소니가 자선행사에 초대되었는데, 에드나의 남편 아서가 심한 질투로 소동을 벌이기도 했단다. 에드나의 남편 아서에 대해서 이야기를 안했는데, 아서는 얼굴 하나만으로 배우가 된 사람으로 성품도 안 좋고, 연기도 못하고 그랬단다. 아서가 그렇게 질투를 했지만 사실 아서는 셀리나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단다. 더 나쁜 놈이구나.

에드나와 안소니가 자선행사에 간 그 날, 셀리나가 비비안에게 만나자고 해서 나갔는데 그곳에 아서도 같이 있었어. 이제서야 비비안은 셀리나와 아서 사이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런데 그날 술도 먹고 그러다 보니 더블 데이트를 하게 되었단다. 그 장면이 사진에 찍히고 말았어. 밤 늦게 극단에 돌아오니, 극단은 초상집 분위기였어. 비비안, 셀리나, 아서가 셋이 껴안고 더블데이트를 찍은 사진이 비비안보다 극단에 먼저 도착해 있었어. 다음날 기사로 나갈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다들 고민에 빠져 있었어.

페그 고모는 비비안의 이름만은 기사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했어. 이 걱정에 술을 많이 먹어서인지 취해 있었어. 에드나는 비비안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방에서 나오지도 않았어. 이런 사고를 해결하는 것은 늘 그렇듯 올리브였단다. 올리브는 비비안을 데리고 사진을 찍은 기자를 만나러 갔단다. 간신히 비비안의 이름을 넣지 않게 했단다. 사진까지 막을 방법은 없었어. 오랜만에 잘 나가는 극단의 치명타였던 스캔들이었지만, 에드나의 훌륭한 연기로 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단다. 셀리나는 해고되었고, 비비안도 안소니에게 버림 받고 극단에서도 더 이상 있을 수 없어서 집으로 오게 되었단다. 에드나가 비비안에게 크게 실망하고 질책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거든.


3.

집에 머물면서 아버지 회사의 일을 도와주었어. 짐 라슨이라는 아버지 회사의 직원과 사귀어 결혼도 할 뻔했는데, 비비안이 처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멀리한 짐은, 전쟁에 참전한다는 핑계로 파혼하자고 했단다. 어느날 페그 고모가 비비안의 집에 와서 비비안의 아버지에게, 그러니까 자신의 오빠한테 비비안을 다시 뉴욕에 보내달라고 했어. 자신의 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이야.

다시 돌아온 뉴욕은 많이 바뀌어 있었단다. 전쟁 때문에 페그 고모는 해군 상대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 일을 비비안도 도와주었어. 그러다가 1945 3월 일본의 가미카제 공격으로 인해 비비안의 오빠 월터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단다. 비비안을 비롯한 모든 식구들은 깊은 슬픔에 빠졌어. 1945 3월이면 전쟁이 끝나기 몇 달 전인데, 몇 달만 더 버티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1950년 뉴욕은 도시 계획에 따라서 릴리 플레이하우스는 철거되고 말았단다. 페그 고모는 고등학교에서 연극반을 가르치게 되었고, 올리브는 그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비서 일을 하게 되었어. 비비안은 예전부터 알고 지낸 중고 옷가게를 하는 마조리와 함께 부티크 사업을 했단다. 수제 웨딩드레스 사업을 시작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어느 정도 사업이 잘 되었단다. 비비안 마조리는 모두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어느날 마조리가 임신을 했단다. 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고 비비안에게 함께 키우자고 했어. 아들 네이슨을 낳고 이제는 세 식구가 되었단다.

….

1960년대에 우연히 월터 오빠의 군대 후임이었던 프랭크를 만났단다. 이 프랭크가 바로 안젤라의 아버지란다. 안젤라가 누구냐고? 이 독서편지의 맨 앞부분에 보면 안젤라가 나온단다. 비비안이 지난 일을 안젤라에게 알려주려고 지난일을 글로 쓰고 있다고 했었지. 안젤라는 1942년에 태어났는데, 프랭크는 그 이후에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단다. 월터가 죽은 일본의 가미카제의 공격에서 프랭크는 다행히 살아났지만, 온 몸의 60퍼센트를 화상을 입었단다. 그 일로 인해 극심한 트라우마로 앉지도 못하고, 누군가 자신을 만지는 것도 극도로 싫어했단다. 정상적인 일상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

그런 시점에 비비안과 알게 되었어. 프랭크는 힘들 때마다 비비안에게 전화를 했고, 비비안은 따뜻하게 대화를 나누었단다. 그렇게 둘은 사랑하게 되었어. 비록 만질 수 없지만 말이야. 육체적 쾌락을 즐겼던 비비안에게는 어쩌면 그런 육체적 쾌락 없이도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깨닫지 않았을까 싶구나. 1971, 프랭크는 자신의 딸, 그러니까 안젤라가 결혼한다고 비비안에게 웨딩드레스를 부탁했단다. 그렇게 비비안은 처음으로 안젤라를 만나게 되었어. , 그 이후에 또 만날 일은 없었지. 그리고 1977년 안젤라로부터 프랭크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었단다. 돌이켜 보면 키스 한번 안하고 포옹 한번 안 해던 프랭크인데, 비비안은 프랭크가 진정한 사랑이었다고 생각했단다.

….

비비안의 이 글을 통해 안젤라도 다시 한번 아버지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구나. 이미 안젤라도 산전수전 다 겪은 분이니 비비안의 글로 인해 삶이 바뀌거나 큰 가르침을 얻고 그러지는 않겠지만,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생각 드는구나. 그것은 비단 안젤라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그러지 않았을까 싶구나. 아빠도 포함해서 말이야. 짧게 쓴다고 했는데, 이야기 하다 보니 길어졌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며칠 전, 그의 딸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책의 끝 문장: 비비안 모리스.


"네가 너에 대해 모르는 게 하나 있어. 비비안. 너는 절대 흥미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그래, 물론 예쁘긴 하지. 하지만 그건 오직 젊기 때문이란다. 아름다움은 곧 사라져. 하지만 넌 결코 흥미로운 사람이 될 수 없어. 내가 이 말을 해주는 이유는, 네가 스스로 흥미로운 사람이라고 착각하면서, 네 삶도 중요하다고 착각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넌 전혀 흥미롭지도 않고, 네 삶도 전혀 중요하지 않아. 한때는 나도 네가 흥미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틀렸어. 네 고모 페그가 바로 흥미로운 사람이야. 올리브 톰슨도 흥미로운 사람이고, 나 역시 마찬가지야. 하지만 넌 전혀 흥미롭지 않아. 무슨 말인지 알겠니?" - P358

"아무나 쉽게 어른이 되지 못해." 올리브는 페그의 말을 못 들은 것처럼 다시 입을 열었다. "어렸을 때 아빠가 해주신 말씀이지. 어른의 세상은 어린이의 세상과 다르다고. 너도 알다시피 아이들은 고통을 견딜 필요가 없지. 그런 기대를 받지도 않고. 너무 어려운 일이니까. 하지만 어른이 되려면 어른의 자리에 서야 해. 당연히 그런 기대도 받게 되고. 자기만의 원칙과 신념도 지켜야 하고. 희생도 필요하단다. 사람들은 널 판단하겠지. 실수를 하면 해결해야 하고. 어름이 되지 못한 사람보다 충동을 자제하고 더 고상한 입장을 취해야 할 때가 있을 거야. 물론 많이 아프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른의 자리가 힘든 거란다. 이해하겠니?" - P498

나에 대해 이렇게 솔직하게 털어놓아본 적은 없었다. 내 경험을 말로 표현해본 것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 같았다. 내가 말한 어둠이 ‘죄’나 사악함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내 마음속 깊고 깊은 곳에 세상의 빛이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이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오직 섹스만 그곳에 가닿을 수 있었다. 태곳적부터 내 안에 존재하는 곳, 문명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곳, 말이 가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우정으로도 불가능했다. 창의적 노력으로도, 경외와 기쁨으로도 건드릴 수 없는 곳이었다. 내 안의 그 어둠은 오직 섹스를 통해서만 가닿을 수 있었다. 남자들이 그 어둡고 은밀한 공간에 도달하면 나는 마침내 나라는 인간의 기원에 내려섰다고 느꼈다. - P529

"잘 들어요, 프랭크 그레코. 당신이 겁쟁이라면 그래요, 당신 말대로 그렇다고 쳐요. 그래도 그건 아무 의미도 없어요. 내 고모 페그는 알코올 중독이에요. 고모는 술을 절제하지 못해요. 그래서 인생이 엉망진창 꼬였죠. 그게 무슨 뜻일까요? 아무 뜻도 없어요. 그렇다고 고모가 나쁜 사람일까요? 술을 조절하지 못한다고 실패한 사람일까요? 당연히 아니에요. 고모는 그저 그런 사람인 거예요. 어쩌다 알코올 중독이 된 것뿐이에요, 프랭크. 누구나 그런 일을 겪을 수 있어요. 그래도 우리는 우리예요. 그 사실을 바꿀 수 있는 건 없어요. 빌리 삼촌은 약속을 밥 먹듯 어기고, 여자에게 충실하지 못해요. 그것 역시 아무 의미 없는 일이에요. 빌리는 멋진 사람이면서 믿을 수 없는 사람이에요. 삼촌은 그저 그런 사람인 거예요. 그뿐이지 아무 뜻도 없어요. 그래도 우린 그를 사랑해요." - P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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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생전·운영전·최척전·상사동기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31
정환국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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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 달 전에 읽은 <월간 김어준 part I>에서, 그 책에서 우리나라 고전 <최척전>을 소개해주었는데, 너무 재미있을 것 같더구나. 그래서 그때 너희들한테도 <최척전>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잖아. 아빠는 <최척전>의 전문을 읽고 싶어서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고, 책 하나를 구입했단다.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한국 고전 문학 전집 시리즈였어. 이 책에는 최척전 뿐만 아니라, 주생전, 운영전, 상사동기 이렇게 4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단다. <월간 김어준 part I>라는 책에서 <최척전>을 소개해주었을 때는 분량이 꽤 많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그리 길지는 않더구나. 352페이지 안에 작품 4개가 한문 원문 전문과 한글 번역본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이 네 작품 중에 <운영전> <상사동기>라는 작품은 예전에 다른 출판사 책으로 읽은 적이 있단다. 다른 출판사에서는 <상사동기> <영영전>이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었어. 처음에는 다른 작품인 줄 알고 읽었는데, 읽다 보니 익숙한 줄거리 때문에 찾아보니 <영영전>과 같은 작품이더구나.

이 책에 실린 네 편 모두 재미있었단다. 이 책의 한가지 아쉬움 점이 있다면, 주석의 위치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품의 한문 원문보다 한글 번역본을 볼 것 같은데, 주석은 한문 원문이 있는 곳에 있었단다. 그래서 낯선 단어나 인물이 나오면 혹시 주석이 있나 한문원본의 페이지를 찾아가서 읽어봐야 했단다. 정말 번거로운 일이었단다. 머리말에서는 많은 주석을 정성스럽게 달아놓았다고 했지만, 주석 찾아 읽기가 이렇게 힘드니…. 아빠는 거의 읽지 않았단다. 정말 궁금한 것만 찾아서 보았단다.


1.

먼저 <주생전>이라는 작품을 이야기해줄게. 주생은 명나라 사람이 있어. 배도라는 기녀와 사랑에 빠졌지. 배도가 기녀다 보니, 부잣집 잔치에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 주생은 배도를 만나지 못해 애가 닳았단다. 배도가 어느날 노승상 부인의 잔치에 갔는데, 주생은 배도가 보고 싶어서 몰래 뒤 따라 갔다가 또 다른 여인 선화에게 푹 빠지고 만단다. 완전 바람둥이로구나.

그 날 이후 주생의 머릿속에는 선화로 가득했어. 그런데 며칠 후 선화의 동생 국영의 개인 공부 부탁을 받게 되는 주생. 이름이 국영이라공부를 잘 할 것은 이름이구나. 국영수였으면 더 잘했을 텐데. 아무튼 주생의 입장에서는 이 찬스를 놓칠 수 없지처음에는 국영이 주생의 집에 와서 배웠는데, 주생이 직접 집으로 가겠다고 해서 선화의 집에서 선화의 동생을 가르치게 되었단다.

선화를 만날 타이밍을 보던 주생, 우연을 가장하여 선화와 말을 섞게 되고, 이후 둘은 사랑에 빠졌단다. 선수구나. 한편, 배도는 주생이 고무신 갈아탄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것 때문인지 얼마 후에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단다.

그런데 얼마 후에 주생은 선화와 잠시 헤어질 수밖에 없었어. 그들이 공식적으로 사귀는 것이 아니고 몰래 사귀는 것이니 대놓고 찾아갈 수도 없고그런데 어느날 주생에서 선자리가 들어왔는데 바로 선화였단다. 이제 정식으로 만날 수 있고, 그것도 평생 함께 할 수 있게 된 거야. 그런데…. 조선에서 전쟁(임진왜란)이 일어나서 명나라에 원군을 요청을 했어. 이때 주생도 그만 전쟁에 끌려가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결혼 날짜만 잡아놓고 말이야. .. 아무래도 첫사랑 기녀를 내친 것에 대한 죄값이 아닐지

그렇게 주생은 조선에 오게 되었단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났단다. 주생은 과연 다시 명나라로 돌아갔을까. 고전 소설 치고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끝난 것이 소설을 쓰다가 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2.

다음 작품은 <운영전>인데, 아빠가 예전에 읽고 쓴 줄거리가 있으니 오늘은 생략하련다. 이해바람~

짧게 이야기하면 김진사와 운영이 신선이었는데, 하늘에서 잘못을 해서 인간세계로 귀양 왔다가 유영이라는 사람을 만나 자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전해주는 작품이란다. 읽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내용이 생각나더구나.

그리고 다음 작품은 <최척전> 최척은 남원 사람이란다. 옥영이라는 이가 최척을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져 쪽지를 먼저 보내는 등 적극적이었단다. 조선의 여성의 이미지와 좀 거리가 있지만, 조선 시대에도 당당하게 사랑을 표현한 여성이 있었다는 것이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어. 둘은 그렇게 사랑에 빠졌단다. 최척이 아버지에게 옥영과 혼사를 부탁했고, 결국 혼인을 약속했단다.

그런데 시국이 흉흉했어. 왜놈들이 쳐들어왔거든. 그래,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였어. 변사정이라는 사람이 의병을 일으켰는데, 그는 최척을 데리고 갔단다. 최척은 그 전부터 소문난 활의 명수였거든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앞두고 전쟁터에 끌려갔으니 어떻겠니. 최척이 전쟁에 가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옥영의 부모는 부잣집에 결혼 시키려고 했어. 마음에 드는 사람한테 쪽지까지 보내는 여자에게 강제 결혼을 시키려고 하다니

옥영이 순순히 따라가겠니? 자실 시도를 했어.. 이에 옥영의 부모는 마음을 접었단다. 전쟁터에서 상사병에 걸린 최척은 시름시름 앓기만 해서, 결국 귀가 조치 당했단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최척과 옥영은 결혼을 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지. 아들 몽석도 낳았어.

그런데 정유년 왜가 다시 쳐들어왔단다. (역사에서는 정유재란이라고 하지) 그들이 살고 있는 남원도 침략을 받아서 지리산 속 연곡이라는 곳으로 피신했단다. 최척이 음식을 구라고 간 사이, 일본군이 연곡까지 쳐들어와 많은 사람들이 죽고 사라졌어. 최척이 왔을 때는 옥영과 아들 몽석도 사라졌어. 다행히 몽석은 할아버지가 찾았는데, 옥영은 보이지 않았어. 최척은 옥영을 찾으러 다니다가 명나라 장수 여유문을 만나게 되었어. 여유문은 활을 잘 쏘는 최척을 신임하게 되었고, 전쟁이 끝난 뒤에 최척은 여유문을 따라 명나라에 갔단다. 혹시 옥영이 그곳에 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명나라에서 정착한 최적. 옥영과 헤어진 지도 꽤 되었는데 계속 혼자 지냈어. 혼사 자리가 있었는데도 다 거절했어. 여유문이 죽고 최척은 학천이라는 상인을 만나 함께 장사를 했단다. 학천은 장사를 위해 멀리 안남(오늘날 베트남)까기 갔어. 그런데 그곳에서 정말 우연히 아내 옥영을 만났단다. 햇수를 헤아려 보니 4년만이었단다. 어떻게 그 먼 곳에서 옥영을 만날 수 있었을까.

옥영은 연곡에서 일본군 돈우에게 잡혀가 일본을 끌려갔단다. 옥영을 끌고 갔지만 돈우는 심성이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었어. 옥영은 일본 나고야에서 남장을 하면서 지냈단다. 돈우도 옥영이 사정이 있는 것 같아서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고 지냈단다.  그거 집안일과 심부름과 고기 잡은 일을 돕게 했어. 돈우는 원래 고기 잡는 어부였는데 전쟁에 끌려갔던 거야. 어느날은 고기를 잡으러 멀리 언남까지 오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옥영은 남편이 즐겨 부르던 퉁소소리를 들을 줄 꿈에도 몰랐겠지.

그렇게 4년만에 만난 최척과 옥영. 둘의 사연을 들은 주변 사람들이 축하를 해주었어. 돈우도 옥영을 풀어주기로 했단다. 그래서 최척과 옥영은 명나라로 돌아가서 같이 살게 되었단다. 그리고 아들 몽선도 낳았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말이 쉽지 조선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았어. 세월은 예전에도 빨리 흘러갔나보나. 몽선이 어느덧 장성해서 결혼할 나이가 되었어. 이웃에 살고 있던 중국 처녀 홍도와 결혼했단다.

그런데 청나라 누르하치가 명나라를 공격하게 되었고, 최척도 징병 당해 명나라 군인으로 전쟁에 참가하게 되었단다. 그랬다가 청나라에 포로가 되었어. 감옥에서 최척은 같이 포로로 있던 조선 청년을 만나는데둘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이런, 그 조선 청년이 바로….. 최척의 첫째 아들 몽석이었단다. 둘은 얼싸안고 울고불고 난리났지. 둘은 풀려나서, 함께 남원으로 돌아왔단다.

얼마 만에 돌아온 고향인지부모님도 아직 살아계셨어. 그런데 놀랄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단다. 고향집 이웃에 진위경이란 사람이 있었어. 진위경은 원래 명나라 사람인데 임진왜란 때 조선에 원군 왔다가 조선에 정착한 사람이었어. 그런데 그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바로…. 최척의 며느리 홍도의 아버지였던 거야. 그러니까 사돈인 거지

해피엔딩의 끝에 거의 다 왔단다. 중국에 있던 옥영은 명나라가 대패했지만, 조선군은 풀어주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쩌면 최척이 조선이 돌아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옥영도 조선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했단다. 아들 몽선, 며느리 홍도와 함께 그들은 먼 길을 떠났단다. 배를 타고 무작정 조선으로 향했는데 이 또한 순항은 아니고, 해적을 만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조선 땅에 도착했단다. 그리고 남원으로 가서 남편 최척을 만나면서 해피 엔딩. 아참, 돌아가신 줄만 알았던 아버지를 만난 홍도도 해피 엔딩….

<월간 김어준 part 1>에서 <최척전>을 소개해주면서 조선판 <전쟁과 평화>라고 했는데, 정말 스케일이 엄청나구나.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이 다 나오고주인공들은 중국, 일본, 베트남까지 오가고우연적인 요소가 많긴 하지만, 그 우연이 재미를 더해 준 것 같았단다. 우리나라 고전 소설도 재미있는 소설이 많구나. 더 찾아 읽어봐야겠구나.

….

그런데 Jiny가 다니는 국어 학원에서 지난 달에 읽어야 하는 책 중에 <최척전>이라는 책이 포함되어 있었잖아. 아빠는 몇 달 전에 제목조차 처음 들어 본 작품인데, 너희들은 꼭 읽어야 하는 책으로 선정된 것을 보니, 꽤나 유명한 책인가 보구나. Jiny도 재미있게 읽었니?

….

마지막 <상사동기>란 작품은 아빠가 이미 오래 전에 읽었다고 했잖아. 찾아보니 2006년에 읽었구나.  당시 쓴 리뷰를 쓴 것이 있으니 오늘은 생략하마. 당시 쓴 리뷰를 다시 찾아서 읽어보았는데, 음 쑥스럽구나.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고…. 17년 전이라니

,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주생의 이름은 회다.

책의 끝 문장: , 애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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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우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구는 그 많은 행성들 중 어쩌다 생긴 하나에 불과했고, 그중에서도 아주 작은 행성이었으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고 해도 별 상관 없는 행성이었다. 그리고 인간은 그 안에서 존재의 이유조차 알 수 없도록 우연히 생긴 생명체였다. 사랑과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만든 것은 인간이다. 이 땅을 외롭게 만든 것은 오롯이 인간의 짓이라는 걸 상기할 때마다 나는 그저 이 행성을 떠나야만 그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35-36)

그리고 어느 곳이든 네가 나아가는 곳이 길이고, 길은 늘 외롭단다. 적당히 외로움을 길 밖으로 내던지며 나아가야 한다. 외로움이 적재되면 도로도 쉽게 무너지니까. 알겠니?

나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 아버지에게 카림한테서 들었던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설령 보지 않은 것을 보았다고 거짓말했더라도, 내 출발지가 그곳이었음은 변하지 않으니까. 나는 아버지에게 보지 않은 것은 쓸 수 없다고 말했지만 결국 보지 않은 우주를 꿈꿨다. 나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해 가고 있고, 긴 주행을 마친 아버지는 현재만이 존재하는 세계에 정착했다.


(93)

엄마는 원장과 눈을 마주 보고 또랑또랑하게 말했다. 엄마가 자주 하는 우기기의 비법인데, 말이 안 되는 주장을 펼칠 때일수록 당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는 네모난데 왜 동그랗다고 하는 거예요? 라는 말을 내뱉은 학자처럼 말이다. 원장은 그럴 수도 있나? 하다가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고 엄마의 계략에 넘어갔다. 세상이 이렇게 얼렁뚱땅 생겼다는 걸 엄마를 통해 배웠다. 세상은 치밀해 보이지만 사실 대체로 엉성하고 얼렁뚱땅 넘어간다는 것을.


(153)

이 사랑은 어떤 물질로 이루어진 사랑일까. 나를 꽉 끌어안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이 미적지근한 온도의 사랑은. 엄마가 내게 마지막으로 알려준 것은 온도였다. 이 온도를 기억하고 있다가, 이런 온도의 존재를 만나야 한다고.


(235)

내가 가족들을 가능 늦게 만났잖아. 늦게 태어났으니까. 그 단단한 결속력, 나는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에 쌓았을 추억. 그런 걸 감내하고 버텨야 하는 자리라고, 막내가. 그런 의미로 애교란 살아남기 위한 생존수단인 셈이지. 나는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라는 어필. 마치 강아지나 고양이가 주인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애교를 부리듯이. 언니는 그럴 필요가 없었겠지. 언니가 태어났을 때는 언니 혼자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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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연대기 - 세상을 바꾼 작고도 거대한 화학의 역사 EBS CLASS ⓔ
장홍제 지음 / EBS BOOKS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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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책은 <화학 연대기>라는 책이란다. 아빠는 학창 시절에 과학이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로 나누어서 배웠단다. 그 중에 아빠가 가장 취약하면서도 흥미가 없던 과목이 화학이었단다. 이유는 딱히 모르겠지만, 외워야 할 것도 많고 예외적인 내용도 많았던 기억이 있어. 어른이 되어 과학에 대한 책 읽기를 좋아하면서, 그러니까 화학에 대한 접근법이 달라지면서 화학이라는 분야도 그리 재미없지는 않더구나. 특히 아빠가 관심 있어 하는 양자역학은 작은 입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니, 물리학과 화학의 경계도 애매한 부분도 있고 말이야.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화학 연대기>라는 책을 알게 되었어. EBS에서 기획한 책이더구나. EBS에서 기획한 책들은 보통 읽기 편해서 어려운 주제도 도전해보게 되더구나. 그래서 이 책을 덥석 읽게 되었단다. 화학 연대기... 제목을 독자들에게 호기심 끌기 위해서 연대기라는 단어를 사용했나 싶었는데, 책의 구성도 우주의 탄생부터 오늘날까지의 시간 속에서 화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과 화학의 발전해가는 모습을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아빠가 내용을 잘 전달해줄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아니더라도 아빠가 새로 알게 된 부분이나 인상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이야기해줄게. 아참, 한가지 읽으면서 애 먹은 것은 원소 이름이나 화학식 용어가 최근에 바뀐 것으로 적혀 있어서 읽기 좀 불편했단다. 아빠는 아직 나트륨, 망간 등이 편해... 염화소듐이라고 해서 잠깐 멈추기도 했단다.


1.

우주의 시작 빅뱅이 있고 나서 미립자가 생겨났을 거야. 그리고 원자 개수가 적은 수소와 헬륨이 폭발적으로 생겨나고... 지금도 이 우주에는 수소가 무려 90%나 차지한다고 하는구나. 그 다음이 헬륨이고... 지구에서 이 두 원소들이 비중이 적고 별 영향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너무 가벼워서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우주에 더 다니기 때문이래. 우주의 빅뱅이 일어났을 때 최초 우주의 온도는 모두 1억도나 되었다고 하는데, 점점 식어서 지금은 몇 도인지 아니? -270.42도라고 하는구나. 0도 이하로만 내려가도 엄청 추운데 –270.42도라니.. 우주는 엄청난 얼음덩어리로구나. 더 내려가서 절대온도 0(-273)까지 내려가면 어떻게 되는 거지?

...

45억 년 전에 지구가 생기면서, 지구도 계속해서 화학 반응이 일어났단다. 우리야 알 수 없지만 지구상에 있는 물질들은 계속 오랫동안 화학반응이 일어났고, 우연한 화학반응을 통해 생명체까지 생겨나게 되었을 거야. 생명체라는 것은 탄소를 포함한 유기물인 거지. 무기물에서 어떻게 유기물로 바뀌게 되는 것도 설명해준 것 같은데, 책 덮은 지 좀 되고 나니 기억이 잘 안 나는구나.

...

인류가 출현하면서 석기시대를 지나 청동기 시대에 오게 되는데, 청동기라는 것은 합금이라는 화학원리를 이용하게 된 것이란다. 그들이 우연히 방법을 알게 되었을 수도 있지만... 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 사이에 약 1000년 동안 합금이 아닌 구리로만 사용한 시기가 있다고 하는구나. 구리가 청동보다 약해서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래도 1000년이면 짧지 않은 시기인데, 따로 동기 시대로 불러줘도 될 듯 싶구나.

청동기 시대에 이어 철기 시대가 되었는데, 초기에는 구리처럼 철로만 된 도구를 쓰던 시절이 있었대. 그런데 금방 부러지고 해서 효율성이 없었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구리처럼 철도 합금을 쓰기 시작해서 대박을 쳤다고 하더구나. 진정한 철기 시대는 철합금으로 쓴 시기라고 하면서, 지은이는 정확한 용어는 철기 시대가 아니고 철합금을 의미하는 철광 시대라고 이야기하시더구나.

그러면서 질문을 하나 던졌어. 오늘날은 어떤 시대냐면서 말이야... 아빠는 그 질문에 플라스틱 시대로 생각을 했어. 지은이도 플라스틱 시대가 수긍이 간다고 했지만, 그보다 우리 세상에 없으면 안 되는 반도체에 초점을 두었단다. 하기야 반도체가 없다면 아마 농경사회가 될 거야. 그런데 그 반도체의 주요 자료가 실리콘, 규소이고 그 규소는 모래에서 나오니 결국 돌에서 만들어낸다고 하면서 현재는 제 2의 석기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씀하시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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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이런 관점에서 현대 사회를2의 석기 시대라고 부르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 삶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반도체다. 전자 기기를 기반으로 사회 전체 시스템과 고성능 정치들이 운영되고 있고 즉각적으로 효율적인 정보 교환과 습득도 이루어지는 만큼, 그것에 관여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지금 당장 반도체 기반의 모든 전자 기기가 사라진다면 인류는 농경 생활이나 목축 생활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집을 지어 생활하는 것 외에는 현대 삶의 이기와 관련 있는 차별화된 모든 체재를 잃고 철기 시대와 다를 바 없이 생활해야 할 수도 있다. 이 반도체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규소이며, 규소는 모래로부터 얻는다. 그래서 지금을 제2의 석기 시대라고 하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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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대 철학자들은 이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 그 중에 너희들도 알고 잘 알고 있는 데모크리토스가 원자설을 시작을 알렸고, 이후 화학은 계속 발전하게 되었단다. 화학이 특히 발견하게 된 계기는 연금술의 발달이었단다. 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연금술사들이 연구와 실험을 하게 되었고, 이 실험을 통해서 많은 화학 발전을 이루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이 연금술은 계속 여러 곳에서 진행되었다고 하니, 인류를 종은 반짝이는 금을 대부분 좋아했는가 보구나. 연금술이 발달하지 않은 곳은 기후가 안 좋거나 이미 금이 풍부해서 굳이 연금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들이라고 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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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일반적으로 연금술이 발생하는 데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했다. 바로 기후와 금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신화와 토속신앙이 성행한 핀란드나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지역에서는 연금술이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나중에 유입되는 방식으로 전해졌다. 북유럽 지역은 혹독한 추위와 가혹한 기후 탓에 식재료 확보가 언제나 우선순위였으며, 그만큼 사색과 연구에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철학이 성행한 고대 그리스의 연금술이 발달한 이집트의 경우 노예가 노동 인력을 대체하고 작업에도 숙달되어 시민들이 여가 시간을 충분히 누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유럽 지역에서 연금술이 발달하지 않은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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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유명한 황제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꿈꾼 대표적인 사람이란다. 오래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고 무엇이든 먹은 사람인데, 당시 수은 중독의 위험성을 모르고, 그것이 영생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몸에 바르고 먹고 했다고 내용은 유명한 내용인데 이 책에 또 소개해 주었단다. 너희들은 아직 이 이야기를 모를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 내용을 일부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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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진시황은 수은으로 된 연못을 만들어 놓았고, 수은을 먹거나 몸에 바르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은을 몸에 바르면 피부에 일부 흡수되는데, 이것이 근육을 경직시켜 모세혈관의 혈류를 저해한다. 그러면 낯빛이 창백해지고 피부 주름이 부분적으로 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중금속의 체내 축적 원리를 알지 못한 채 단순히 현상만 본다면 변색되고 주름진 피부가 밝고 탄력 있게 바뀌는 느낌이 든다. 서양에서도 납과 수은이 함유된 화장품이 피부 미백에 흔히 사용되었으며,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처럼 납과 수은에 중독되어 여러 부작용을 겪은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진시황 또한 이런 단편적 변화에 만족해 수은에 중독되고 만 것이다. 진시황릉 주변 토양에서 높은 수치의 수은이 검출된 것도 수은에 대한 진시황의 병적인 집착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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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세기 유럽을 덮친 흑사병과 백년 전쟁, 종교적인 문제로 서양은 암흑기에 들어갔는데, 화학 분야도 마찬가지였단다. 연금술도 비난의 대상이 되어 숨어서 연구하고 그랬대. 그러다가 중세를 지나서 베이컨, 데카르트가 등장한 이후 유명한 과학자들이 출현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베이컨과 데카르트는 철학자인데 화학에 무슨 영향을 주었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화학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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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187)

과학혁명을 이끈 인물로는 프랑스 근대 철학자이자 수학자이며 과학자 르네 데카르트(1596~1650)와 영국 근대 철학자이자 정치인 프랜시스 베이컨이 대표적이다. 베이컨은 화학을 직접 연구하지는 않았지만 경험주의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근대 교육과 학습체계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저서 <노붐 오르가눔>(1620)에서 과학이 다른 분야들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그리고 과학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근본 원리를 찾아내는 방법은 무엇인지 서술했다. 책 제목노붐 오르가눔은 아리스토켈레스의 오르가논의 다음으로 넘어가고자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험과 분석을 도구 삼아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새로운 토대를 마련한 베이컨이 남긴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격언은 그의 사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베이컨이 강조한 과학적 방법론과 실험 철학에 대한 그의 기여는 18세기까지 계속해서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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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절 화학자 중에 얀 밥티스타 판 헬몬트라는 외우기 어려운 이름의 소유자가 있었는데, 그는 기체를 연구하면서 처음으로 gas라는 단어를 만들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기체를 gas라고 한 이유가 기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것이라고 생각되어 혼돈이라는 뜻의 chaos에서 따왔다고 하더구나. 그렇구나.

 

3.

OO의 아버지를 말들을 즐겨 만들어 쓰잖니,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음악의 아버지인데, 그 밖에 많은 아버지들이 있을 거야. 화학에도 화학의 아버지가 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화학의 아버지는 한 명이 아니고 세 명이라고 하는구나. 그만큼 굵직한 업적은 낸 이들이 세 명이나 있었나 봐.

첫 번째 화학의 아버지는 아일랜드 출신의 로버트 보일이란다. 너희들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보일의 법칙을 만득 그 사람이란다. 기체에 압력을 가하면 부피가 줄어든다는 그 법칙 말이야. 그의 제자 중에 로버트 훅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나중에 배울 텐데 용수철 등의 탄성체로 이용할 때 유명한 훅의 법칙이 있는데 그 법칙을 발견한 사람이란다. 그런데 이 사람은 훅의 법칙 이외에도 세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고 하는구나.

...

당시 불에 붙는 연소라는 것의 정체를 잘 알지 못했대. 그래서 플로지스톤이라는 물질이 연소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 정설로 알고들 있었어. 이 플로지스톤에 대한 이야기는 아빠가 예전에 장하석 님의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라는 책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단다.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연소라는 것이 플로지스톤이라는 물질에 의한 것이라고 오랫동안 믿었어. 하지만 화학자들이 연구를 하면서 의심을 품게 되었지.

과학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던 기체를 하나 둘 발견하기 시작했어. 조지프 블랙이라는 사람이 이산화 탄소를 발견하였고, 대니얼 러더퍼드라는 사람은 질소를 발견하였어. 그리고 조지프 프리스틀리라는 사람은 산소의 존재를 주장했지만 이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다고 하는구나. 캐번디시란 사람은 수소를 발견하였고, 수소와 어떤 기체를 이용하여 물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대.

그리고 드디어 라부아지에가 오랫동안 믿어왔던 플로지스톤을 부정하고 연소가 산화반응이라는 것을 설명했단다. 산소의 정체를 정확히 설명한 거지. 라부아지에는 화학책에서 참 많이 나오는 유명한 사람인데, 바로 이 라부아지에가 두 번째 화학의 아버지라고 하는구나. 이 사람은 연소를 정확히 설명한 것뿐만 아니라 열량계도 개발하고 동료과학자들과 함께 화학식 명명법을 확립하기도 했대. 그러니까 이때부터 이산화 탄소, 염화소듐(염화나트륨), 황산 등으로 부르기 시작한 거야. 그런데 이 사람이 세금징수 일도 같이 했는데 이 일로 인해 프랑스혁명 때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다고 하니 화학사에서 보면 참 안타까운 일이로구나.

...

세 번째 화학자 아버지는 스웨덴 출신의 베르셀리우스라는 사람인데, 아빠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구나. 이 사람은 전기화학, 분석화학을 이용해서 세륨 등 5개의 새로운 원소를 발견했대. 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규소를 처음 분리해낸 사람도 이 사람이라고 하는구나. 그밖에 활성화 에너지, 촉매 개변을 정리하였고 비이커, 깔때기, 거름종이, 고무튜브 등 많은 실험 도구를 발명했다고 하는구나.

....

근대에 오면서 화학은 여러 가지 세세한 분야로 나뉘어지게 되었단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그런 분야인 무기화학, 물리화학, 유기화학, 생화학, 공업화학, 의약화학, 양자화학, 고분자화학, 섬유화학, 나노화학 등으로 구분해서 설명해 주었단다. 이쪽 부분도 각 화학 별로 간단히 설명을 해주면 좋겠지만, 이 쪽은 아빠가 이해를 잘 하지 못했고 메모도 따로 적어두지 않아서 패스해야겠구나. 나중에 너희들이 좀더 크면 이 책을 읽고, 반대로 아빠에게 설명을 해주면 좋겠지만, 안 그래도 괜찮단다.^^

....

이 책에는 많은 과학자들이 나온단다. 아빠도 몇 명은 소개해 주었는데, 너희들도 잘 알고 있는 노벨에 대한 에피소드를 하다 더 해주고 편지를 마치련다. 노벨이 왜 노벨 재단과 노벨상을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이란다. 노벨의 형이 죽었는데 노벨이 죽은 줄 알았던 언론을 읽고 깊이 깨닫게 되었다고 하더구나.

=================

(396-397)

그런데 그가 노벨상과 노벨재단 설립을 추진한 이유는 형 루드비그 임마누엘 노벨의 사망에서 비롯된 해프닝 때문이었다. 사망 소식을 접한 신문사들은 알프레드 노벨이 죽은 것으로 오해하고 부고 기사를 서둘러 인쇄해 발행했다. 거기에는 산업 분야에서 거둔 성공과 기여는 무시한 채 전쟁용 폭발물을 만든죽음의 상인이라는 모욕적인 기사만 가득했다. 이 기사들은 본 노벨을 자신이 죽은 후 모두가 자신을 부정적으로 기억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산의 94퍼센트에 해당하는 약 3,100만 크로나(스웨덴 화폐 단위)를 노벨재단 자금으로 할당했다. 이는 현시점으로 약 17 200만 크로나( 2,244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매년 노벨상 수상자에게 수여하는 상금과 메달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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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노벨처럼 쓴 소리를 잘 깨닫고 자신을 바꾸는 훌륭한 이들도 있는데, 왜 우리나라 리더들은 쓴 소리를 개무시하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얼마 전 홍범도 장군의 동상을 이전한다는 뉴스를 보고도, 답답함과 화가 하늘로 치솟았는데…. 에이, 뉴스를 보지 말아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어떤 대상을 파악할 때는 무릇 개념을 정의하는 데서 시작하기 마련이다.

책의 끝 문장: 우리는, 화학자들은 그저 처음 금을 찾던 그 모습으로 실험과 경험, 논리와 추론, 이해와 분석을 통해 세상을 감싼 모든 물질을 밝혀나갈 뿐이다.


빅뱅 역시 하나의 거대한 폭발이었다. 따라서 에너지 외에도 수많은 것이 만들어져 주위로 퍼져나갔다. 물리학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는 여러 미립자의 이에 해당한다. 글루온과 쿼크, 입자와 반입자, 뮤온과 타우, 그리고 2013년 공식적으로 발표된 힉스 입자 같은 미립자들 말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몇몇 미립자가 자연계의 힘으로 뭉치면서 가장 작고 가벼우며 간단한 최초의 원소와 원자가 탄생했다. 원자번호 1이라는 숫자 자체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수소가 그 주인공이다. - P25

이후 시간이 흘러 히타이트와 힌두 지방에서 탄소가 함유된 철광석으로 강(steel)을 만들어내면서 진정한 철기 시대가 시작되었다. 철강은 청동과 마찬가지로 합금으로 구분되는데, 철이 대부분이고 다른 금속이나 비금속 원소가 소량 혼합된다. 이 시대를 우리는 철기시대라고 칭한다. 그러나 잠시 성행했다 사라진 구리 시대(BC 4000~BC 3000, 일명 동기 시대)보다 청동기를 더 중요한 시대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엄밀하게는 철강 시대라고 표현하는 것이 화학과 물질 측면에서 더 정확하다. - P66

수많은 수도관을 통해 분수대와 공중목욕탕은 물론, 로마 제국 전역에 물 공급을 가능하게 한 우수한 상수도 시설을 현재까지도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문제는 상수도 시설은 현재까지도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문제는 상수도 시설을 기다란 관 형태로 만들기 위해 금속으로 납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납은 소금처럼 빠르게 용해되는 염은 아니어서 매우 서서히, 적은 양만 상수를 통해 유출되었을 테고, 물이나 공기와 닿은 납에 산화 납으로 이루어진 막이 형성되어 추가 유출 도한 최소화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인체에 유입되어 쌓인 납이 중독 문제를 전혀 유발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 P122

러더퍼드는 고정된 공기에 관한 실험과 마찬가지로, 확보한 질소가 담긴 용기에 쥐를 넣은 뒤 생존 여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질소 역시 해로운 기체라는 판단을 내렸다. 질소의 영어 명칭 나이트로젠(nitrogen)은 ‘탄산 소듐’을 의미하는 그리어서 니트론(nitron)과 ‘만들다’라는 뜻을 가진 접미어 제네스(-genes)의 합성어에서 유래했다. 질소가 초석을 비롯한 질소 함유 물질의 주성분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말 명칭인 질소(窒素)는 ‘호흡에 사용할 수 없다’는 러더퍼드의 결론에서 유래해 질식(窒息)과 같이 ‘숨이 막힌다’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 P216

켈빈은 1848년 여러 종류의 기체를 일정한 양으로 고정한 후 온도에 따라 변하는 거동을 분석해 그래프로 그렸다. 그리고 그 결과를 가지고 관측된 값으로 한계점 이상의 값을 추정하는 외삽을 했을 때 모두 동일한 온도에서 압력이 0으로 수렴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그는 이 온도를 절대 영(0)도로 간주하고, 이를 기준으로 다른 모든 온도를 양수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1851년 그는 열 엔진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열역학(Thermodynamics)’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후 열과 일을 포함한 에너지 전환에 대해 설명할 때 이 용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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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중세에는, 하나의 건물이 완전한 경우에는, 땅속에도 바깥과 거의 같은 정도의 건물이 있었다. 노트르담처럼 말뚝 위에 세워져 있지 않다면, 궁궐이나 요새나 성당은 으레 이중의 토대가 있게 마련이다. 대성당에는, 밤낮으로 파이프오르간과 종소리가 울리고 불빛으로 넘쳐흐르는 지상의 홀 아래에, 낮고 캄캄하고 신비롭고 빛 없고 소리 없는, 말하자면 또 하나의 지하 대성당이 있었다. 궁궐이나 성에는, 감옥이 있었고, 때로는 분묘가 있었으며, 또 때로는 그 두 가지가 다 있었단다.


(171)

신부는 숨이 막혀 또 잠시 말을 끊었다. 그러고 나서 계속했다.

벌써 반쯤 홀린 나는 무엇엔가 매달려서 추락을 막으려고 해봤어. 나는 사탄이 이미 내 앞에 파놓은 함정을 생각했어. 내 눈 아래 있던 여자는 하늘이 아니면 지옥에서밖에 올 수 없는 그런 초인적인 미인이었어. 거기에 있는 것은 약간의 우리 흙으로 만들어진, 그리고 내면에서 여자의 넋의 가물거리는 빛으로 희미하게 밝혀진 하잘것없는 처녀가 아니었어. 그것은 천사였어! 그러나 암흑의 천사, 불꽃의 천사였어. 광명의 천사는 아니었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당신 옆에서 염소 한 마리가, 마술사의 야연의 짐승 한 마리가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어. 한낮의 태양은 그 염소의 뿔을 새빨갛게 만들어주고 있었어. 그때 나는 악마의 함정을 보는 듯했고, 당신이 지옥에서 왔다는 것을, 당신이 지옥에서 온 것은 오직 내 영혼을 멸망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어. 나는 그렇게만 믿었어.”


(225)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마음속을 파고 들어가면서, 자연이 거기에 얼마나 널따란 자리를 정열에게 준비해 놓았는지 보았을 때, 그는 한결 더 고통스럽게 비웃었다. 그는 자기 마음의 밑바닥에서 자신의 모든 증오를, 자신의 모든 악의를 휘저어 보고, 환자를 진찰하는 의사와 같은 냉철한 눈으로 그 증오는, 그 악의는 부패한 사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간의 모든 미덕의 원천인 이 사랑은 신부의 가슴 곳에서는 끔찍한 것으로 변한다는 것을, 그리고 자기와 같이 생긴 인간은 신부가 됨으로써 악마가 된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리고 그는 소름 끼치게 웃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는, 자신의 숙명적인 정열, 결국 한 여자에게는 교수대를, 한 남자에게는 지옥을 가져다주어 그 여자는 사형수가 되고 자기는 영벌 받는 사나이가 되는 결과밖에 초래하지 못한 그 부식적이고 유독하고 증오에 넘친, 빙탄 같은 사랑의 가장 끔찍한 면을 생각하고는 다시 창백해졌다.


(432-433)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 ! 이건 정말 사실이오. 그래. 내 가슴을 태우고 있는 이 불이 바깥으론 조금도 나오지 않는단 말인가! ! 아가씨, 밤이고 낮이고, 정말 밤이고 낮이고 내 가슴은 타고 있는데, 그래 조금도 가엾지 않소? 이건 밤이고 낮이고 꺼질 줄 모르는 사랑이란 말이오. 고통이란 말이오. ! 나는 너무도 괴로워하고 있어. 가련한 소녀여! 이건 동정을 살 만한 일임에 틀림이 없어. 당신도 보다시피 이렇게 나는 당신에게 가만가만 얘기하고 있잖소? 난 당신이 나에 대한 그 공포심을 버리게 되길 얼마나 바라고 있는지 몰라. 요컨대,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 남자의 잘못은 아니잖소? ! 세상에 이럴 수가! 아니 그래, 당신은 영원히 나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건가? 나를 언제까지나 미워하겠다는 건가! 그래 모든 것은 끝장났단 말인가! 바로 그런 까닭에 나 자신이 성미가 고약해지고 스스로 악독해진 거야. 당신이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아! 내가 우리 두 사람의 저승의 경계에 서서 떨면서 당신에게 얘기하는 동안에도, 당신은 아마 딴생각을 하고 있는 거겠지! 뭣보다도 그 장교 얘기는 내게 하지 마오! 아니 그래! 내가 당신의 무릎 아래 몸을 던지고, 당신의 발이 아니라(당신은 그걸 원치 않을 테니까) 당신의 발 아래 있는 흙에 입을 맞추고, 어린애처럼 흐느껴 울고,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당신에게 말하기 위해, 내 가슴에서 말이 아니라 내 염통과 오장육부를 뽑아낸다 하더라도 모두가 헛일이란 말인가. 모두가! 그러나 당신의 마음 속에는 다정하고 너그러운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고, 이 세상에 다시없는 유순한 빛으로 당신은 반짝이고 있고, 아리따움과 상냥함과 자비로움과 사랑스러움이 온몸에 가득 차 있소. 그런데, , 슬프도다! 당신은 오직 나에게만은 심술궂기만 하오! ! 무슨 얄궂은 숙명일까?”


(466)

여러분은 저를 가엾게 여겨주실 거예요. , 나리들? 이집트 계집들이 제 딸을 훔쳐 갔어요. 그년들은 십오 년이나 그 애를 감추고 있었어요. 저는 그 애가 죽은 줄로만 믿고 있었어요. 상상을 좀 해보세요. 좋은 친구 양반들, 제가 그 애를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는 걸 말이에요. 저는 십오 년간을 여기서, 이 지하실에서, 겨울에 불도 없이 지냈어요. 그건 참 힘든 일이에요. 이 조그맣고 가련한 사랑스러운 신짝! 제가 하도 울부짖었더니 하느님께서 제 소원을 들어주셨어요. 오늘 밤, 하느님은 제 딸을 돌려주셨어요. 하느님의 기적이지요. 제 딸은 죽지 않았어요. 여러분은 어 재를 제게서 뺏어 가지 않겠지요. 저는 확신해요. 그것도 저라면, 아무 말 않겠어요. 하지만 제 딸은 열여섯 살짜리 어린애라고요! 햇빛 볼 시간을 그 아이에게 남겨주세요! 저 애가 여러분에게 무슨 짓을 했다는 거예요? 전혀 아무 짓도 한 게 없어요. 저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 여러분이 알아주신다면, 제겐 저 애밖에 없다는 걸, 저는 늙었다는 걸, 성모마리아께서 제게 보내주신 축복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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