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

중세에는, 하나의 건물이 완전한 경우에는, 땅속에도 바깥과 거의 같은 정도의 건물이 있었다. 노트르담처럼 말뚝 위에 세워져 있지 않다면, 궁궐이나 요새나 성당은 으레 이중의 토대가 있게 마련이다. 대성당에는, 밤낮으로 파이프오르간과 종소리가 울리고 불빛으로 넘쳐흐르는 지상의 홀 아래에, 낮고 캄캄하고 신비롭고 빛 없고 소리 없는, 말하자면 또 하나의 지하 대성당이 있었다. 궁궐이나 성에는, 감옥이 있었고, 때로는 분묘가 있었으며, 또 때로는 그 두 가지가 다 있었단다.


(171)

신부는 숨이 막혀 또 잠시 말을 끊었다. 그러고 나서 계속했다.

벌써 반쯤 홀린 나는 무엇엔가 매달려서 추락을 막으려고 해봤어. 나는 사탄이 이미 내 앞에 파놓은 함정을 생각했어. 내 눈 아래 있던 여자는 하늘이 아니면 지옥에서밖에 올 수 없는 그런 초인적인 미인이었어. 거기에 있는 것은 약간의 우리 흙으로 만들어진, 그리고 내면에서 여자의 넋의 가물거리는 빛으로 희미하게 밝혀진 하잘것없는 처녀가 아니었어. 그것은 천사였어! 그러나 암흑의 천사, 불꽃의 천사였어. 광명의 천사는 아니었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당신 옆에서 염소 한 마리가, 마술사의 야연의 짐승 한 마리가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어. 한낮의 태양은 그 염소의 뿔을 새빨갛게 만들어주고 있었어. 그때 나는 악마의 함정을 보는 듯했고, 당신이 지옥에서 왔다는 것을, 당신이 지옥에서 온 것은 오직 내 영혼을 멸망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어. 나는 그렇게만 믿었어.”


(225)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마음속을 파고 들어가면서, 자연이 거기에 얼마나 널따란 자리를 정열에게 준비해 놓았는지 보았을 때, 그는 한결 더 고통스럽게 비웃었다. 그는 자기 마음의 밑바닥에서 자신의 모든 증오를, 자신의 모든 악의를 휘저어 보고, 환자를 진찰하는 의사와 같은 냉철한 눈으로 그 증오는, 그 악의는 부패한 사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간의 모든 미덕의 원천인 이 사랑은 신부의 가슴 곳에서는 끔찍한 것으로 변한다는 것을, 그리고 자기와 같이 생긴 인간은 신부가 됨으로써 악마가 된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리고 그는 소름 끼치게 웃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는, 자신의 숙명적인 정열, 결국 한 여자에게는 교수대를, 한 남자에게는 지옥을 가져다주어 그 여자는 사형수가 되고 자기는 영벌 받는 사나이가 되는 결과밖에 초래하지 못한 그 부식적이고 유독하고 증오에 넘친, 빙탄 같은 사랑의 가장 끔찍한 면을 생각하고는 다시 창백해졌다.


(432-433)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 ! 이건 정말 사실이오. 그래. 내 가슴을 태우고 있는 이 불이 바깥으론 조금도 나오지 않는단 말인가! ! 아가씨, 밤이고 낮이고, 정말 밤이고 낮이고 내 가슴은 타고 있는데, 그래 조금도 가엾지 않소? 이건 밤이고 낮이고 꺼질 줄 모르는 사랑이란 말이오. 고통이란 말이오. ! 나는 너무도 괴로워하고 있어. 가련한 소녀여! 이건 동정을 살 만한 일임에 틀림이 없어. 당신도 보다시피 이렇게 나는 당신에게 가만가만 얘기하고 있잖소? 난 당신이 나에 대한 그 공포심을 버리게 되길 얼마나 바라고 있는지 몰라. 요컨대,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 남자의 잘못은 아니잖소? ! 세상에 이럴 수가! 아니 그래, 당신은 영원히 나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건가? 나를 언제까지나 미워하겠다는 건가! 그래 모든 것은 끝장났단 말인가! 바로 그런 까닭에 나 자신이 성미가 고약해지고 스스로 악독해진 거야. 당신이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아! 내가 우리 두 사람의 저승의 경계에 서서 떨면서 당신에게 얘기하는 동안에도, 당신은 아마 딴생각을 하고 있는 거겠지! 뭣보다도 그 장교 얘기는 내게 하지 마오! 아니 그래! 내가 당신의 무릎 아래 몸을 던지고, 당신의 발이 아니라(당신은 그걸 원치 않을 테니까) 당신의 발 아래 있는 흙에 입을 맞추고, 어린애처럼 흐느껴 울고,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당신에게 말하기 위해, 내 가슴에서 말이 아니라 내 염통과 오장육부를 뽑아낸다 하더라도 모두가 헛일이란 말인가. 모두가! 그러나 당신의 마음 속에는 다정하고 너그러운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고, 이 세상에 다시없는 유순한 빛으로 당신은 반짝이고 있고, 아리따움과 상냥함과 자비로움과 사랑스러움이 온몸에 가득 차 있소. 그런데, , 슬프도다! 당신은 오직 나에게만은 심술궂기만 하오! ! 무슨 얄궂은 숙명일까?”


(466)

여러분은 저를 가엾게 여겨주실 거예요. , 나리들? 이집트 계집들이 제 딸을 훔쳐 갔어요. 그년들은 십오 년이나 그 애를 감추고 있었어요. 저는 그 애가 죽은 줄로만 믿고 있었어요. 상상을 좀 해보세요. 좋은 친구 양반들, 제가 그 애를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는 걸 말이에요. 저는 십오 년간을 여기서, 이 지하실에서, 겨울에 불도 없이 지냈어요. 그건 참 힘든 일이에요. 이 조그맣고 가련한 사랑스러운 신짝! 제가 하도 울부짖었더니 하느님께서 제 소원을 들어주셨어요. 오늘 밤, 하느님은 제 딸을 돌려주셨어요. 하느님의 기적이지요. 제 딸은 죽지 않았어요. 여러분은 어 재를 제게서 뺏어 가지 않겠지요. 저는 확신해요. 그것도 저라면, 아무 말 않겠어요. 하지만 제 딸은 열여섯 살짜리 어린애라고요! 햇빛 볼 시간을 그 아이에게 남겨주세요! 저 애가 여러분에게 무슨 짓을 했다는 거예요? 전혀 아무 짓도 한 게 없어요. 저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 여러분이 알아주신다면, 제겐 저 애밖에 없다는 걸, 저는 늙었다는 걸, 성모마리아께서 제게 보내주신 축복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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