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되는 방법 - 매드사이언티스트가 알려주는 과학자 서바이벌 가이드
남궁석 지음 / 이김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책을 고를 때 꼼꼼한 편은 아니란다. 책을 고를 때 여러 가지를 보긴 하는데, 꼼꼼함은 떨어지기 때문에, 정작 사고 보니 아빠가 예상하지 않은 책 내용에 실망을 하는 경우도 있어. 이번에 읽은 <과학자가 되는 방법>이라는 책도 그런 책목록에 포함이 될 것 같구나. 책 제목을 보고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

과학자가 되는 방법이라니이 책제목은 일종의 비유라고 생각했어. 우리와 같이 일반인들도 과학자 흉내를 낼 수 있는 방법이나 재미있는 과학 실험이나 상식을 알려주는 그런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평점도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기록하고 있었어. 지은이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아빠가 과학에 관련된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 책을 쉽게 고를 수 있었단다. 그런데 책을 받고 들어가며를 읽는 순간 책을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을 했단다. 책 제목은 아빠와 예상과 달리 비유나 암시가 아니고 책 제목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제목이란다. 무슨 소린고 하니…. 과학자를 꿈꾸는 이들이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지은이 자신의 경험을 살려서 이야기하는 책이란다.

책의 차례를 보면 더욱 그렇단다. 이 책을 아빠가 읽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책의 차례는….. 학부 생활. 석사 과정. 박사 과정. 박사후 과정 등등 이렇단다. 그야말로 진짜 과학자가 되는 방법을 적어 놓은 거야. 오호 세상에이렇게 직설적인 제목을 만나다니…. 심지어 조금 읽다 보니, 과학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책을 그만 덮으라고 이야기하는구나. 진짜 책을 덮고 싶었지만, 이제 막 책읽기 시작했는데


1.

이 책을 읽는 사람을 지은이는 아래와 같이 규정을 했단다. 직업으로서의 과학자가 되기 원하는 사람들. 과학자는 아니지만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현재 과학자로 일하고 있는 이들. , 간신히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 포함되는 듯 하지만, 지은이가 생각하는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과학자를 꿈꾸는 자녀를 둔 학부모, 첨단 과학의 성과에 관심이 많은 시민, 과학 발전을 통해 사회와 국가를 발전시키려는 정치인 등 여러 부류의 사람이라고 하였단다. 그렇게 설명하고 나니 지은이가 생각하는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빠는 아닌 것 같구나. 아빠는 단지 과학이 오묘한 세상을 설명해주는 것이 재미있고, 그런 과학 지식을 얻는 것에 대한 재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말이야.

솔직히 이렇게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 못했단다. 그래도 구입한 책이니 한번 읽어보자고 책을 폈단다. 또 다른 반전이 있을 수 있으니괴짜 대학원생이나 박사에 한번 좌충우돌에 관한 이야기로 배꼽을 잡을 수도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이 책은 단 한 줄의 유머도 찾을 수 없었고, 정도를 걷는 책이었단다. 학사 과정에서 어떤 과목들을 어떻게 선택해서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고 대학원을 선택할 때 유의해야 할 점, 박사 과정에 들어갈 때 열려 있는 여러 가지 길 중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그리고 박사 과정이 끝나고도 끝나지 않은 박사후 과정. 이후 책임연구자로 가느냐 기업연구원으로 가느냐의 선택. 지은이 자신과 지은이 주변인들의 경험을 통해 각 과정마다 정보를 주고 있단다. 읽다 보니 블로그를 읽는 기분도 들었고, 끝까지 반전은 없었단다. 실제로 박사가 되기를 기대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박사 되기 보다는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를 열망하는 아빠 같은 이들에게는 실망만 안겨 주었단다. 다음부터는 아무리 급해도 최소한 책 소개와 차례는 읽어보고 구입해야지.

PS:

책의 첫 문장 : 예전보다 위상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과학자는 10위 안에 들어가는 청소년 희망 직업이자 유망 직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책의 끝 문장 : 즉 과학자는 과학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의 진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최종 한 줄 요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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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폭이 좁고 어둡고 뾰족한 독일의 글자들과 달리, 이탈리아의 글자들은 햇빛을 받아 몸을 활짝 폈다. 독일에서 이탈리아로 변화해 가는 풍광 그대로, 글자들의 풍경도 마치 검고 빽빽하며 수직성이 강한 침엽수의 숲이 점차 사라져 가면서, 둥글고 넓은 활엽수 잎들이 밝은 하늘을 배경으로 돋아나는 듯한 모습으로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72)

라이프치히에서 학위논문을 쓰던 시절에, 한번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자료를 청하는 문의를 영어로 써서 우편으로 보낸 적이 있었다. 얼마 후 우편함에 답신이 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꺼내어 보니 답신과 자료들이 온통 프랑스어였다. 아시아식 이름에 독일 주소를 가진 지구상의 누군가가 고급 프랑스어를 번역없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여겼던 것일까, 그들은? 그때도 문득 깨달았다. 프랑스인에게든 독일인에게든 영어란 국제공용어이기 이전에 불편한 외국어일 뿐이란 사실을. 사람에게 그가 처한 지역과 그곳의 풍토, 언어, 공동체는 생각보다 깊숙이 개입한다. 세계화의 시대에도 지역의 실체는 공고하다.


(109)

유니코드라는 체계에의 영감은 이런 시적인 문장으로 기술되어 있다. 유니코드는 현재 13만 여개에 이르는 글자들을 포괄하고, 포함된 글자의 수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유니코드의 모든 글자에는 16진법의 고유번호가 주어진다. 유니코드는 인류를 거쳐간, 알려진 모든 문자들을 포용하고자 한다. 사용인구가 소수라고, 심지어 더 이상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배제하는 법은 없다. 쐐기 문자에서 이모티콘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 존재하고 존재했던 모든 글자들이 지금도 유니코드의 자리들을 차곡차곡 채워 가며 바벨탑을 쌓아 나가고 있다.


(136)

사람과 닮은 사랑이 나타나, 그 동적인 ㅇ받침이 정적인 ㅁ받침을 돌돌 밀고 가는 이미지였다. 그때 깨달았다.

, ‘사람을 돌돌 움직여 살게 하는 동력은 사랑이구나!’

살아가고() ‘을 이루고 사람이 되고 사랑을 하는 것은 언어학적 근거로 따지면 모두 어원이 분분하지만, 우리는 이 서로 비슷한 소리와 모양으로부터 즐거운 상상을 누릴 수가 있다.


(137)

한국어 음성 상징에서 긍정적인 측면의 심상만 보자면, ‘사랑의 ㅅ은 생()을 연상시키고 ㄹ은 활력()을 일으킨다. ㅅ은 에너지이고, ㄹ은 운동을 떠오르게 한다. 양성모음 ㅏ는 내적으로 수렴하는 음성모음 ㅓ와 달리 외부를 향해 확장되고 열려 있다. 마치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에너지처럼. 사람은 멈춰 있고, 사랑은 굴러간다. 사랑이 사람 사이에 흘러 들어 서로를 연결한다. ‘사랑이라는 한국어 단어 속에는 소리와 뜻과 모양조차 이렇게 서로 사랑을 한다.


(166)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명조체의 형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은 한글 디자이너 최정호(1916~1988). 최정호는 궁체 중 정체의 필법을 바탕으로 명조체를 설계했다. 즉 한글 글씨체인 궁체를 인쇄용 활자체인 명조체로 연결한 것이다. 20세기 중반, 최정호는 모눈종이에 한글 글자체들을 하나씩 설계해 나갔다. 이 설계용 도안을 활자 혹은 폰트의 원도라고 한다. 최정호는 명조체의 원도를 설계하려면 붓글씨에 대한 기본 지식과 이를 써 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명조체는 궁극적으로 인쇄용 글자다운 면모를 가져야 하므로 서예와 달리 더 체계적이고 고른 모양새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식했다. 따라서 작은 크기로 긴 텍스크에 적용해도 충분히 잘 읽히도록 명조체는 궁체보다 속공간을 크게 설계했다.


(179)

세계의 다양한 문자문화권에 정체와 흘림체가 있다. 인간에게는 글씨를 또박또박 단정하게 쓰고 싶은 마음빨리 쓰고 싶은 마음이 모두 있어서 그렇다. 흘림체에서는 손의 빠른 운동성이 글자의 형태에 그대로 실린다. 흘림체에서는 손의 빠른 운동성이 글자의 형태에 그대로 실린다. 그래서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있다.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유연한 흐름과 고유한 리듬이 글자 구조와 세부에 영향을 미쳐서 흘림체만의 독특한 형태가 나타난다.


(227)

대개의 붓은 한 번에 약 10밀리리터 정도의 먹물을 머금는다. 먹물은 탄소와 아교와 물의 혼합물이다. 색을 내는 탄소입자가 종이에 자국을 남기고 물은 증발한다. 그러나 눈이 녹은 맑은 물은 색을 내는 입자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니 붓은 종이에 흔적을 남기는 대신, 마른 천에 물기가 닦이고 말려졌을 것이다. 얼음이 녹은 물은 붓털에서 그대로 증발했을 터다.


(293)

순우리말 그림은 어원이 같다. ‘긋다에서 왔다고도 하지만, ‘긁다에서 왔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글과 그림은 그 자리에 부재하는 화자, 소리, 대상이 흔적으로 남은 것이다. 부재하는 것들은 그리움을 일으킨다. 흔적과 자국이 마음에 남는 것을 그리움이라고 부른다. 그리움도 글과 그림과 어원이 같다. ‘그림도 본질적으로 부재하는 무언가와 더 잘 연결되고 싶고 더 잘 소통하고 싶은 그리움을 동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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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조엘 디케르의 신작을 읽었단다. 그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배경이고, 그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란다. 그 이전 두 작품에서는 지은이가 빙의한 듯한 마커스 골드만이라는 이가 주인공이었는데, 이번 소설은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했단다. 이 책은 무려 728쪽이란다. 그 이야기를 다 해주려다 보니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 같고, 또 그렇게 줄줄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스포일러만 될 텐데, 줄거리를 이야기를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가도, 이 독서편지를 쓰는 이유가 아빠의 기억력을 보조의 수단이니까, 그냥 주절주절 줄거리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단다. 앞뒤 줄거리 연결이 잘 안되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해주렴.

 

1.

주인공은 뉴욕주 경찰 본부 반장인 제스 로젠버그란다. 앞으로는 그냥 제스라고 할게. 그는 새로운 생활을 계획하며 정든 경찰 생활을 그만두기로 했단다. 은퇴를 며칠 남겨 두고 있었지. 일은 꼭 이럴 때 터지지. 스테파니 메일러라는 오르피아 신문사 기자가 찾아와서 1994년의 사건의 진범을 따로 있다면서 다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어. 1994년 사건은 이미 오래 전에 해결한 사건인데 무슨 소린가? 스테파니의 말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그날 스테파니가 실종이 되었단다. 다 큰 아가씨가 며칠 사라진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찰. 하지만, 제스는 신경이 쓰였단다. 그래서 제스는 조사를 위해 스테파니의 집에 갔는데, 괴한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단다. 그리고 며칠 뒤 스테파니의 시신이 발견되었단다. 제목이 <스테파니 메일러 실종 사건>이라서, 실종된 스테파니 메일리를 다시 찾아내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일찍 죽다니... 실종 사건이 아니라 살인사건이잖아제스는 이 스테파니 살인사건을 1994년의 사건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단다. 며칠 앞둔 은퇴도 잠시 뒤로 미루고 그는 스테파니 사건과 1994년 사건을 다시 검토해 보기로 했어.

1994년 사건이 무엇이었는지 먼저 이야기해줄게. 뉴욕주의 작은 휴양지 오르피아에서 처음으로 연극제를 하는 날이었어. 오르피아의 시장인 고든과 일가족 세 명. 그리고 목격자 메간이 무참히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어. 좀 이상한 것은 고든시장 가족은 연극제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고,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하다가 희생을 당했다는 사실이야. 마치 도망가는 듯 짐을 싸고 있었어. 누군가 고든 시장에 원한을 품고 그와 그의 가족들을 죽이고, 조깅을 하던 메간이라는 여자까지 죽인 사건으로 보였어. 그리고 범인은 카페 아테나라는 식당의 주인이 테드 테넨바움이었고, 추격전 끝에 차가 벼랑으로 떨어져 죽고 말았단다. 가장 강력한 용의자가 도망 중에 죽었으니, 사건은 일단락이 된 것으로 볼 수 있지. 이 때 수사에 큰 공헌을 한 이가 바로 제스와 그의 동료 데렉 스콧이었단다.

…..

이런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고 이야기하고, 며칠 뒤 시신으로 발견한 스테파니. 이 범상치 않은 일은 1994년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말이 진짜라는 것의 방증이었어. 스테파니는 어떤 사람인가?  스테파니는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뉴욕 문학 리뷰>라는 잡지사에서 일했어. 그런데 어느날 특별한 이유도 없이 해고되고, 오르피아의 조그만 신문사에 취직을 한 거야. 그러면서 1994년 사건을 취재하여 소설을 쓰고 있었어. 제스는 그 소설을 발견했는데, 소설의 내용을 보아 누군가로부터 부탁을 받고 쓴 거야.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면 사건의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어. 제스의 수사에 오르피아 경찰서 소속의 애나가 합류를 했고, 진작 경찰을 그만 두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데렉을 찾아가 도와 달라고 했어. 그들은 수사를 하면서 이상한 문구를 만나게 되었어.

다크 나이트

고른 단어가 너무 식상한 단어의 조합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단다. 무슨 배트맨도 아니고 말이야.


2.

1994년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당시 오르피아 경찰서장 커크 하비가 사건 이후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사건 당시에는 약간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고 했어. 커트는 당시 연극제에 출품할 연극을 준비하고 있었어. 연극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동료들에게 거짓말을 하다가 들통나는 등 동료들에게 밉보여 왕따를 당하기도 했어. 그리고 연극제에서 일인극을 선보였는데 속된 말로 폭망했지. 그리고 그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3개월 뒤 감쪽같이 사라졌어. 수소문을 해보니, 커크는 LA에서 연극을 계속 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가 다크 나이트라는 제목의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는 거야? 뭐야, 그가 범인인가? 단순한 우연인가?

1994년 커크에게는 애인이 있었어. 샬롯이라는 연극배우였는데, 샬롯은 커크와 헤어지고 나서 오르피아 부시장인 브라운이라는 사람과 결혼을 했단다. 브라운은 고든이 살해당한 이후 오르피아 시장이 되어 지금까지 쭉 하고 있었어. 커크와 연관된 사람이니 이들도 조사를 해야겠지. 샬롯이 1994년 연극제 당시 30분간 자리를 비웠단 사실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그때 범인인 테드의 차를 몰았다고 했어. 샬롯도 20년만에 다시 용의자 선상에 올랐어. 도대체 20년 전에는 수사를 어떻게 한 거야. 이렇게 쉽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말이야. 종결될 사건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쉽게 종결 처리를 하다니

….

아까 스테파니가 잡지사에서 갑자기 해고되었다고 했잖아. 그 이유도 잠깐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뉴욕 문학 리뷰>라는 잡지사의 편집장은 스티븐이라는 유부남인데 젊고 능력 없는 부하 여직원 엘리스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어. 그런데 엘리스는 엄청난 질투심의 소유자였어. 스티븐은 엘리스에게 완전 약점을 잡혀서 엘리스가 시키는 일은 모두 해야 했어. 회사 법인카드로 자신의 사치품을 사게 만들었고, 엘리스의 소설을 혹평한 비평가 메타를 해고하게 하고, 글 잘 쓰는 스테파니는 열등감에 해고시키게 했단다. 현실에도 이런 캐릭터가 있을까? 지은이가 너무 과도한 캐릭터를 만든 것은 아닌가 싶구나. 아무튼 스티븐은 연극제 취재를 위해 엘리스와 함께 오르피아로 온단다.

….

제스는 LA까지 가서 커크 하비를 만났어. 커트는 최근에 스테파니를 만난 적이 있다고 했어. 스테파니가 1994년 사건을 다시 조사하고 있는 것 같아서, 커크도 1994년 사건의 진범을 따로 있다고 이야기를 했어. 뭐야 커크도 진실을 알고 있는 거야? 20년 전 경찰서장이 이렇게 침묵하고 있어도 되는 것인가. 제스는 커크에게 진실을 이야기해달라고 했는데, 커크는 올해 연극제에서 자신의 연극을 무대에 오르게 해주면 연극을 통해서 범인의 정체를 이야기하겠다고 했어. 이것 또한 억지 설정이 아닌가 싶구나. 오르피아의 시장 브라운에게 이야기해서 그의 청을 들어주었단다. 범인을 알려면 연극제 개막일까지 몇 주를 기다려야 했단다. 아빠처럼 성격 급한 사람은….

지은이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을 용의선상에 놓기 시작한단다. 앞서 <뉴욕 문학 리뷰>라는 잡지 이야기하면서, 비평가 메타가 엘리스의 소설을 혹평했다가 해고되었다고 했는데, 그 메타가 20년 전 고든 시장과 함께 죽은 목격자와 메간과 어떤 관련이 있는 사람이었단다. 메타가 계속 메간을 그리워하는 장면이 나와. 그리고 메타가 바로 스테파니에게 1994년의 사건을 소설로 써달라고 요청을 했던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졌어. 용의자로 급상승.

또 다른 사람들을 이야기해 주어야 할 시간이구나. 이 사람들은 나중에 커크의 연극에 출현할 사람들이란다. 잘 나가는 방송국의 CEO인 제리. 직장에서는 잘 나가지만 집에는 그렇지 못했어. 십 대 딸 다코타가 늘 말썽이었는데, 해결책도 보이지 않았어. 다코타는 약물 중독에 빠져 있었고 아빠와 사이는 극도로 좋지 않았어. 다코타는 신경과 진료를 받고 있지만 호전은 되지 않았어. 제리는 딸을 치료해 보기 위해 행복한 추억이 깃들어 있는 오르피아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단다. 다코다가 예전에는 정말 예쁜 딸이었는데 약물중독에 빠진 것은 단순한 십대의 반항이 아니었어. 어렸을 때부터 친한 태라라는 단짝 친구가 있었어. 그런데 나중에 태라가 다코다를 배신하여 다코다를 궁지에 빠뜨린 일이 있었어. 다코다도 참을 수 없었어. 태라에게 복수를 했어. 친구들과 함께 태라를 괴롭혔지. 그 일로 인해 태라는 그만 자살을 하고 말았단다. 그 사건이 있고 나서 다코다는 큰 충격을 받고 약물 중독에 빠진 거야.

오르피아에 온 다코다는 아버지와 관계를 호전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으나 약물 중독을 하루 아침에 끊을 수는 없었지. 마약을 하다가 경찰에 걸렸어. 다행히 판사의 선처로 풀려났어. 그런데 조건이 있었어. 오르피아에서 열리는 연극제의 오디션에 본다는 조건이었어. 참 건전하면서도 우연의 일치로구나. 다코다는 아버지와 함께 커크의 연극 오디션에 참석하고 합격을 했단다. 커크는 자신의 연극을 모두 오디션을 아마추어로 뽑겠다고 했단다. 오디션에 합격한 사람은 제리와 다코다뿐만 아니라, 샬롯, 스티븐, 엘리스도 있었어.(이 사람들은 왜 연극에 참가하려는 거지?)


3.

제스 일행은 20년 죽은 고든의 은행 금고가 아직 유효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 금고 안에 고이 모셔진 <다크 나이트>라는 대본을 찾았어. 이 대본은 20년 전에 커크가 연극제에 올리려고 했던 연극 대본이었단다. 이 연극 대본을 잃어버려 커크가 이상한 일인극을 대신 연극에 열렸다가 망했던 거야. 이 대본에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한단다. 제레미아 폴드. 제레미아는 죽은 테드를 협박하던 마약밀매조직의 보스였는데, 그 또한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어. 그런데 그것도 교통사고를 위장한 살인 사건처럼 보였어. 제레미아를 수사하다 보니 악한 중에 악한이었어. 그런데 제레미아를 수사를 하다 보니 스테파니 기자와 연결고리가 나왔단다. 제리미아에게 인질로 잡혀있다시피 했던 소녀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오늘날 오르피아 신문사의 스테파니의 동료 마이클의 아내였어.

그런데 또 하나의 살인 사건이 일어났단다. 20년 전부터 오르피아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코디가 살해당했어. 코디가 운영하던 서점은 20년 전 메간이 종업원으로 일하던 서점이었어. , 코디가 무엇인가 알고 있었나 보네. 그런데 메간은 단순 목격자 아니었나? 뭐야, 그럼 범인 고든 시장을 노린 것이 아니고 메간을 노린 것 아니야? 제스 일행은 혹시 그 살인사건이 메간을 노린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어. 20년 전에는 그런 의심을 못했어?

그런 와중에 시간이 흘러 오르피아 연극제가 열렸고, 커크의 연극도 무대에 올랐어. 과연 커크는 그 연극을 통해서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배우들에게조차 전체 대본을 보여주지 않아서, 연극이 시작하기 전까지 어떤 스토리인지 모르는 연극이었어. 연극은 첫 장면은 제레미아가 오토바이를 타다가 죽는 장면이야. 그리고 연극에 참여한 다코다가 범인의 이름을 말하는 순간 총성이 들리고 다코다가 쓰러졌어. 누군가 진짜 총을 쏜 거야. 관객석에서 날아온 총알로 인해 다코다는 중상을 입고 연극무대는 아수라장이 된단다. 어두운 곳에서 쏜 총알이라 범인은 누구인지 몰랐어. 그제서야 제스는 커크에게 범인이 누구냐고 물어봤어. 더 이상 희생자가 생기기 전에 이야기하라고하지만 커크도 범인을 모른다고 했어. 이런 연극을 벌이면 진짜 범인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야. 참 터무니 없는 생각이네. 커크는 또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꺼냈어. 전직 경찰서장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수사에 비협조라니 참 비현실적인 캐릭터구나. 커크가 이야기하길 범인이 처음부터 메간을 노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대. 제스의 추측이 맞았던 거야. 그 사실을 스테파니에게 이야기해 주었고. 하지만 누가 메간을 노렸는지는 모른다고 했어.

제스는 메간의 집에 방문해서 메간의 일기를 읽어보았어. 일기로 알게 된 사실. 하나. 당시 유부녀였던 메간이 남몰래 키운 사랑이 있었어. 그 내연남이 바로 메타였단다. . 메간은 어찌저찌하여 고든 시장의 비리를 알게 되었고, 그 이야기를 고든 시장에게 했대. 그럼 고든 시장이 메간을 죽인 것인가? 그리고 고든 시장이 자책감을 느끼고 자살? 고든이 그런 성향의 사람은 아니었는데


4.

결론이 어떻게 풀렸는지는 생략하고 결론은 이야기할게. 아래는 진짜 안 읽어도 돼. 왕스포일러거든. 고든 시장은 자신의 비리를 알고 있던 메간을 죽이고 싶어했어. 미란다의 남편 마이클 있잖아. 스테파니의 동료이기도 하고. 제레미아에 잡혀 있는 미란다를 사랑한 마이클. 미란다를 구해내기 위해서는 제레미아를 죽이고 싶어 했어. 테드은 마이클도 알고 고든 시장도 알고 그들이 이런 사악한 마음도 알고 있었어. 테드가 중재하여 서로의 타겟을 바꿔 죽이기로 했어. 그래야 범인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거지. 그런데 정작 고든 시장과 마이클은 서로의 존재를 몰랐어. 고든 시장은 제레미아를 교통사고로 위장해서 죽였어. 미션 클리어.

마이클이 문제였는데마이클은 조깅을 하던 메간을 총으로 죽였어. 다들 연극제에 참석해서 조용하고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곳에서그런데 마이클의 범행을 지켜본 이가 있었으니, 고든 시장의 아들이었어. 그래서 마이클은 고든 시장 가족을 모두 죽이게 된 거야. 자신의 범죄행위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 말이지. 사실은 메간을 죽여 달라고 했던 이가 바로 고든 사장이었는데 말이야. 그러니까 범인은 마이클이었던 거야. 사랑하는 여인 미란다를 구출하기 위해 그리고 미란다와 사랑하기 위해…. 진실을 밝히려는 동료 신문 기자를 죽인 것도 바로 마이클. 사이코 패스. 그렇게 진범을 찾아냈단다.

....

제스의 꿈. 다시 소설의 맨 앞으로 가보자꾸나. 제스는 경찰을 그만두고 새로운 생활을 계획하고 있었어. 1994년 제스는 나타샤라는 여자친구가 있었어. 우연히 나타샤가 순찰차에 탔다가 사고를 당해 죽었어. 그 나타샤를 잊지 못해서 제스는 지금껏 혼자 지내고 있었어. 그리고 그 나타샤의 꿈이었던 식당을 차리려고 했던 거야. 그게 바로 제스의 꿈이었단다. 그런데 스테파니 사건을 수사하면서 오르피아 경찰서의 경찰 애나와 사랑에 빠졌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

7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 참 술술 읽혔단다. 하지만 지나친 억지설정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전작보다 별로였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단다. 도대체 20년 전에 할 일을 왜 이제서야 한 것인지다음 작품에서는 좀더 짜임새 있는 작품을 선보였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뉴욕 주 햄프턴, 대서양에 면한 작은 휴양지인 오르피아를 찾는 사람이라면 1994 7 30일에 이 지역에서 발생한 4인 살인사건에 대해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책의 끝 문장 : 그런 이유로 그곳에 가면 삶이 우리에게 보다 친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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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 : 서울편 2 - 유주학선 무주학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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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두 번째 이야기를 읽었단다. 서울편은 모두 4권을 계획하고 계신데 현재는 2권까지 나왔단다. 얼마 전에 1권을 읽고 나서 2권도 읽고 싶어서 서둘러 찾아 읽었단다. 그냥 스쳐 지나간 서울의 곳곳에 서려 있는 이야기들을 구수하게 해주시는데, 참 재미있었단다. 유홍준님께서 예전부터 강조한 것처럼 알면 보인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공감하게 하는 내용들이었어. 이 읽은 내용들을 머릿속에 잘 간직하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구나. 이제 코로나19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조금만 더 참고, 완전 사라지고 나면 한번 서울나들이를 해보자꾸나. 2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유명한 지리학 박사가 서울을 평가한 것을 읽어보고 시작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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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2)

겐테 박사는 서울의 인상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서울의 로케이션은 아주 독특하다. 사방에 뾰족하고 높고 힘찬 산들이 민가가 들어선 곳까지 뻗어 내려오면서 빙 둘러싸고 있는 것이 서울의 모습이다. 이런 전망(view)을 가진 서울은 이 세상에서 우리가 가장 아름답고도 꼽는 군주국 도시 명단에 들어가야 할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서울을 페르시아 수도 테헤란과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와 비교해보면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러나 서울에는 (…) 잘츠부르크처럼 웅장하고 엄숙한 기사의 성채가 없고, 테헤란의 (…) 위엄 넘치는 다만반드(Damavand) 산처럼 거대한 산도 없다. 그러나 서울보다 고도가 약 300미터 높을 뿐인 남산에서 내려다보면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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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권의 이야기는 한양도성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단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아빠도 한양도성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단다. 한양 도성이라는 것이 전쟁을 대비한 성곽인줄 알았어. 그런데 울타리의 개념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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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단적으로 말해 한양도성은 전란을 대비해 쌓은 성곽이 아니라 수도 한양의 권위와 품위를 위해 두른 울타리다. 집에 담장이 있고, 읍에 읍성이 있듯이 수도 서울에 두른 도성이다. 영어로 말해서 포트리스(fortress)가 아니라 시티 월(city wall)이다. 만약에 전쟁을 대비해 성곽을 축조했다면 석벽을 사다리꼴로 높이 쌓고 성곽 둘레에 해자를 깊게 파서 두르는 등 겹겹의 방어시설을 구축했어야 했다. 도성이 울타리이기 때문에 숭례문을 비롯한 관문도 사람들이 드나드는 통행문 이상의 기능을 하지 않았다. 동대문을 옹성처럼 두른 것은 전투를 의식해서가 아니라 풍수상 허하다는 서울의 동쪽 지세를 보완한다는 의미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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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도성은 태조 때부터 세종 때까지 지었다고 했어. 주로 농한기 때 백성들을 동원해서 지었고, 이후에는 간간히 복원공사를 했다는구나. 예전에 한양도성을 따라 걷는 순성 놀이라는 것이 있었대. 도성 순례라고도 했어. 그런데 1968년 북한의 특수부대가 청와대를 습격했던 김신조 사건 이후 북악산의 출입이 한동안 금지되었단다. 40년이 지난 2007년이 되어서야 북악산이 다시 개방되었고, 한양도성도 다시 복원을 하기 시작했다고 하는구나. 백 퍼센트 복원은 아니지만, 다시 순성 놀이를 할 만큼의 복원이 되었다고 하는구나.

조선을 만들면서 어떻게 이런 명당을 수도로 정할 생각을 했을까. 원래 계룡산 자락에 수도를 지으려고 했었대. 9개월 동안 공사도 진행되었는데, 풍수가 안 좋다는 신하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져서 중단이 되었다는구나. 두 번째로 검토된 곳은 무악산 아래 신촌 일대였다고 하는구나. 그곳도 안 좋다고 해서, 태조가 처음부터 눈 여겨 보았던 북악산 아래로 정해졌다고 하는구나. 다 태조의 빅 픽쳐였던 것 같기도 하고서울에는 등산하기 좋은 산들이 많단다. 아빠도 서울에 있는 산에 올라가보곤 했었는데, 산에 올라가서 서울 시내를 바라다 보면 풍수지리에 전혀 지식이 없는 아빠의 눈에도 경복궁의 자리가 아늑하니 자리가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단다. 북악산은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기회 되면 한번 가보고 싶구나.


2.

두 번째 이야기는 자문밖 이야기란다. 자문밖이 어디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 자문은 자하문을 줄여 부르는 말인데, 자하문은 사소문 중에 하나인 창의문의 다른 이름이란다. 자문밖에는 아름다운 골짜기들이 많아서, 조선시대의 왕족을 비롯하여 상류층들이 풍류를 즐기는 곳이 많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그때 만들어진 지명들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어. 자문밖의 중심은 세검정이고, 장의사라는 절, 한지를 만들던 조지소, 영조가 만들었다고 하는 세검정 정자, 연산군이 만든 누각 탕춘대 등이 있다고 하는구나. 이곳의 아름다움을 잘 요약해서 적은 글이 있어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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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인조반정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연산군 때 탕춘대 절벽 밑 좌우로 흐르는 물을 가로질러 돌기둥을 세워 옆으로 긴 누각을 지었다.”고 했고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성종 때 문신인 성현(成俔) <용재총화>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도성 밖에 놀 만한 곳으로는 장의사 앞 시내가 가장 아름답다. 시냇물이 삼각산 여러 골짜기에서 흘러나오고 골짜기 안에는 여제단(厲祭壇)이 있으며 그 남쪽에는 무이정사(武夷精舍, 무계정사를 말한 듯함)의 옛터가 있는데 길 앞에는 돌을 수십 길이나 쌓아올린 수각이 있다. 또 절 앞 수십 보 앞에는 차일암(遮日巖)이 있는데, 바위가 절벽을 이루어 시내를 베고 있는 것과 같으며 그 바위 위에는 장막을 칠 만한 우묵한 곳이 있는데 바위는 층층으로 포개져 계단과 같다. 흐르는 물소리가 맑은 하늘 아래 천둥 번개가 치는 듯해 귀가 따갑다. 물이 맑고 돌이 희어서 선경(仙境)이 완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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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에는 여러 위인들의 별장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중에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석파정이 유명하대. 흥선대원군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곳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은데, 그는 노련한 정치가이기 전에 난초도 잘 그리고, 시도 잘 짓고, 글씨도 잘 쓰고 책도 많이 읽었다고 하는구나. 지은이 유홍준님은 흥선대원군이 술에 관해 남긴 한마디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 – 서울편2>의 부제로 정했단다. 그 문장이 참 멋있어서, 외워두고 싶은 문장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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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유주학선 무주학불(有酒學仙 無酒學佛)

술이 있으면 신선을 배우고 술이 없으면 부처를 배운다.”

인생의 여유와 허허로움을 느끼게 하는 명구가 아닐 수 없다. 석파정에서 동쪽으로 건너다보이는 북악산 아래에는 추사가 지내던 백석동천 별서가 있다. 이제 백석동천으로 발을 옮기자니 사제지간에 이렇게 마주 보고 있는 것이 왠지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어쩌면 별서의 팔자였는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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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별서에 머물던 사람 중에 현진건이라는 유명한 소설가도 있는데, 이 분이 손기정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신문에 실을 때 일장기를 없앤 장본인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단다. 현진건은 당시 동아일보 사회부장이었는데, 이 일로 구속 당하게 된 이후에는 역사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구나. 안타깝게도 해방을 보지 못하고 1943년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3.

덕수궁으로 잘 알려져 있는 궁의 옛이름은 경운궁이었단다. 태조의 부인 신덕왕후 강씨가 죽고 난 다음 묘를 현재 덕수궁 근처에 모셨고, 정릉이라고 불렀어. 이 동네의 이름이 정동인데, 정릉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정릉이 이곳이 아니거든나중에 지금의 성북구 위치로 이전을 한 것이라고 하는구나. 태조는 아내 신덕왕후를 생각하는 마음에 정릉 근처에 흥천사라는 절을 지었대. 나중에 릉은 성 밖으로 이장을 했지만, 절은 그대로 남아 있었대. 이 절은 연산군과 중종 때 화재로 전소되었고, 선조 때 정릉원찰이라는 절로 다시 지었고, 정조 때 돈암동으로 옮겨 이름도 신흥사로 바꾸었다가 나중에 다시 흥천사가 되었다고 하는구나.

원래 흥천사 자리 근처에 세조가 의경세자를 잃은 세자비(인수대비)에게 지어 준 집이 있었어. 그런데 세자비의 둘째 아들 성종이 다시 왕이 되어 궁으로 들어오게 되고, 세자비의 첫째 아들 월산대군이 그 집에서 머물게 되었단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피난에서 돌아와서 이 월산대군의 집을 임시로 지내게 되면서 경운궁이라는 이름이 붙었어. 선조가 머물던 곳은 옛 왕이 머물던 곳이라는 뜻으로 석어당이라고 불렀어. 광해군이 정식 궁으로 지으려고 했으나 반정으로 중단되었고, 을미사변 이후 고종이 아관파천 후 다시 돌아올 때 경운궁으로 환궁을 했단다. 그래서 조선의 마지막 법궁이 되었는데, 고종이 경운궁으로 돌아온 이유는 서양 열강의 대사관들이 주변이 많아서, 일본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위치였기 때문이라고 하더구나. 약소국의 황제가 겪어야 하는 아픔이구나.

고종이 경운궁에 자리를 잡으면서, 서양식 건물들을 지었단다. 그래서 덕수궁에 가보면 서양식 건물들이 있는 것이란다. 고종이 일제에 의해 강제 퇴위되고 순종이 황제가 되어 창덕궁으로 가면서 아버지께 덕에 의지하고 장수하시라고 덕수궁이라는 이름을 지었는데, 그 이후 경운궁이라는 이름보다 덕수궁으로 부르게 되었단다. 2000년대 들어서 한때 이름을 다시 경운궁으로 하자는 민원이 있던 적도 있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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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그런 경운궁이 다시 역사의 주무대에 등장한 것은 1897 2월로, 명성황후가 시해되는 을미사변(1895)을 겪은 고종이 일제의 감시를 피해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한 지 1년 뒤에 경복궁이 아니라 경운궁으로 환궁하면서 조선왕조의 마지막 법궁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그해 10월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경운궁은 황궁이 되었다.

1907년 고종이 강제로 퇴위되고 뒤를 이은 순종황제가 창덕궁으로 이어하면서 경운궁에 상황(上皇)으로 남은 아버지께서 덕에 의지해 장수하시라는 뜻으로 덕 덕() , 목숨 수() , 덕수(德壽)라는 이름을 지어 바쳤고 이후 덕수궁이라 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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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4년 화재로 나서 다시 복원을 할 때는 본전인 중화전을 원래 2층이었는데 단층으로 복원했다는구나. 돈이 없어서 말이야. , 슬프구나. 그래서 지금 덕수궁 중화전은 1층으로 남있다고 했어. 덕수궁의 문은 대한문이라고 하는데 원래 이름은 대안문이었는데, 이름을 대한문으로 바꿨다고 하는구나. 아빠는 그동안 그 대한문이 대한민국의 대한(大韓)’인줄 알고 있었는데, ‘대한(大漢)’이더구나. 왜 중국의 한나라 漢을 썼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大漢이라는 것은 큰 하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구나. 그래도 이왕 이름 바꾸는 것,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大韓으로 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 대한문이 원래는 현재보다 더 앞쪽에 있었는데, 도로를 넓히면서 담장과 함께 현재의 위치로 이동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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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284)

그런가 하면 대한문의 한() 자를 중국의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 중국을 숭상하는 뜻이 있다는 주장, 혹은 조선도 중국처럼 큰 나라라는 뜻이라는 설도 나왔다. 반대로 이 글자를 놈이라는 뜻으로 해석해 이토 히로부미가 큰 놈이 드나드는 문이라는 뜻으로 바꾸도록 강요했다는 주장도 생겼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낭설이다. 1907년에 편찬된 <경운궁 중건도감 의궤>에 실려 있는 이근명(李根命) <대한문 상량문>에 그 내력이 소상히 밝혀져 있는바, 대한은 큰 하늘이라는 뜻으로 새로 태어난 대한제국이 하늘과 함께 영원히 창대하라는 염원을 담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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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권의 마지막으로 조선시대 최고의 교육기관 성균관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단다. 성균관의 성균이라는 말의 어원은 음을 고르게 조율하는 것을 뜻한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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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

성균이란 음악에서 음을 고르게 조율하는 것을 뜻하며 <주례(周禮)> <대사악(大司樂)>에서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성균의 법을 관장하여 국가의 학정(學政)을 다스리고 나라의 자제들을 모아 교육한다.”

그리고 주소(注疏, 각주)에서는 그 뜻을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이란 그 행동의 이지러진 것을 바르게 하는 것이고, ()이란 습속의 치우침을 균형 있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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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이 강학하는 명륜당을 비롯하여 대성전을 이야기해주고, 조선시대의 교육체제와 문묘 제례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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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

성균관이 강학공간인 명륜당(明倫堂)과 향사공간인 대성전(大成殿)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교()와 학()이 분리되지 않아 유학(儒學)이면서 동시에 유교(儒敎)임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그 때문에 불교와 마찬가지로 유교의 성현을 모시고 예를 올리는 종교공간을 갖고 있는데 이를 문묘(文廟)라 한다. 불교에 사찰이 있듯이 유교엔 문묘가 있고, 사찰에 대웅전이 있듯이 문묘엔 대성전이 있고, 사찰에 관음전, 지장전이 있어 보살을 모시듯이 문묘엔 동무(東廡), 서무(西廡)가 있어 역대 성현들을 모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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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지만, 아빠에게 가장 감명을 준 것은 정조 대왕이 성균관 유생들에게 당부하는 말씀이었단다. 그것은 비단 유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고, 모든 이들이 깊이 새기면 좋은 말씀이었단다. 오늘을 살고 있는 너희들과 아빠에게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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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

! 제생들아! 그대들은 나의 이 말로 하여 혹 느슨하게 생각하지들 말고 한 치 한 푼이라도 오르고 또 올라 마치 100리 길을 가는 사람이 항상 90리를 절반쯤으로 생각하듯이 하라. 그리하면 자만하고 싶어도 자만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계속해야 할 것이 학업이고 무궁무진한 것이 덕이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바라는 것은 제생들이 그렇게 계속 노력하여 무궁한 발전을 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제생들이여! 감히 노력하지 않아서 되겠는가.”

정조의 ‘100리 길을 갈 때 90리를 절반쯤으로 생각하라는 말에 나는 그간 80리만 가도 다 간 기분으로 살았던 것 같아 조금 뜨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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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기억력이 좋지 않아 조금씩 메모해 둔 것을 토대로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보다 너희들이 나중에 커서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작년에 너희들과 덕수궁을 간 적이 있었잖아. 그때는 인근에 전시회에 갔다가 들른 것이라서 한 바퀴 휙 돌고 나온 것이 전부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났더니 너무 아쉬운 생각이 드는구나. 이 책을 읽고 덕수궁에 갔다면 너희들에게 좀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 다음에 또 가면 되지그때는 이 책을 들고 가야겠구나. 그러면 참 좋은 우리들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될 것 같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서울은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다.

책의 끝 문장 : 그런 영광과 사명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성종 19년(1488)에 명나라에서 온 동월이라는 사신은 <조선부>에서 서북쪽에서 들어오며 한양의 인상을 다음과 같이 찬미했다.

"임진강 나루를 건너 파주에 이르러 한성을 바라보니 저 높이 서기(瑞氣)가 어리었다. 벽제관을 지나 홍제원에 당도하니 여기가 조선의 서울인데 동편으로 우뚝하다. 높은 삼각산에 받쳐 있고 울창한 푸른 소나무 그늘에 덮여 있다. 북쪽은 천 길로 이어져 내려서 그 기세는 진정 천군(千軍)을 누를 만하고 서쪽을 바라보니 한 관문(關門)이 있는데 오직 말 한 필 드나들 만하다. 산은 성 밖을 둘렀는데 날쌘 봉황이 날아가며 번뜩이는 것 같고 소나무 아래에 흰모래는 마치 쌓인 눈에 햇볕이 내리쬐는 듯하다." - P44

석파(이하응)는 난초 그림뿐만 아니라 시도 잘 지었고, 글씨도 잘 썼고 독서도 많이 했다. 그가 즐겨 사용한 문자도장에는 이런 멋진 문구가 있다.
讀未見書 如逢良士
讀己見書 如遇故士
"아직 보지 못한 책을 읽을 때는 어진 선비를 만나듯 하고
이미 본 때를 읽을 때는 옛 벗을 만나듯 한다." - P151

현진권은 자신이 역사소설로 돌아선 이유에 대해 <문장> 1939년 12월호에 <역사소설문제>를 기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을 위한 소설이 아니오. 소설을 위한 사실인 이상 그 과거가 현재에 가지지 못한, 구하지 못한 진실성을 띄었기 때문에 더 현실적이라고 믿습니다. 현재의 사실에서 취재한 것보담 더 맥이 뛰고 피가 흐르는 현실감을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비현실적이라는 둥 도피적이라는 둥 하는 비난의 화살은 저절로 그 과녁을 잃을 것입니다." - P168

먼 옛날로 돌아가서 600여 년 전, 수도 한양의 도시계획 마스터플랜을 설계한 삼봉(三峯) 정도전은 동네마다 이름을 지으면서 성균관 일대는 ‘가르침을 숭상한다’는 의미로 숭교방(崇敎坊)이라고 했다. 오늘날 대학로가 있는 성균관 옆 동네가 동숭동(東崇洞)인 것은 숭교방의 동쪽이라는 뜻이다. - P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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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생태운동가‘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별세
https://news.v.daum.net/v/20200625160332107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불과 며칠 전에도
2020년 5~6월호 녹색평론에서
그의 글을 볼 수 있었는데...
너무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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