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날들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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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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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소설책이 하나 있단다. 정지아 님이 지은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님이 많이 유명하지 않은 분이었는데,(아빠만 모르고 있을 수도…) 이 한 작품으로 많이 유명해지셨단다. 그래서 정지아 님의 다른 작품들도 많이 소개되고 있단다. 아빠도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나서, 정지아 님에 대해 알아보고 그 분이 쓰신 작품들을 찾아보았단다. 그리고 두어 권 사두기도 했어. 정지아 님이 예전에 쓰신 단편집도 하나 있는데, 이번에 재 출간이 된 책도 구입했단다. 이번에 아빠가 읽은 <나의 아름다운 날들>이란다.

이 책에는 총 열한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단다. 이번 소설에서도 빨치산 사람들 이야기도 실려 있었단다. 아무래도 지은이의 부모님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싶구나. 아빠가 단편 읽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에 실린 정지아 님의 단편은 다 좋았단다. 아빠 취향의 글을 쓰시는 정지아 님이 어디에 숨어 계셨던 건가? 아빠가 독서 스펙트럼이 그리 넓지 않아 몰랐던 것 뿐이겠지? 정지아 님의 책들을 더 읽어봐야겠구나.

 


1.

자, 그럼 이 책에 실린 11개의 작품 이야기를 간단히 해줄게.

숲의 대화.

60년을 함께 해로한 아내 순심이를 먼저 보낸 운학은 순심이가 묻혀 있는 숲에 자주 오곤 했단다. 순심이와 60년을 함께 살았지만, 순심의 마음속에는 늘 도련님이 자리잡고 있었단다. 먼 옛날, 도련님은 하인이었던 운학과 순심에게 글도 가르치고 공부도 시켜주었어. 그리고 숲에 들어가 빨치산 운동도 있어. 운학은 마을에 머물렀지만, 순심과 도련님과 함께 숲에 들어가서 빨치산 활동도 하고 사랑도 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순심이는 임신을 하게 되었고, 빨치산 무리는 토벌군에게 쫓기고 있었어. 도련님은 순심과 아이를 살리기 위해 동네로 보내면서 운학을 찾아가라고 했어. 그렇게 순심은 운학을 찾아왔고 평생을 함께하게 된 거야. 도련님은 그만 순심과 헤어져 빨치산 부대로 돌아가는 길에 토벌대의 총에 맞고 죽었지. 순심이를 보낸 늙은 운학이 가끔 숲을 찾는데, 어느 날 젊은 도련님을 만나게 되었단다. 환상이겠지만, 운학과 젊은 도련님은 그 동안 나누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나눈단다. 땅이 분단되고, 사상이 분단된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아픈 사랑 이야기였단다.

봄날 오후, 과부 셋

이 이야기는 80대 할머니들 세 분의 이야기란다. 그들은 보통학교 때부터 친구 사이였어. 그들이 보통학교 다닐 때 우리나라는 일제 시대였고, 그들은 우리나라 이름이 아닌 일본 이름으로 부르던 시절이었어. 그 당시 친구들이다 보니, 그들은 여전히 그때 불렀던 일본 이름으로 서로를 불렀단다. 에이꼬, 하나꼬, 사나꼬. 그렇다고 그들이 친일을 한 것은 아니야. 그저 학생이었던 것이지. 그들은 다 같이 사회주의를 받아들였고, 젊은 시절은 활동을 하기도 했어. 그들 마음 속으로는 사회주의를 평생 버리지 않고 살았단다. 하지만 그들이 살았던, 그리고 살고 있는 세상은 사회주의를 겉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세상이었지. 남편들은 모두 죽고 과부가 되신 세 노부인들이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여전히 빨갱이 이야기가 오고 간단다. 

천국의 열쇠.

이 이야기는 어느 시골에서 중풍 든 아버지를 홀로 시중 드는 마흔 살 다 된 장애인 노총각 아들의 이야기란다. 아들은 자신의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인데 중풍에 꼼짝 못하는 늙은 아버지를 홀로 보살피고 있어. 아버지를 보살펴주던 어머니가 3년 전에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시중은 온전히 장애인 노총각 아들의 몫이었단다. 이런 상황이니 노총각 아들이 결혼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더구나. 스스로도 결혼 생각은 아예 안 하는 것 같았어. 다행히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하시던 헛개나무 농장이 있어서 먹고 사는 것은 지장이 없었어. 물론 다리가 불편한 아들이 농장 일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오래 전부터 해와서 익숙했단다. 그 헛개나무 농장은 일터뿐만 아니라 그의 쉼터이기도 해서,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농장을 가곤 한단다. 그런데 어느날 농장에 가다가 숲에서 이웃집 새댁 호아를 보았단다. 그날도 남편 길호 형한테 매를 맞고 도망 온 모양이었어. 호아는 베트남 사람인데 우리나라 시골로 결혼을 왔던 것이란다. 호아는 툭하면 남편한테 맞는데, 그날은 농장 근처까지 도망을 온 것이야. 그는 호아에게 헛개나무 열쇠를 주고 도망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농장에 왔다가 가라고 했단다. 호아에게도 농장이 잠시 쉴 수 있고, 평안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마음으로… 주인공의 선을 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이 좋았단다.

목욕 가는 날.

이 이야기도 참 따뜻한 이야기란다. 시골집에 홀로 사시는 늙은 어머니. 2주일에 한번씩 대중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시는데, 그 길을 어머니 집 근처에 사는 언니가 모시고 간단다. 언니는 성격이 좀 세지만 정이 많았어. 어느날 언니는 시댁에 일이 있다고 이번 주는 서울 사는 주인공에게 어머니를 모시라고 했어. 언니의 말을 거절할 수 없는 소심한 주인공은 날짜에 맞춰 엄마 집에 왔단다. 그랬더니 이건 언니의 작전이었어. 언니도 엄마 집에 와 있었어. 정말 오랜만에 엄마와 언니와 주인공 이렇게 셋이 대중목욕탕에 갔단다. 주인공은 정말 오랜만에 엄마와 대중목욕탕을 가게 된 거라 자신의 맨몸을 엄마에게 보이는 것도 낯설고, 엄마의 맨몸을 보는 것도 낯설고 그랬단다. 하지만 그들은 식구잖니. 세 모녀는 서로 등도 밀어주고, 수다도 떨면서 작지만 행복한 추억거리를 하나 만들었단다.

….

브라보, 럭키 라이프.

이번 이야기는 가슴 아픈 이야기. 경우는 착실한 아들이었단다. 그런데 군대 휴가 나왔다가 복귀하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식물인간이 되었어. 부모님들은 그에게 희망을 놓지 않고 정성 들여 간호했단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가고 어느덧 8년째 어느날 갑자기 경우의 의식이 돌아왔단다. 부모님들은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했어. 하지만 경우는 의식만 돌아온 것인지, 전신 장애를 가지고 있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 물론 계속 누워서 생활했고 손가락 하나 스스로 움직일 수 없었어. 병원비도 많이 나가서 병원에서도 더 이상 해줄 것이 없어 그들이 살고 있는 시골집으로 옮겼단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15년이 지났어. 나라에서 비용을 지원해주긴 하지만 경우를 보살피고 치료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서 재산도 거의 날렸단다. 부모님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어느날 경우는 손가락으로 스스로 움직일 수 있었단다. 사고 나고 23년만에 일이었어. 부모님은 경사가 난 듯 기뻐했지만, 또 그것이 끝이었어. 시간은 빠르게 지나고 경우의 회복은 무척, 아주 무척 더뎠단다. 그런데 문제는 아들이 경우 하나가 아니라는 것. 경우만 챙긴다고 큰 아들 경환은 알아서 제 앞길을 찾아갔어. 경환도 부모님을 이해하고 도움도 청하지 않았는데, 최근에 사업이 무척 어려워졌단다. 시골에 넓은 땅을 가지고 있는 걸 아는 경환은 마지 못해 부모님께 금전적 도움을 받으러 왔는데, 이미 부동산은 다 팔려서 남아 있는 것이 없었어. 경환은 참고 있던 울분을 터뜨렸지. 회복되기 어려운 거 뻔히 아는 병신 아들 살린다고 산 자식 죽게 생겼다고 말이야.. 경환의 심정도 이해가 가고 아픈 아들을 보살피는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이런 이들은 나라에서 보듬어 줄 수 있어야 할 텐데…

핏줄.

27대손 장손인 아들이 노총각으로 결혼 못하고 있어 속이 타는 아버지. 장손이라 집을 지켜야 한다고 시골에 묶어두어서 결혼을 못했나. 아버지는 외국 사람은 절대 안 된다고 하고 아들은 나이만 먹어가고… 결국 한 발 물러나 연변의 아가씨와 결혼하게 되는데, 결혼하고 돈만 가지고 도망가 버린 며느리. 더 급해진 아버지는 이제 국적 가리지 않겠다고 했어. 그런데 태국 아가씨, 필리핀 아가씨도 줄줄이 돈만 갖고 튀었단다. 아버지는 자신이 며느리를 직접 고르겠다고 베트남까지 가서 맞이한 이가 쑤언이었어. 아버지는 직접 며느리를 골랐지만, 마지못해 선택이었고, 자신의 대를 이을 장손이 외국인 며느리라는 것이 여전히 꺼림칙했어. 쑤언은 그 전 며느리들과 달리 착실했단다. 한국말도 잘하고 일도 잘하고 시부모님께도 잘 했단다. 어머니는 쑤언에게 잘 해주었단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던 임신. 아버지는 제발 아들놈 닮은 손자가 태어나길 바랬는데…. 

혜화동 로터리.

빨갱이 집안에서 태어나거나 연루되어 평생 차별을 받아 제대로 직업을 갖지 못한 세 남자들이 오랜만에 만나 지난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 끝^^ 

인생 한 줌.

산에서 밭을 일구며 큰 욕심 없이 살던 주인공. 밭에 큰 돌이 있어 캐내려고 했는데, 그 큰 돌은 땅 속에 엄청난 크기의 진짜 모습을 가지고 있던 바위. 오기가 생긴 주인공은 바위의 끝을 보냈다고 파내기 시작하는데 5년째 파도 여전히 끝을 보이지 않는 바위. 이 바위는 화제가 되어 텔레비전 방송에도 나오고 거북 바위니, 봉화 바위니 별명까지 붙어 유명해지게 되었단다. 큰 돈 주겠다고 그 바위가 있는 산을 사겠다는 사람도 나섰는데, 주인공은 이 바위가 이제는 자신의 한 일부분이라고 생각이 드는지 아무리 큰 돈을 주어도 팔지 않겠다고 했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바위의 진모습은 어느날 갑자기 마지막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때 느끼는 주인공의 허탈감, 어쩌면 배신감마저 느끼지 않았을까 싶구나. 집착하게 되면 욕심이 생기고, 희망이 크면 실망도 크고… 바위 같은 무생물을 향한 인간의 마음 또한 똑 같은 것 같구나.

즐거운 나의 집.

음, 이 이야기는 전원주택의 로망을 무참히 밟아주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단다. 아빠도 나중에 은퇴하면 전원주택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씩 하곤 하는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 소설이란다. 전직 기자인 주인공이 전원주택의 로망을 가지고 시골에 왔다가 맞닥뜨린 현실을 유머와 곁들여 그린 이야기란다. 벌레와 전쟁에 기겁을 하고, 오지랖 넒은 이웃에 스트레스 받고 이웃과 땅 분쟁까지 이어지면서 전원 주택의 낭만은 안드로메다로 사라진 지 오래구나. 

나의 아름다운 날들.

이 이야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한, 완벽해 보이는 주인공 김여사를 비꼬는 듯한 소설로 아빠는 읽었단다. 자신의 식구들이 완벽한 가정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누가 봐도 그럴 만했어. 친정아버지와 남편 모두 박통 시절에 장관을 지냈고, 자녀 셋은 모두 일류 대학을 나와 법관을 하거나 의사로 일하고, 은퇴한 남편과 70평 아파트에 살고, 

일하는 아줌마를 둘 정도로 경제적 여유도 있고, 금혼식이라고 며느리, 손자, 손녀의 진심 어린 축하도 받고, 남편과 오랜 결혼 생활도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 김여사는 스스로 찬란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단다. 이 소설의 제목이 그냥 <아름다운 날들>이 아니라, <나의 아름다운 날들>인 점을 알겠더구나. 가난하고 힘든 시절 권력 측근에 있으면서 축적한 부로 대를 이어 잘 살고 있는… 소설 제목을 <나의 아름다운 날들>이 아닌 <나만 아름다운 날들>로 해도 좋을 듯싶더구나. 

절정.

주인공 ‘그’는 알코올 중독자 출신 노숙자란다. 정간사의 도움으로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노숙 생활을 벗어나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 ‘그’와 같이 노숙생활을 하는 김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김을 따라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 김은 한 달에 20일 이상 막노동을 3년간 쉬지도 않고 했어. 김은 노숙자이지만 아직 식구들과 연락을 하고 자신이 번 돈 거의 대부분을 한 달에 한번씩 집에 보낸단다. 아이들 학원비에라도 보태라고 말이야. 조금이라도 더 보태기 위해 고시원에서도 나왔어. 그런데 어느날 김이 사라졌단다. 김이 고시원에서 나간 이후로는 ‘그’가 김의 편지를 대신 받아서 전해주었는데,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어. 사라진 시간이 길어지면서 김이 걱정되기도 했단다. 어느 날 고시원에 돌아오니 김의 편지가 와 있었어. 무덤덤한 문체로 간암에 걸렸다는 소식과 함께. 살고자 발버둥치고 노력하는 이에게 이런 안 좋은 소식은 소설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서 소설을 읽고 울컥했단다.

….

이상으로 이 책에 실린 11권의 이야기를 짧게 해주었는데, 아빠가 메모를 하면서 읽긴 했는데도 메모에 없는 부분은 기억을 의존해서 써서 잘못된 부분도 있을 수 있어. 그 점은 양해 바란다. 이 책의 소설들을 통해 정지아 님의 소설 스타일을 좀더 확실히 알게 된 것 같아. 사회의 소외 받지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모든 이들의 인생이 그렇지만, 그들의 삶 속에 행복이 있고, 희망이 있고, 하지만 슬픔도 있다는 것. 정지아 님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호르르, 바람이 세월을 밀어낸다.

책의 끝 문장: 그 ‘평범한 비범한’이야말로 이 참혹한 세상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건너가게 만드는, 우리가 매일매일 마주치면서도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기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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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6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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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는 가끔씩 요 네스뵈의 소설들을 읽는단다. 그의 모든 작품이 다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작 이상은 하니까. 그의 작품들 중에는 해리 홀레 시리즈가 유명하단다. 아빠가 요 네스뵈의 소설 중에 가장 먼저 읽은 것도 해리 홀레 시리즈 중 하나인 <스노우 맨>이었단다. 요 네스뵈가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지기 전에 인기 있는 작품 먼저 소개하다 보니 해리 홀레 시리즈가 우리나라에서는 순서가 섞여서 출간되었단다. 아빠도 가끔 해리 홀레 시리즈를 읽었는데, 출간 순서대로 읽지는 않았단다. 해리 홀레 시리즈는 한 권 한 권이 단일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순서 없이 읽어도 상관은 없었어. 가끔 고정 출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순서 없이 나오긴 했지만

오랜만에 요 네스뵈의 소설을 읽겠다고 작년에 사둔 해리 홀레 시리즈 <>이라는 책을 집어 들었단다. 앞쪽에 해리 홀레 시리즈 쭉 알려주는 페이지가 있었어. 그런데 아빠가 읽으려고 했던 <>은 해리 홀레 시리즈의 가장 최신으로 12권이더구나. 그리고 아빠가 읽은 책들을 보니, 해리 홀레 시리즈의 1, 2, 3, 4, 5, 7, 8 이렇게 일곱 권이었어. 순서 없이 읽긴 했는데 6권을 빼고는 8권까지 다 읽었네. 6권이 무엇인가 봤더니 <리디머>라는 책이란다. 리디머? 이 책은 우리 집에 있는 것 같은데그래서 찾아보니 책장 한쪽 구석에 먼지를 먹고 있더구나. 이왕 읽은 거 남은 해리 홀레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보자는 생각에 읽으려고 했던 <>을 다시 책장에 두고 <리디머>라는 책을 읽게 되었단다. 아빠가 가장 먼저 읽은 <스노우 맨> 7권이니까, <리디머> <스노우 맨>의 바로 직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란다.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는 재미는 있는데 좀 하드 코어 작품들이 많단다. 살짝 수위를 낮춰주면 좋을 텐데

<리디머>를 영어로 쓰면 redeemer로 구원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단다.


1.

해리 홀레가 있는 오슬로 경찰청에 변화가 생겼단다. 해리 홀레가 형사로서는 유능하지만, 알코올 중독 증세라는 문제를 갖고 있었단다. 그의 상사와 동료들 중에는 해리 홀레의 그런 알코올 중독을 이해해 주는 사람도 있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어. 그리고 해리 홀레는 선조치 후보고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 또한 상관이 봤을 때는 안 좋게 볼 수 있단다. 그런 해리 홀레를 이해해주던 상관 묄레르가 안타깝게 물러나고 군나르 하겐이라는 사람이 상관으로 오는데, 해리 홀레의 수사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서 갈등을 빚게 된단다.  그들은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을까?

먼저 등장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노르웨이에는 구세군 사관학교라는 것이 있는가 보구나. 욘 칼렌과 로베르트 칼센이라는 형제가 있는데 둘 모두 구세군 사관학교 출신으로 구세군 활동을 하고 있어. 욘과 로베르트가 형제이긴 하지만, 형 욘은 동생 로베트르를 무서워했어. 로베르트가 좀 괴팍하고 형보다 힘이 세고, 형 욘에게 가끔 협박도 했거든. 로베트르가 좋아하는 테아라는 여자가 있는데, 욘은 몰래 테아라 사귀고 있었어. 그러니 욘이 더욱 로베르트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지. 테아의 오빠는 르카르드라는 사람인데, 욘과 행정국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사람이었어. 르카르드는 구세군 사령관 다비드 에크로크의 딸 마르티네와 사랑하는 사이였어. 욘이 테아와 비공식으로 사귀고 있다고 했는데, 그 전에 랑닐 길스트룹이라는 사람과 사귀었고, 랑닐은 여전히 욘을 좋아했단다. 문제는 랑닐이 유부녀라는 것. 랑닐의 남편은 마스라는 사람이고 사업가 알베르토의 아들이었단다. 등장인물의 관계가 좀 복잡하고 굳이 알아야 하나 싶긴 한데, 아빠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정리해 둔 것이 있어 적어보았단다.

..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구세군 활동을 하던 로베르트가 번화한 오슬로의 거리에서 총에 맞고 죽고 말았단다. 번잡한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총에 맞아 죽었지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고 범인은 곧바로 도망을 가서 범인을 잡을 수는 없었어. 그 범인은 청부살인업자이고, 우크라이나 군인 출신이었고 말리 스파시텔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어. 말리 스파시텔리는 작은 구세주라는 뜻이라고 하는구나. 그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로베르트를 죽이고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노르웨이를 떠는 것이었는데, 폭설로 인해 비행기가 못 뜨고 오슬로에 발이 묶이고 말았단다.


2.

해리는 로베르트 사건을 맡게 되었단다. 파트너는 할보르센이라는 사람이야. 로베트르의 형인 욘 칼센을 조사하러 갔다가 욘을 살해하러 온 청부살인업자와 마주쳤단다. 청부살인업자는 로베르트만 타겟이 아니고 욘도 타겟이었던 것인가?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청부살인업자가 의뢰 받은 사람은 욘이었는데, 형제라서 닮았고, 갑자기 근무 시간을 맞바꾸었기 때문에 잘못 죽인 것이었단다. 잔금을 받기 위해서는 욘을 다시 죽어야 했던 거지. 청부살인업자도 뒤늦게 잘못 죽인 걸 알고 욘을 죽이러 왔다가 해리와 마주친 것이었어. 해리 덕분에 욘은 부상만 입고, 청부살인업자도 놀라서 도망가 버렸단다. 욘은 당분간 병원에 머무르고 경찰로부터 보호를 받았어. 실패한 청부살인업자가 언제 다시 나타날 지 모르니까 말이야.

해리와 동료들은 CCTV를 보고 유로폴의 도움을 받아서 청부살인업자가 크리스토 스탄키츠라는 가명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그가 크로아티아 군 출신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단다. 크리스토 스탄키츠라는 이름으로 출국 금지, 카드 사용 금지, 호텔 투숙 금지 조치를 했어. 범인은 완전 망했네. 청부살인업자가 가명은 크리스토 스탄키츠이고 자신의 조직에서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말리 스파시텔리로 볼린다고 했잖아. 아빠는 이제부터 범인의 이름을 스탄키츠하고 할게. 스탄키츠는 이제 합법적으로 노르웨이를 떠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고, 전화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

앞서 유부녀였던 랑닐이 욘과 잠시 사귄 적이 있다고 했잖아. 욘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보니 욘의 자신의 흔적이 밝혀져 욘과 부적절한 관계가 들통날까 봐 욘의 집에 있는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고 갔단다. 이건 참 잘못된 선택이 되고 만단다. 그런데 욘은 병원에서 퇴원한 후에, 구세군에서 관리하고 있는 시골 농장에 숨어 지내기로 했거든. 그러니까 욘의 집에는 아무도 없었던 거지. 랑닐도 그것을 알고 자신의 흔적을 없애려고 간 것인데 욘의 비어 있는 집에서 랑닐은 스탄키츠를 만났단다. 랑닐은 그만 스탄키츠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단다.


3.

스탄키츠는 자신의 가명이 경찰에 알려져서 숙박업소에도 묵지 못하고 카드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되었어. 잘 곳도 없고 점점 경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 같았어. 해리의 동료 할보르센과 마주치기도 했는데, 할보르센이 교전 중에 총을 맞고 중상을 입었단다. 병원에 입원을 했지만 끝내 죽고 말았지. 스탄키츠는 자신을 쫓는 경찰이 해리라는 것을 알았어. 이왕 이렇게 된 것 해리를 없애려고 해리의 집에 갔는데 아무도 없었어. 잘 곳 없는 스탄키츠는 해리의 집에 머물면서 잠도 자고 음식도 먹고 그랬단다.

그 때 해리는 크로아티아에 가 있었어. 스탄키츠가 속한 조직을 알아냈거든. 그 조직의 리더는 스탄키츠의 엄마였어. 해리는 그 스탄키츠의 엄마를 만났단다. 그들은 원래 정의를 위한 청부살인만 했다고 했어. 그런데 이번 건은 너무 큰 돈을 제시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 이유를 묻지 않았다고 했어. 대리인이라면서 로베르트가 몇 달 전에 찾아와 살인을 의뢰했고, 그 대상자는 욘 칼센이라고 했어. 해리는 로베트트의 여권을 봤던지 욘 칼센의 엄마가 말한 날짜에 크로아티아에 왔던 이력이 있었어. 로베르트는 누구의 지시를 받고 욘을 죽이라고 했던 것일까. 로베트르는 자신이 지시한 욘을 대신해서 죽고 말았으니 진실을 말할 수도 없었어.

스탄키츠가 해리의 집에 숨어 있는 동안, 마르티네가 찾아왔단다. 해리에게 호감을 갖게 되어 해리를 만나러 왔던 거야. 마르티네는 앞 부분에서 등장인물들 소개할 때 한번 이야기했는데, 구세군 사령관의 딸이었어. 마르티네가 해리의 집에서 만난 건 스탄키츠였단다. 스탄키츠는 마르티네를 인질로 잡고 욘이 있는 곳을 물어보았어. 마르티네는 해리가 다치지 않게 하려고 스탄키츠가 시키는 대로 하고 물어보는 것은 다 이야기했어. 욘이 시골의 별장에 숨어 있는 것도 사실대로 이야기했어. 너무 사실대로 다 이야기해서 욘도 당황했을 거야. 그러면서 마르티네의 말 속에 함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마르티네는 자신도 욘이 죽었으면 좋겠다면서 스탄키츠를 도와주겠다고 했단다.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

스탄키츠와 마르티네는 시골 농장에 갔으나 이미 욘은 그곳을 떠났단다. 경찰에서 스탄키츠의 옷과 소지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대치하다가 그를 사살했다고 발표를 했거든. 그러면서 범인을 잡았다고 했어. 그러니까 욘은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생각하고 농장을 떠나 집으로 돌아간 거야. 그 사이에 스탄키츠와 마르티네가 농장에 온 것이고그런데 도대체 마르티네는 왜 욘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을까?

한편, 크로아티아에서 돌아온 해리는 사건이 종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뭔가 찜찜함. 해리는 계속 추적을 하고, 이 사건의 숨겨진 사실을 밝혀내게 된단다. 이제부터는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단다.


4.

지금부터는 강력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단다.^^

욘 칼센을 죽이라고 청부살인을 의뢰한 사람은 바로 욘 칼센이었단다. 욘은 동생인 로베르트의 여권을 가지고 크로아티아에 갔던 거야. 로베르트인 척 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스탄키츠가 언제 어디서 작업을 할지 알고 있었던 욘은 일부러 로베르트와 근무 시간을 바꾼 것이었어.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야.

그러면 왜 욘은 로베르트를 죽이려고 했을까? 그건 로베르트가 욘이 어린 소녀들을 강간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 대해 계속 경고를 했기 때문이야. 욘은 그런 나쁜 사람이었던 것이란다. 앞서 마르티네가 욘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그렇게 이야기한 이유는 마르티네가 어렸을 때 욘에게 당했었기 때문이란다. 그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가고 있었던 거야. 알고 보니 해리의 동료였던 할보르센도 스탄키츠가 아니고 욘이 죽인 것이었어. 이런 사실을 다 알고 있던 해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그래도 청부살인업자 스탄키츠로부터 욘을 보호해야 할까. 그게 선이 맞을까. 이런 내막으로 모르는 스탄키츠는 여전히 욘을 추격하고 있었단다. 그래야 잔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야.

해리는 방관을 선택했단다. 스탄키츠를 막지 않았다는 거야. 스탄키츠가 욘을 죽였단다. 스탄키츠의 행동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해리는 그러지 않았단다. 그렇게 소설이 끝이 났단다. 마지막 부분은 해리다운 선택인 것 같았어. 법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도 아니고, 더 나은 선()이 있고 악()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선택을 하는 것이 해리 홀레의 진모습이지.

책이 두껍고 등장인물도 많이 나오고 해서 아빠가 한 이야기가 이해 가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 같구나. 밀린 독서편지를 급히 써서 뒤죽박죽 된 것이니 이해해 주고남아 있는 해리 홀레 시리즈가 몇 권 안 되니올해 안으로 끝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소녀는 열네 살이었고, 눈을 꼭 감고 정신을 집중하면 지붕 너머의 별을 볼 수 있다고 믿었다.

책의 끝 문장: 소용없는 짓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그의 이름을 불러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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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리뷰툰 2 : SF편 - 유머와 드립이 난무하는 고전 리뷰툰 2
키두니스트 지음 / 북바이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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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책을 읽으면 그 내용을 오래 기억하지 못해서, 리뷰를 쓰기 시작했단다. 글쓰기를 많이 하지 않던 아빠로서는 리뷰를 쓰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어. 그래도 책 읽은 것을 까먹으면 아깝다는 생각에 리뷰를 썼지. 그러다가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주듯이 하면 좀더 쉽게 쓸 수 있겠다 싶어서 이렇게 편지 형식으로 리뷰를 쓰게 되었지. 그래도 여전히 리뷰는 쉽지 않고, 잔뜩 밀린 숙제 같기도 하구나. 약간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기도 하고 ㅎㅎ

그래도 리뷰를 쓰고 나면 숙제 하나 끝낸 것 같은 시원함이 있단다. 이제 밀린 숙제나 몇 개 남았지? 이러면서 헤아려 보기도 하고그런데 그 어려운 리뷰를 웹툰으로 그리는 막강 리뷰어가 있단다.

필명 키두니스트. <유머와 드립이 난무하는 고전 리뷰툰>을 참 재미있게 읽고 2권도 이번에 읽게 되었단다. 2권은 책의 앞표지 좌측 하단부에 <SF >이라고 적혀 있단다. 고전 SF 소설을 소개해주고 있단다.

잘 쓴 리뷰는 어떤 리뷰일까? 아빠가 생각하기에 잘 쓴 리뷰는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책을 꼭 읽게 싶게 만드는 리뷰란다. 스포일러는 숨기면서도 책의 주제는 이야기해주는 그런 리뷰. 아빠는 너희들에게 이야기할 때 결론까지 다 이야기해 주는 나쁜 리뷰어지. 하지만 그렇게 써 놓지 않으면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아빠의 부실한 기억력으로 결론 부분이 잘 생각나지 않거든. 아무튼, 아빠의 관점에서 봤을 때 키두니스트의 <유머와 드립이 난무하는 고전 리뷰툰>은 참 잘 쓴, 아니 잘 그린 리뷰란다.

키두니스트 님이 소개해 준 책들은 다 읽고 싶어졌어.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아빠가 SF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런지 1권 보다 2권이 더 재미있었단다. 2권이 유머도 더 많았고, 드립도 더 난무했던 것 같았어.

 

1.

이 책에서는 모두 10편의 SF를 소개해주고 있단다. 이 중에 아빠가 읽은 책은 겨우 3권이란다. SF를 좋아한다면서 겨우 3권이 뭐냐고?  그러게, 어디 가서 SF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면 안 되겠구나. 지은이가 첫 번째로 소개해 준 책은 아빠도 너무 좋아하는 <프랑켄슈타인>이란다. 지은이 메리 셸리가 19살 때 지은 첫 작품. <프랑켄슈타인>을 읽지 않은 사람은 괴물의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으로 잘못 알고 있을 수 있는데,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박사. <프랑켄슈타인>은 공포물이 아니고 편견에 관한 이야기란다. <프랑켄슈타인>을 일고 쓴 독서 편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프랑켄슈타인>보다 지은이 메리 셸리가 더 소설 같은 삶을 살았단다.

그리고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지구 속 여행>에 대한 리뷰를 해주었단다. <해저 2만리>는 아빠도 재미있게 본 책이란다. 그 책을 읽고 나서 쥘 베른의 작품들도 하나 둘 찾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책 만 몇 권 사두고 읽은 것이 없구나. 뭔 책들을 읽느라 쥘 베른의 소설들을 안 읽었는지 모르겠구나.

이 책에서 소개해준 <지구 속 여행>도 아빠 사 준 책 중에 하나이니 조만간 읽어봐야겠구나. 그리고 다시 이 책의 <지구 속 여행>편을 읽어봐야겠구나. 악셀과 삼촌인 리넨부르크 교수가 함께 떠나는 지구 속 여행을 함께 하고 싶구나. 아참, <해저 2만리>에서 2만리가 오역이라고 하는구나. ‘의 원문에 해당하는 단어는 ‘league’인데, 2 league라고 하면 약 8 km, 리로 하면 20만리가 된다고 하는구나. 예전에 일본 책을 중역하면서 <해저 2만리>로 잘못 쓰게 되었다는구나. 일본에서 는 우리나라 와 다르대. 우리나라 400m, 일본의 4Km… 지금 와서 그 유명해진 소설의 제목을 바꿀 수도 없고

<잃어버린 세계>란 작품은 지은이가 놀랍게도 코난 도일이란다. 맞아, 셜록 홈즈 시리즈의 그 코난 도일이야. 코난 도일이 SF 소설도 쓴 적이 있구나. 남미의 융기된 고지에 공룡들이 아직도 살고 있다는 설정인데, 이 책도 읽고 싶어 리스트에 추가했단다.

다음으로는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이라는 책인데, 이 책은 아빠가 바로 작년에 읽었단다.

시간을 거슬러 내려가거나 올라가는 것은 늘 모든 사람의 꿈이 아닐까 싶구나. 그 때 그 시절이 아직도 눈 앞에 생생해서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못 가다니허버트 조지 웰스의 또 다른 소설 <투명인간>도 소개해 주었단다. 투명인간도 참 많은 영화와 소설에서 등장하는데 그 원조는 허버트 조지 웰스의 <투명인간>이 아닐까 싶구나.

다음은 아서 클라크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책을 소개해주었단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이건 영화 아니었나? 이 영화도 원작 소설이 있었던 거구나.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알고 있을 거야. 이 영화가 1968년에 개봉했는데 소설도 비슷한 시기에 출간했다고 하는구나. 1968년에 나오긴 했는데 소설 속 배경은 2001년이라고 하는구나. 지금은 이미 2001년도 먼 과거가 되었는데, 1968년 당시에는 30여 년 먼 미래를 상상하며 소설을 썼겠구나.

먼 미래가 먼 과거가 되었네. 세월 참 빠르구나. 아서 클라크의 또 다른 소설 <유년기의 끝>이라는 책도 소개해주었는데, 아빠는 제목도 처음 들어본 책이란다.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지배하는 이야기인데, 식민 통치를 비판 소설이라는 평도 받는다는구나.

….

마지막 두 편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 <파운데이션> 시리즈란다.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모두 7권으로 이루어져 있어. <아이, 로봇> shon이 작년에 로봇에 관심이 많아서 로봇에 관련된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샀는데 아직도 읽지를 않았구나.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1권만 사두고 1권 읽어 보고 나머지도 다 읽으려고 했는데, 이것도 읽지 않고 먼지가 쌓여가고 있지. 아빠는 SF 읽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고, SF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다. ㅎ 키두니스트 님의 리뷰를 보니 <파운데이션>도 바로 읽어보고 싶더구나. 하지만 또 다른 책들의 유혹에 밀려 있단다.

....

이렇게 키두니스트 님이 10권의 책을 소개해 주었단다. 키두니스트의 SNS를 보면 꾸준히 활동하시고, 블로그에 리뷰도 계속 쓰시는 것을 보니 고전 리뷰툰 3권도 기대해 봐야겠구나. , 이렇게 아빠는 짧게 또 하나의 숙제를 마쳤구나 ㅎ 이제 밀린 숙제가 몇 개 남았지?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안녕하세요.

책의 끝 문장: 거미줄처럼 흩어진 역사의 앞날에 가장 알맞은 방향을 찾고자 한 그의 고전적 지성이 필요합니다.



여담이지만, 작품을 읽다 보면 작가의 성별에 따른 표현 차이가 조금씩 보이는데요. <프랑켄슈타인>은 여성 작가 특유의 휘몰아치는 감정 표현을 극대화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표현은 특히 피폐한 분위기의 장르문학에서 빛을 발하죠. - P62

저는 책벌레오서 평소에 독서가 여행과 닮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읽은 책 중 쥘 베른 작품만큼 철저하게 독자와 함께 거니는 책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현실을 살아가야 합니다. 언제나 생업에 매달려야 하고, 잡다한 현실을 신경 써야 하죠. 여러분도 그렇고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쥘 베른의 책을 펼칠 때 우리는 꿈을 꿉니다. 육지를 등진 괴짜 선장에게 이끌려, 기이한 돌멩이를 사랑하는 교수에게 이끌려, 도박을 좋아하는 부자 신사에게 이끌려, 인생에 다시없을 여정을 떠나는 꿈을요. - P115

<해저 2만리>만 읽었을 때 저는 쥘 베른을 단순히 재미난 캐릭터성, 흥미진진한 서사를 잘 챙기는 작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상의 생각이 듭니다. 그의 작품은 픽션이 지녀야 할 미덕을 너무도 순순하게 보여줍니다. 독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장 명랑한 방식으로 풍요롭게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저는 쥘 베른을 사랑합니다. 그의 솔직한 매력을, 거침없는 열정의 서사를 사랑합니다. - P118

이봐요, 로봇 공학의 3원칙부터 시작해보자고요. 로봇의 두뇌 깊숙이 심어놓은 세 가지 원칙이요.
제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 P329

<아이 로봇>과 <파운데이션>을 읽어본 지금 시점에서 말씀드리자면요. 아시모프의 작품들은 낡았기에, 레트로이기에, 다시 말해 올곧고 전형적이기에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수많은 고전 작가를 사랑합니다. <고전 리뷰툰>에 실은 작품의 작가들은 모두 제가 가슴으로 사랑하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아시모프만큼은…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사랑합니다. 작품으로 보여준 그의 이성과 통찰을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긴 리뷰의 마지막을 빌려 젼호하려 합니다. 온갖 혼란이 밀어닥쳐 무엇이 올바른 가치인지조차 모르게 된 이 시대에, 우리에게는 아시모프의 낢음이 필요합니다. 거미줄처럼 흩어진 역사의 앞날에 가장 알맞은 방향을 찾고자 한 그의 고전적 지성이 필요합니다. -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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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성북동은 한양도성 북쪽 성곽과 맞붙어 있는 산동네로 북악산(백악산) 구준봉에서 발원한 성북천의 산자락에 성격을 전혀 달리하는 집들이 무리 지어 들어서 있다. 타동네 사람들은 성북동이라고 하면 번듯한 외국 대사관저와 높직한 축대 위의 대저택들이 들어서 있는 부촌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드라마에서 부잣집 사모님이 전화를 걸 때 여기는 성북동인데요라는 대사가 나오곤 한다. 그러나 이 집들은 1970 12 30, 삼청터널이 개통된 이후 양지바른 남쪽 산자락을 개발해 꿩의 바다라는 길을 중심으로 들어선 신흥 저택들이다. 성북동에는 이곳 외에도 오랜 시간을 두고 형성되어온 묵은 동네들이 따로 있다.

 

(42-43)

<동아일보> 1930 4 6일자에 실린 김동섭의 <성북의 향기>는 이런 사실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성북동에 별장이 많다. 그것은 예전 일이려니와 요새는 없던 집에 들어서곤 또 들어선다. 늙은 울송(鬱松) 밑에 양관(洋館)이 있는가 하면 좌청룡 우백호를 서로 응하고 화해서 네 귀를 든 조선식 건물이 있다. 그 뒤로 빠근히 내다뵈는 아담한 모던 빌딩이 보인다. 성북동은 이렇게 기()를 피우고 있다. 어떤 사람은 십 년 뒤 평() 값까지 구구(九九)를 치기도 한다. 집거간(부동산 중개업자)이라는 새 직업이 마전으로 먹고 사는 이 동리에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91-92)

또 내가 존경하는 문학평론가 형님께 형님이 해방공간에 있었으면 어떻게 처신하셨겠어요?”라고 묻자 거두절미하고 이렇게 대답했다.

남에 있었으면 북으로 올라갔을 거고, 북에 있었으면 남으로 내려왔겠지.”

일제강점기라는 불우한 시대를 살다가 마침내 희망찬 해방을 맞이했으나 어지러운 해방공간에서 길을 잘못 들어 결과적으로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그분들과, 동족상잔의 전란 속에 남에서 북으로, 혹은 북에서 남으로 올라가고 내려오고 한 지식인들의 삶이 안타깝게 다가오기만 한다.

 

(121-122)

일선에서 물러난 김자야는 스승 하규일의 일대기와 가곡 악보를 채록한 <선가 하규일 선생 약전>을 펴냈다. 그러다 1987년에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다가 불현듯 대원각을 절로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도움을 청할 생각으로 법정을 찾아갔다. 그러나 법정은 주지를 맡아본 경험이 없고 아무것에도 메이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라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거절했다. 이후 자야가 10년을 두고 부탁하자 법정은 마침내 이 곳을 조계종 송광사의 말사이자 맑고 향기롭게운동의 근본 도량으로 삼기로 했고, 대원각은 1997년 길상사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자야게는 길상화라는 법명이 주어졌다.

당시 대원각의 재산은 시가 1천억 원이 넘는 것이었다. 기자간담회 때 그 많은 재산이 아깝지 않느냐는 물음에 자야는 “1천억은 그 사람(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193)

봉은사는 명종 5(1550) 문정왕후(중종의 왕비)가 어린 명종을 대신해 대리청정하면서 보우(1509~65) 스님을 앞세워 조선불교를 중흥하며 선교 양종(兩宗)을 부활시킬 때 선종의 수사찰(首寺刹)이 되었다. 그때 교종의 수사찰은 세조 광릉의 능사인 남양주 봉선사였다. 그리고 보우 스님은 판선종사 도대선사로 봉은사 주지를 맡으면서 사실상 오늘날 봉은사의 중창조가 되었다.

 

(219)

본래 불상이란 그 시대의 이상적인 인간상을 반영한다. 삼국시대 청동불이 절대자의 친절성을 나타내는 미소가 특징이고, 통일신라 석불이 이상적인 인간상으로서 절대자의 근엄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고, 나말여초의 철불에 힘있고 현세적인 능력이 강조되어 있고, 고려시대 철불 석불이 파격적인 괴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에 반하여 조선시대 불상은 이 봉은사 삼존불상처럼 거의 다 조용히 앉아 있는 침묵의 좌상 모습을 하고 있다.

 

(263)

압구정 정자를 세운 한명회는 세조가 왕위를 찬탈하는 계유정란의 일등공신으로 이후 세조대부터 줄곧 정승 자리를 차지하고 두 딸을 예종과 성종의 왕비로 시집보낸 당대의 권세가였다. 압구정이라는 정자 이름은 한명회가 중국에 사신으로 갔을 때 예겸이라는 당대의 문인에게 부탁하여 기문과 함께 받은 것이다. 뜻인즉, 송나라 때 한 재상이 정계를 떠나 갈매기와 벗하며 지냈다는 고사를 이끌어 만년에 자연과 벗하면서 지낼 만한 곳이라고 지어준 것이다. 이후 압구정은 한강변의 뛰어난 명소로 수많은 문인들이 찾아와 시문을 남겼다.

 

(279)

선조는 임진왜란이라는 전란을 겪었기 때문에 간혹 의주로 피란한 무능한 임금으로만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선조는 문예를 아끼고 키운 인문군주였다. 허준에게 <동의보감>을 펴내게 지시하며 왕실 소장본까지 내준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한석봉을 만년에 조용한 곳으로 가서 편안히 작품활동 많이 하라며 한직인 가평군수로 내려보낸 것도 감동적이다. 또 율곡 이이에게는 매월당 김시습 전기를 지어오라고 명하기도 했다. 그래서 영정조 시대 문인들은 선조의 치세를 일컬어 그의 능 이름을 따서 목릉성세(穆陵盛世)’하고 칭송했다. 풀이하자면 선조대왕 문예부흥기라는 뜻으로 명문이 나오면 목릉성세9에도 이런 문장은 없었다라며 칭송하곤 했다.

 

(279)

허준은 <동의보감> 편찬에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병을 고치기에 앞서 수명을 늘리고 병에 안 걸리도록 하는 방법을 중요시했다. 둘째, 처방은 요점만을 간추린다. 셋째, 백성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약초 이름에 민간에서 부르는 이름을 한글로 쓴다는 것이었다.

 

(303)

연고가 없어 제대로 위로받지 못하는 2 8천 혼백들이 이렇게 작은 봉분 속에 묻혔다는 사실에 처연한 마음이 일어난다. 그 합동묘에는 다른 분도 아닌 유관순(柳寬順, 1902~20) 열사도 있다는 사실에 더욱 가슴이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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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2)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대통령 집무실에 반드시 필요한 지하 벙커와 헬기장 등의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어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관저만 삼청동에 있는 안가 두세 채를 합쳐 옮길 것을 건의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위해서는 또 예산을 들여야 하고 공사가 완료되자면 시간이 걸려 실제로 살 수 있는 기간이 얼마 안 된다며 자신은 소박하게 옮기고 싶으나 다음 대통령에게 멀쩡한 관저를 두고 작은 집으로 가서 살라고 하는 셈이 된다고 거부했다.


(56)

현실적으로 이미 개방한 청와대의 문을 다시 닫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나아가서는 최종적인 개방 형태에 대해서는 명확한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청와대라는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공간을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이라는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는 대통령 혹은 문화부장관이나 문화재청장 개인의 상식적인 소견에서 나오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것도 단편적이고 아이디어 제공이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96-97)

이후 조영석의 증언대로 그(겸재 정선)는 그림을 그릴 때면 백악산과 인왕산을 바라보며 우리 산천의 생김새를 탐구했고, 그가 그리면서 쓴 붓을 내다 쌓으면 무덤이 된다고 할 정도로 끊임없는 수련과 연찬을 통해 이루어낸 것이 겸재 예술이다. 그런 의미에서 겸재 예술의 자산은 좋은 스승, 벗들과의 어울림, 학문, 문학과 미술의 만남, 그리고 여행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만 권의 책을 읽고 천 리를 여행하는 것이 문인의 길이라는 것을 몸소 실천한 결과였다.


(106)

서촌의 공간적 가치는 기에 있고 그 길 중간중간에는 작은 한옥들이 담장을 맞대고 있는 골목이 있고 그 골목엔 역사 인물의 자취가 있고 길끝에는 유적지가 있다는 점이다. 거기에다 인왕산이라는 아름답고 듬직한 산이 받쳐주고 조금만 올라가도 명승이 나온다는 점에서 매력과 가치가 더해진다.


(126)

송석원 바위에는 추가 김정희가 큰 글씨로 쓴 송석원이라는 암각 글씨가 있었다. 글씨 옆에 정축 청화월 소봉래 서(丁丑淸和月小蓬萊書)’라고 관지가 쓰여 있어 추가 31세 때인 1817 4월에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소봉래는 추사의 또 다른 호이다. 이 바위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데, 최종현은 <오래된 서울>에서 박노수미술관 뒤쪽에 계단식 바위벽에 새겨져 있었는데 지금은 흙에 묻힌 상태로 추정하고 있고, 혹자는 지금은 폐업한 술집 마당에 이 암벽이 있는데 시멘트로 덮여 있다고 한다.


(128)

윤덕영(尹德榮, 1873~1940)은 순종황제의 부인인 순정효황후의 큰아버지로 1910년 경술년 강제 한일합병 조인 때 순정효황후가 옥새를 치마폭에 숨기고 내놓지 않는 것을 알고 강제로 빼앗아 총리대신 이완용에게 넘겨준 인물이다. 윤덕영은 그 공로로 조선귀족 자작이 수여되어 일제로부터 당시 5만 엔의 은사공채금을 받아 옥인동 일대를 사들였다.


(154)

북촌이라고 하면 우리는 막연히 조선왕조 대대로 내려오는 양반 동네를 떠올리기 쉽다. 북촌이라는 말의 유래 때문이다. 예부터 한양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청계천과 종로를 중심으로 남쪽 남산 아랫동네는 남촌, 북쪽 동네는 북촌이라고 불러왔다. 매천 황현은 <매천야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의 대로인 종각 이북을 북촌이라고 부르며 노론이 살고 있고, 종각 남쪽을 남촌이라고 하는데 소론, 남인, 북인 삼색(三色)이 섞여 살았다.”


(196)

정세권은 사업자적 기질을 발휘해 경성 전역의 부동산 개발을 주도했다. 특유의 통찰력으로 토지를 매입해 대단위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기획 및 실행하며 도시 개발과 주택 공급에 영향력을 행사한 근대적 기획 및 실행하며 도시 개발과 주택 공급에 영향력을 행사한 근대적 부동산 개발업자였다. 그는 1929 <경성편란(京城便覽)>에서 매년 300여 가구의 주택을 신축했다고 밝혔다. 또 한옥을 더욱 개선하여 1934년에는 건양주택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개량 한옥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그대로 건설했다. 당시는 개발업자들을 흔히 청부업자, 집장사라고 불렸지만 정세권은 북촌, 익선동, 성복동, 해화동, 창신동, 서대문, 왕십리, 행당동 등 서울 전역에 한옥 대단지를 건설하면서 건축왕이 되었다.


(269-270)

인사동 민예품 가게 진열장에 있는 그 흔한 신라토기, 가야토기의 경우 시가로 몇 십만 원이면 살 수 있는데 반출 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르기 때문에 사실상 거래가 막혀 있는 것이다. 이는 심각하게 재고되어야 한다. 영국 사람이 가야토기를 사가면 영국 토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영국 사람도 가야토기를 통해 한국 문화를 사랑하고 존경하게 되는 것이다. 귀중한 유물은 당연히 반출이 금지되어야 하지만 민예품 가게 진열장에 있는 평범한 것까지 규제하는 것은 우리 문화의 국제적 홍보를 막는 행위이다.


(271)

나의 체험에 입각해보건대 인사동길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의 거리로 변해온 발자취는 대략 다음과 같다. 1860년대는 고서점, 1970~80년대는 화랑과 고미술상, 1980~90년대는 전통찻집과 카페, 2000년 이후는 쌈지길과 관광 거리.


(307)

인사동이 이렇게 다 망가졌다고 말할 정도로 변했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은 사람의 살내음이 느껴지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인사동길의 인간적 체취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인사동 공간 구조의 뼈대에서 나온다. 완만한 S자 곡선으로 휘어 있는 인사동길 700미터에 실핏줄처럼 수없이 뻗어 있는 골목길은 그 자체가 휴먼 스케일이다.


(335)

진흥왕 순수비 3기는 모두 세월의 흐름 속에 잊혔다. 황초령 순수비의 존재는 조선 중기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나, 북한산 순수비를 사람들의 무학대사비라고 했다. 세상에 전하기로 무학대사가 한양 도읍 자리를 물색하기 위해 비봉에 올라오니 무학이 잘못 찾아와 이 비에 이르렀다라고 쓰여 있어 놀라서 내려갔는데 세월이 흘러 글씨가 안 보인다고 전해온 것이다. 이것이 다시 진흥왕 순수비임을 확인한 이는 추사 김정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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