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나방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장용민이라는 분의 <귀신나방>이라는 책을 읽었단다. 아빠가 장용민님의 책을 읽은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단다. 첫 번째 읽은 책은 <궁극의 아이>라는 책인데, 읽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구나. 우리나라에도 이런 장르 소설을 이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쓰는 작가가 있다니 말이야.. 당시 읽었던 <궁극의 아이>는 이야기가 얽히고 설켜서 줄거리 이야기해주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구나.

이번에 읽은 <귀신나방>이라는 소설도 스토리텔링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단다. 다만, 아빠가 군대에 있을 때 읽었던 <모레>라는 소설과 살짝 모티브가 같아 보였고, 약간은 예상되는 반전이 있었어. 하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었단다. 소재도 기발했고, 이따가 이야기하겠지만 예전에 <녹색평론> 등 다른 책에서 읽었던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강력한 파워의 진실도 알 수 있었어.

1.

오토 바우만이라는 유태인이 있었어. 때는 1960년대. 장소는 미국. 오토는 뮤지컬을 감상하고 있는 어떤 열일곱 살 소년을 총으로 죽였단다. 오토는 그 자리에서 경찰에 잡혔고,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그의 눈에는 드디어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보이고 있었단다. 열 일곱 살 소년을 무자비하게 죽은 오토 바우만. 그는 어쩌다 그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을까.

오토 바우만의 지난 날을 이야기해줄게. 오토 바우만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에서 연합군의 시설 복구팀으로 일하고 있었어. 그에게는 슬픈 과거가 있었단다. 아우슈비츠에서 모든 가족을 잃고 혼자 살아남았던 거야. 오토는 연합군 비밀조직 아디 헌터의 마커스 소령의 통역을 우연히 도와주었다가 팀원이 되었단다. ‘아디 헌터라는 비밀 조직의 임무는 바로 진짜 히틀러를 찾는 일을 있다고 했어. 뭐라고? 히틀러라고? 독일 어느 한 벙커에서 죽은 히틀러는 진짜가 아니라는 거야. 그 사람은 가짜 히틀러이고, 진짜 히틀러는 어딘가 생존해 있다는 거야. 당시 실제로 그런 소문들이 있었나? 아무튼 아우슈비츠에서 가족을 모두 잃은 그였으니 히틀러는 철천지원수였어.

아디 헌터의 팀장은 마커스 소령으로 그들은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하다가 1949년 재정적인 이유로 팀이 해체되고 말았단다. 결국 진짜 히틀러의 정체는 밝혀내지 못했단다. 마커스 소령의 도움으로 오토는 미국으로 이민을 왔단다.

2.

비록 팀은 해체되었지만, 오토는 여전히 히틀러의 뒤를 쫓고 있었어. 그에게 히틀러는 한 세상에 같이 존재할 수 없는 존재니까아디 헌터에 있으면서 가지고 있던 정보들을 가지고 뒤를 쫓았지. 큰 성과 없이 시간이 지나갔어. 그는 경찰이 되었어. 1962년 우연히 아디 헌터의 옛 멤버들을 알아보다가 마커스 소령을 빼고 모두 의문사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오랜만에 마커스 소령을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마커스 소령도 괴한의 습격을 받아 죽고 말았단다. 죽기 전에 마커스 소령이 한 이야기…. “애덤 휘슬러를 찾아라.” 그 다음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죽고 말았어.

마커스 소령은 어떤 비밀을 말하려던 것일까. 당연히 히틀러와 관계된 이야기였겠지. 오토 바우만은 애덤 휘슬러라는 사람이 히틀러와 연관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린츠라는 시골 마을에서 애덤 휘슬러라는 사람을 찾는 광고를 냈어. 오토는 그 시골 마을을 갖고, 그곳에 얼마 전까지 애덤 휘슬러가 그곳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애덤 휘슬러는 외지에 온 마음씨 착한 청년인 것처럼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샀지만, 이에 이간질을 시켜 조용한 시골 마을을 풍비박산으로 만들었어. 서로 살인을 하게 말이야. 그들을 이간질 시킨 근본적인 것은 바로 자본주의의 본질을 이용한 것이었어.

오토 바우만은 애덤 휘슬러를 쫓기 시작했어. ? 그가 바로 그니까 말이야. 무슨 소리냐고? 그게 바로 장용민 작가가 이번 소설에게 선보인 비장의 카드라고 할 수 있단다. 아주 핵심적인 내용이라서 스포가 될까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이 소설을 읽는 이라면 소설의 앞부분부터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단다. 지은이도 그 사실을 크게 숨기지 않았어. 읽는 이로 하여금 애덤 휘슬러가 바로 히틀러라는 것을 눈치채게 되어 있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아우슈비츠에서 생체실험을 했어. 너무 잔인한 짓이었지. 그리고 그 생체실험을 통해서 위험한 실험이 성공시켰단다. 뇌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실험.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지? 히틀러의 뇌를 애덤 휘슬러라는 사람의 몸에 이식을 했던 거야. 물론 수술을 하고 나면 후유증으로 한창 동안 괴로워 한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휘슬러라는 사람의 몸에 적응을 하게 되면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이 없었어. 늙은 몸은 버리고 아주 쌩쌩한 젊은이의 몸을 얻었으니…. 그리고 생존해 있는 그의 옛 측근들도 몰래 다시 모여들었어. 그렇게 미국 내에서 세력을 만들어갔지.

….

미국에 정착한 애덤 휘슬러, 아니 히틀러가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는 거야. 완전한 세계를 만드는 것. 어떻게? 자본주의로 말이야. 미국식 자본주의를 점령하는 것이란다. 그렇기 위해서 그는 연방준비은행에 접근을 했단다. 이름과 달리 연방준비은행은 정부 소속이 아니고 철저하게 사기업과 같은 조직이었단다. 그런 조직이 미국, 나아가 전세계의 경제를 쥐락펴락 하고 있는 거야. 연방준비은행의 권한을 억제하려는 대통령들이 있었는데, 그들 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람들도 있다고 이야기들은 적 있단다. 그 배후에 연방준비은행이 있다는 썰도 있어. 그렇게 죽은 대통령 중에는 바로 케네디 대통령도 있었다.

감 잡았지? 이 소설에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장면도 나온단다. 히틀러가 애담 휘슬러의 몸에 들어갔고, 애담 휘슬러가 연방준비은행의 최고 수장인 밀턴에게 신임을 얻게 되고, 미국의 대통령을 제거하는 거지. 이보다 미국을 접수하기 위한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어디 더 있겠니?

….

3.

이야기는 그런 줄기를 가지고 흘러간단다. 연방준비은행의 수장이었던 밀턴도 늙고 병든 노인이었는데, 애담 휘슬러가 어떻게 그를 꼬셨겠니? 바로 뇌이식이겠지그런 늙은이의 뇌를 가진 젊은이는 두 명이 되겠지. 아참, 애담 휘슬러는 20대 청년인데,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 오토가 히틀러라고 죽인 이는 열일곱 살 소년이었잖아. 어떻게 된 거냐고? 몇 년 전에 사실 오토가 애담 휘슬러을 드디어 찾아내서 죽였단다. 죽였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의 총은 그의 뇌를 겨냥하지 않았던 거야.

이해하겠지? 다시 다른 사람의 몸으로 갈아 탄 것이야. 이 사실을 나중에 눈치챈 오토가 다시 추격을 했고, 그렇게 알아낸 이가 열일곱 살의 소년이었던 거야. 결국 가족들의 복수에 성공한 오토 바우만. 이번에는 정확하게 뇌에 총을 쏘았지. 비록 사형을 당했지만, 행복하게 죽을 수 있었어.

... 오토가 죽은 후 또 한번의 반전이 일어난단다. 오토가 죽인 뇌는…. (누구였을까?)

아빠가 거의 끝까지 다 이야기해주었구나. 완전 스포일러. 나중에 너희들이 이 글을 읽을 때는 이 소설을 읽고 난 다음이기를 바라며 오늘은 이만 마칠게.

이 책의 제목 귀신나방은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 나방이라고 책에 나와서, 진짜 있는 곤충인줄 알았는데, 아니라는구나. 지은이가 만들어낸 곤충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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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귀신나방이라고 들어봤나?”

그놈들은 천둥이 가까워오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 나무에 내려앉는다. 그러면 놀랍게도 그 나무에 벼락이 치는데, 녀석들은 벼락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에 마지막 순간 죽음을 향해 비행한다. 우기가 끝나면 아침 햇살과 함께 부화한 유충들이 나타나 어미가 생을 마감했던 나뭇등걸로 모여든다. 그곳에 둥지를 틀고, 또다시 반복될 생애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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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날이 저물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 기억상실증이라는 칵테일에 취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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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3 11: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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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4 14: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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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아옌데는 시대를 통해 만들어졌다. 새로운 사회계급이 국가경제에서 제 몫을 요구하기 위해 싸우고, 자기 사회를 어떻게 운영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투쟁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이념에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던 시대였고, 혁명은 이룰 수 이 없는 꿈이 아니라 분명한 가능성이었다. 지구촌의 다른 수많은 사람들처럼, 아옌데의 생각도 그 시대의 거대한 이념을 바탕으로 꼴을 갖추었다. 그것은 바로 마르크스주의였다. 이를 통해 아옌데는 역사를 해석하는 수단을 얻었고, 절대다수의 인간들이 고통받고 있는 소외를 끝낼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착취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킴으로써, 사회주의는 또한 압제자들을 자유롭게 하는 길도 제시했다. 말 그대로 아메리카혁명과 프랑스혁명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었다. 아옌데는 바로 이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삶을 살았다. 그가 권력을 추구했다면, 그것은 이런 이상이 실현되는 나라와 세상을 만드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그 과정을 통해 그는 칠레를 변혁했고, 이를 통해 칠레 인민과 역사 속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40)

아옌데는 부와 권력에 쉽게 다가설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그럼에도 발파라이소에서의 삶의 현실적 어려움을 익히 알고 있었고, 당시의 요동치는 정세는 아옌데를 부촌인 비냐델마르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프롤레타이아트의 항구도시에 걸맞게 했다. 1972년 레지스 드브레와의 인터뷰에서 아옌데는 스스로를 발파라이소 항구 출신을 일컫는 자랑스러운 포르테뇨이자, 포르테뇨 출신 첫 대통령이라고 표현했다.


.

(68)

지구촌 차원의 경제위기가 촉발한 혼란 속에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압제가 시작되고 있었다. 브라질에서는 제툴리오 바르가스 독재체제가 들어섰다. 베네수엘라, 페루, 아르헨티나도 권위주의 정권이 수립됐다. 엘살바도르에서는 마르티네스 장군이 소규모 공산당을 짓밟고 3만여 농민을 학살했다. 니타라과에서는 1933년 소모사가 아우구스토 산디노를 암살하고 독재체제를 강화했으며,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는 트루히요가 집권했다. ‘볼셰비즘에 위협을 느낀 미국은 이들 정권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1930년 경제위기의 여파로 차관과 쌍무협정을 통한 간접 통제에 기반을 둔 경제체계가 형성됐다. 미국이 힘이 약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를 11로 맞상태하면서 우위를 점하는 정치적 체제도 마련됐다.

(74)

현실적인 보탬이 되는 것과는 별개로 아옌데는 프리메이슨에 고결하고 숭고한 사명이 있다고 여겼다. 프리메이슨 회원은 현대적 기준을 활용해 자유, 평등, 박애의 원칙을 규정하고, 이를 통해 소외도 실업도 저임금도 없는 사회,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고통받지 않는 사회를 건설해내려 했다. 이를 위해 제대로 기능하는 효과적인 사회복지제도를 만들어 모든 이들에게 폭넓은 문화적 혜택의 문호를 열어젖혀야 한다는 것이다. 아옌데는 이 같은 내용을 프리메이슨의 사명으로 채택할 것을 줄기차게 요청했다. 또한 노동계급 출신과 청년 지식인 회원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운영의 민주화에도 더욱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92)

라틴아메리카의 지지가 필요한 것은 신생 국제연합(유엔) 무대에서뿐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필수 천연자원을 싼값에 조달해온 상황을 지속할 필요가 있었다. 미국이 전후 유럽 재건을 위해 마련한 마셜 플랜에 들어간 막대한 재원을 제공한 것도 결국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이었다. 그러니 공산당에 대한 탄압이 재개된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칠레 소수 지배계급의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공의식은 이제 미국 정부 및 미국계 다국적 기업과 공유됐다. 이때부터 이들 세 부류는 이른바 공산주의의 위협에 맞서 함께 싸우게 된다.


(94)

당시 연설에서 아옌데는 칠레의 기존 민주주의 체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그는 현재 칠레 사회 구성원들이 누리는 자유는 허울일 뿐이며, 권력과 생산수단을 손에 쥔 극소수만이 자유를 누리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철저한 현실 인식에 기초에 지금으로서는칠레에서 사회주의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사회당이 칠레의 부르주아 민주주의체제를 존중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현행 민주주의 체제가 선거 결과와 노동조합, 사회적 권리를 존중하는 한, 그리고 사상의 자유,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보장하는 한 우리는 법체제 안에서 활동해나갈 것이다.”


(95)

그는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불의에 항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뜻합니다.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는 기회이며, 지속적으로 나아지기를 열망하는 정신적 태도이기도 합니다. 존경하는 의장님, 민주주의는 원칙과 사상, 이념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의식적 노력의 결과물이지, 단순히 정책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96)

그러니 혁명은 다른 정치세력과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일이다. 그들 역시 일정한 형태의 혁명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인민전선 정보는 종말을 고했지만, 인민전선이 거둔 성과는 아옌데에게 평화적 혁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우쳐주었다. 칠레 국가 기구는 정책 목표를 바꿔 급격한 변혁을 추진하더라도 그 과정을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유연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아옌데는 이런 관점을 남은 삶 동안 확고하게 유지했다. 인민전선은 비록 막을 내렸지만, 그 실험은 1973년은 물론 그 이후까지도 칠레 사회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유산을 남겼다. 평화적 방식을 통해서도 혁명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110)

아옌데는 구리 업계가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사이, 칠레 정부가 차관을 얻기 위해 외국 정부에 고개를 숙여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분개했다. 또 정부 내 어느 누구도 미국과 칠레 간 불평등한 구리협정이 체결됐다거나, 미국계 구리 업계와도 별도의 협정을 맺었다는 점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는 이런 현실은 칠레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구리 업계의 오만한 태도와도 모순되며, 칠레의 국가적 자존심에도 먹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구리 재벌 6명이 쥐락펴락하고 있는 칠레를 포함한 국제 구리 시장은 제국주의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아옌데는 구리 생산을 감독하고, 생산된 구리를 국제시장에 수출하는 업무를 총괄할 국영 구리 기업 창설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구리 생산원가를 파악함으로써, 칠레 경제의 중요한 부문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었다.


(141)

칠레 언론의 선동 공작은 아옌데를 악마로 만드는 데 집중됐다. 미국은 아옌데의 정적을 적극 지원했다. 필요한 공작금은 아낌없이 투입했다. 오랜 세월 칠레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했지만, 미국이 이 정도 규모로 개입한 것은 칠레 선거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CIA 칠레 지부는 1953년부터 우파 뉴스통신사와 교양 잡지, 주간 신문들을 지원해왔다. 1961년부터는 주요 정당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반공 선동전을 확산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기에 이른다. 이른바 선거관리위원회가 워싱턴과 산티아고에 설치되어, 칠레의 민주적 선거 절차를 전복하기 위한 미국의 개입 방식을 조율했다.


(176-7)

아옌데의 집권은 칠레에서 마르크스주의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막으려 했던 미국의 노력이 실패했음을 뜻했다. 아옌데 취임 이틀 뒤인 11 6일 닉슨 미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아옌데 정부를 붕괴시킬 방안을 논의했다. 닉슨에게는 라틴아메리카 전체에 아옌데가 끼칠 영향이 위험천만해 보였다. “남아메리카의 잠재적 지도자들이 칠레와 유사한 시도를 하거나,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내버려두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라틴아메리카가 아예 우리 손에서 떠나간 것은 아니다. 라틴아메리카를 미국 수중에 유지하기를 원한다.” 닉슨은 이런 식으로 말을 이었다. 이날 회의에 따라 결정된 사항은 표면상 냉정하고 적절한입장을 이해하고, 칠레에 맞서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협조할 수 있도록 하며, 칠레의 모든 대외경제, 금융 분야 협력을 봉쇄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180)

칠레에서 복지제도는 사람들의 행동과,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사고체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과 연계돼 있었다. 칠레 국민들은 그저 국가의 관대한 복지 혜택을 수동적으로 받는 존재가 아니라, 존엄한 삶을 누리기 위해 복지정책 입안하는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복지제도 운영 전반에 대한 참여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복지정책 입안과 집행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참여가 필요했다. 또 노동자는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도 기업 운영과 계획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집권 후 인민연합 정부가 취한 첫 번째 조치는 칠레노동조합총연맹을 창립 약 20주년 만에 처음으로 법적으로 인정하는 합의서에 서명하는 것이었다. 이런 내용은 앞서 노동조합 총회 등에서 논의됐던 것으로, 아옌데 정부 아래서 노동자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첫걸음이었다.

(229)

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 군부 절대다수가 반란에 가담했습니다. 이 어두운 시기에, 지난 1971년 제가 드렸던 말씀을 여러분께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차분하고 평정심을 유지한 채 말입니다. 저는 사도도 아니고 메시아도 아닙니다. 저는 순교자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저는 인민이 제게 부여한 과업을 완수하려는 사회적 투사일 뿐입니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리는 세력, 칠레 절대다수 인민의 의지를 무시하려는 세력이 깨닫도록 할 것입니다. 순교자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저는 여기서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반역의 무리에게 알리겠습니다. 듣게 하겠습니다. 깊이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칠레 인민들이 제게 부여한 사명을 완수한 뒤에야 저는 모네다궁을 떠날 것입니다.


(236)

조국의 노동자 여러분, 저는 칠레와 칠레의 운명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반역이 우리에게 강요한 이 잿빛의 쓰디쓴 순간도, 누군가는 반드시 이겨낼 것입니다. 그 점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그리 머지않은 장래에, 자유로운 인간이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당당하게 걸어갈 드넓은 길을 열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칠레 만세! 인민 만세! 노동자 만세! 이것이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마지막 말입니다. 제 희생이 헛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적어도 제 희생을 통해 범죄자와 비겁한 자, 반역자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는 도적적 교훈을 얻게 될 것입니다.



(269)

아옌데 정부의 붕괴를 지켜보면서, 라틴아메리카는 물론 전세계 좌파 진영이 인민연합 정부의 패배에서 교훈을 얻고자 했다. 아옌데의 패배는 제국주의가 어떠한 좌파 정부에게라도 활용할 수 있는 대응방식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전세계 좌파는 칠레의 민주적 사회주의에서 여전히 영감을 얻고 있다. 칠레의 사례는 한편으로 선거를 통한 혁명 세력의 집권이 가능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다른 한편으로 칠레의 경험은 혁명적 과정을 효과적으로 방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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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미쳤습니까? 처음으로 돌아간다고요? 그딴 일은 일어나질 않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지나 다시 봄이 와도 그 봄은 작년의 봄이 아닙죠. 마음에 품은 정인을 10년이 지난 뒤 다시 만나더라도, 그건 첫 만남과 완전히 다른 겁니다. 성진은 성진이고 양소유는 양소윱니다. 성진이 양소유의 삶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권한이 없어요. 그렇게 양소유의 삶이 마음에 안 들면, 성진과 양소유가 수표교에서라도 만나 맞짱을 뜨든가 해야죠. 양소유 입장에선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두 눈 시퍼렇게 뜬 채 코 베인 꼴입니다. <구운몽>이라 했던가요? 그 소설에서 가장 시시한 대목이 바로 거깁니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렸네요. 이걸 쓴 매설가가 누굽니까?”

서포 김만중 선생이시네.”


(50)

제목이 구운몽이니까, 꿈을 꿨다가 깨어나는 것으로 소설을 마무리 짓는 게 자연스럽지 않겠어?”

, 정말, 몽몽 몽몽몽거리는 말씀만 하십니다. 깨어나긴 뭘 깨어납니까. 현실이 낮에 꾸는 꿈같고 꿈이 밤에 찾아드는 현실 같으니, 밤이든 낮이든 현실이든 꿈이든 어디서나 행복하면 그만입지요. 뒤늦게 깨어나면 뭘 하겠습니까? 욕심입니다 그건, 지금 누리는 행복보다 더 나은 행복이 있을 거라는 황당한 욕심!”


(88)

평범한 날들이 쌓여 오늘 이 모양이 된 거니까요. 사람이 사람이 되고 삼이 삼이 되려면 특별함이라곤 전혀 없는 하루하루가 필요한 법입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315)

그렇군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저는 다릅니다. 책임 없이 사랑하는 게 훨씬 더 깊고 넓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사랑할 땐 사랑만 해야 합니다. 사랑에 책임이든 뭐든 딴 걸 덧붙이면 안됩니다. 그래야 사랑이 변하거나 사라질 때, 엉뚱한 걸 사랑이라 붙들고 세월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341)

충격은 받겠지만 돈을 위해 각자의 삶을 헛되이 쓰는 것보단 훨씬 낫습니다. 도성에 사는 대부분의 백성이 돈 없인 하루도 못살겠다고 하지만, 상평통보가 없던 시절에도 그들은 잘만 살았습니다. 그게 세상에 나온 지 아직 70년도 되지 않았잖습니까?”


(560)

이게 다 누구 잘못이오? 봄부터 가을까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잘못, 산 넘고 물 건너 돌림병이 돌고 돈 잘못, 죽은 남편과 이제 갓 돌 지난 아들 군포 못 낸 잘못, 관아에서 빌린 보리 한 말을 쌀 백 섬으로 못 갚은 잘못, 조세 낼 돈이 없어 달아난 잘못, 달아나 산에 불을 지르고 밭을 일군 잘못, 섬으로 건너가 몰래 물고기를 잡은 잘못, 산과 섬에 숨어든 백성들 잡으려고 달려드는 관군과 싸운 잘못, 하늘과 조상과 나라님을 감히 원망한 잘못, 이 나라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단정한 잘못, 이게 다 말뚝이 잘못이오? 아니면 여기 구경 나온 여러분 잘못이오? 잘못을 따지려 들면, 꼬리에 꼬리가 줄줄줄 줄줄줄 매달려 나오는구나. 수만 나졸의 잘못을 댕기면 수천 아전의 잘못이고, 수천 아전의 잘못을 댕기면 수백 사또의 잘못이고, 수백 사또의 잘못을 댕기면 육판의 잘못이고, 육판서의 잘못을 훅 잡아당기면 삼정승의 잘못이고, 손에 침 탁탁 뱉은 뒤에 삼정승의 잘못을 화악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잡아당기면 누구냐? , , 나는 차마 말 못 하겠네. 말뚝이가 씨부리지 않아도 다들 누군지 알겠지? , , 나는 말한 적 없지만, 이 모든 잘못을 저지른 삼정승보다 더 크고 높은 단 한 사람은 누구겠어? 확실한 것 하나는 나, 나 말뚝이는 아니라고. 아니고말고.”


(578)

왜 안했느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자 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가져선 안 됩니다. 돈도 집도 사람도!”

예법에 어긋나지 않느냐?”

예법을 모릅니다. 제가 아는 것은 하나뿐입니다.”

무엇이냐, 그것이?”

달문이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또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려 자근만을 봤다. 그리고 답했다.

사람을 믿어야 한다는 겁니다.”

과인을 믿느냐?”

믿습니다.”

과인은 지금 당장 너를 죽일 수도 있다. 그래도 믿느냐?”

사람을 믿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가를 보고 나서 정하는 게 아닙니다. 먼저 믿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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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도 괜찮아 - 불안한 당신을 위한 심리 처방
최주연 지음 / 소울메이트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제목만 봐도 책의 절반은 읽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책이란다.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알게 된 책인데, 아빠도 늘 걱정하고 알 수 없는 것들에 불안해 하곤 하기 때문에 읽었어. 지은이는 최주연이라고 하는 의사 선생님이고, 이 책은 그 전에 한번 출간했던 책을 제목을 바꾸고 내용을 보충해서 낸 책이라고 하는구나.

아빠가 예전에 읽은 일레인 N. 아론의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이라는 책의 내용과 다소 비슷했어. 용어만 다르지 민감한 사람이나 불안한 사람이나 모두 신경이 좀 예민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거든.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에서 그런 내용이 있었어. 민감한 사람들 덕에 인류가 오늘날까지 존속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고다른 이들보다 먼저 위험을 감지해서 위험을 대비할 수 있다고 했지. 그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번에 읽은 <불안해도 괜찮아>에서도, 불안이라는 것이 나쁜 것만 아니고 고맙다고 이야기했단다. 불안한 이유는 위험을 감지했다는 것이고, 그 위험으로부터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것도 불안 때문이라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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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은 고맙습니다. 왜냐하면 불안은 위험에서 우리를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즉 불안은 위험을 예측하게 만들고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준비시킵니다. 위험에 취약한 인간은 불안이 없으면 하루도 안전하게 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불안은 긍정적인 태도를 불러옵니다. 자신에 대한 불안은 교만하지 않고 스스로 더 노력하게 만들고 관계에서의 불안은 배려와 겸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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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누구나 불안은 가지고 있단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한 걱정그 불안의 정도는 물론 사람마다 다르고, 어떤 이들은 일상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불안을 가지고 있단다. 이 책에서는 그런 불안에 대해 알아보고, 대처하는 자세를 알려주고 있어. 그리고 지은이가 의사다 보니, 자신이 직접 치료했던 사례를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그런 사례들을 읽다 보니, 아빠가 가끔 불안해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빠도 가끔 불안을 느끼면 나름 그 불안을 떨치는 방법이 있는데, 아빠의 방법은 이 책에는 안 나오더구나. 아빠도 회사 일에서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경우를 접하다 보면, 그것에 몸에 배여, 작은 실수가 발견되거나 어떤 것이 잘못되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도 있단다. 이럴 때는 멘탈이 약한 나 자신을 자책하기도 한단다. 하지만 그렇게 태어난 걸 어떡하니? 사람들의 10~15%는 그런 사람들이라고 하는데그걸 문제 삼지 말아야지

그래서 아빠도 걱정은 하되, 너무 심각하지 않게 생각하려고 노력했어. 그리고 그런 불안이나 걱정거리들이 생겨나면 우주를 생각하곤 해. 아주 커다란 우주 말이야. 아주 커다란 우주에 관한 영상을 보기도 한단다. 그러면 아빠의 존재와 너무 미미하고, 아빠가 걱정하고 불안해 하는 일이 아주 하찮은 일처럼 느껴진단다. 우주는 우리의 일들과 관계없이 오랫동안 흘러왔고, 커져갔으며, 또 오랫동안 흘러 갈 텐데내가 불안해하고 있는 것과 상관없이 말이야.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불안이 좀 줄어들고 걱정이 좀 줄어든단다.

….

이 책을 덮은 지 좀 되었더니 어떤 이야기들을 했었는지 자세히는 생각이 나질 않는구나. 그만큼 아주 인상적인 내용은 없었나 봐. 하지만, 여전히 힘을 주는 것은 책의 제목이란다. 명심하자. 불안해도 괜찮아. 불안한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야. 불안하면 불안한대로 몸을 맡기면 되는 거야. 그리고 불안거리 걱정거리가 생긴다면 언제든지 아빠한테 이야기해주면 좋고그럼, 오늘은 짧게 마칠게

.

PS:

책의 첫 문장 : 본인이 경험하고 있는 불안이 얼마나 특별하고 괴로운지를 설명하고, 불안을 경험한 자신을 자책하는 환자분들에게 불안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제가 자주하는 질문입니다.

책의 끝 문장 : 당신은 지금 어떤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까? 불안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포레스터입니까? 자말입니까? 크로포드입니까?


불안이라는 감정은 위험이라는 인지를 통해 작동되고 그 결과로 위험에 대한 대비를 하게 만듭니다. 마치 차들이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도로 위에 빨간 신호등처럼 사람들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위험에 대비하게 만듭니다. 물론 빨간 신호등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빨간 신호일 때는 속도를 줄여야 하고 갑자기 속도를 줄일 때는 차가 덜컹거려서 타고 있는 사람을 짜증나게 만듭니다. 차가 다니지 않는 한적한 도로에서는 번거로운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도로 위에 빨간 신호등이 없는 것을 상상할 수는 없습니다. 신호등이 주는 불편함보다 이로움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 P21

생각을 다루기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는 생각과 감정이 고정적이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할 수 있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시험 보기 전, 시험 보는 중간, 시험 보고 나서의 생각과 감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상황을 막연하게 시험 볼 때로 정리하게 되면 시험 자체에 대한 막연한 생각과 감정만 정리하게 될 것입니다. 뭉뚱그려진 상황에서 섬세한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기 어렵다면 상황의 시점을 세분화해 두세 가지 상황으로 나누는 것이 구체적인 감정과 생각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됩니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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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1930년대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하기 전까지, 인간은 장미 가시에 찔리기만 해도 일가친척을 불러 유언을 전해야 했습니다. 사소한 상처로 인해 감염이 발생하면 사망으로 이어졌던 것이죠. 페니실린으로 시작해 각종 항생제들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아마 근교 지역에서 흔히 열리는 장미축제에 가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유명한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사인이 바로 장미 가시에 찔려서 발생한 감염이었으니까요.

(22)

1991년 알프산을 오르던 독일인 부부가 얼음 속에서 엎드려 있던 시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냉동된 덕분에 시체는 잘 보존되어 있었다. 처음에 경찰은 이 사람이 혹시 실종됐다던 학교 선생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이상한 점이 많았다. 시체에 도끼며 화살 같은 것들이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학자들은 그가 기원젼 3400년경에 죽은 신석기시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발견된 곳이 외치계곡이어서 이름을 외치라고 했다. 얼음에 갇혀 있었는지라 아이스맨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재를 기준으로 하면 5000년 전 인간이 원형 그대로 보존됐다니, 한바탕 난리가 났다.

(51-52)

그를 의학의 아버지라 부르는 이유가 선서 때문만은 아니다. 히포크라테스 이전의 의학은 주술적인 차원을 벗어나지 못했다. ‘질병=신이 내린 징벌로 여기던 시대였으니, 마법사가 병을 치료한다고 나선 것도 무리는 아니다.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기원전 377?)는 모든 질병에는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환자의 소변을 맛보기도 하고, 폐에서 나는 소리를 들어보기도 했으며, 환자가 호흡하는 모습과 안색 등을 살피기도 했다. 질병의 원인을 알아내고 제거해야 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점에서, 히포크라테스야말로 의학을 과학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96-97)

이븐 시나는 뛰어난 의학자이기도 했지만, 그의 지식은 철학과 논리학, 종교학, 형이상학까지 뻗어 있었다. 때문에 그를 아리스토텔레스와 비교하기도 한다. ‘그게 말이 되느냐는 생각이 든다면, 우리가 이슬람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168-169)

콜레라뿐 아니라 나쁜 대장균, 장티푸스, A형 간염, 소아마비 등 수많은 질병이 물을 통해 전파된다. 가난한 나라들에서 이런 질병들이 쉽게 유행하고, 사망자도 많이 나오는 이유도 상하수도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탓이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늘 안전한 건 아니다. 1993년 미국 밀워키에서 발생한 와포자충이라는 기생충 질환은 40만 명의 감염자를 낳았고, 그중 69명이 죽었다. 이 사태의 원인은 밀워키에 물을 공급하던 물탱크 둘 중 하나가 오염된 탓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물 관리야말로 국가가 신경 써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 법적 토대를 마련한 채드웍도 큰일을 했지만, 집집마다 다니면서 콜레라 역학조사를 했던 존 스노가 아니었다면 인류는 훨씬 더 큰 희생을 치렀어야 했으리라. 그가 공중보건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다.

(213)

1901년 뢴트겐은 엑스선의 발견으로 제1회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상금을 뷔르츠부르크대에 과학 발전과 장학금을 위한 기금으로 기부했다. 이후에도 뢴트겐에게 엑스선으로 특허를 내자는 독일 기업의 제안도 거절했다. 엑스선은 자신이 발명한 게 아니라 원래 있던 것이니 모든 인류가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허라는 제약이 사라지자 누구나 자유롭게 엑스선에 관해 연구를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엑스선 관련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이 20명이 넘는다.

(217)

곰팡이에 의해 성장이 억제된 그 세균은 상처만 났다면 잽싸게 달려와 인명을 살상하던 포도상구균이었으니, 그 물질이 분리돼 약으로 만들어진다면 당시 40대 언저리에 머물던 인류의 평균수명을 20년쯤 늘려줄 터였다. 그러니 플레밍은 인류의 운명을 뒤바꿀 엄청난 발견을 한 셈이었다. 여기에는 운도 따랐다. 푸른곰팡이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곰팡이가 아니다. 그런데 아래층에 있던 동료 과학자가 푸른곰팡이를 가지고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창문을 통해 날아와 플레밍이 키우던 세균의 배양접시로 들어간 것이다. 여기엔 배양접시를 배양기에 넣어두지 않고 휴가를 가버린 플레밍의 부주의도 한몫을 했다. 또다른 행운은 푸른곰팡이는 원래 낮은 온도에서 자라는데, 그해 여름 런던의 날씨가 그다지 덥지 않았던 것이다.

(235)

페니실린의 등장과 함께 인류의 평균수명은 1950년대 50대에서 현재 80대 이상으로 늘었다. 혹자는 페니실린이 없었다면 현재 인구 수가 절반 이하일 거라고도 말한다. 페니실린의 위력은 다음에서 알 수 있다. 영국문화원이 전 세계 1만 명을 대상으로 최근 80년간 세계를 바꾼 사건을 뽑아달라고 요청했는데, 1위는 ‘www’, 2위가 바로 페니실린 대량산산이었다. PC 보급, 원폭 투하, 소련 붕괴보다도 앞선 순위라니, 놀랍지 않은가?

(308)

루니의 예상과 달리 과학자들은 암과의 전쟁에서 참패했다. 1971년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미국 정부는 220조 원을 쏟아부으며 암 연구를 독려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에서 암으로 죽은 사람은 56만 명으로, 1971년보다 오히려 23만 명이 늘었다. 암과 싸우던 과학자들이 패배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309)

신항록 개척시대 이후 인류의 기호품으로 소비되어온 담배와 건강의 상관관계가 밝혀진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다국적 담배회사는 과학자들과 비밀리에 계약을 맺었고, 과학자들은 담배가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숨겼다. 1963년에 이미 흡연이 암을 유발하고 니코틴이 중독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면, 담배회사는 1990년대까지도 이를 부인했다.

(344)

그 뒤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생화학자 어윈 샤가프는 DNA를 구성하는 물질인 A, G, T, C A T의 양이 똑같고, C G의 양이 똑같다는 이른바 샤가프 법칙을 발표한다. 이건 A T가 결합하고, C G가 결합한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다. 이쯤 되면 DNA의 구조를 밝히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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