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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주점 1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3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작년에 처음으로 알게
된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 시리즈. 그 시리즈는 총 20작품인데, 작년에 <패주>를
읽고 나서 아빠가 가끔씩 루공 마카르 총서 시리즈를 읽겠다고 했잖니. 그래서 두 번째로 집어 든 작품이
아빠의 기준에서 에밀 졸라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목로 주점>이란다. <목로 주점>은 루공 마카르 총서 시리즈의 순서대로는
일곱 번째에 해당한단다. 이 시리즈는 주인공 간에 연결이 되어 있지만,
각 작품이 독립적인 작품이라서 순서 없이 읽어도 상관은 없단다. 하지만 그래도 아빠의 성격상
순서대로 읽으면 좋은데, 우리나라에는 루공 마카르 총서 시리즈가 모두 번역되어 있지도 않고, 출판사도 여러 출판서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을 듯 하구나.
<목로 주점>은 에밀 졸라의 대표작답게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이 되었는데, 아빠는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책으로 읽었단다.
두 권으로 출간되었으며, 오늘은 <목로 주점>
1권을 이야기해줄게. 이 작품은 출간 당시 프랑스 파리의 하층민의 비참한 삶을 너무 적나라하게
그렸다고 해서 찬반양론에 휩싸이기도 했다는구나. 오늘날 읽어도 당시 파리의 하층민의 삶을 눈 앞에 그려지는
듯 하고, 파리의 모습, 결코 깨끗하지 않은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자신들의 민낯이 그대로 그려진 소설이다 보니, 이
책의 출간을 반대했을 만도 하구나. 우리는 덕분에 당시의 파리의 시대상을 알 수 있구나. 물론 재미는 당연하고 말이야. 그럼, 1권의 이야기를 해보자..
1.
때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조카인
나폴레옹 3세가 대통령을 하던 시기였단다. 프랑스 최초의
대통령이었지. 나폴레옹 3세가 대통령을 즉위한 것이 1848년이고, 쿠데타를 일으켜 황제로 즉위한 것이 1852년이니까, 그 사이가 이 소설의 시작 지점이라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주인공 제르베르는 22살의 여자로,
절름발이 장애를 가지고 있고, 벌써 아이가 두 명이나 있단다. 그것도 여덟 살이나 된 클로드, 그리고 네 살인 에티엔이다. 그러니까 열 네 살 때 임신을 하게 된 거야. 아이들의 아빠는 스물여섯
살인 랑티에라는 남자인데, 둘은 결혼하지는 않았단다. 제르베르의
아빠인 마카르가 결혼을 결사 반대했기 때문이래. 이 사연의 자세한 내용은 루공 마카르 총서 1권 <루공가의 행운>에
실려 있다고 하는구나.
랑티에는 그리 책임감 있는 남자는
아니야. 일자리를 찾느라 하루 종일 밖에서 돌아다니고 집안 일은 거의 신경을 쓰지도 않아. 어느날 랑티에는 제르베르와 함께 산 이후 처음으로 외박까지 했어. 제르베르는
랑티에를 기다리다 밤새 걱정을 했지만, 아침 여덟 시 넘어 귀가한 랑티에를 보고는 화가 나서 큰소리를
치고 부부싸움을 대판 했단다. 그리고 빨래를 하려고 세탁장에 갔어. 그런데
빨래를 하던 중 아이들이 찾아와서 아빠가 짐을 싸서 집을 나갔다고 하는 거야.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세탁장에 있던 베르지니라는 여자가 말하길, 랑티에가 자신의 여동생
아델과 함께 도망을 갔다는 거야. 그러면서 제르베르를 조롱하고 욕을 했어. 제르베르도 참을 수 없어 둘은 말싸움 끝에 몸싸움을 했단다. 옷이
찢어지고 피나고 몽둥이까지 휘두르는 사태로 번졌지만 다른 여인네들도 그저 구경을 말뿐이었단다. 삶이
지루한 그들에게 좋은 구경거리가 아니었나 싶구나. 제르베르와 베르지니가 지치고 나서야 싸움을 말렸단다.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제르베르. 랑티에가 남아 있는 돈까지
다 가지고 가서 제르베르는 빈털터리가 되었단다.
…
함석공 쿠포는 제르베르를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랑티에가 도망가서 제르베르가 혼자가 되자 계속 구애를 했어.
랑티에가 도망간 이후 제르베르는 더 이상 남자와 살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고, 애 둘 있는
여자가 무슨 결혼을 하냐면서 쿠포의 구애를 계속 거절했단다. 하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던가. 그리고 제르베르는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쿠포의 경제력에게 마음이 흔들렸어. 결국 제르베르는 쿠포의 계속된 구애를 받아들였지. 쿠포의 누나들은 이 결혼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는데, 특히 둘째 누나
로리외는 제르베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어.
구포는 제대로 된 결혼식을 하겠다고
돈까지 밀리고 손님들을 초대했어. 하객들은 다들 비슷비슷한 처지의 하층민들이었단다. 결혼식에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서, 비도 많이 왔어. 피로연은 저녁 시간인데 그 때까지 시간은 많이 남아 있고, 비도
많이 오고 해서 그들은 누군가의 제안으로 루브르 박물관에 가기로 했단다. 그리고 저녁 시간이 되어 피로연
하기로 예약한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시끌벅적하고 난리통도 그런 난리통이 없었단다. 서로 언쟁도 심하게 하고 나중에는 식사값 가지고 식당 주인과 시비도 붙었어.
어찌됐든 잊지 못할 결혼식이로구나.
2.
4년이 흘렀어. 그
동안 빚을 갚느라 고생했지만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었단다. 그리고 딸 아이도 하나 낳았는데 이름은
‘나나’라고 했어. 아빠가
루공 마카르 총서 몇 권을 더 구매를 해 두었는데 그 중에 제목이 <나나>라는 책도 있었단다. 그
<나나>의 주인공이 바로 제르베르와 쿠포의 딸이겠구나. 그 책도 나중에 읽게 되면 이야기해줄게. 나나를 낳고 또 3년이 흘렀어. 그 시절도 시간이 잘도 가는가 보구나. 제르베르와 쿠포는 그동안 아껴 모은 돈으로 그 동안 꿈꾸었던 세탁소 딸린 집을 계약할 수 있었단다. 제르베르도 그 동안 다른 세탁소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었는데, 이제
자신 소유의 세탁소가 생긴 것이란다. 아, 얼마나 기뻤을까.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할까. 쿠포가 지붕 위에서 작업을 하다가 그만 떨어지는 사고가 났단다. 다행이
목숨은 건졌지만 다리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어. 한 동안 어쩌면 영원히 함석공 일을 다시는 못할
수도 있었어. 그리고 이 사건으로 세탁소를 계약하기 어려워졌단다. 하지만
제르베르는 정성껏 쿠포를 간호했단다. 쿠포는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만큼 성격이 횡폭 해져갔어. 신경질도 자주 부리고 먹지 않던 술도 먹기
시작했어. 사고의 여파일까? 원래 근성이 드러나는 걸까?
…
그들이 살고 있는 건물에 살고
있는 구제라는 대장장이가 있었어. 구제는 제르베르를 몰래 짝사랑하고 있었단다. 제르베르가 세탁소 차리는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구제는 제르베르에게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어. 제르베르는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세탁소를 차려 빨리 돈을 갚으면
된다는 생각에 구제가 빌려주는 돈으로 세탁소 딸린 집을 결국 살 수 있었단다. 다행히 세탁소는 번창하여
조수도 두 명이나 고용했단다. 하지만 남편 쿠포의 술버릇은 점점 안 좋아지고 술주정도 점점 심해졌어. 어느날은 만취한 쿠포가 귀가하여 제르베르를 때리기도 했단다. 술이
원수인가? 남편이 원수인가?
가끔 제르베르는 대장간에 구제를
보러 가면 마음의 위안을 찾는 듯 했어. 제르베르의 아들 중에 에티엔이 구제의 대장간에서 일하고 있어서
아들 보러 간다는 핑계로 구제를 만나러 간 거야. 구제가 자신을 짝사랑을 한다는 것을 알면, 그를 더욱 멀리해야 하겠지만, 제르베르도 자신의 삶이 힘들다 보니
위안이 필요했던 모양이구나. 그렇다고 쿠포와 헤어져 구제와 살 수 있는 상황은 안되고 말이야.
…
어느 날 그 마을에 비르지니가
남편 포아송과 함께 이사를 왔단다. 비르지니는 오래 전에 제르베르가 세탁장에서 심하게 싸운 여자잖니.. 더욱이 비르지니의 남편 포아송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경찰이었어.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다행인지, 발톱을 숨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인지 제르베르와 비르지니는 옛 일은 이야기하지 않고 친하게 지냈단다. 비르지니는
제르베르의 세탁소도 자주 찾아왔단다. 그러던 어느날 비르지니는 자신의 동생과 도망을 갔던, 비르지니의 전남편이나 다름없는 랑티에의 소식을 알려주었어. 자신의
동생 아델과 대판 싸우고 헤어졌다고… 당연히 오래 못 갈 사이라 짐작은 했지…
…
제르베르는 처음으로 자신의 생일잔치를
하기로 했단다. 세탁소의 작업대를
정리하고 식탁으로 이용하고 식탁의 자리수인 열 네 명을 초대하려고 했어. 처음으로 하는 생일잔치이니
먹을 것도 충분히 준비했고, 사이가 좋지 않았던 시누이인 로리외와 화해도 했단다. 생일 잔치 당일 시간이 되어 다들 모였는데, 남편인 쿠포가 오질
않았어. 구제와 제르베르와 비르지니가 쿠포를 찾으러 나섰는데, 역시나
어떤 술집에서 술을 먹고 있는 것을 끌다시피 데리고 왔단다. 그런데 오는 길에 제르베르의 전남편이나
다름없는 랑티에를 만나 거야. 술 취한 쿠포는 랑티에와 싸울 기세였으나 잘 말려서 제르베르의 생일 잔치에
데리고 왔단다. 생일잔치에 참석한 이들은 오랜만에 배를 가득 채우고 술도 먹고 노래도 신나게 불렀단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구경거리가 되기도 했지. 그 구경꾼들 사이에는
제르베르의 전남편이나 다름없는 랑티에도 있었단다. 그런 랑티에를 구포가 발견했어. 구포는 당장 달려가 랑티에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지만, 이내 곧
친해져서 구포는 랑티에를 데리고 왔어. 그렇게 랑티에도 제르베르의 생일잔치에 합류하게 되었단다. 생각도 없고, 눈치도 없고 배려도 없는 구포와 랑티에로구나. 랑티에는 또 무슨 꿍꿍이로 그곳에 나타난 것일까. 이래나 저래나
제르베르만 불쌍하구나. 그래도 오늘은 제르베르의 생일이잖니.. 제르베르의
생일잔치는 성황리(?)에 끝이 났단다.
여기까지가 <목로주점> 1권의 이야기란다. 읽는 내내 등장인물들의 팍팍한 삶이 느껴졌단다. 그리고 주인공 제르베르를
응원하면서 읽게 되는데, 주변의 남자들이 안 도와줘서 답답하기도 했단다.
2권에서는 좀 나아질까? 희망고문은
갖지 않는 걸로… 조만간 2권도 이야기해줄게.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제르베즈는 새벽 두시까지 랑티에를 기다렸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쿠포 가족이 잔치의 후유증을 떨쳐내려는 듯
밤새도록 죽은 듯이 잠자는 사이, 열린 창문으로 몰래 들어온 이웃집 고양이가 예리한 이빨로 조심스럽게
거위의 뼈를 갉아 먹으며 결정적으로 거위를 끝장내고 있었다.
제르베르는 의자 등받이에 젖은 옷들을 걸쳐놓았다. 그리고 멍하니 서 있다가 몸을 돌려 가구들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았다. 너무나 큰 충격에 눈물마저 말라버린 듯했다. 그녀에게 남은 돈이라고는 세탁비로 남겨둔 4수 중 1수가 전부였다. 그사이에 마음이 진정된 에티엔과 클로드가 웃는 소리에 제르베즈는 창가로 가서 두 팔로 아이들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그렇게, 바로 그날 아침, 노동자들과 파리의 거대한 일터가 깨어나는 것을 지켜보았던 그곳에서 회색빛 도로를 바라보면서 잠시 자신을 잊고자 했다. 그 시각, 세관의 담벼락 뒤쪽 도시 위로는, 분주한 일상으로 인해 달구어진 도로에서 뜨거운 복사열이 뿜어져 나왔다. 제르베즈는 바로 저 용광로 같은 뜨거운 길바닥 사로잡혀 외곽 도로의 오른쪽 끝과 왼쪽 끝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제 그녀의 삶은 바로 저곳, 도살장과 병원 사이의 공간에 달려 있다는 예감과 함께. - P58
인간의 육체가 쇠로 된 기계와 싸워 이길 수 없음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고자 애쓸 때조차 그의 우울함은 커져만 갔다. 물론 언젠가는 기계가 노동자들을 모두 죽이고 말 터였다. 그 때문에 이미 그들의 하루 일당은 12프랑에서 9프랑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어쨌거나 소시지를 만들 듯 리벳과 볼트를 찍어내는 이 커다란 짐승들은 전혀 유쾌하지가 않았다. 구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삼 분 정도 기계를 응시했다. 그러면서 그가 눈살을 찌푸리자, 아름다운 황금빛 턱수염이 위협적으로 곤두섰다. 그러다가 온화함과 체념의 기운이 그의 표정을 점차 누그러뜨렸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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