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아무리 객관적인 척 논리를 펴도 결국 인간이란 자신의 선호, 자기가 살아온 방법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게다가 현대 심리학의 연구 결과는 인간의 성격조차 타고난 요소, 즉 유전자의 영향이 상당하다고 말해준다. 그 바탕 위에 인간관계, , 독서 등을 통해 쌓아온 직간접 경험들이 결국 라는 고유한 개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26)

여기서 말하는 개인주의란 유아적인 이기주의나 사회를 거부하는 고립주의가 아니다. 개인주의는 근대 계몽주의, 합리주의와 함께 발전하며 서구사회의 근간을 형성했다. 합리적 개인주의자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회를 이루어 살 수밖에 없고, 그것이 개인의 행복 추구에 필수적임을 이해한다. 그렇기에 사회에는 공정한 규칙이 필요하고, 자신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약될 수 있음을 수긍하고, 더 나아가 다른 입장의 사람들과 타협할 줄 알며, 개인의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인들과 연대한다. 개인주의, 합리주의, 사회의식이 균형을 이룬 사회가 바로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다.

(51)

서교수(서은국 교수)에 따르면, 행복감이란 결국 뇌에서 느끼는 쾌감이다. 뇌가 특정한 종류의 경험들에 대해 기쁨, 즐거움, 설렘 등의 쾌감을 느끼도록 진화한 것이다. 그런데 실증적 연구 결과, 인간이 행복감을 가장 많이, 자주 느끼는 원천은 바로 인간이었다. 가족, 연인, 친구, 동료…… 인간은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가장 많은 쾌감을 느끼는, 뼛속까지 사회적인 동물이었던 것이다. 돈은 어느 정도의 문화적 생활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면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그룹의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사회성이 높은 외향적인 성격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모든 생명체처럼 인간에게도 생존과 번식이라는 유전자의 명령이 핵심 과제다. 오랜 진화 과정에서 인간에게 생존과 번식에 가장 필수적인 자원은 동료 인간들이었다. 그러니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활동, 즉 동료 및 이성과 어울리는 활동을 할 때 뇌에서 쾌감이라는 보상을 주어 이를 촉진시키는 쪽으로 진화한 것이다.

(57)

내성적인 이들도 외향적인 이들과 마찬가지로 사람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지만 적절한 거리가 유지되어야 행복을 느끼는 체질인 것이다. 미각이 지나치게 예민해 강한 맛의 음식에는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이런 차이를 인정해주지 않고 무조건 집단이 요구하는 술 잘 먹고 윗분 잘 모시고 분위기 잘 띄우는 씩씩한 전사로 거듭날 것을 강요하는, 그래야 어른 되었다고 취급하는 문화 속에서 예민하고 내향적인 사람들은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 함부로 간섭하지 않고 배려하는 성숙한 개인주의 문화의 사회라면 이들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집단의 강요 없이, 자기가 스스로 선택한 취향이 맞는 작은 인간관계들의 고리 속에서 말이다.

(93)

인간은 자기 경험의 한계에 갇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결국 나 또한 과거의 나 자신과 비슷한 아이들이 기회를 빼앗기는 것에 가장 분노하는 것이다. 물론 계층 이동의 사다리, 공정성 측면에서 이것도 중요한 이야기다.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 소수의 공부 잘하는 아이뿐 아니라 다수의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에 대한 고민이 사실 더 중요하다. 또한 사회에는 공부 잘하는 것 외에 다양한 재능이 필요하다. 대학 입시를 봉건시대의 과거제도처럼 생각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은 자칫 엘리트주의로 흐를 수 있다. 공공의식이 부족한 엘리트는 사회에 오히려 더 큰 해악만 끼칠 수 있다는 것 역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136)

법관들도 말에 대해 주의하고 반성하기 위해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다. 그때 배운 것이 있다. 데이의 <세 황금문>이다. 누구나 말하기 전에 세 문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흔히들 첫번째 질문만 생각한다. 살집이 좀 있는 사람에게 뚱뚱하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 아니다. 그러나 참말이기는 하지만 굳이 입 밖에 낼 필요는 없는 말이다. 사실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말라는 두번째 문만 잘 지켜도 대부분의 잘못은 막을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필요 없는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가고 있는지……

(162-163)

실제로 의미있는 변화를 도출하는 것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 과격한 목소리들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반대 의견을 가진 집단의 반발과 결속만 강하게 만들어 의견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한 진영 내부에 생기는 작은 균열에서 변화의 지점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 균열을 만드는 것은 같은 진영 내의 온건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작고 부드러운 다른목소리들이다. 작은 균열들이 생기기 시작하면 선거와 같은 큰 세력 다툼의 시기를 전후하여 집단 내부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생긴다.

(192)

앞서 얘기했듯이 인간의 마음은 아직도 수십만 년 전 원시시대의 자연선택 과정에서 형성된 뇌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 시차는 금방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인간에게 끌린다. 진화심리학적으로 인간에게 있어 동료 인간이 가장 큰 행복의 원천이라는 점은 미래에도 유지될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기계가 발전해도 인간은 대체불가능한 자원일 수 있다.

(256)

높은 세 부담을 북유럽 사람들이 감수하는 것은 내가 낸 세금이 효율적으로 쓰여서 반드시 내게 혜택이 돌아온다는 신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청렴하고 유능한 정부와 공무원들이 오랫동안의 실적으로 그런 신뢰를 얻어낸 것이다. 사회를 바꾸려면 도덕적인 것만으로 부족하고 유능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국민이 높은 세율을 감수하게 하려면 먼저 세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어 국민에게 골고루 그 혜택이 돌아온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구축되어야 한다.

(260)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북유럽사회에서 배울 것은 정치나 제도 이전에 먼저 그들의 문화적 전통이 아닐까 한다. 스웨덴의 문화적 전통 중 중요한 것으로 라곰(Lagom)’이 있다.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게, 적당히라는 뜻이다. 바이킹 시대 술통을 돌려가며 마시는 풍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 사람이 너무 많이 마셔버리면 다음 사람이 마시지 못하니 적당히 나눠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라고 한다.

(265)

결국 미래가 고정되어 있지 않은 이상 20세기의 경험만으로 모델을 찾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움직이는 과녁에 화살을 쏘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 현실에 맞게 응용할 수 있을 뿐 그대로 베끼면 되는 모범답안은 세상에 없다. 할 일은 지금 우리가 처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하나하나 실용적으로 찾아가며 앞서가는 나라들의 장점이나 경험을 부분적으로 참고하는 것이다. 도그마에 빠지지 말고, 유토피아적 환상을 경계하며, 더디더라도 분명히 내일은 오늘보다 낫게 만들 수 있다는 담대한 낙관주의를 가지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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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지 말라 - 그들이 말하지 않는 진짜 욕망을 보는 법
송길영 지음 / 북스톤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년 전에 즐겨보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었어. 김제동의 <톡투유>라는 토크 프로그램이었어. 지금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한번 찾아봤더니 작년에 종영이 되었더구나. <톡투유>에 패널로 나왔던 사람 중에 송길영이라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은 자신을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어. 송길영은 인터넷의 사람들이 검색하거나 생성하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람들의 심리를 재미있게 이야기해주곤 했단다. 인터넷 헌책방을 돌아다니다가 그 송길영이라는 분이 쓴 책을 하나 발견했어. 책소개를 간단히 읽어보니 빅데이터에 관련된 이야기라고 하더구나. 그래서 사서 읽어보았단다.

제목은 상상하지 말라. 책 제목을 보는데 왜 이리 익숙하던지이내 익숙함의 이유를 알았단다. 아빠가 회사에서 즐겨 듣는 말들 중에 하나였던 거야. 상상해서 이야기하지 말라, 추측해서 이야기하지 말라. 근거를 가지고,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해라.. 등등.. 그런데 간혹 정확한 근거와 데이터를 가지고 살짝 추론을 할 때도 상상해서 이야기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으면, 아주 기분이 확 상해버린단다. 그런 책제목이다 보니 갑자기 책 읽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단다. 그래도 요즘 추세가 빅데이터가 아니더냐. 그래.. 데이터를 보면 진실이 보이고, 미래가 보이는 것이란다. 또는 과거가 보일 수도 있고만능이냐고?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1990년대 미국 범죄가 급하게 줄었다고 하는구나. 왜 그랬을까?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는데, 데이터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구나. 그 원인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알 수 있단다. 70년대 낙태가 합법화되었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환경이 좋지 못한 집에서 태어날 아이들의 수가 줄어들어서그 여파로 인해 1990년대, 태어났다면 20대가 되었을 이들이 없었기 때문에 범죄가 줄어든 것이라고 하는구나.

이렇게 데이터는 잊혀진 과거를 들쳐내고,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거야. 그러니 유발 하라리는 <호모데우스>라는 책에서 종교에 빗대어 데이터교라고까지 했지. 앞서 아빠가 회사에서의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 책에서도 회사에서 데이터가 있어야 상사를 설득할 수 있고, 데이터를 근거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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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그래서 데이터가 필요하다. 내 말을 믿지 않는 상사를 설득하기 위해서도 데이터는 필요하고, 내 감이 타당한지 검증하기 위해서도 데이터가 필요하다. 회사에는발설자 책임주의라는 게 있기 때문에, 매출 올릴 방안을 마련하라고 회의할 때 누구라도 입을 열면 그 사람이 사업 주체가 되곤 한다. 그런데 그 아이디어가 데이터로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면? 만에 하나 말한 대로 되지 않으면 발설자 혼자 책임져야 한다. 그러니 무책임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머릿속 상상으로 만든 고객과 시장과 컨셉을 검증도 하지 않고 아이디어라고 풀어내는 것은 훗날 내 목을 티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을 풀어서 먹고 살던 세상은 가고 있다.

=================================

1.

우리는 정말 데이터의 세상에서 살고 있단다. 하루에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데이터의 양은 정말 대단한 것이란다. 지금 아빠가 독서편지를 쓰는 것도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것이잖아. 그 수많은 데이터를 잘 분석을 해야 앞서 이야기했듯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거야. 지은이는 그런 데이터를 분석하는 이유가 인간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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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내가 하는 일은 데이터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데이터는 수단일 뿐,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마음이다. 인간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 온갖 것을 보는데, 그중에서 지금까지는 데이터가 가장 풍부하고 유용한 수단이기에 데이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틀마다 생겨나는 데이터의 양이 5엑사바이트, 0 18번 붙는 규모다. 하루에 생성되는 한국어 트윗이 500만 건에 이르며,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 많은 것들을 관찰하고 분석한다. 그 결과를 가지고 경영관리, 프로세스 관리, 품질관리, 재고관리, 브래드관리, 인사관리 등 기업의 전 영역에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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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데이터를 분석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그는 인터넷 상의 돌아다니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평범한 직장인의 하루 패턴을 분석했다고 하는데출근해서 9시에는 커피를 한잔 마시고, 10시부터 뭘 먹을지 고민하고, 점심 먹고 다시 커피 먹고 오후 4시에 딴짓을 하거나 다시 커피를 먹는다고.. 6시에 상사가 퇴근하기를 기다리고, 9시에는 나에 대한 보상으로 옷을 사고, 11시에는 잠깐 책을 읽기도 하지만, 자정에는 또다시 잠이 오기를 기다린다고

.. 이것은 분명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하는데, 정작 이 데이터에 보탬이 안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 같구나. 회사에 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바빠서 데이터 분석을 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데이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야. 그런 사람들의 데이터를 빼고 분석을 해서, 저렇게 한가한 사람의 일과가 된 것은 아닌가 싶었단다.

2.

결국 이 책은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끝이 난단다. 데이터를 분석해서 여러 기업의 마케팅에 도움을 주었다는 일화도 있었단다. 직감이 아닌, 상상이 아닌, 데이터를 관찰하고 관찰하여 뽑은 결과. 새로 시작하려는 사업을 데이터 분석에 따라 접기도 했다고 하는구나. 데이터 분석을 보면 그 사업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일을 한다고 하면 망할게 뻔하다는 거야.

지은이는 데이터 분석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고, 아빠나 너희들 같은 일반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글쎄…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회사 생활에서는 도움이 되겠지. 아빠는 회사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몸에 밴 경험에 의존하여 일을 처리하는 경우도 있어. 데이터 분석을 통한 정확한 방향으로 가는 것도 좋겠지만, 가끔 시간을 다투는 일들도 있거든.. 정확한 방향을 잡기 위해 시간을 소모하는 것보다, 경험을 통한 빠른 결정이 중요할 때도 있어. , 아빠의 일이 그렇다는 거지.. 직업마다 일이 다르겠지.

하지만 미래로 가면 갈수록 데이터의 중요도는 더욱 커진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야. 요즘 각광받고 있는 인공지능(AI)도 결국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거니까 말이야. 최근에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면빅데이터라는 말이 급증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

아빠는 이만 오늘의 데이터 작성을 마치련다.


(178)

내가 하는 일은 데이터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데이터는 수단일 뿐,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마음이다. 인간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 온갖 것을 보는데, 그중에서 지금까지는 데이터가 가장 풍부하고 유용한 수단이기에 데이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틀마다 생겨나는 데이터의 양이 5엑사바이트, 0이 18번 붙는 규모다. 하루에 생성되는 한국어 트윗이 500만 건에 이르며,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 많은 것들을 관찰하고 분석한다. 그 결과를 가지고 경영관리, 프로세스 관리, 품질관리, 재고관리, 브래드관리, 인사관리 등 기업의 전 영역에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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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남편의 목소리에 조롱기가 묻어 있지만 삼바야는 개의치 않고 설명을 이어 간다.

영혼도 사람과 마찬가지예요. 우리를 도와주는 영혼도 있지만 더 힘들게 하는 영혼도 있죠. 우리는 도움이 되는 영혼을 <구닉>이라고 부르고, 도움이 되기는커녕 훼방꾼 같은 영혼은 <마라>라고 부르죠.”

(84)

깊이 생각해 봐요. 당신 어머니도 나중에 바뀌셨거든요. 움직임보다는 관조를, 앞으로 나아가기보다는 멈춤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셨죠.”

어머니는 스스로를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 비유했던 분인데……”

우리를 만난 뒤 변하셨어요. 하루는 나한테 파스칼인가 하는 당신네 철학자를 인용해 <인간의 불행은 모두 방 안에 가만히 있을 줄 모르는 것, 이 한 가지에서 비롯된다>고 얘기하신 적도 있어요.”

(126)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장님이에요. 그 사실을 알고 인정하는 사람도 있고,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우리는 어차피 감각이 일정 정도 왜곡해서 전달하는 신호들을 해석하고 있을 뿐이에요. 실재와 지각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은 꿈속에서뿐이죠. 내가 꾸는 꿈이 앞을 보는 사람들이 꾸는 꿈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그 꿈이 현실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에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내가 끊임없이 재창조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299)

그렇다면 클라인의 병도 펠릭스 클라인 이전에 이미 존재했다. 단지 미래의 펠릭스 클라인이 꿈속에서 그에게 영감을 주었을 뿐이다. 그렇지 않을까?

7년의 풍작 뒤에 7년의 흉작이 오리라는 노예 요셉의 예언을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대서양 건너편에 미지의 땅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사실을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세계는 꿈에서 <설득력 있는> 미래의 자신과 대화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뱀 두 마리가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꾸고 나서 DNA의 이중 나선 구조가 발견되었다.

분자의 구조를 발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프리드리히 케쿨레의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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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책의 세계는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받지 않고 스스로의 정신에서 얻은 가장 위대한 세계이다>라고 헤르만 헤세라는 작가가 말했어. 엄마는 여기에 <책의 세계는 이것보다 더 거대한 꿈의 세계에 자양분을 공급한다>고 덧붙이고 싶어.”

(106)

우리가 놀라면 눈이 빠르게 깜박이잖아요. 이것은 영화의 액션 장면에 쓰이는 빠른 샷과 비슷한 원리예요. 눈을 깜박일 때 우리는 10분의 1초라는 지극히 짧은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게 되죠. 재채기를 하면 눈이 3초간 감겼다 떠지면서 조금 더 긴 휴식이 감고 있죠. 그제야그제야 비로소 이 여백에 충일의 순간이 찾아오죠. 한 편의 온전한 가상 영화가 우리 뇌 속에서 상영될 수 있게 돼요. 우리 뇌에는 끊임없이 이미지가 필요한데, 잠자는 동안은 이미지가 사라져 버리잖아요. 그래서 이때 뇌가 이미 저장돼 있는 이미지들을 혼합해서 자신만의 영화를 찍는 거예요. 여러분, 기억하세요. 우리 뇌는 생각이 멈추는 걸 용납하지 않아요.”

(112)

“1899,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을 출간해요. 그는 꿈이 마법과 전혀 상관이 없는, 억압되거나 감춰진 욕망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죠. 꿈은, 프로이트의 말을 빌리자면, <무의식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에요. 하지만 꿈은 오랫동안 신비의 대륙으로 남아 있었어요. 그러다 1927, 신경 생리학자인 너새니얼 클라이트먼이 평균 90분에 걸쳐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수면의 네 단계를 발견하죠. 그리고 1959년에 미셸 주베 교수가 클라이먼트의 연구를 보완해 <역설수면>이라는 개념을 내놓아요. 몸은 완전히 마비되는데 두뇌 활동은 극도로 활발한, 수면 과정 중 아주 특이한 다섯 번째 단계죠. 안구의 움직임이 가장 뚜렷한 단계이기도 해요. 실험 대상자를 이때 깨우면 꿈을 쉽게 기억하죠.”

(202)

그는 전 인류가 침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통 체증도 전쟁도 시위도 파업도 사라지지 않을까? 군인들은 늦잠을 재우는 거야. 공해를 유발하는 사람들, 불평하고 짜증내는 사람들, 광신도들을 침대에 누워 나처럼 TV나 보게 하는 거야.

 덜 먹고 덜 소비하는 세상, 더 조용하고 더 차분한 세상이 될 텐데.

비록 잠은 오지 않지만 그를 보호해 주는 시트와 이불이 깔린 이 가로세로 2미터짜리 공간, 이 폭신한 침대에서만큼은 안전하게 느껴진다. 침대 밖은 전부 <위험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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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통권 158호 - 2018년 1월~2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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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2018년 첫번째 녹색평론…. 아빠가 녹색평론을 읽기 시작한 지 햇수로 9년째가 되는구나. 처음 읽기 시작한 것이 법정스님이 추천한 책이라서 읽게 되었는데, 그 동안 아빠의 생각을 많이 넓혀준 책이라고 생각해. 더불어 불편한 진실을 많이 알게 되어, 걱정도 쌓이긴 했지만 말이야. 그래도 그런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어야 우리 사는 세상이 나아갈 바에 대해 고민을 할 수 있잖니. 이번 158호의 서두부터 그런 불편한 진실을 툭 던지는구나. 누구나 걱정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기이한 행동. 그런 걱정으로 미국의 전문가들이 책까지 냈다고 하는구나. 아빠도 가끔 트럼프가 북한을 향해 미사일을 쏘라고 할까 봐 걱정이 들더구나. 그라면 그런 행동을 해도 당연하도 생각들 할 거야. 오늘도 총기 사건의 희생자들을 초대해 놓고, 한다는 소리가 선생님들이 무장을 해햐 한다고? 정상인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싶구나. , 그가 집권하고 있는 동안은 어린애 다루듯 잘 비위를 맞추어주는 수 밖에 없는 것인가. , 다음 미국 대선 때, 재선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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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금 미국의 정치가들, 저널리스트들, 그리고 많은 양식 있는 시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그들의 대통령 트럼프의 정신건강 문제이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 문제는 적잖은 고민거리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것은 정파적 이해관계로 볼 문제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정신과의사협회의 규칙에 따르면, 환자에 대한 충분하고 직접적인 면접에 근거하지 않은 의학적 진단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경우에 한에서는 이 규칙을 어길 수밖에 없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지금 미국의 정신의학계에서는 꽤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는 군 통수권자로서 언제라도 미국과 세계를 파국으로 빠뜨려 놓을 수 있는권한을 갖고 있고, 대통령이 된 이후 그가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온갖 상식 이하의 기괴한 언행들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것을 볼 때, 이것은 마땅히국가적 비상사태로 봐야 한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쓴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증례>(2017.10)라는 책이 출판되었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트럼프의 정신 상태를 평가하는 전문적 증언들이 공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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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158호의 제목으로 뽑은 것은중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란다. 이젠 13억이라고 했던가? 14억이라고 했던가? 그 중국은 무엇이든 세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란다. 이웃에 자리잡은 우리나라는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어. 그중에서도 중요한 환경에 대한 영향이 너무 크단다. 우리나라 국내 사정도 있지만, 중국의 영향으로 미세먼지와 황사가 우리들의 주말을 망치는 것도 이젠 다반사가 되어버렸잖아. 그런 중국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이냐는 이제 지구의 운명과 인류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구나. 녹색평론에서는 얼마 전에도 중국 특집을 했었던 것 같은데, 이번 호에서도 중국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개방을 하면서 자본주의를 본격적으로 수용한 것이 30년이 채 안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동안 급성장한 경제력은 박수만 칠 일은 아니란다. 자본주의가 뭐길래자본주의가 인간의 삶을 좋게 해준다는 것은 단편적인 면만 보는 것이야. 자본주의에 대한 악영향은 너무 많고, 우리 인류를 궁지로 몰아놓게 된단다. 최근 들어 지구의 이상기후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경고를 주고 있지만, 자본주의는 여전히 명성을 떨치고 있어. 각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치 시험성적이나 되는냥 서로 경쟁하고 있어.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산업화가 되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화석연류의 사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그런 경쟁에 중국이 끼어들었으니 화석연류 사용은 급속하게 늘어날 수 밖에 없지. 현재 세계 석탄 사용의 절반을, 석유 사용의 3분의 1을 중국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세계의 공장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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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중국은 전세계 석탄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고, 석유는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을 소비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시멘트의 60%를 소비한다. 기술분석가 바츨라브 스밀에 의하면, 2011~2013 3년 동안 중국이 인프라 건설을 위해 쏟아부은 시멘트의 양은, 미국이 20세기 전 기간 동안 도시와 항만, 도로, 열차 시스템, 공항 등을 건설하기 위해서 쏟아부은 것보다 더 많았다. 중국은 또한 목재와 임산물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리하여 시베리아로부터 동남아히아, 뉴기니, 콩고, 마다가스타르에 이르는 숲들이 대규모로 벌채되었다. 중국의 이 게걸스러운 소비 덕택에미래세대는 원시림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행성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그린피스는 경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09년에 중국은 미국을 앞질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는데, 현재의 추세대로 간다면, 미국의 3분의 2 정도의 경제규모를 가진 중국이 미국의 2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날이 곧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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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이런 것에 대해 고민을 안할까? 물론 중국도 고민을 해서, 태양열 관련 사업 등 재생에너지에도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여. 하지만 아빠가 보기에는 그것도 앞으로 뜰 사업이니까,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하는 것처럼 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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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엄마가 그런 말을 했었어. 엄마 후배가 지금 베이징에 살고 있는데, 베이징의 공장을 많이 없애서 공기가 많이 좋아졌다고그 이야기를 듣고 아빠는 중국도 많이들 노력하는구나. 그러면서 공산당 일당 체제라서 단칼에 공장도 없앨 수 있구나. 공산당 일당 체제가 그런 좋은 점도 있네하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그것도 진실을 들여다보니….  베이징에서 공장을 몰아낸 것뿐이었어. 그냥 베이징이 국가 수도이다 보니, 국가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말이야. 베이징 등 주변 도시에 있던 공장들을 서쪽 외지로 보낸 것이지, 없앤 것이 아니야. 그리고 그 공장에서 화학연료를 가공해서 다시 베이징으로 들여오게 되는 거야. 그러면 베이징의 공장에서 태운 것보다 2배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구나. 아직 그 서쪽으로 이전중인 공장이 가동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가동되면 기후는 끝장날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안일어나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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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4)

설상가상으로 중국 북부 도시들의 대기의 질을 개선하려고 시진핑 정부는 서쪽으로 산시성, 오르도스 분지, 내몽골, 기타 외딴 지역들에 광대한석탄가스화기지들을 건설하고 있다. 이들 공장은 현장에서 석탄을 태워 전력을 생산하고, 석탄을 합성가스와 같은 액화 연료로 변환시킬 것이다. 그리하여 그 연료는 도시로 운반되어 발전소와 공장과 자동차의 연료로 태워질 것이다. 미국의 델라웨어와 코네티컷 주들보다도 더 넓은 땅을 포괄하는 이 광대한 기지들은 지구상에서 전례가 없는 대규모 화석연료 개발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또한 합성가스와 기타 화학물질들의 생산을 위해 너무나 많이 석탄화학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므로, 그 석탄을 그냥 베이징의 발전소들에서 태운 경우보다 거의 2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방출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만약 이 공장들이 전면적으로 가동하게 된다면기후는 끝장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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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기후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가지 베이징에서의 화석연료 줄이기에 무대포 정책에 대해 이야기할게. 중국의 베이징 정비를 함에 있어,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거야. 베이징 정비 사업이 베이징에 살고 있는 상류층과 일부 중산층에는 도움이 되었겠지만, 석탄연료가 간신히 난방을 하던 가난한 노동자들은 엄동설한에 쫓겨나고 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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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베이징은 이제 놀랄 만큼 잘 정비되고 공기도 깨끗한 국제도시로 탈바꿈하고 있지만, 고층 건물을 짓고, 택배, 청소원, 서비스 노동자 등으로 일하며 이 도시에 공헌해온 가난한 농촌 출신 노동자들은 쫓겨나고 있다. 석탄난방 금지도, 노동자 내쫓기도, 그로 인한 고통을 덜어줄 어떤 준비나 예고도 없이 주민들의 삶을 휩쓸고 지나갔다. 이 밖에도 베이징 시정부는 수도 베이징의 스카이라인을밝고 맑게만든다는 명분으로 11월말부터 건물 간판을 모두 철거하는 정책을 밀어붙여, 베이징시내에서 1 4,000여 개의 간판이 사라졌고 사람들이 건물을 찾지 못해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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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후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어쩌면 이미 늦었는지도 몰라. 하루라도 빨리 지구상의 모든 이들이 똘똘 뭉쳐 힘을 합치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몰라. 어떤 전문가는 2040년이 되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혼란이 올 것이라고 해. 2040년이면 불과 20년 남짓이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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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2040년이 되면 지구온난화에 의한 자연재해가 각국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킬 것이며 물과 식량을 둘러싼 투쟁이 격화될 것이다. 가뭄과 홍수 등으로 살 곳을 잃은 수백만 난민들이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가로질러 상하수도 시설이 잘돼 있는 유럽 지역으로 몰려들 것이다. 수십 년에 걸친 혼란을 거치면서 유럽은 유럽의 안보에만 매달릴 것이며 세계의 문제는 워싱턴에 떠넘길 것이다. 중동지역 국가들은 더욱 약화돼 반군세력이 득세하고 식량과 물을 둘러싼 투쟁이 벌어진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혼란을 감당하지 못한 미국은 군대를 아프리카 대륙으로 불러들여 카리브해와 중미 지역에서 미국으로 몰려드는 난민을 통제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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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그래.. 나중에 기술이 발달해서 해결하겠지.. 그런 막연한 희망은 안돼.

부디 지금 이 순간이 인류 역사의 마지막이 아니길 바랄 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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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86)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인류 역사 전체를 통해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살고 있다. 임박한 전 지구적인 생태적 붕괴가 점점 더 뚜렷이 부각됨에 따라, 자본주의에 대한 지지는 도처에서 무너지고 있고, 세계 전역에서 사람들은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사회, 경제 체제를 필사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실패할지도 모르고, 그것은 우리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인류가 그러한 길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 수백만 년의 진화 과정을 거친 다음, 그리고 수천 년간의 놀라운 문명과 문화적 성취를 이룩한 다음에, 우리가 그 모든 것을 버리고 기껏 300년에 불과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살리기 위해서 우리 자신과 수많은 종()을 절멸의 벼랑 끝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는 나는 믿을 수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지구상의 생명이 끝장나는 끔찍하게 슬픈 피날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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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의회 구성은 우리나라 국회의원처럼 지역의 대표를 뽑는 것만 있는 줄 알았어. 그것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었고, 추첨 민주주의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런데, 의회 구성을 할 때 각 직업을 대표로 하는 직업대표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단다. 그리고 직업대표제 또한 지역대표제로 일관된 의회 구성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중국의 사례를 들면서, 직업대표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에 대한 장점을 든 것을 발췌하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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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직업대표제는 정당 중심 구역대표제로 구성된 의회제의 폐단을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1) 대표 수(의석 수)는 직업별 인구비례(혹은 직업단체 회원 수)에 따라 분배되므로, 재력과 권력을 가진 소수의 정치에서 벗어나 다양한 각 직업 종사자를 포괄하는 진정한 다수의 정치를 할 수 있다. (2) 직업단체 단위로 대표를 선출하면 대표가 제한된 목적과 직능에 한하여 권한을 행사하므로, 의원이 포괄적 위임에 의거해 모든 영역에서 만능적 대표로 군림하는 폐단을 방지할 수 있다. (3) 유권자가 직업단체 단위로 조직되어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의원과 지속적으로 만나 대의(代議)과정을 형성하고 의정활동을 감시하며 직접민주(국민소환, 국민발안 등)을 실행하기에 용이하다. (4) 각 직업 방면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의정활동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직업대표제가 구역대표제보다 민주공화의 원리에 훨씬 더 충실한 제도로 평가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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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난 녹색평론 157호에서는... 원전 공사 재개에 대한 공론화 결과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번 호에서는 직접 공론화에 참가했던 사람의 후기를 실었단다. 그 글을 통해서 이번 공론화의 의의와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어. 공론화 사안에 따라서 공론화 참여단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 왜냐하면, 이번 원전의 공사 재개의 같은 경우는, 원전에 영향을 직접 받는 사람들의 참여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야. 예를 들어 원전 주변의 사람들이나, 원전의 영향을 많이 받을 젊은 사람들의 비율 말이야. 그런 것들이 고려되지 않았어. 그리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대.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이 진실인지 검증이 되어야 하는데, 제대로 안되었다는 것이지.

아직 우리나라에 공론화를 많이 안 해봐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 아쉬운 점들이 너무 많았던 공론화였던 것 같구나. 그것이 원전 공사 재개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져서 더욱 그렇고 말이야. , 억울한 생각마저 드는구나. 이번 공론화의 문제점에 대한 글들을 몇 개 발췌하는 것으로 독서편지를 마치마. 아빠가 요즘 회사일이 바빠 늦게 퇴근하다 보니, 편지를 날림으로 쓰는 점 이해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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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문제는 각 군마다 대상자 수를 정할 때 인구비례 기준을 따랐다는 것이다. 그 결과, 참여단은 서울, 경기가 47.4%였던 반면 울산은 1.4% 7명에 불과했다. 연령대도 50대와 60대가 각각 22.4%, 23.4%로 가장 많았다. 20대는 15.2%로 가장 적었다. 핵발전 위험을 가장 오래 안고 살아가야 하는 세대임에도 말이다. 이는 분명히 불공정한 일이다. 사안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배분이라는 문제의식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시민참여단이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가, 이는 공론화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다음번에는 보다 섬세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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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필요악인가? 결국은경제. 재개 쪽 전문가들은 핵발전이 가장 안정적이고 값싼 전기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이는 제조업 중심인 국내 산업에 큰 도움이 되며, 공사를 멈추면 원전 수출에도 지장이 생긴다고 말했다. 2조가 넘는 매몰비용도 강조했다. 안전 우려에 대해서는 신고리가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이라며전문가들을 믿으라고 말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위세를 떨친 경제성장 우선주의와 핵발전 안전 신화는 강고했다. 핵발전소 사고는 최악의 재양이고, 핵폐기물은 처리 방법이 없으며, 핵발전소 건설과 운영 과정은 도시민의 지역민에 대한 폭력이라는 명확한사실들은 힘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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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이처럼, 원전을 반대하면 원전과 동등한 전력 생산량의대안을 요구한다. 그런 대안이 있기 전까지는 탈핵은 먼 미래의 일로 유보된다. 전기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는 공포가 그만큼 큰 것이다. 이는 우리가 에너지가 끊임없이 공급돼야 하는 도시에서 기계 중심의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송배전에서 전기 낭비를 줄이고 사용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고 해도, 내가 직접 체험하기 전에는 그것이 현실이 아니다. 게다가 핵발전의 폐해는 피해 당사자가 되기 전까지는 실감하기 어렵다. 내가 만난 중단 입장의 시민들이 태양열발전을 하고, 농사를 짓고 벌을 치며 환경변화에 민감하고, 울산에 살다 몸이 아파 이사하고, 한수원에서 일하다 그만두는 등 자기 삶과 체험에 핵발전을 반대하는 근거가 있는 분들이 많았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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