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물론 배우가 인기가 있으면 단순히 연기 이외의 것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그건 배우의 인격입니다. 사람들은
배우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 합니다. 그들이 배우와 연락하여 살고 있는 듯 느끼기도 합니다. 때론 그런 점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인생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할리우드는 너무합니다. 그들은
배우를 노예처럼 생각합니다. 영화에 출현하지 않을 때도 아무 때나 그들을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녀(이탈리아 배우 발렌티나)는
흥분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오드리에게 고개를 돌리고 말을 이었다.
(168)
일반적으로 스타들은 명성을,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하지, 그런 것들 없이 살아가야 하는 금욕적인 의무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드리의 야망은 다른 사람들처럼 밝게 타올랐지만, 그 불빛은 일반적인
목표들을 비추지 않았다. 스타덤에 대한 그녀의 태도에는 자기희생이라는 강한 요소가 있었다.
스타덤뿐이 아니었다. 결혼을 생각하는 태도는 더 심했다. 그녀는 로맨틱한 이상적인 결혼에 대해 ‘전부를 얻지 못하면 아무것도
없다’는 식의 관계로 인식하고 있는 듯 했다. 그녀는 위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느꼈다.
(177)
오드리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초조해하고 있을 때 파라마운트 제작부장 돈 하트먼에게서 뉴스가 전해졌다. <로마의 휴일>의 주연인 그녀가 다가오는 아카데미상의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뉴욕의 영화평론가협회는 이미 12월 말에 그녀에게 상을 주었다. 그러나 그녀의 현재 감정 상태에서는
이런 좋은 뉴스가 많이 생겨도 흥분되기보다는 무덤덤했다. 그녀의 인생에서 개인적인 박수갈채는 자극제가
아니라 진정제 역할을 했다. 칭찬은 의무를 동반했다. 방종을
허락하는 허가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가 갖고 있는 캘빈주의 유산의 한 부분이었다.
“내가 느낀 것은 성공에 뒤따르는 책임감이었어요.”
(195)
미국의 평론가이며 페미니스트인 마조리 로젠은 이렇게 썼다.
“그녀는 삶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순수한 힘과 신체적인 특질이 잘
조화되어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중략)
오드리는 자신의 특징을 일찍 만든 편이고 오랫동안 지속시켰다. 세실
비턴은 그녀를 전문적인 시각으로 관찰해 사진작가로서의 견해를 피력했다.
“커다란 입, 낮은 가슴, 짙게 칠한 눈썹, 코코넛 머리 장식, 광택 없는 긴 손톱, 유연한 몸동작, 긴 목, 그리고 지나치게 마른 몸매…, 그녀는 모든 것이 심플했다.”
그러나 대중들은 비턴의 시각으로 그녀를 보지 못했다. 대중들은 생기발랄함만을
보았다. 리처드 쉬켈은 이 생기발랄함을 ‘심각함과 결합된
장난기 가득한 순진함’이라고 표현했다.
오드리의 목소리 톤은 다른 신체적 특징만큼 뚜렷한 특징이다. 비턴은
이렇게 썼다.
“그녀의 목소리는 노래처럼 리듬을 타고 처음에는 평이하고 느린 어투로
시작하여 나중에는 어린아이가 질문할 때처럼 높이 올라가는 어조로, 가슴을 쥐어짜는 특질이 있다.”
(236)
오드리는 존경받을 만했다. 그녀는 끝까지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고 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 들은 땀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편집증처럼
집착하지는 않았다.
“상대가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 주고 자신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녀는 전적으로 상대를 믿었어요. 오드리는 그 점이 아주 좋아요. 그래서 상대가 돈을 벌게 되는 겁니다.”
(401)
“나에게 한 편의 새로운 영화를 시작한다는 건 항상 두려운 일이었어요. 난 근본적으로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촬영하는 것이 언제나 힘든 일이었지요. 영화 촬영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는 다른 작업인 것 같아요. 자전거는 타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지만, 영화는 한번 촬영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지요. 아무리 아름다운 시나리오와 훌륭한 배우와 감독이 있더라도 촬영할 때면 언제나
혼자가 된답니다.”
(456)
그녀는 린 바버에게 말했다.
“명성은 내가 영화에 출현하던 시절 이후 나에게 남겨진 물건, 예를 들면 이런 가방 같은 겁니다.”
기자는 이렇게 썼다.
“내가 ‘그녀에게 시간을
희생한다’는 표현을 썼어요. 그러자 그녀는 곧바로 반박했어요.”
“그것은 희생이 아닙니다. 희생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위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희생이 아닙니다. 이것은 오히려 내가 받은 선물입니다.”
(462)
그녀는 전쟁 경험에 대해 자주 질문을 받았었다.
“전쟁은 오랫동안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어요. 나는 전쟁 중에 많은 것을 보았어요. 그러나 그 모든 경험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본적으로 염세주의자가 아니라 낙천주의자가 되었어요. 죽어서 과거를 비참하게 되돌아보면 기분만
상할 겁니다. 단지 나쁜 면만을 보고, 놓친 기회들을 아쉬워하고, 이랬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뭐 하나요?”
이제 오드리는 두 번 다시 무비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다. 그녀는 할리우드의
방음 스튜디오에 만들어진 ‘천국’을 떠났다. 그리고 유니세프를 위한 여행길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