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의 탄생 - 2014 제5회 김만중문학상 금상 수상작
조완선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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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조완선 님의 <걸작의 탄생>이라는 책이란다. 오래 전에 조완선 님의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고 두어 권을 더 읽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조완선 님의 한 작품을 추천해 보라고 하면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이라고 하겠구나. 오랜 만에 조완선 님의 책을 읽었어.

이 책 <걸작의 탄생>은 오래 전에 사두었던 것인데 얼마 전에 책장 정리하다가 보여서 잠깐 읽어보았는데,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아빠가 좋아하는 허균과 박지원이더구나. 너희들에게 여러 번 이야기를 했지만 아빠는 특히 허균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이 급궁금해졌어. 허균과 연암은 살았던 시대가 달랐는데 어떻게 연결했을까 궁금하기도 했단다. 그럼 바로 이야기를 해줄게.

 

1.

이 소설은 연암 박지원과 교산 허균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는 방식으로 이어진단다. 주된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허균은 자신보다 100년 앞서 살았던 홍길동의 행적을 추적하고, 박지원은 자신보다 200년 앞서 살았던 허균이 남겼다고 하는 책을 추적하는 이야기란다. 아참, 이 이야기는 유명한 역사 인물이 주인공이지만, 허구라는 점은 명심하렴.

어느날 책쾌 조열이 박지원을 찾아왔단다. 책쾌는 조선시대 활동했던 책장수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구나. 부안에서 허균이 <홍길동 전>과 관련되어 쓴 책을 구했다는 내용이야. 먼저 서문만 필사해서 가지고 와서 박지원에게 건네주었고 책은 보름 후에 가져다 주겠다고 했어. 그런데 보름이 지나도 조열이 오지 않자, 박지원은 조열의 동료 책쾌를 찾아갔는데 조열이 죽었다는 뜻밖의 소식을 들었단다.

조열이 이야기했던 책은 <교산 기행>이라는 책으로 허균이 홍길동의 행적을 추적하여 겪은 일을 적은 기행문이라고 했어. 박지원은 조열의 죽음을 파헤치지도 하고, 사라진 <교산 기행>의 행적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단다. 다른 책쾌들의 소문에 의하면 문경에 살고 있는 책쾌 차기중이 죽였다고 했어. 박지원은 조열의 동료 책쾌 마종사와 함께 문경에 갔단다. 박지원과 마종사는 차기중의 뒤를 밟는데, 또 다른 책쾌인 박만득이라는 사람도 죽었단다.

박지원은 차기중을 잡아 문초하자 그는 자신이 조열과 박만득을 자신이 죽였다고 시인했으나, 그도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서 죽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하지만 차기중은 입을 굳게 다물었단다. 박지원은 그를 미끼로 해서 배후 인물을 잡으려고 그를 풀어주었단다.

….

그런데 얼마 후 차기중도 피살된 채 발견되었단다. 화재 사고로 위장되었지만 피살된 거야. 차기중에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간 곳이 혜국사라는 절이라서 그곳에 가서 주지 스님인 중운 스님을 만나 보았단다. 중운 스님은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니었어. 연암은 몇 장 발견된 <교산 기행>의 필사지에서 허균이 변산에 간 사실을 알게 되어 변산으로 가서 다시 허균의 행적을 쫓게 된단다.

 

2.

이번에는 허균의 이야기를 해볼게. 허균은 부안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었는데, 홍길동이 참수되었다는 100년 전 문서 기록을 보게 되었어. 그동안 홍길동이 참수되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런 문서가 나오자 진위가 의심스러웠지. 허균이 이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홍길동의 마지막 행적을 추적하기로 했단다. 홍길동의 고향인 전남 장성에 먼저 가 보았어. 홍길동이 죽은 지(또는 사라진 지) 100년이 되었지만 고향에서는 아직도 홍길동을 기리는 제사를 지내고 있었단다.

홍길동 고향에서 조사를 마치고 허균은 홍길동이 마지막으로 활동했다고 하는 주흘산이 있는 문경으로 갔어. 홍길동의 본거지로 알려진 곳을 들러보다가 관가에 붙들려 잡혀 들어가게 되었어. 홍길동이 죽은 지(또는 사라진 지) 1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홍길동을 따르는 무리들이 있어 관가에서는 이들을 체포하고 있었는데 허균도 그런 무리로 여기고 체포한 것이란다. 다행히 문경 현감이 허균의 친구 염기철이어라서 금방 풀려났단다.

허균은 문경에서 홍길동의 행적을 조사했어. 허균은 홍길동의 묘지가 있다고 하는 것에 가 보았는데 그곳에서 최방원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최방원으로부터 그 묘지는 가짜 묘라는 이야기를 들었어. 경신년 홍길동은 잠적하게 되자, 관가에서는 책임을 무마하기 위해 가짜 홍길동을 잡아 참수했다는 거야. 홍길동이 잠적한 이후에 홍길동 후손들이 몇몇 사람들을 데리고 무사태평한 남쪽 섬으로 데리고 간다는 소문이 있었어. 계속 조사를 하던 허균은 괴한의 습격을 받아 정신을 일고 깨어나보니 혜국사라는 절이었고 그곳에는 봉추거사라는 사람과 스님들이 있었단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 허균의 스승 손곡 이달의 이름이 나와서 허균이 자신의 스승이라고 하자 그들은 허균을 풀어주었단다.

봉추거사가 허균에게 서찰 한 통을 주는데 그 속에는 온통 수수께끼 같은 글만 적혀 있었고 허균은 그 글 속의 수수께끼를 풀어내어 그들이 변산 반도로 간다는 것을 알아내었단다. 허균은 그 길로 변산 반도로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말 얼마 뒤에 그들이 나타났단다. 허균은 봉추거사와 다시 만나고, 봉추거사는 일행들을 데리고 배를 타고 떠났단다. <홍길동 전>을 너희들도 읽었으니 봉추거사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알겠지? <홍길동 전>에서 홍길동이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세운 나라 율도국이겠구나. 지은이 조완선 님은 <홍길동 전> 안의 이야기까지 끌어와서 이 소설을 완성한 것 같구나.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조완선 님의 원픽은 아직 <외규장각 장서의 비밀>로 해야겠구나. 이번에 읽은 <걸작의 탄생>은 책장은 금방금방 넘어가긴 했는데, 뭐랄까? 심심하다고나 할까? 아무튼 몇 프로 부족한 재미였단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한바탕 소낙비라도 뿌리려나.

책의 끝 문장: 샛노란 달덩이 위에서 허생이 배시시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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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8)

이 대목에서 이낙선의 5.16혁명 데모는 대질이 이루어졌다고 기록하고 있으나 강영훈 씨는 사실이 아니라고 증언한다.

군이 정치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육사생도를 정치에 끌어들이는 그런 짓은 쿠데타의 경우에도 금기로 되어야 한다. 그 당시 육사 출신 대위 몇 사람과 내가 대질했다는 말이 있는 모양이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 분명히 기억하는 것은 4년제 육사 출신 셋을 복도에서 만났는데 그중의 하나가 전두환이었다. 하지만 내가 육본에 갔던 그날, 같은 11기 출신이라 해도 김성진(80년대 체신부장관) 등과 같은 장교는 지지 데모에 반대했고, 관망하는 사람도 많았던 것이다.”

 

(105)

4대 중앙정보부장은 김형욱이었다. 79년 프랑스 파리에서 증발해 지금까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확정되지 않은 인물. 누군가에 의해 영원히 제거됐을 것이라는 추측만 김형욱의 운명은 박정희 정권의 영욕을 상징하는 듯하다. 김형욱의 별명은 뚝심의 돈까스였다. 이 별명은 남재희 정치부 기자가 지어준 것이다.

 

(376)

71 12 6일 대통령 박정희는 돌연 국가비상사태라는 것을 선포했다. 특별담화 형식으로 발표된 비상사태는 북의 위협을 빗대 체제 강화를 꾀한, 말하자면 제1차 유신이었다.

놀랍게도 이는 헌법적 근거가 박약한 것이었다. 청와대측은 궁색한 나머지 당시 대통령 취임선서의 나는 국가를 보위하고…’라는 구절에 비상사태 선포의 근거가 있다고 우겼다.

 

(629)

정보부가 캔 미량의 석유는 유리병에 담겨 청와대에 올려졌다. 박 대통령은 너무 기쁜 나머지 국무회의 때 유리병에 담긴 원유를 탁자 위 재떨이에 붓고 불을 붙여보였다.

그러나 경제성이 없는 석유였다.

애당초 비서실장 김정렴과 오원철 등은 탐사가 끝날 때까지 발표 않는 게 좋겠습니다고 건의했다. 박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 노다지를 기대하고 정치적 효과에 사로잡힌 듯 그것을 발표해 버렸다.

희망이 크게 부풀면 절망도 깊다.

보통 한두 구멍 뚫다 마는 석유 시추는 포항에서는 무려 12구멍이나 시추되었다. ‘석유 원년(元年)’이니 하는 성급한 기대는 무참히 깨져갔다. 그리고 탐사 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의 방대한 토지를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어 놔 90년대까지도 민원의 대상이 되었다.

 

(646~647)

그 무렵 박 대통령은 추가적인 미군 철수에 맞서 핵무기 개발을 꿈꾸고 작전지휘권을 지렛대 삼아 대미흥정을 벌였다. 그의 비공개 어록.

미국 사람들은 작전권 이양 문제에 신경과민이다. 주한미군이 적어도 현수준을 유지하면 미군이 지휘관이 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주한미군 수가 현수준 이하로 감축되면 다시 작전지휘권 문제를 협의하겠다. 여기에 대해 미국 측은 못마땅해 가고 있고 답변이 없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자기 나라 군대를 몇 명 없고 장군만 몇 있다든지 하는데 남의 나라 60만인데 4만밖에 안 되는 미군이 지휘관을 갖고 있는 것도 이상한 상태 아닌가.

그러나 전쟁이 나면 해공군과 병참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6.25 때부터 이날 이때까지 작전지휘권을 미군한테 맡겨온 것이다. 이 문제는 휴정협정하고도 아무 관계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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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과 지구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5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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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파운데이션 시리즈 (어느덧) 5권이란다. 제목은 <파운데이션과 지구>. 지난 파운데이션 시리즈 4 <파운데이션의 끝>을 이야기할 때 이야기한 것처럼 4권부터는 3권이 출간되고 30년 후에 쓴 책이라고 했잖아. 30년 전의 1, 2, 3권들보다 한 권의 두께가 엄청나다는 이야기도 했었지. 그런데 또 하나 다른 점이 있었어. 파운데이션 1, 2, 3권들은 시간이 빨리빨리 지나갔었어. 한 권에서 수백 년을 다루기도 했었지. 그런데 4권에서부터 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을 다루고 있단다. 그것이 아마도 30년이 흐르고 나서 지은이 아이작 아시모프의 글 쓰는 스타일이 바뀌었거나 시대의 흐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번 파운데이션의 시리즈 5 <파운데이션과 지구>는 지난 4권의 주인공 트레비스가 또 주인공으로 등장한단다. 4권에서 트레비스가 지구를 찾으려고 터미너스 행성을 떠났던 것 생각나니? 이번 5권에서도 그 이야기가 이어진단다. 5 <파운데이션과 지구>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한 마디로 요약을 하지면 트레비스의 지구 찾아 삼만리가 아닐까 싶구나. 그렇다면 어떤 에피스들이 있었는데 이야기를 해줄게.

 

1.

4권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면 트레비스는 가이아 행성에 머물면서 끝이 났었지. 트레비스는 가이아 행성에 머물면서 우주 제국의 기원이 된 지구를 찾아가려는 계획을 세웠단다. 하지만 지구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서 어디로 목표를 향해 떠나야 할지 몰랐어. 4권에서도 트레비스와 함께 했던 페롤랫 교수와 페롤랫 교수의 애인이 된 가이아 인 블리스도 지구를 찾는데 동참하겠다고 했어. 트레비스는 블리스에서 가아아 행성에 있는 지구의 기록을 볼 수 있도록 요청했어. 그런데 가이아 행성에는 기록 자체가 없다고 했어. 가이아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고 했어. 그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생물, 심지어 무생물 속의 기록이 있다면 그것까지 공유할 수 있다고 했어. 그야말로 완벽한 집단지성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가이아는 단순한 행성 이름이 아니고 거대한 기억 공유의 집단 지성을 뜻하기도 해. 그런데 그 가이아의 기억 속에도 지구는 없다고 했어.

트레비스는 4권에서 등장했던 콤포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어. 콤포가 이야기하기를 콤포렐론 행성에 가면 지구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했어. 그래서 트레비스는 일단 콤포렐론 행성으로 가기로 했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패롤랫과 블리스도 함께 갔단다. 콤포렐론 행성의 임시우주정거장에서 블리스의 신분이 확인이 안되어 입국에 차질을 빚고 있었어. 트레비스는 담당자에게 계속 설득하여 간신히 입국 심사를 통과하였어. 하지만 그들이 행성에 착륙했을 때 그들을 기다린 것은 행성의 교통부 장관 리잘로라는 여자였어. 리잘로는 그들을 연행한 후 터미너스로부터 그들이 타고 온 파스타 호를 회항 조치하라는 공문을 받았다고 했어.

트레비스는 리잘로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어보니 그들은 최신식 중력 우주선인 파스타 호를 탈취하려는 것처럼 보였어. 그래서 트래비스는 리잘로와 독대를 해서 협상과 설득과 리잘로가 원하는 것으로 줌으로써 타협을 보았단다. 지구 탐험을 마치고 나서 파스타 호를 콤포렐론에 주겠다고 약속을 한 거야. 그러자 이후부터는 리잘로는 협조적으로 바뀌고, 콤포렐론 행성에 있는 역사학자들도 소개시켜주고 그랬어. 하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도 지구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어. 몇 가지 지구를 찾을 수 있는 단서가 있었어. 방사능이 무척 많다. 태양으로부터 생물이 살만한 위치에 포진하고 있다. 보기 드문 큰 위성을 한 개 가지고 있다. 그 항성계에는 고리를 가진 행성이 있다. 이 정도의 정보가 있긴 하지만 이런 정보를 가지고 우주에서 지구를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렵지 않을까 싶구나. 그리고 콤포렐론에서는 한 가지 정보를 더 얻었는데, 지구를 떠난 최초의 인간들이 정착했다고 하는 금지된 행성들에 가면 지구의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수 있다고 했어. 그래서 트레비스 일행은 콤포렐론을 떠나 금지된 행성을 향해 길을 떠났단다.

 

2.

첫 번째 금지된 행성이라고 부르는 오로라 행성에 도착했어. 그곳은 사람들이 없고, 동물들만 있었어. 트레비스는 탐사를 나섰다가 야생화된 개들의 공격으로 위기를 받기도 했어. 그리고 그곳에는 고장된 로봇들만 있었어. 두 번째 금지된 행성인 솔라리아에 도착을 했단다. 솔라리아에는 전인(全人)이라고 부르는 1200 여명의 사람들이 지하에서 살고 있었어. 전인은 성별을 구분할 수 없었어. 남자도 아니고 그리고 여자도 아닌 사람들이었어. 행성 전체에 1200 여 명 밖에 없고 대부분의 일은 로봇들이 도맡아 하고 있었어.

솔라리아에서 전인 중에 한 명인 밴더를 만나게 된단다. 그로부터 솔라리아에도 지구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런데 갑자기 밴더는 그들을 죽이려 하였고, 블리스가 정신력으로 그를 제압하려고 했는데, 힘 조절이 되지 않았는지, 솔라리아의 전인들의 정신력이 약한 건지 아무튼 밴더가 그만 죽고 말았어. 이 일로 블리스가 죄책감을 느꼈지만 다 지나간 일. 그들은 머물고 있던 지하세계에서 도망치려고 하였는데, 울고 있던 밴더의 어린 아이 팰롬을 그냥 두고 올 수 없었어. 지상에서는 방위 로봇을 만났는데, 블리스가 이들을 제압하여 파스타 호에 타고 솔라리아를 탈출했단다. 팰롬을 데리고 온 것에 대해 트레비스는 몹시 불안해 했단다. 왜 그런 것인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그런 육감이 있었어. 팰론은 솔라리아 나이로 14살 정도 된다고 했어.

다음 금지된 행성인 멜포메니아 행성에 도착을 했는데, 이곳은 공기가 거의 희박하여 사람뿐만 아니라 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이었어. 희박한 공기에서도 살 수 있는 이끼만이 행성을 덮고 있었어. 그래도 지구의 정보가 남아 있지 않을까. 폐허가 된 옛 고대 도시를 찾아보았지만 이끼의 공격만 받아 위험에 빠졌지, 아무런 성과도 없이 멜포메니아 행성을 떠났단다.

….

금지된 행성들을 둘러봤지만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어. 페롤랫이 한 가지 좋은 아이디어를 냈어. 초기 인간들이 살고 있던 50개의 행성 좌표를 이용하면 대충 지구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어. 아무래도 가까운 행성으로 가야 하니까 그 50개의 행성의 중심부에 지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어. 그렇게 찾은 행성이 알파라는 쌍성계와 베타 항성계였단다. 그들은 알파 행성에 도착했는데 대부분 바다여서 육지가 없다고 생각한 찰나 육지를 발견해서 착륙을 했단다.

그곳에서 히로코, 모놀리를 만나게 되는데 알파 사람들은 그들의 행성을 새로운 지구라고 불렀어. 그러면서 트레비스가 찾고 있는 지구에는 방사능이 많아서 생명체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단다. 그 전에도 들었던 지구에 대한 일관적인 이야기였어. 트레비스는 이 말을 믿지 않았어.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구가 방사능으로 생물이 없다고 퍼뜨리고, 지구에 대한 자료를 없앴다고 생각했어. 트레비스 일행은 알파 행성에 머물면서 음악제에 참석하는 등 그들은 트레비스를 환대해 주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히로코가 찾아와서 트레비스와 팰롬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면서 빨리 우주로 나가라고 했단다. 사실 그들은 외부의 인사들을 경계하면서 일부러 그들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것인데, 히로코가 트레비스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알려 준 것이야. 그 바이러스는 알파 행성의 환경에서만 살 수 있고, 우주에 가면 모두 죽는다고 얼른 우주로 떠나라고 했어. 그렇게 급하게 그들은 알파 행성을 떠났단다.

 

3.

트레비스는 다음 행선지로 카시오페아 근처의 작은 별로 향했단다. 단순히 육감을 가지고 간 것인데 그곳에서 드디어 지구를 발견하게 된단다. 그리고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돼. 지구는 방사능에 오염되어 아무런 생물체가 없었던 거야. 아빠는 사실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아빠만의 가설을 갖고 있었단다. 지구에 도착을 했더니 소문과 달리 생물체도 있고 사람들도 살고 있는 거야. 그런데 그것이 미래의 모습이 아니라 원시 생활을 하고 있는 인류를 만나게 되는 거지. 그러니까 우주 전체에 인류를 퍼뜨린 인류는 아주 오래 전에 멸종되고 또 다시 오랜 시간이 흘러 자정 능력을 가진 지구는 다시 생명체들이 살 수 있는 지구 환경을 만들게 된 것이지. 그리고 어떤 외계 행성에서 다시 인류가 지구로 불시착해서 살기 시작한 거야. 이것이 아빠의 가설이었는데, 보기 좋게 틀렸구나. 그런데 아빠의 가설도 나쁘지 않았지?^^

다시 소설의 이야기를 하자면, 지구에 아무 생물체도 살지 않고 있었는데 문득 커다란 위성이 의심스럽게 보이기 시작했어. 가장 가까운 커다란 위성을 두고 우주 멀리로만 갔다는 것은 이상한 거야. 지구인들은 달의 지하 세계를 개발하여 살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지금도 달이 자연 행성이 아닌 인공 행성이라고 설을 들은 적이 있는데, 지은이 아이작 아시모프는 한 술 더 떠서 달 지하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상상을 했구나. 블리스는 지적 존재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었는데 달 주변을 돌면서 블리스는 정신을 집중하여 확인한 결과 지적 존재를 확인했고, 달의 지하 통로를 발견하게 되어 그쪽으로 우주선의 방향을 틀었어. 달의 지하에서는 트레비스 일행을 환영해 주었단다.

사람과 거의 똑같지만 사람이 아닌 인공 로봇인 다닐 올리바가 그들을 환영해 주었어. 지구가 방사능의 위험에 빠지게 되자 일라이저 베일리라는 사람은 로봇들을 만들어 지구를 구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고 했어. 그러나 그것은 역부족이어서 사람들을 다른 행성으로 보내게 되었다고 했어. 다닐 올리바가 만들어진 지 2만 년이 되어가자 그도 이제 죽어가고 있었어. 그러나 가이아가 계획하고 있는 갤럭시아를 만드는 것을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존재를 지속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하지 위해서는 다닐의 뇌와 인간의 뇌를 결합해야 한다고 했어. 그래서 그가 트레비스 일행을 달로 오게 유도한 것이라고 했어.

트레비스가 육감으로 찾았다고 하는 지구와 달. 이것은 사실은 다닐 올리바가 그들이 이곳으로 오게 유도를 했다는 것이었어. 트레비스는 자신의 뇌를 다닐 올리바와 합치는 것을 거부하였어. 그래서 팰롬의 뇌와 결합하기로 했단다. 그러니까 트베리스가 지구를 찾아오게 한 것은 가이아의 우주 확장 버전인 갤럭시아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던 거야. 이렇게 파운데이션 시리즈 5 <파운데이션과 지구>는 끝이 났단다. 늘 이야기하지만 아빠가 잘못 이해하고 적은 부분도 있을 테니 이해 바란다. 이제 2권 남았구나. 올해 안에 해 주어야 할 텐데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내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책의 끝 문장: 자기 밑에서 침착하고 헤아릴 수 없는 음울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는 팰롬, 양성체이자 변환 대뇌 능력을 지닌 색다른 존재와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사회는 그렇게 쉽게 붕괴하지 않아요. 당신은 가이아로서 얘기하는데, 가이아는 자유로운 각 개인이 모여 사는 사회를 이해할 수 없어요. 이성과 정의에 근거해 확립된 규칙이 사회와 시대가 변하면서 그 유용성이 사라졌는데도 관성적으로 존속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그 규칙이 무용하게 되었다거나 심지어 해롭게 변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도 그런 규칙을 위반하는 것 자체가 정당할 뿐 아니라 유용할 수 있어요." - P117

"왜냐고요? 낭만주의자들은 대체적으로 그들이 죄를 저질러 응징자에게 벌을 받았다고 추측하지요. 그러나 이들은 응징자가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벌을 주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아요. 이처럼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믿을 수 없어요. 오히려 모든 분야를 로봇에 의지함으로써 사회가 나약해지고 퇴폐적으로 되면서, 아주 따분해지거나 혹은 사람들이 살려는 의지 자체를 잃어버리게 되어 발전이 정체되다가 마침내는 사멸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지요.
두 번째로 파견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로봇 없이 살아가면서 은하계 전체를 개발했지만, 지구에는 방사능 오염이 심해지면서 점차 생물이 살 수 없는 행성으로 변질되어 갔지요. 첫 번째로 파견된 그룹에게 영향을 받은 이후 지구에도 로봇화가 추진되어 그렇게 되었다는 게 통설이지요."
- P195

"생각해 보세요. 생태학적 균형이 완벽하게 이루어져 있는 유인 행성은 한 군데도 없어요. 아마 지구에만 생태학적 균형이 이루어져 있었겠죠. 그곳에서 인류가 진화했다고 하니까. 그 전에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인류를 비롯해서 고급 문명을 발전시켜 주변 환경을 개발할 수 있는 어떤 지적 생물체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틀림없어요. 그것은 계속 변화하면서 자연적으로 생태계 균형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해요. 그러나 다른 유인 행성들은 인간들이 동식물체를 번식시키는 등 인위적으로 주변 환경을 조심스레 가꾸면서 지구처럼 만들어 온 것이지요. 하지만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생태계는 그 자체로 불균형을 이룰 수밖에 없어요. 인간들에게 필요한 생명체들만 퍼뜨렸을 테니까 그 종류가 극히 한정될 수밖에 없었겠죠." - P252

"로봇들은 우주인들이 사라진 이후로 인류의 역사에서 아무런 중요한 역할도 하지 못했어. 가이아도 아주 최근까지는 마찬가지 처지였지. 로봇들은 피조물이고 가이아는 로봇들의 작품일세. 따라서 로봇들과 가이아가 그 로롯공학 3원칙에 얽매여 있는 한 그들은 인간의 의지에 복종할 수밖에 없어. 다닐이 기울여온 지난 2만 년 동안의 노력과 가이아의 오랜 발전에도 불구하고, 트레비스가 말한 한 마디 단어, 바로 ‘인간’은 그러한 노력과 발전에 종지부를 찍게 될 거야. 이는 결국 인간이야말로 우리 은하계에서 지성을 가진 유일한 유기체가 될 것이며 심리역사학도 계속 유효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네." - P671

초공간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 우리의 은하계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지요. 내가 아는 한 우리는 어떠한 다른 은하계에도 가 본 적이 없고 다른 은하계의 지적인 생명체도 우리를 찾아온 적이 없어요. 하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만일 외계종이 침략해 올 경우, 그들은 우선 우리 인간들끼리 반복하게 만드는 방안을 모색할 겁니다. 우리는 그런 소모적인 싸움에 익숙하잖아요. 침략자들이 우리가 서로 분열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 우리 모두를 지배하거나 파괴하겠지요. 그래서 유일하고도 진정한 방어는 반복과 시기를 없애고 침략자들에게 최대한 적극적으로 맞설 수 있는 갤럭시아를 건설하는 것이죠 - P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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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도둑 -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마이클 핀클 지음, 염지선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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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드디어 탄핵이 가결되었구나. 아직 끝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놈의 업무가 정지되었으니 정말 다행이구나. 헌법재판소에서는 빠르고도 올바른 판단을 하여 얼른 안정적인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이제 아빠의 책읽기와 독서편지도 정상 궤도를 찾아야겠구나.

오늘 이야기할 책은 마이클 핀클의 <예술 도둑>이라는 책으로 예술품 도둑에 관한 이야기란다. 예술품 도난 사건은 오늘 어제의 이야기는 아니란다.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도난 사건 이후 더 유명해졌다는 이야기도 있단다. 그 외에도 유명한 예술품들 중에는 도난당한 이력을 가진 작품들이 꽤 있어. 이 책에서도 이 책의 주인공이 훔친 것은 아니지만, 예술품 도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몇몇 예술품 도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너희들도 관심 있어 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뭉크의 <절규> 도난 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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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3)

<모나리자>를 훔친 도둑도 처음에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8개월 동안 수리공으로 일했다. 1911 8월 어느 월요일 오전 7, 빈센초 페루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작업복을 입고 다른 직원들과 함께 박물관에 들어갔다. 대청소 때문에 박물관은 폐장했고 보안 요원도 대부분 쉬는 날이었다. 페루자는 특별히 중요한 몇몇 작품에 추가로 안전 장치를 설치하는 일을 맡았는데, 그 덕분에 벽에 걸린 <모나리자>를 떼어내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모나리자>를 들고 나선형으로 된 직원용 계단 아래에 있는 방으로 재빨리 숨어들어갔다. 그러고는 그림을 액자에서 분리한 뒤 백양목 화판(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나무 화판에 그림을 그렸다)을 천으로 감싸서 밖으로 들도 나왔다. 페루자는 <모나리자> 말고 다른 작품은 훔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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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1994년 노르웨이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첫날 새벽, 두 명의 남자가 오슬로 국립 미술관 외벽에 사다리를 걸친 후 2층 창문을 깼다. 경보음이 울렸지만 보안요원은 오작동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꺼버렸다. 범인은 전선을 자르고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를 훔쳐 도주했다. 사다리와 가위는 그대로 두고 갔는데 노르웨이어로 보안이 엉망이라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쪽지도 함께 남겼다. 노르웨이에는 예술품 범죄 전담 수사팀이 없었지만 노르웨이 정부에서 영국 경찰 본부 소속 찰리 힐을 영입해 사건을 맡겼다.

힐은 말이 빠르고 입에 욕을 달고 살며 윤리 의식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미술품 딜러로 위장했다. 그는 위장 첩보 작전이 연극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다른 점은 한마디만 실수해도 머리에 총을 맞을 수 있다는 것 정도다. 힐은 작전 중에 도청 장치나 무기를 소지하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총 맞기 딱 좋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작전 중 쓰는 이름으로 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신용 카드를 가지고 다니는 편이 낫다. 3개월에 걸쳐 접촉한 끝에 노르웨이 도둑들은 의심을 거두었고 힐은 작품을 현금으로 구매하겠다는 미끼를 던졌다. 피오르가 내려다보이는 한 외딴 오두막에서 <절규>를 회수했고 네 명의 공범은 노르웨이 경찰에 체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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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할 <예술 도둑>은 그런 예술품 도둑 중에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인데 무려 300여 개가 넘는 작품을 훔쳤다고 하더구나. 먼 옛날 이야기도 아니란다. 1995년에 처음 훔쳤다고 하니 최근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지. 박물관의 경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보안이 되는 줄 알았는데 300개가 넘는 예술품을 훔치는 동안 안 잡힐 수가 있는지 신기하기까지 하구나. 아님 그 도둑이 신기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그 도둑이 다른 예술품 도둑과 달리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자신이 아름다운 작품을 갖고 싶어서 훔쳤다고 하는데 그런 이유로 범행이 드러나는 데까지 오래 걸렸을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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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6)

브라이트비저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예술품을 훔쳤다고 주장한다.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마음껏 즐기고 싶었다. 지금까지 미학을 논한 예술품 도둑은 없었다. 여러 언론사와 장시간 인터뷰를 할 때도 그는 이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죄를 감추려는 마음 따위 없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당시의 감정을 현재 시제를 사용해 즉각적으로, 그리고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자세히 묘사한다. 정확성을 위해 필요 이상의 말을 할 때도 있다. <아담과 이브> 사건의 구체적인 정황을 설명할 때는 야구 모자와 가짜 안경을 쓰는 등 변장을 하고 현장으로 돌아가 나사를 뺀 방식과 작품을 감상하는 척할 때 취했던 자세 등을 재연하기도 했다. 다른 절도 사건도 비슷하게 재연했다. 그가 한 말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경철 보고서가 수백 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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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설적인 도둑의 이름은 스테판 브라이트비저라는 사람이란다. , 그럼 그의 이야기를 해볼게.

 

1.

브라이트비저는 어렸을 때 몸이 유약하고 친구도 별로 없었다고 하더구나. 그러다가 어른이 되어서야 앤 캐서린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대. 브라이트비저가 처음 훔친 것은 박물관에 전시해 놓은 수발총이라는 것이었대. 처음 훔쳤을 때는 누군가 잡으러 올까 봐 엄청 떨렸다고 했어. 두 번째 절도부터 앤 캐서린과 함께 했다고 하는데, 그들은 계획까지 짜고 박물관에서 쇠뇌를 훔쳤어. 이것은 브라이트비저가 어렸을 때부터 갖고 싶었던 것이라고 했어. 이 때가 1995년이었단다. 이 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절도를 하고 나서 자신을 체포하러 올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그 다음부터는 좀더 과감해졌단다.

숨겨 나오기 쉽지 않은 그림도 훔쳤어. 그렇다면 그들의 모든 시도가 성공한 것은 아니야. 절반은 들어갔다가 시도도 하지 않고 나오곤 했어. 브라이트비저는 직업이 없는 백수로 엄마의 집의 다락방에서 지냈는데, 그들이 훔친 작품들을 다락방에 하나씩 모아두기 시작했단다. 브라이트비저는 도서관에서 예술품에 대해 공부를 하였고, 관련된 책도 모아서 자신이 있는 다락방에 미술에 관련된 책이 500권도 넘어서 미술도서관을 방불케 했단다.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의 도둑은 점점 횟수도 많아지면서 자신들을 스스로 합리화하기를, 예술의 역사는 절도의 역사라고도 이야기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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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03)

이처럼 예술의 역사는 절도의 역사와 맥을 함께 한다고 브라이트비저는 이야기한다. 인류가 기록을 시작한 초창기 이집트 파피루스에도 도굴꾼을 조심하라는 문구가 있다. 신바빌로니아 제국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 역시 예루살렘에서 언약궤를 빼왔고 페르시아는 바빌로니아를, 그리스는 페르시아를, 또 로마는 그리스를 약탈했다. 반달족은 로마의 부를 탐했다. 16세기 초 에스파냐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와 에르난 코르테스는 각각 잉카와 아스테카를 파괴하고 강탈하지 않았는가.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은 1648년 프라하에서 그림 1,000점을 빼앗아 전쟁에서 공을 세운 장군들에게 하사했다.

나폴레옹은 루브르 박물관에 기증하기 위해 훔쳤고 스탈린은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채우기 위해 훔쳤다. 히틀러는 야심만만한 수채화가였으나 비엔나 미술아카데미에서 두 번이나 입학을 거절당했고 나중에는 고향인 오스트리아 린츠에 직접 박물관을 지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을 모두 모아놓고자 했다. 1759년 계몽 시대에 개관한 세계 최초의 국립 미술관인 영국 박물관은 어떠한가. 영국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품목인 베닌 브론즈와 로제타석은 각각 나이지리아와 이집트에서 약탈했고 엘긴 마블스는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서 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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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은 거의 사회 생활을 하지 않고 다락방에서 그들이 훔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으로 대신했어.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었다고나 할까. 작품을 들고 오다가 어머니가 보게 되면 모조품이라고 이야기하거나 벼룩시장에서 샀다고 둘러댔단다. 그의 집은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 있었는데 그가 갖고 싶은 예술품은 유럽 여기저기 널리 퍼져 있었단다. 독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등 그들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예술품을 훔쳐왔단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지만 그들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어. 스위스의 예술 범죄 전문 경찰인 폰데이뮐의 예리한 눈에 그들이 들어온 적은 있었어. 폰데이뮐은 스위스 박물관에서 예술품이 사라진 날 보안카메라에 젊은 남녀가 한 쌍을 보았어. 그가 조사를 해보니 그 커플을 목격한 사람들이 꽤 되었어. 프랑스에서도 14개의 도난 사건을 의심하고 조사를 시작했어. 브라이트비저가 쉽게 잡히지 않은 이유가 일반 예술품 절도범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어. 일반 예술품 절도범은 불법 경로로 훔친 예술품을 판매하거나 박물관에 연락하여 돈을 요구하거나 지하시장에서 화폐 대용으로 예술품을 사용한다고 했지만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브라이트비저는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단다.

브라이트비저가 좋아하는 미술품은 16세기에서 17세기 북유럽 작품이었단다. 그는 현대 미술들은 분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좋아하지 않았단다. 아빠도 현대 미술은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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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많은 도둑이 눈독 들이는 피카소의 작품에는 관심이 없다. 현대 미술은 예술을 느끼기보다는 분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생각에 그다지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티치아노와 보티첼리 같은 르네상스 시대 슈퍼스타들의 작품 역시 훌륭하고 강렬하긴 하지만 브라이트비저에게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심지어 다빈치의 작품조차 그저 그렇다. 브라이트비저는 예술가들이 돈 많으 후원자에게 종속되어 그들이 원하는 작품 스타일과 구도, 색감을 구현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는 이 위대한 화가들이 자신의 감각을 완전히 일깨우지 않고 재능에만 의지하는 바람에 작품을 망치는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재능을 좀 덜하더라도 감정적으로 깊이가 있고 진정성을 보여주는 예술가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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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은 2년 넘게 한달에 세번 주말마다 절도를 해서 1997년에 이미 200여 점의 작품을 훔쳤어. 하지만 그들이 갖고 싶은 예술품은 끝이 없었단다. 그들은 여전히 배가 고팠지.

 

2.

스위스 루체른 박물관에서 훔치다가 처음으로 경비원에서 붙들려 경찰서까지 갔어. 브라이트비저는 처음이라고 하면서 사과를 하며 용서를 빌었단다. 집행유예와 벌금, 그리고 스위스 입국 금지령으로 끝나고 풀려났단다. 이 때 폰데이뮐에게 연락을 했다면 좀 달라졌을 텐데해당 경찰서에서 초범으로 결론짓고 마무리를 했단다. 스위스에서 돌아와서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은 도둑 예술품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기도 했어. 그리고 앤 캐서린은 이제 도둑질을 그만두자고 했단다. 하지만 브라이트비저는 경찰에 잡히고도 다시 풀려난 사실에 대해 더 용기가 생겼어. 앤 캐서린도 갈등을 했단다. 그래서 덜 훔치고 더 조심하기로 타협을 봤단다. 그러나 브라이트비저는 점점 훔치는 빈도가 늘어났고 앤 캐서린이 만류했지만 이젠 앤 캐서린의 말도 듣지 않았어.

얼마 전에 앤 캐서린이 그들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몰래 중절수술을 했는데 그 사실을 브라이트비저가 알고 홧김에 앤 캐서린의 뺨을 때렸어. 앤 캐서린도 화가 나서 브라이트비저의 다락방에서 나와 자기 아파트로 갔단다. 그 일이 있고 네 달 동안 브라이트비저는 절도를 하지 않았고 앤 캐서린에게 잘못을 빌고 용서해 달라고 했어. 브라이트비저에게 앤 캐서린은 훔친 예술품보다 더 아름다운 예술품이라고 생각했거든. 앤 캐서린은 브라이트비저를 용서하며 다시 같이 지냈지만 앤은 이제 절도에 끼지 않았어.

이젠 브라이트비저 혼자서 절도를 하게 되었는데 도벽증에 걸린 사람 같았어. 앤 캐서린은 브라이트비저에게 도둑질을 하더라도 절대로 스위스에서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브라이트비저의 도박증세는 심해져서 그런 말도 들리지 않았어. 브라이트비저는 스위스의 한 박물관에서 장갑도 끼지 않고 지문을 잔뜩 남긴 채 작품을 훔쳐 왔어. 앤 캐서린의 조언에 따라 그가 남긴 지문을 다시 지우러 갔다가 브라이트비저는 그만 경찰에 체포되었단다. 담당 경찰 마이어는 브라이트비저를 심문하는데 너무 침착한 것을 보고 이번 건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수사를 확대했단다.

그즈음 알자스 지방의 라인-론 운하에서 다량의 예술 작품들이 발견되어 경찰에 신고가 되었어. 경찰이 출동하여 작품들을 건져냈는데 675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했단다. 마이어도 이 소식을 듣고 여기서 나온 사진들을 브라이트비저에게 보여주며 유도심문을 하였고, 브라이트비저는 결국 그 작품들을 자신이 훔친 것이라고 자백을 했단다. 그리고 훔친 작품들은 자신이 머물고 있던 다락방에 있다고 했어.

마이어는 프랑스 경찰에 연락하여 협조를 요청하고, 브라이트비저가 지낸 다락방을 찾아갔어. 그런데 그 많던 예술 작품들이 싹 사라지고 텅 비어 있었단다. 누군가 라인-론 운하에 갖다 버린 거야. 누가 그랬을까? 앤 캐서린? 브라이트비저의 어머니? 하지만 라인-론 운하에 그림들은 없었는데 그 많은 그림들은 어디로 갔을까.

일이 커지면서 마이어는 앞서 이야기했던 예술품 절도 전담 형사인 폰데이뮐과 만났단다. 브라이트비저는 대부분 죄를 자백하면서도 앤 캐서린은 죄가 없다고 했고, 어머니는 아예 자신의 절도 사실을 모른다고 했어. 그림의 행방을 위해 브라이트비저의 어머니 스텐겔을 소환했단다. 앤 캐서린도 소환했는데, 자신은 브라이트비저의 절도에 관여하지 않았고 다락방의 존재도 모른다고 했어. 브라이트비저의 절도는 8년간 200여회 저지르면서 300여 점을 훔친 것으로 확인되었어.

 

3.

브라이트비저가 체포되던 날, 앤 캐서린은 혼자 돌아와서 스텐겔에게 브라이트비저의 체포 소식을 이야기하고 자신은 자기의 아파트로 돌아갔단다. 스텐겔은 곧바로 다락방으로 올라갔고, 깜짝 놀랐단다. 그 동안 아들의 사생활 침해라고 생각하여 다락방에는 오지 않았거든. 스텐겔은 아들이 나쁜 짓을 가끔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이 정도인 줄은 몰랐어. 스텐겔은 아들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꼈단다. 아들에게 가장 큰 벌은 이것을 다 없애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작품들을 없앤 것이 아니라 아들을 벌 주기 위해서 없애 버렸던 것이란다. 그래서 조각상 등은 운하를 비롯하여 여러 곳에 갖다 버렸고 그림들은 숲 속 공터로 가지고 가서 태워버렸다고만 이야기를 했어. 어느 숲에서 태웠는지는 끝내 이야기하지 않았어.

브라이트비저가 훔친 그림들의 가격은 모두 합쳐 약 1 4000억에서 2 7000억이라고 하는데 금액이 너무 커서 감도 잘 오지 않는구나. 어머니 스텐겔도 체포되었단다. 브라이트비저는 자살 시도를 하기도 했어. 어머니와 이혼하여 따로 살던 아버지가 면회를 와서 미안하다면서 브라이트비저를 도와주겠다고 했단다. 브라이트비저는 조사를 받을 때 초지일관 자신은 예술품을 사랑하기 때문에 한 것이라고 했어. 절도범이 아니라 수집가라고 주장했어. 브라이트비저는 스위스에서 재판을 받고 결국 4년형에 벌금형 선고를 받았단다.

프랑스에서도 소란이 일어났어. 2005 1 6일 프랑스에서도 다시 재판을 받았단다. 브라이트비저의 어머니는 4개월 형에 집행유예 8개월을 받았어. 앤 캐서린은 모든 협의를 부인했어. 브라이트비저와 함께 박물관에 가긴 했는데 인질이 된 기분이었고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어. 그로 인해 앤 캐서린은 징역 하루를 선고 받았단다. 브라이트비저는 프랑스에서 받은 재판에서는 2년형을 선고 받았어. 1년 뒤 브라이트비저는 모범수로 석방되었어. 하지만 앞으로 3년간 박물관과 전시회 입장 금지라는 법령을 받았어.

브라이트비저는 아버지와 연락하면서 지냈고 어머니와 화해를 했어. 어머니에게 그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물어보았지만 어머니는 답하지 않았단다. 브라이트비저는 출옥 후에 예술품 보안 컨설턴트 일도 계획했단다. 브라이트비저보다 이 일에 더 적합한 사람은 없을 것 같구나. 스테파니라는 새로운 애인도 만났어.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대필작가를 통해 책도 쓰기 시작했단다. 이제 새 사람이 되어 과거의 죄를 반성하고 새 삶을 살아가는 날만 있을 줄 알았어. 아마 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기대하고 있었을 거야. 하지만 브라이트비저는 면세점에서 다시 절도를 하다가 다시 체포되었단다.

이 일에 크게 실망한 아버지는 브라이트비저에게 다시 연락하지 않았어. 책도 실패로 끝나고 더 이상 취업도 되지 않았어. 한 번은 용서를 해주지만 두 번까지 용서하기는 쉽지 않았지. 어머니와 스테파니만 용서를 해주었지만, 브라이트비저는 또 물건을 훔쳤고 이번에는 스테파니가 신고를 하여 다시 감옥에 가게 되었단다. 그의 절도 행각은 감옥을 들락날락하게 했단다. 이 책을 쓴 지은이 마이클 핀클이 브라이트비저와 인터뷰를 하는데 그 기간에도 브라이트비저는 계속 절도를 해서 경찰에 잡히고 재판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는데, 그는 가장 나쁜 버릇을 들인 것 같구나.

예술품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소유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서 삐뚤어진 방법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병이 된 것 같았어. 그런 면에서 브라이트비저는 감옥이 아니라 병원에 가야 할 것 같구나. 그런데 브라이트비저의 어머니가 진짜 그 그림들은 다 태워 버린 것인가?

 

PS,

책의 첫 문장: 사냥 준비가 끝났다.

책의 끝 문장: 브라이트비저는 4달러 짜리 안내 책자 한 권을 슬쩍 집어 들고는 유유히 문을 빠져나온다.



브라이트비저에 따르면 위대한 예술 작품은 성적으로 자극적인 경우가 많으므로 침대가 가까이에 있으면 좋다. 기둥이 네 개 달린 침대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파트너도 옆에 있다면 타이밍이 절묘하다.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을 빼면 그는 방에 있는 작품 하나하나를 금지옥엽 보살핀다. 온도와 습도가 괜찮은지, 빛은 적절한지, 먼지가 많지는 않은지 세세히 살핀다. 그는 자신의 방이 박물관보다 작품에 더 좋은 환경이라고 말한다. 이런 그를 야만적인 다른 도둑들과 하나로 묶는 것은 잔인하고도 불공평한 처사다. 브라이트비저는 예술 도둑이 아닌 조금 색다른 방식의 예술 수집가로 여겨지기를 원한다. 그도 아니라면 예술 해방가라 불려도 좋다. - P37

브라이트비저가 내부 액자를 한번 잡아당겨 보니 벨크로 몇 개로 고정한 게 전부다. 벨크로를 뜯어내는 소리가 커다란 전시관에 울려 퍼졌지만 그림은 금세 느슨해졌다. 브라이트비저는 망설임 없이 액자채로 바지 안에 밀어 넣고 셔츠로 덮어 가린다. 바지 앞쪽이 툭 튀어나와 어색하지만 경비원이 이쪽을 쳐다본다 해도 브라이트비저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그쪽으로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이제 재빠르게 몇 걸음만 걸어 타일 바닥을 지나면 마법처럼 바로 문이 나온다. - P139

더 심각한 문제는 이제 브라이트비저가 작품을 제대로 돌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예술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큰 사명이라고 늘 주장해왔지만, 그뤼예르성의 섬세한 융단을 창문으로 던지고 침대 밑에 처박아두는 것은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 르네상스 시대 그림들은 어떠한가. 거의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벽에서 잡아채 급하게 액자에서 빼내고 차 트렁크에 실어 덜컹거리는 길을 이동한다. 보안 카메라를 등지고 훔쳤던 약제상 유화는 나무판 세 개가 결합되어 있는데, 다락에서 이미 화판 사이가 벌어지고 뒤틀리기 시작했다. - P197

어미는 다락으로 올라간다. 몇 년 만에 처음이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아들이 도둑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다락을 직접 볼 마음의 준비가 된 건 아니다. 제정신인 사람이 모았다고 볼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예술 작품으로 가득한 공간. 다행히도 아들과는 달리 다락에 들어서자마자 색감에 취하거나 아름다움에 빠져들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나이만 먹었지 제 앞가림도 못하는 어린애 같은 아들 덕에 인생을 망친 듯하다. 그녀는 방을 보며 ‘전부 훔친 물건이겠구나’ 생각한다. 장물을 은닉해주는 것 역시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300개가 넘으니 시소도 300건 이상일 수 있다. 모욕을 당하고 감옥에 갇혀 결국 파멸할 것이다. 스텐겔은 다락에 있던 예술품 하나하나가 모두 "자신을 향한 화살"처럼 느껴졌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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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24-12-19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 흥미진진한 얘기네요!
근데, 처벌도 참 관대했던 듯 느껴집니다.
훔친 물건을 수집가라고 항변했다니... 참나. -정신이상 문제로 판결이 난 것일까요.
하튼 재밌습니다.

bookholic 2024-12-21 11:30   좋아요 1 | URL
예술품 보안이 이렇게 허술한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가 훔쳐서 사라진 예술품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46-47)

한국김치는 2013년과 2015년 각각 남한과 북한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선정 심사를 위해 유네스코에 제출한 보고서는 김치라는 무형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살려서 만들어졌다고 평가받는다. 이 보고서에는 김치의 역사가 1,000년 정도라고 적혀 있었지만 기간은 인류무형 문화유산으로 선정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원조 유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문화의 현대적 의미와 보편적 가치다. 이는 유네스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하며 붙인 타이틀, ‘김장 : 김치를 만들고 서로 나누기에서 확연히 알 수 있다. 따지지 않았다. 선정위원회 측은 김치의 원조를 나누지 않았다. 그보다는 인류가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지혜롭게 저장 음식을 만들고 함께 나누었던 지혜를 김치에서 발견하고 이를 높이 평가했다. 승자는 불명한 원조를 큰 소리로 주장하는 자가 아니었다. 세계 사람들이 절로 고개를 끄덕이는 가치를 재발견해는 자가 승자였다.

 

(91)

각 나라마다 저마다의 해장 문화가 있지만, 우리나라만큼해장이란 단어가 널리 쓰이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 한국에는 아예해장국이라는 음식이 따로 존재할 정도다. 한국에서 해장국을 마시는 행위는 일종의 사회생활의 한 부분으로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요즘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예전에는 회식을 한 다음날이면 으레 함께 술자리를 한 이들 중 한 명이오늘은 해장국이나 할까?” 하며 전날 멤버들을 다시 불러내어 합동으로 숙취 해소를 하기도 했다.

 

(163)

야생 늑대는 어떻게 개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주는 굉장히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있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50년대 러시아의 유전학자 드미트리 벨랴예프는 시베리아에서 사나운 은여우를 길들이는 실험에 착수한다. 그는 일군의 은여우 중에서 비교적 온순한 여우들을 골라 교배를 했다. 그 결과,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인 20년 만에(6세대를 거친 후)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는 행동을 하고, 형태적으로도 꼬리가 위로 말리는 오늘날의 개와 비슷한 모습을 한 여우를 키워냈다. 20년 정도의 짧은 기간 안에 유전자 수준의 변화가 이루어 질 수는 없다. 다만 길들여진 은여우의 호르몬은 야생의 은여우와 차이를 보였다. 벨랴예프의 연구로 늑대의 유전자에는 이미 인간의 반려동물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내재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인간을 만나면서 발현되었음이 밝혀졌다.

 

(169)

고대 이집트에서 고양이는 인간의 숭배 대상이었다. 이집트 선왕조인 기원전 3700년경의 무덤에서는 고양이 뼈가 발견되었는데, 무덤에 묻히기 4~6주 전에 부러진 뼈를 치료받은 흔적이 있었다. 살아생전에 인간의 보살핌을 받았다는 뜻이다. 수많은 이집트인들의 무덤에서는 무덤 주인의 미라와 더불어 수많은 고양이 미라가 함께 발견되었다. 심지어 쥐 미라도 발견되었는데 이는 고양이의 먹잇감인 쥐를 함께 묻은 것으로 그만큼 고양이를 극진히 대우했다는 뜻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다산과 풍요의 여신인 바스테트가 고양이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 역시 이집트인들이 고양이를 숭배했음을 보여준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를 죽이면 사랑에 처한다는 법이 있을 정도였다.

 

(231)

하지만 사정이 급변 중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영구동결대 얼음이 녹아버리면서 알타이 지역 문화유산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상황처럼 현재 지구 곳곳에서 이상 기후나 환경오염으로 해서 후세에 전해지지 못하고 묻혀버리는 역사가 적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문화유산은 비단 발굴이 완료된 것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깊은 땅속에 매장되어 있어 언젠가 후세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유물들도 우리가 보호해야 할 문화유산이다. 말없이 사라지는 유물들이 많아질수록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밝혀줄 증거들도 줄어든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기억했으면 좋겠다.

 

(287)

미라를 만드는 핵심 기술은 부패하기 쉬운 내장을 빼내고 피부는 탈수를 시켜서 보존 처리를 하는 것이다. 먼저 콧구멍으로 갈고리를 집어넣어 뇌 속을 긁어 뇌수를 빼낸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얼굴에 상처가 나면 안 된다. 다음으로는 갈비뼈 밑에 구멍을 내서 장기를 빼내어 카노피라고 하는 별도의 단지에 넣는다. 단 저승에서 심판을 받을 때 필요한 심장은 부적과 함께 제자리에 다시 넣어둔다. 그 다음에는 몸에서 수분과 지방 성분을 빼내는 탈수 작업을 거친다. 단순한 탈수가 아니라 몸의 외형을 그대로 보존하는 길고도 세심한 작업이다. 얼마 전 3,45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미라를 만드는 방법이 적혀 있는 파피루스가 발견되었는데 35일간 건조를 하고 35일 간 군대를 감는 등 총 70일 뒤 소요된다고 했다. <창세기> 1장에도 이집트 정리가 된 요셉이 아버지 야곱의 죽자 40일간 미라를 만들고 70일동안 애도를 했다고 적혀 있는데 이는 파피루스 속 기록과도 대략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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