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 년 전에 재미있게 읽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란 소설의 작가 앤드루 포터의 새로운 소설집이 나왔다고 해서 읽어보았단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작년에 읽었나? 재작년에 읽었나?  헛갈려서 독서기록을 찾아보니, 이런... 2020년에 읽었네. 벌써 그렇게 되었단 말인가. 4년 전이라니... 요즘 가끔 이렇단다. 작년에 읽은 책 같은데 찾아보면 훨씬 오래 전에 읽은 것으로 판명되는.... 나이를 먹으면서 뇌 작동에 이상이 오는 건지... 이번에 읽은 앤드루 포터의 소설집 <사라진 것들>도 출간된 지는 꽤 되었는데, 알게 된지 얼마 안 되어 이번에 읽게 된 것이란다. 아빠가 단편소설보다는 장편 소설을 좋아하는 편인데, 앤드루 포터의 단편소설들은 전에 읽은 책이나 이번에 읽은 책 모두 좋았단다.

...

이번 소설에는 총 15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두어 페이지밖에 안 되는 엄청 짧은 소설부터 중편에 가깝게 긴 소설들도 있었단다. 그런데 이번 소설집에 실린 소설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정확하지는 않지만) 사십 대 중년의 유부남이 주인공이라는 거야.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 있고, 육아에 대한 힘듦이 아주 현실적으로 그려져서 몇 년 전 아빠의 모습이 생각나서 공감이 많이 갔단다. 사랑이 뒷받침되지 않은 육아는 없겠지만, 때론 자신의 즐거움이 육아로 사라진 것에 대한 솔직한 아쉬움도 소설 속에서 그려진단다. 그 중에 <담배>라는 아주 짧은 소설 속에서 담배를 피지 않는 아빠조차도 담배에 대한 그리움이 절실히 느껴지더구나.

======================

(26)

그때의 우리가 어떻게 알았겠어? 그 모든 게 변한다는 것을, 그런 우리가 영원할 순 없다는 것을, 첫 아이가 태어나면 담배가 영원히 사라지고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 와인과 심야의 여유도 사라진다는 것을. 이제 우리가 함께하는 인생은 더욱 풍부해지고, 사랑과 선의는 두 배가 되고, 집안에는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웃음과 더 많은 재미가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줄어들겠지.

======================

 

1.

, 그러면 이번 소설집에서 몇 편을 소개해 줄게. <오스틴> 어떤 파티에서 정말 오랜만에 옛 친구들을 만났단다. 그런데 아이가 있는 이는 주인공뿐이었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세월에 묻어나 많이들 변하고 생각하는 것들도 달라져서 한 십대 소년의 죽음에 대한 생각도 서로 다름을 느끼게 되었단다. 젊은 시절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에 있던 친구들은 다른 시간과 다른 공간을 거쳐오면서 생각들도 많이 달라진 것 같구나. 아빠가 최근에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고 든 생각이었는데, 아빠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

<첼로>라는 소설은 데이비드와 내털리라는 부부의 이야기인데, 첼로 연주자였던 내털리에에 어느날 파키슨 병과 관련 있는 증상이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단다. 소설에서는 파킨슨 병까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중년의 나이에 몸에 나타나는 증상에 예민해지는 것에 초점을 맞춰 소설은 그려졌단다. 이것 또한 공감이 많이 가더구나. 아빠도 몇 달 전에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있어서 재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별의 별 생각을 다 했던 생각이 떠오르더구나. 사십 대가 되면 영양제를 더 찾고 그렇게 되는 법이지.

...

<라인벡>. 리처드라는 주인공에게 20년지기 친구들인 데이비드와 리베카가 있단다. 그런데 데이비드와 리베카는 부부 사이야. 그리고 리처드는 독신이고... 그들은 무척 친해서 늘 이웃에 함께 생활을 해왔는데... .. 그림이 그려지니? 이런 관계는 결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없는 소재인데 말이야.. 이 소설은 어떻게 끝은 맺었을까?^^

....

<숨을 쉬어>. 주인공의 어린 아들이 수영장에서 빠져 죽을뻔한 사고가 있었단다. 이 일로 주인공이 트라우마로 공황장애를 겪기도 했어. 아이가 가끔씩 큰 기침만 해도 그때마다 아버지는 공황장애에 빠지는 이야기였는데,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났지? 기억이 벌써 가물하네.

...

<실루엣>. 스티브와 에이미는 부부 사이. 스티브와 폴은 친한 친구 사이. 폴과 일레인은 부부 사이. 그런데 스티브는 정년교수직 임용에 8:7로 떨어지고 말았어. 그런데 그 심사위원 중에 폴이 있었고, 폴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에 강한 의심이 있었고, 정황도 있었어. 폴과 스티브는 여전히 가까이 지내지만, 스티브의 마음 속에서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폴의 집에 방문했을 때, 폴의 집에서 기념품 등 소소한 물건들 이것저것을 슬쩍 집어왔단다. 어느날 그들의 친구 게릿의 부부까지 세 쌍이 함께 파티를 하게 되었는데, 게릿의 아내 린지가 임신을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아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일레인이 임신을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일행들.. 이런 것도 공감이 많이 갔어. 아빠도 아이가 없는 친구가 섞여 있는 무리에서 이야기를 할 때 조심을 하게 된단다. 스티브와 게릿과 단 둘이 있을 때 자신의 임용 결과에 폴이 반대를 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자, 게릿은 폴이 스티브를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 스티브가 임용이 안 된 것은 폴 때문이 아니라 논문이 부족했기 때문일 거라고 이야기했단다. 그렇지.. 교수 임용이 안되었다고 하면 자신의 부족함을 찾아야지.. 남을 탓하고 있는 수준이니 교수 임용이 안 되었을 수밖에...

...

<>. 이 소설은 주인공과 별거 중인 아내 알렉시스의 이야기란다. 딸 리아는 주인공과 함께 지내는데, ‘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라 그런지 아내 알렉시스가 참 못 되게 나오는구나. 알렉시스가 우울증을 겪고 있긴 하지만, 딸의 행사에는 참석해 주었으면 했는데, 약속하고 오지도 않고, 여러 번 딸 리아에게 상처를 주더구나이 소설은 남편 의 관점에서 쓰여진 것인데, 아내 알렉시스 관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쌍방의 문제, 특히 남녀의 문제는 둘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봐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야.

<히메나>. 이 소설은 주인공 와 아내 칼리의 이야기란다. ‘는 현재 무직이고 상속으로 받은, 많지는 않은 돈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준비하고 있고, 아내 칼리는 직장에 다니고 있단다. 그들이 살고 있는 건물에 히메나라는 예술을 전공하는 여대생이 살고 있었는데, ‘는 히메나와 안면을 튼 이후 많은 시간 히메나와 노가리나 풀고 있었어. 그런 시간들이 쌓여 둘 사이는 애매한 사이가 되었어. 히메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는 플라토닉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지.  ‘는 스스로 선을 넘지 않았다고 위안을 삼는 듯 했어. 그러면서도 찔렸는지 아내에게는 히메나의 일을 비밀로 했단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내 칼리도 히메나와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거야.. 이런 관계의 끝도 그리 좋지 않을 것 같지만, 선을 넘지 않고 비밀을 지켰다는 이유로

마지막으로 실린 작품이 소설집의 제목으로도 쓰인 <사라진 것들>이란다. 이 소설도 유부남으로 선을 넘을 듯 말 듯하다가 결국은 선을 넘지 않는 그런 소설이었어. 주인공 와 타냐는 부부 사이이고, 그들에게는 친구 대니얼이 있었어. 그런데 대니얼이 트레일 도중 실종되고 말았단다. 한동안 시간이 지나도 찾질 못해서 장례식도 했단다. ‘는 장례식을 마치고 집 정리를 도와주기 위해 대니얼이 살던 집에 갔어. 대니얼에게는 여친 앙투아네트가 있었는데, 앙투아네트가 홀로 집정리를 하고 있었어. ‘는 대니얼의 집에 이틀간 머물면서 앙투아네트와 집정리를 하면서 대니얼을 추모했는데, ‘와 앙투아네트는 서로 이상한 감정이 생겼어. 어쩌면 그들은 그 동안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가 뜻하지 않게 나타난 일탈인가 싶기도 하고하지만 앞서 이야기했지만 선은 넘지 않았단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40대 유부남인데 이삼십 대의 뜨거웠던 열정이 조금은 식은 시기불 같은 사랑보다는 안정적인 가정을 추구하라는 시기그래도 내적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주인공들을 느낄 수 있었단다.

======================

(127)

참 이상한 일이다. 마흔세 살이 되었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다니,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다니. 꿈에서 깨어났는데 그 꿈을 꾼 사람이 자신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

지은이 앤드루 포터는 사십 대 유부남의 심리를 잘 파악한 것 같았어. 앤드루 포터의 약력을 보니 1972년생으로 이제는 오십 대가 되었구나. 이젠 오십 대 남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있으려나?^^ 다음 소설집의 주인공들은 오십 대 남자들이 차지하려는지 지켜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며칠 전 밤에 오스틴 인근 웨스트레이크힐스에서 열린 파트에서 바람을 쐬려고 밖으로 나갔다가 뒷마당 야외 화로 주위에 둘러앉아 담배를 피우는 옛친구들을 발견했다.

책의 끝 문장: 이 순간이 계속되는 척할 반시간, 어둠 속에서 고요히, 하지만 둘이서 함께 물에 뜬 채로 누워 있을 반시간, 해가 뜨고 어둠이 걷히면서 이젠 떠나야 한다는 것을, 거의 두려움에 가까운 무언가를 느끼며 깨닫기 전까지의 반시간.



밖에서는 가끔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젊은이들이 허공에 대고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 나는 그런 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된 것일까? 나는 늦은 밤이 의자에 앉아 나 자신에게 종종 그런 질문을 하고 술을 홀짝이며 마음의 평안을 느꼈다. 하지만 어쩐지 더 큰 목적에 이탈해 표류하는 기분,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벽 바로 뒤에서 그림자가 솟아오르고 더욱 거대한 부재의 울림이 메아리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지녔던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혹은 버려두고 떠나왔다는 느낌이 늘 있었다. 이런 기분을 아내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눈을 감고 다시 쇼팽 음악에 집중했다. 이제는 다른 곡이었다. 녹턴, 섬세한, 서정적인, 부드러운. - P21

지금까지 여러 달을 지나는 동안에도 우리는 계속 기다려온 것만 같았다. 이 회색 지대를 부유하면서 어떤 미래가 올지 모르는 채로 모든 결과를 조마조마 걱정하고, 혼자 있는 순간에는 요즘 우리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 어떤 느낌을 견디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몸이 엄청나게 허약하며, 갑작스럽고 불가해한 방식으로 우리를 배반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었다. - P92

모두가 카메라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얼마나 추운지 보여주려고 입김을 불고 있고, 우리의 숨결은 안개처럼 공기 중에 서린 채 멈춰 있다. 그 사진의 재미있는 점은 맥두걸 스트리트의 그 오래된 아파트가 겨울에 얼마나 추웠는지는 기억이 나지만-난방장치가 늘 고장났다-그날이 언제였는지, 그 사진을 누가 찍어주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궁금해진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많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을지, 그런 사소한 기억들이 얼마나 많이 지워져버렸을지. - P126

"아까 애들 얘기할 때 말이에요. 내가 하지 않은 말이 있는데, 아이들이 있으면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잡다한 데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는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나요?" 개릿이 나를 보았다. "애들이 생기기 전에 나는 경력에 온 신경을 쏟았는데-정말로 그 생각밖에 안 했는데-그러면 너무 비참해졌죠. 그런데 지금은 전혀 신경 안 써요. 그 사소한 문제들, 알잖아요, 그 자잘한 문제들-학과 내 정치라든가 그런 것-그건 그냥 잊게 돼요." - P187

이 식당 밖의 세상에서 내 인생은 혼란 그 자체였다. 집에 어린아이가 둘 있어서 아내와 나는 잠을 거의 못 자고 심지어 대화도 거의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 이 식당에 있으면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 나는 사십오 분 동안 수프를 먹고 신문을 읽고 가끔은 와인을 마시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식당은 어둡지만 편안했고, 배경음악은 주로 경쾌한 어쿠스틱 멕시코 음악으로 1930년대와 1940년대에 나온 오래된 곡들이었다. 손님들도 대체로 나이가 많거나 그렇게 보이는 이들, 모르긴 해도 이십 년, 삼십 년 동안 이곳에 드나들었을 사람들이었다. - P232

그해 봄에는 나이들어간다는 것을 한층 실감했다. 물론 거울을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는 사실이었지만 다른 곳에서도 느꼈다. 예컨대 슈퍼마켓에서 젊은이들 사이를 걷고 있으면 아무도 나를 의식하거나 쳐다보지 않았다. 가장 큰 슬픔은 바로 그런 인정의 부재에서 왔던 것 같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 현실, 유령이 되어 세상을 살아나가는 현실이었다. - P2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4)

한편 나는, 특이나 당시의 나는 구식이든지 신식이든지의 형식을 떠나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에 대하여도 비관적인 인식을 품고 있었다. 작품으로는 모든 장면과 대사에서 열렬한 사랑을 웅변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사랑을 진정으로 믿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랑이란 일종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서…… 돈을 훔친 자도 사랑 때문, 사람을 납치하여 죽인 자도 사랑 때문, 사기 치고 배신하고 강제로 간음하고 교묘히 미치게 하는 등의 온갖 악행이 모두 사랑을 근거로 할 수 있는데, 한때는 인륜을 저버리게 할 만큼 막강하였던 동기가 별안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기도 하는 조화를 과연 어떻게 보아야 옳은가.

 

(102)

옛말에 초상난 절에 중은 많다고 하였던가. 그 말을 처음 한 사람은 후일 이 망국의 수도에 이렇게도 많은 예술가가 날 줄을 미리 내다보았을까. 수도라고 해도 기껏해야 인구 20만 안팎에다 토지 대부분이 날것으로 남아 있는 열악하고 초라한 도시. 그러한 경성에서 수많은 젊은이가 예술가연하고 있었다. 그들 전부는 아닐지라도 몇몇은 필연 거짓되이 예술가 시늉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리란 의심을 해봄 직했다. 때로 내게는 경성 전체가, 나아가 조선 전체가 거짓의 전당처럼 느껴졌다. 가엾게도 스스로가 거짓이라는 것을 모르는 젊은 예술가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예술가가 아닌 자신을 예술가라 믿으며 살아가는 어릿광대의 노릇.

 

(215)

탈이란 즉 가면, 마스크, 얼굴 위에 얼굴. 그것의 사용은 본디부터 극의 모태가 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중세까지는 배우들이 얼굴을 드러내는 일이 드물었다고 하지 않는가. 가면이 역할의 은유가 아니라 역할 그 자체였던 시대를 지나, 인본주의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배우들은 가면을 벗었을 것이다. 그때에는 그것이 극의 혁명이었을 것이다. 구극이 기껏 벗어던진 가면을 신극이 다시 한번 집어 들게 된 것은 그것을 언제든 벗을 수 있게 되어서다. 과거에는 가면을 벗는 것이 금기였으나 오늘날 가면을 쓰는 것은 금기가 아니며, 한때의 금기마저 연출의 한 소도구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 오늘날의 신극. 또한, 이러한 예술적 시도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조선 천지에 나 정도밖에는 없지 않나 하는 자부에 나는 심취해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날치, 파란만장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년 전에 장다혜 님의 <탄금>이라는 조선 시대 사랑과 음모를 속도감 있게 그린 소설을 본 적이 있단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책 한 권을 봤는데 책 디자인이 <탄금> 스타일과 비슷해서 지은이를 봤더니 장다혜 님이더구나. <탄금>이 아빠의 취향에 완벽하게 맞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작품은 어떤가 싶어 읽은 것은 바로 <이날치, 파란만장>이라는 소설이란다.

이날치라고 하면 어디선가 들어본 말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검색해 봤더니, 몇 년 전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동영상 속의 삽입되어 엄청 유명해진 <범 내려온다>를 부른 국악퓨전밴드 이름이 이날치였더구나. 이 소설이 그 밴드와 무슨 연관성이 있으려나? 알고 봤더니 이날치는 19세기 조선에 실존했던 인물이고 소리꾼으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더구나. 그래서 국악퓨전그룹 이날치가 그룹명을 지은 이유가 그런 거였구나. 이번 장다혜 님의 소설 <이날치, 파란만장>은 조선 시대 소리꾼 이날치에 관한 소설이란다. 지은이의 말을 보니, 이날치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아서 많은 부분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메꿨다고 하더구나. 이날치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럼 이야기해줄게.

 

1.

계동이라는 어린 아이가 있었는데, 계동의 아버지는 머슴이었는데 역병에 걸려서 함께 강제로 격리되었단다. 계동은 역병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계동의 아버지는 함께 격리되어 있다가는 아들 계동도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도망가게 했단다. 그러면서 지금의 이름을 버리고 이경숙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라고 했고,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잘 했기 때문에 소리꾼이 되라고 했어. 당대 유명했던 소리꾼이었던 송방울처럼 말이야. 그렇게 어린 계동은 아버지와 헤어지고, 이경숙이라는 이름으로 홀로 한양으로 길을 떠났단다. 어린 아이 혼자 한양 가는 길이 쉽지 않았겠지. 이제부터 경숙이라고 부를게. 경숙은 가는 길에 화정패라고 하는 남사당패에 들어가게 되었고, 묵호라는 사람이 경숙을 보살펴주면서 줄타기를 가르쳤단다. 그런데 경숙이 줄타기에 재능이 있었던 거야

남사당패에 들어온 지 4년만에 경숙은 최고의 줄꾼이 되었고 잘생긴 외모에 인가도 많았단다. 줄꾼으로 뛰어나고 날래다고 해서 날치라는 별명이 생겼고, 그때부터 경숙은 이날치로 불렸어. 이제부터는 이날치라고 부를게. 유명한 줄꾼이 되었지만, 이날치는 여전히 소리꾼이 되고 싶었어. 무작정 송방울의 집을 찾아갔지만, 청지기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단다.

이날치가 속해 있는 화정패는 한양에 머무르면서 공연을 했단다. 이날치가 머물고 있는 곳에 백연이라는 장님도 있었단다. 어떤 사연이 있어 장님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백연은 홀로 지냈고, 곡비 일을 했단다. 곡비라는 것은 아빠도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돈을 받고 다른 상갓집에서 가서 대신 곡을 해주는 사람이라고 하는구나.

또 한 명의 주요 인물 중에 채상록이라는 사람이 있단다. 채상록도 어찌 보면 참 불쌍한 사람이란다. 왕의 딸인 자헌 공주가 채상록을 좋아했단다. 하지만 채상록은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어. 화양이라는 여인이었지. 그런데 이 사실을 알고 자헌 공주가 화양이라는 여인을 다른 왕자와 결혼시키게 했어. 그리고 청나라에 갔다가 그만 풍토병에 죽고 말았단다. 실제 풍토병으로 죽었는지 자헌 공주가 모략을 꾸몄는지는 모를 일이지. 채상록은 거의 왕의 명령에 의해 자헌 공주와 결혼을 하게 되었어. 하지만 자헌 공주는 결혼하지 1년 만에 낙마 사고로 죽고 말았단다. 채상록은 젊은 나이에 홀아비가 된 거야. 보통 사람이라면 재혼을 할 수도 있었지만, 공주의 남편이자 왕의 사위였기 때문에 재가도 어렵고 홀로 지내면서 왕의 행사에 참가를 해야 했단다. 왕의 눈치도 엄청 보면서 말이야.

어느날 채상록은 상갓집에 문상을 갔다가 곡을 하는 백연을 보았는데 그 모습이 화영과 비슷하여 깜짝 놀랐단다. 백연을 보기 위해 상갓집마다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자신의 처지 때문에 백연과 연을 맺을 수 없었단다. 신분 차이로 강압적으로 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도 감시의 눈들이 많고 양심에 걸리기도 했지.

..

 

2.

그런데 이날치와 백연이 풋풋한 인연을 만들어가지 시작했어. 화정패의 우두머리 꼭두쇠의 딸 비금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예전부터 이날치를 짝사랑을 했었는데, 이날치와 백연이 풋풋한 인연을 만들어가자 질투를 하기 시작했고, 채상록도 마찬가지였단다. 채상록이 백연을 강제로 데리고 가려는 것을 알게 된 이날치는 백연과 함께 도망을 가서 숯골이라는 골짜기에 숨어 지냈단다. 채상록은 결국 그들의 거처를 알게 되었고, 이날치가 없을 때 백연을 속여서 데리고 와서 자신의 집에 가두었단다.

구용천이라는 소리꾼을 소개해야겠구나. 예전부터 국창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사람. 원래는 동생이 훨씬 소리를 잘했는데, 동생이 그만 죽고 말았지. (이것도 구용천의 짓이라는 소문이 있었어.) 구용천은 아이들의 피를 마시면 소리가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법으로 아이들을 납치해서 피를 마시곤 했단다. 그런 아이들은 아무도 모르게 죽여버리고 말이야.

그런데 그 일을 맡아서 했던 이가 충격적이게도 이날치를 어렸을 때부터 보살펴 주었던 묵호였단다. 이날치가 한양에 처음 왔을 때 누군가에게 납치되었다가 간신히 도망 나온 적이 있었는데 이것도 바로 묵호와 구용천의 짓이었던 거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이날치는 심한 배신감이 들었고, 묵호와 몸싸움까지 하게 되었는데, 묵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싸움 도중에 스스로 목에 칼을 찔러 죽고 말았단다. 이럴 것까지 없는데이날치도 그래도 묵호가 보살펴주었던 고마운 정도 있었기에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된다고 묵호를 살려보려고 했지만 묵호는 죽고 말았단다.

화정패의 또 다른 안 좋은 일.. 화정패의 우두머리인 꼭두쇠가 도박에 빠져 자신의 전재산을 날리고 이날치를 판돈으로 걸어 지고 말았단다. 이제 이날치를 꼼짝없이 다른 사람에 넘겨야 했는데, 이날치를 다른 이에게 넘길 바에야 재능을 없애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여 이날치의 발 힘줄을 끊어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단다. 갈수록 첩첩 산중. 그 와중에 화정패가 묶고 있던 곳에 큰불이 일어나 모두 타 버리고 목숨만 간신히 살렸단다.

목숨만 간신히 건진 이날치는 송방울이 거처하고 있다는 금강산으로 무작정 찾아갔단다. 결국 송방울 만나 그로부터 소리를 배우고 자신만의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보라는 조언을 들었어. 나중에 송방울의 집을 찾아가보니 송방울의 부인이 말씀하시길 송방울은 오래 전에 돌아가셨다고 했어. 그렇다면 이날치를 가르쳤던 이는 누구? 송방울의 혼령이었던가.

이날치는 삿갓을 쓰고 얼굴을 가린 채 다시 한양으로 돌아왔단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소리꾼으로 활동을 하였고, <아무개전>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공연했어.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누구나 그것이 소문으로만 떠돌던 구용천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단다. 그렇게 구용천을 고발하는 공연이었지.

한편 채상록은 역모에 연루되어 유배 가는 길에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백연은 궁궐로 끌려가 의녀가 되었단다. 나라에서는 매년 자헌공주의 기일에 제물을 받치는 의식을 벌였는데 매년 동물들로 하다가 이번에는 사람을 제물로 쓰려고 했어. 그 대상은 백연이었고 말이야. 한양으로 돌아온 이날치가 이 소식을 듣고 찾아갔지만 한 발 늦어 백연은 이미 죽고 말았단다. 이날치는 백연의 생전 소원대로 묘지에 잘 고이 잘 묻어주었단다. 이후 이날치는 소리꾼으로 크게 성공하고, 궁궐로부터 입궐 명을 받게 되었단다. 그렇게 이날치는 국창이 되었어.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궁 안에는 백연을 죽인 이들이 있었을 텐데, 이날치가 마음 편히 국창으로 소리를 했을까. 지금까지의 이날치 캐릭터를 봤을 때 복수의 목적이 아니라면 국창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 같은데.. 소설은 여기가 끝이 났으니 어디에 물어볼 수도 없고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역병이었다.

책의 끝 문장: 바야흐로 피곤한 국창의 인생이 막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43-144)

말이란 원래 인간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불완전하게 습득한 수단이다.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소리를 조합하고 추상적인 소리를 짜 맞추는 방법으로 의사를 소통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이건 마음에 담긴 미묘한 감정을 목구멍에서 거칠게 흘러나온 신호로 타락시키는, 둔감하고 부적절하고 꼴사나운 수단이기도 했다.

 

(153)

인류 대다수는 자연과학의 발전에 기여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고, 이로 인해 인류는 실체적이고 가시적인 혜택을 얻죠. 선천적으로 정신과학과 깊숙한 연관이 있어서 인간을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불러오는 이익은 아주 오래가지만, 더 추상적이고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더 나이가 이런 방향성, 정신이 최고로 발달한 사람이 지도하는 방식은 자비로운 독재자를 낳아 종국적으로 특권층을 만들어 내는 쪽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많은 사람의 반발을 사기 때문에 인류 대부분을 짐승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안정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발전은 우리와 안 맞으니 피해야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녹색평론 2024년 가을호 - 통권 187호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녹색평론을 볼 때마다 불편한 마음과 두려운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든단다. 모르고 있는 것이 속 편하겠다는 생각으로 읽지 말까 생각을 하다가도, 한줄기 빛이 되고 있는 녹색평론을 외면할 수 없겠다 생각하여 매번 읽고 있단다. 이번 2024년 가을호에도 아빠를 불편하고 두렵게 하고 불안하게 하는 진실들을 많이 다루고 있단다. 이전 녹색평론에서도 자주 다루었던 내용들이라서 새롭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문제점들이 바뀌지 않는 것은 심각성을 더하게 하는구나. 점점 심해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쇠퇴가 걱정되고, 점점 심해지는 친일정권의 행태가 걱정되고, 점점 심해지는 인구 소멸 시대에 피폐해지는 농촌이 걱정되고, 무엇보다 점점 심해지는 기후변화의 피해가 걱정되는구나.

민주주의 위기 탈출을 위해 시민 의회와 추첨제 민주주의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시민 의회와 추첨제 민주주의는 녹색평론에서 10여 년 전부터 이야기를 하던 것으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했던 것이란다. 문재인 정부 때 시민 의회의 맛보기와 같은 공론화위원회를 시행하기도 했지만 현 정부는 친일과 가족일에만 관심 있고 그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보니 민주주의는 다시 후퇴하고 있단다. 만약 오늘날 시민 회의나 추첨제 민주주의가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면 일본 핵오염수 유출이나 기후 위기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을까 싶구나. 그런 것을 보면 현재 문제가 많은 가짜 민주주의인 대의제 민주주의 정치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데 그것 또한 바꾸기 어려운 정치 시스템 속에서 바꿔야 하니 쉽지 않겠구나.

===========================

(4-5)

만약 우리가 민주주의를 갖고 있었다면, 즉 민중이 정치적 의제를 통제할 수 있었다면 기후변화 문제 같은 것은 이미 오래전에 공적 논의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화석에너지의 의존하는 미래를 선택할 것인지, 재생될 수 있는 에너지에 기반한 미래를 선택할지 보통의 시민들이 결정할 수 있었다면 오늘 우리는 매우 다른 궤도 위에 있을 것이다. 금융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서, 선출된 정치가들을 위해서 미래세대의 삶, 3세계, 농촌을 사지에 몰아넣을 결정을 할 시민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민주주의를 갖고 있었다면, 우리는 지구의 안녕과 문명의 존속을 위해서 지금 각자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고 있을 것이다. 고대 아테네인들이 폴리스의 안명이 자신들의 노력에 달려 있다는 것을 확신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근대국가의 민중들은 정치에서 완전히 배제, 소외된 채 깊은 좌절감과 무력감 속에 있을 뿐만 아니라, 정말 뒤죽박죽이 된 현 상황에 대해서 자신에게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이런 비정치적(무비판적) 태도가 현상 체제를 강화해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1.

벌써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가 시작된 지 1년이 되었구나. 얼마 전 뉴스에서는 해산물에서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 이하라면서 대서특필을 하더구나. 고작 1년이 지났는데, 자랑하듯이 이야기하더구나. 핵오염수가 해류를 통해 바다 생물들에게 영향을 받으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어, 그리고 1년만 버리고 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방류될 텐데, 진정 걱정이 안 된단 말인가.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반대하고 우리나라 국민을 보호하자고 문제 제기를 하면 괴담이라고 큰소리치면서 공격하고. 아주 작은 확률의 위험성이 있다고 해서 귀담아 들어보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계속 연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이라도 이렇게 하는 것이 늦었지만 정부의 진정한 태도가 아닐까 싶구나.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지 알 수가 없구나. 왜 그렇게 일본에 고개를 숙이는지 이해가 안 되더구나. 무슨 큰 약점이 잡혀 있는 것인지

녹색평론에서 예전부터 이야기한 것처럼 방사능 수치에는 기준치가 정해져 있지 않다고 했어. 사람마다 받는 영향이 다르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기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거지. 어떤 나라가 방사능 수치가 높게 나오면 그 기준치를 올려버리면 되는 거야. 참 편한 방법이구나. 핵오염수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삼중수소도 마찬가지야. 나라마다 삼중수소 음용수 기준은 제각각이라고 하는구나. 우리나라 삼중수소 음용수 기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무척 낮다고 하는데, 아마 저 수치보다 높은 삼중수소가 발견되면 다른 나라의 기준을 따른다면서 기준을 올리지 않을까 싶구나. 아무런 의미 없는 기준.

===========================

(14)

오염수 안전처리 기준치가 나라마다 다르고 일본의 삼중수소 배출 기준은 해양생태계에 안전한 기준치가 될 수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실제 삼중수소 농도는 74Bq/L인데 일본의 원전 기준 삼중수소 농도가 6Bq/L이기에 이를 희석해 1,500Bq/L로 줄여 음용수 기준에 맞게 방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음용수 기준은 미국이 740Bq/L, 유럽이 100Bq/L, 미 캘리포니아주는 15Bq/L이며 우리나라 환경부의 고시 기준은 놀랍게도 6Bq/L이다. 방사선 기준치는 행정 편의의 산물이다. 정상 운영 중인 원전인 월성원전의 실제 삼중수소 배출치가 13.2Bq/L라는데 그렇게 해도 핵종의 배출 총량은 변함없이 바다에 축적된다.

===========================

삼중수소에 대해서 좀더 이야기 해볼게. 아빠도 이번 녹색평론을 통해서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자세히 알게 되었거든. 일반 수소는 수소원자가 2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삼중 수소는 수소원자가 3개로 이루어져 있는 물질로 방사성 물질로 분류되기 때문에 관리를 잘 해야 한단다. 아무데다 막 버려서는 안 되는 물질이야. 삼중수소는 생식세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하는데, 핵오염수를 통해 삼중수소가 계속 바닷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바다 생물에 영향을 주고, 바다 생물에 누적된 삼중수소는 상위포식자에게 영향을 주어 결국 인간에게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란다.

===========================

(15-16)

미국의 핵융합 전문가인 아르준 마키자니 박사는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삼중수소는 높은 방사성물질이기에 인체와 다른 생명체에 위험을 끼친다. 자궁에 형성되는 시간과 성숙되는 시간 동안 난자에 영향을 줌으로써 삼중수소는 임신 중에 미래세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자와 정자세포에 포함해 있기 때문이다. 삼중수소는 임신 초기 유산이나 기형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영향 중 일부는 저선량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중추신경계 형성에 대한 일부 유형의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

그런데 기후 변화에 대처하지 않으면 일본 핵오염수가 인류에 영향을 받기 전에 먼저 인류가 멸종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최근 기후 변화에 따른 피해가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니 이 또한 걱정거리로구나.

 

2.

진작부터 탈성장을 했어야 했단다. 제한된 지구라는 공간에서 제한된 자원으로 언제까지 성장을 할 수 있겠니. 결국에는 기후변화의 위기에 봉착을 하게 되었구나.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 아직도 성장을 꿈꾸고 있으니,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얼마 전에 읽은 <찬란한 멸종>에서 이야기하듯이 이젠 멸종의 길을 손잡고 갈 수밖에 없는가. 탈성장의 대안으로 농촌을 살려야 한다고 녹색평론에서도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힘을 안 쓰고 있구나. 남일 보듯 하고 있어.

아빠가 생각하기에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오선적으로 농촌 기본소득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농촌에 터를 잡게 하는 거지.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지자체와 단체에서 농촌 기본소득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생색이나 낸다고 찔끔 주는 것이 아니고 좀더 큰 금액을 주어서 살림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그 예산을 어디서 가지고 오냐고 반박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농업예산이 전체 예산의 2.8%밖에 안 된다고 하는구나. 농촌과 농업을 살리려는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하지 않겠니? 농촌과 농업을 살리려는 의지가 있다면 이 예산을 좀 늘려야 하지 않냐 말이야. EU의 농업예산은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하더구나이게 진정한 미래를 위한 예산 분배가 아닌가 싶구나.

===========================

(109)

유럽은 농부의 나라로 불린다. 농업의 경제적 가치와 상관없이 농업의 사회적 가치를 존중한다는 의미다. 유럽연합(EU)에 속한 27개국은 공동농업정책(CAP)이라 불리는 농업정책을 공유하는데, 이 정책에 따라 농민들은 다양한 규제와 농업정책을 공유하는데, 이 정책에 따라 농민들은 다양한 규제와 지원을 받는다. CAP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62년부터 시행됐다. 그래서 과거에는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시장가격을 지지하고 농민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직불금 제도 등에 집중했다. 현재는 농촌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직불금 제도 등에 집중했다. 현재는 농촌의 환경적 기능과 기후위기 대응에서 농촌의 역할에 주목하면서 이를 지원하는 예산을 늘리고 있다. 2022년 기준, EU 전체 GDP(국내총생산)에서 농업의 경제적 가치는 1.4%에 불과하지만 직불금 등 농업예산은 EU 전체 예산의 3분의 1에 달한다. 2024년 전체 예산 가운데 2.8%가 농업예산인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미래에는 다시 농업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고 하더구나. 그런 미래를 준비해야 하지 않겠니? 기후 변화로 인해 올 여름 정말 더웠잖니. 그렇다 보니 농작물도 제대로 자라지 못해서, 배추, 시금치 등 농작물의 가격이 엄청 올랐단다. 하지만 정부는 아무 것도 안하고 있구나. 뭐 하기야 현 정부에 무엇인가 기대를 하는 것이 잘못이지.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생각하니 북한의 오물 쓰레기가 생각나는구나. 마침 북한의 오물 쓰레기 관련된 내용도 이번 녹색평론에도 실려 있단다. 너희들도 알겠지만 최근에 툭하면 문자로 북한에서 날라오는 오물 쓰레기를 조심하라는 안내를 받는단다. 그것도 정부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북한에서 오물 쓰레기를 보내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먼저 북한으로 엄청난 양의 대북전단 풍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로 인해 휴전선 인근의 많은 사람들의 피해를 보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당국에서는 그들의 행위를 눈감고 있단다. 북한에서도 우리나라에서 대북전단 풍선을 보내지 않는다면, 자신들도 오물쓰레기를 보내지 않겠다고 했으니 속는 셈 치고 그들의 말을 믿어 보고, 먼저 우리나라에서 보내는 대북전단 풍선을 보내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봤으면 한다. 우리나라에서 대북전단 풍선을 보내지 않는데도 북한에서 계속 오물 쓰레기를 보낸다면 그때 군사적 조치를 취하든 말든 생각해 보고 말이야. 이렇게 일차적으로 더 쉬운 방법이 있는데, 뭣 때문에 안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더 웃긴 것은 북으로 보내는 대북전단 풍선이 바람의 방향이 맞지 않아 북으로 가는 것은 10퍼센트 정도이고, 나머지는 다 우리나라 영토에 떨어져 쓰레기가 된다고 하는구나. 이런 짓을 왜 하고 있으며, 이런 것을 하는 돈은 어디서 났으며,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되고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는 이런 짓을 왜 막지 못하는지 답답하구나. 총체적인 난국이구나.

녹색평론은 이번 호에도 서평을 통해 다섯 권의 책을 소개해 주었단다. 너희들을 교육 경쟁에서 풀어주지 못해 죄책감을 느끼는 아빠에게 눈에 띄는 서평이 하나 있었단다.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라는 책의 서평인데, 이 책은 기회되면 한번 읽어보고 싶더구나.

..

오늘 독서편지를 쓰면서 아빠의 분노게이지가 좀 올라간 것 같구나. 심호흡을 하면서 다시 평온을 되찾아야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지금 우리가 비교적 평온한일상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의 인지적 한계 덕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책의 끝 문장: 그것이 래디컬한 민주주의자의 숙명 아닌가?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에 대한 대중의 광범위한 불신, 기성체제에 대한 뿌리 깊은 불만이 극단적 구호를 외치는 선동가 정치인들을 키우고 있다. 올여름 유럽에서 치러진 선거들에서 다시 한번 분명하게 확인된 사실이지만, 극우 정치세력들이 전 세계에서 확실하게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 현상은 더 이상 특성 지역에서 일어나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신흥 극우 포퓰리스트들은 대체로 과거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면서 배타적 민족주의를 내세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인 경제적 사회적 곤경을 엉뚱하게도 이민자,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사회를 분열시킨다. 이들은 정치적 자원을 독식하면서 민심을 잃은 엘리트 지배층과 거리를 두는 척하면서 개혁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자기자신들과 과두 금권정치의 배후세력 ‘1%’의 권력을 키우고 호주머니를 부풀리는 데 몰두하여 전쟁까지도 불사한다. - P3

카터(미국 전 대통령)는 대략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의 무서운 성장은 현명한 투자에 의해 촉진되고 평화에 의해 활성화했다. 1979년 이후 중국은 단 한 번도 전쟁하지 않았다. 미국은 계속 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은 242년 역사에서 오직 16년 동안만 평화를 즐기며 ‘세계 역사상 가장 호전적 국가’가 되었다. 다른 나라들에 미국의 원칙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경향 때문이다." - P43

하비는 폴라니를 인용하여 이렇게 썼다. "자유라는 아이디어가 ‘고작 자유기업을 옹호하는 것으로 타락’하게 된다. 그것은 ‘소득, 여가, 사회보장이 개선될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완전한 자유를’ 가져다주지만, ‘자신들이 가진 민주적 권리들을 활용해서 자산가들의 권력으로부터 대피할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서 헛된 노력을 되풀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얼마 되지도 않는 자유를’ 제공한다." "그렇지만, ‘권력과 강요가 없는 사회가 없고, 권력이 아무 기능을 하지 않는 세상도 있을 수 없다’면, 자유주의 유토피아라는 비전도 물리력, 폭력, 권위주의에 기대지 않고서는 지탱될 수 없다. ㅍ폴라니는 자유주의 혹은 신자유주의 유토피아주의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보았고, 필연적으로 권위주의나 혹은 아예 노골적인 파시즘으로 귀결된다고 했다. 좋은 자유들은 실종되고 나쁜 자유들이 군림하게 된다." - P63

늙어감은 두려운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늙어가는 신체를 통제하는 데서 시작한다. 주름을 줄이고, 체취와 하얗게 세는 머리는 가능한 한 감춰야 한다. 늙어감을 역행하며 시간을 멈추는 억지 행위를 자기권리, 자기계발이라고 믿는다. 시간의 흐름이 잠시나마 멈춰 선 외모를 만드는 건 지극히 사회적인 행위다. 반면에 사회적인 삶이 정리된 때쯤 외모 관리를 멈춘다. 이렇게 외모의 관리란 사회적인 활동을 지속하는지 알리는 신호다. 그러나 이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정상성에 갇힌 노인세대의 모습이기도 하다. 경제성정을 이루고 경제위기를 극복했던 노인들의 삶의 태도지만, 동시에 늙어감을 경계하는 처지가 묻어난다. 노인들의 엄격한 이분법은 늙어감을 받아들이는 일을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이기보단 자기자신을 스스로 사회의 잉여 처지에 놓았다. - P153

사람들은 입만 열면 배고파 죽겠다, 돈 없어 죽겠다, 그리워 죽겠다 하고 아우성이지만 과연 죽을 만큼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돈이나 밥, 사랑 등은 없으면 괴롭기야 하지만 그로 인해 바로 죽는 일은 없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소중한 이유는 내게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인간에게 생명만큼 소중한 것이 있는가? 아니 인간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것에게 가장 기본적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이다. 그런데 생명을 받아 이 세상에 태어났는데 그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괴롭고 비참한 상태에 있다면 오히려 태어나지 않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살을 꿈꾸는 사람들의 심정이 아마 그러할 것이다. - P2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