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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 파란만장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3년 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004/pimg_7351811964452109.jpg)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년 전에 장다혜 님의 <탄금>이라는 조선 시대 사랑과 음모를 속도감 있게 그린
소설을 본 적이 있단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책 한 권을 봤는데 책 디자인이 <탄금> 스타일과 비슷해서 지은이를 봤더니 장다혜 님이더구나. <탄금>이 아빠의 취향에 완벽하게 맞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작품은 어떤가 싶어 읽은 것은 바로
<이날치, 파란만장>이라는 소설이란다.
이날치라고 하면 어디선가 들어본
말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검색해 봤더니, 몇 년 전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동영상 속의 삽입되어 엄청 유명해진 <범 내려온다>를
부른 국악퓨전밴드 이름이 이날치였더구나. 이 소설이 그 밴드와 무슨 연관성이 있으려나? 알고 봤더니 이날치는 19세기 조선에 실존했던 인물이고 소리꾼으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더구나. 그래서 국악퓨전그룹 이날치가 그룹명을 지은 이유가 그런 거였구나. 이번 장다혜 님의 소설 <이날치, 파란만장>은 조선 시대 소리꾼 이날치에 관한 소설이란다. 지은이의 말을 보니, 이날치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아서 많은 부분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메꿨다고 하더구나. 이날치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럼 이야기해줄게.
1.
계동이라는 어린 아이가 있었는데, 계동의 아버지는 머슴이었는데 역병에 걸려서 함께 강제로 격리되었단다. 계동은
역병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계동의 아버지는 함께 격리되어 있다가는 아들 계동도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도망가게 했단다. 그러면서 지금의 이름을 버리고 이경숙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라고 했고,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잘 했기 때문에 소리꾼이 되라고 했어. 당대
유명했던 소리꾼이었던 송방울처럼 말이야. 그렇게 어린 계동은 아버지와 헤어지고, 이경숙이라는 이름으로 홀로 한양으로 길을 떠났단다. 어린 아이 혼자
한양 가는 길이 쉽지 않았겠지. 이제부터 경숙이라고 부를게. 경숙은
가는 길에 화정패라고 하는 남사당패에 들어가게 되었고, 묵호라는 사람이 경숙을 보살펴주면서 줄타기를
가르쳤단다. 그런데 경숙이 줄타기에 재능이 있었던 거야…
…
남사당패에 들어온 지 4년만에 경숙은 최고의 줄꾼이 되었고 잘생긴 외모에 인가도 많았단다. 줄꾼으로
뛰어나고 날래다고 해서 날치라는 별명이 생겼고, 그때부터 경숙은 이날치로 불렸어. 이제부터는 이날치라고 부를게. 유명한 줄꾼이 되었지만, 이날치는 여전히 소리꾼이 되고 싶었어. 무작정 송방울의 집을 찾아갔지만, 청지기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단다.
이날치가 속해 있는 화정패는
한양에 머무르면서 공연을 했단다. 이날치가 머물고 있는 곳에 백연이라는 장님도 있었단다. 어떤 사연이 있어 장님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백연은 홀로 지냈고, 곡비 일을 했단다. 곡비라는 것은 아빠도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돈을 받고 다른 상갓집에서 가서 대신 곡을 해주는 사람이라고 하는구나.
또 한 명의 주요 인물 중에
채상록이라는 사람이 있단다. 채상록도 어찌 보면 참 불쌍한 사람이란다.
왕의 딸인 자헌 공주가 채상록을 좋아했단다. 하지만 채상록은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어. 화양이라는 여인이었지. 그런데 이 사실을 알고 자헌 공주가 화양이라는
여인을 다른 왕자와 결혼시키게 했어. 그리고 청나라에 갔다가 그만 풍토병에 죽고 말았단다. 실제 풍토병으로 죽었는지 자헌 공주가 모략을 꾸몄는지는 모를 일이지. 채상록은
거의 왕의 명령에 의해 자헌 공주와 결혼을 하게 되었어. 하지만 자헌 공주는 결혼하지 1년 만에 낙마 사고로 죽고 말았단다. 채상록은 젊은 나이에 홀아비가
된 거야. 보통 사람이라면 재혼을 할 수도 있었지만, 공주의
남편이자 왕의 사위였기 때문에 재가도 어렵고 홀로 지내면서 왕의 행사에 참가를 해야 했단다. 왕의 눈치도
엄청 보면서 말이야.
어느날 채상록은 상갓집에 문상을
갔다가 곡을 하는 백연을 보았는데 그 모습이 화영과 비슷하여 깜짝 놀랐단다. 백연을 보기 위해 상갓집마다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자신의 처지 때문에 백연과 연을 맺을 수 없었단다. 신분 차이로 강압적으로 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도 감시의 눈들이
많고 양심에 걸리기도 했지.
..
2.
그런데 이날치와 백연이 풋풋한
인연을 만들어가지 시작했어. 화정패의 우두머리 꼭두쇠의 딸 비금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예전부터 이날치를 짝사랑을 했었는데, 이날치와 백연이 풋풋한 인연을
만들어가자 질투를 하기 시작했고, 채상록도 마찬가지였단다. 채상록이
백연을 강제로 데리고 가려는 것을 알게 된 이날치는 백연과 함께 도망을 가서 숯골이라는 골짜기에 숨어 지냈단다.
채상록은 결국 그들의 거처를 알게 되었고, 이날치가 없을 때 백연을 속여서 데리고 와서
자신의 집에 가두었단다.
…
구용천이라는 소리꾼을 소개해야겠구나. 예전부터 국창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사람. 원래는
동생이 훨씬 소리를 잘했는데, 동생이 그만 죽고 말았지. (이것도
구용천의 짓이라는 소문이 있었어.) 구용천은 아이들의 피를 마시면 소리가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법으로
아이들을 납치해서 피를 마시곤 했단다. 그런 아이들은 아무도 모르게 죽여버리고 말이야.
그런데 그 일을 맡아서 했던
이가 충격적이게도 이날치를 어렸을 때부터 보살펴 주었던 묵호였단다. 이날치가 한양에 처음 왔을 때 누군가에게
납치되었다가 간신히 도망 나온 적이 있었는데 이것도 바로 묵호와 구용천의 짓이었던 거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이날치는 심한 배신감이 들었고, 묵호와 몸싸움까지 하게 되었는데, 묵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싸움 도중에 스스로 목에 칼을 찔러 죽고 말았단다. 이럴 것까지 없는데… 이날치도 그래도 묵호가 보살펴주었던 고마운
정도 있었기에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된다고 묵호를 살려보려고 했지만 묵호는 죽고 말았단다.
화정패의 또 다른 안 좋은 일.. 화정패의 우두머리인 꼭두쇠가 도박에 빠져 자신의 전재산을 날리고 이날치를 판돈으로 걸어 지고 말았단다. 이제 이날치를 꼼짝없이 다른 사람에 넘겨야 했는데, 이날치를 다른
이에게 넘길 바에야 재능을 없애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여 이날치의 발 힘줄을 끊어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단다. 갈수록
첩첩 산중. 그 와중에 화정패가 묶고 있던 곳에 큰불이 일어나 모두 타 버리고 목숨만 간신히 살렸단다.
…
목숨만 간신히 건진 이날치는
송방울이 거처하고 있다는 금강산으로 무작정 찾아갔단다. 결국 송방울 만나 그로부터 소리를 배우고 자신만의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보라는 조언을 들었어. 나중에 송방울의 집을 찾아가보니 송방울의 부인이 말씀하시길
송방울은 오래 전에 돌아가셨다고 했어. 그렇다면 이날치를 가르쳤던 이는 누구? 송방울의 혼령이었던가.
이날치는 삿갓을 쓰고 얼굴을
가린 채 다시 한양으로 돌아왔단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소리꾼으로 활동을 하였고, <아무개전>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공연했어.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누구나 그것이 소문으로만 떠돌던 구용천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단다. 그렇게 구용천을 고발하는 공연이었지.
…
한편 채상록은 역모에 연루되어
유배 가는 길에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백연은 궁궐로 끌려가 의녀가 되었단다. 나라에서는 매년 자헌공주의 기일에 제물을 받치는 의식을 벌였는데 매년 동물들로 하다가 이번에는 사람을 제물로
쓰려고 했어. 그 대상은 백연이었고 말이야. 한양으로 돌아온
이날치가 이 소식을 듣고 찾아갔지만 한 발 늦어 백연은 이미 죽고 말았단다. 이날치는 백연의 생전 소원대로
묘지에 잘 고이 잘 묻어주었단다. 이후 이날치는 소리꾼으로 크게 성공하고, 궁궐로부터 입궐 명을 받게 되었단다. 그렇게 이날치는 국창이 되었어.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궁 안에는 백연을 죽인 이들이
있었을 텐데, 이날치가 마음 편히 국창으로 소리를 했을까. 지금까지의
이날치 캐릭터를 봤을 때 복수의 목적이 아니라면 국창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 같은데.. 소설은
여기가 끝이 났으니 어디에 물어볼 수도 없고…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역병이었다.
책의 끝 문장: 바야흐로 피곤한 국창의 인생이 막 시작되려는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