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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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해줄 책은 Jiny가 읽었음 좋겠다고 엄마가 사 달라고 했던 책인가? 오래되어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빠가 알고 산 책은 아니고 엄마가 사 달라고 해서 샀던 책으로 기억한단다. 하지만 다들 바빠서 읽지 못하시는 것 같아서, 우리 집에서 그나마 가장 한가한 아빠가 먼저 읽어보았단다. 소설 배경이 오늘날 인도더구나. 아빠가 현대 인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읽은 적이 있나 싶었어. 처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가 인도를 배경으로 소설 자체를 읽은 적이 있나 싶기도 했어. 인도의 위인들 평전이나 그들이 쓴 책들을 읽은 적은 있지만 인도 소설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구나.

이 책의 지은이는 디파 아나파라가 인도 사람인가 보다 했는데, 지은이 소개를 읽어보니 인도 출신 영국인이라고 하더구나. 하지만 디파 아나파라는 10년 넘게 인도 뭄바이와 델리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대. 그렇게 인도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것을 경험으로 쓴 책이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이라고 하는구나. 인도의 빈민층의 사회 문제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순진무구한 아이들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갔단다. 하지만 결말은 현실적으로 끝을 맺는 약간은 냉혹함마저 보여주었단다. 소설이니까 해피 엔딩으로 끝낼 수도 있었지만, 인도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결말로 끝을 낸 것 같아.

 

1.

이 소설의 주인공은 빈민촌에 살고 있는 아홉 살 자이라는 아이란다. 자이의 가족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누나 루누가 있어. 아빠와 엄마는 모두 일하시고, 누나 루누는 달리기를 잘해서 학교 육상 대표이기도 해. 최근에 빈민촌이 헐린다는 소문이 있어 그것 때문에 자이네 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걱정을 달고 산단다. 그리고 그곳은 늘 스모그가 끼어서 파란 하늘을 보기 어려웠고 아주 심하게 스모그가 낀 날은 공식적으로 학교가 쉬기도 했어.

자이의 친한 친구들 파리와 파이즈가 있었어. 어느날 같은 반 친구 바하두르가 사라졌어. 바하두르의 아버지는 주정뱅이에 가정폭력범이었는데 바하두르의 어머니가 그런 아버지를 피해 며칠 집을 나갔다가 돌아왔더니 바하두르가 사라지고 없었던 거야. 경찰에 신고를 하니 경찰은 단순 가출일 거라면서 돌아갔어. 경찰들도 빈민촌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어. 그런데 며칠 뒤 동네에 살고 있는 선배 옴비르도 사라졌단다.

경찰이 나오는 TV 드라마를 좋아하는 자이와 파리는 탐정이 되어 바하두르를 찾기로 했단다. 평상시 바하두르가 뭄바이에 간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서 자이와 파리는 뭄바이 가는 기차역이 있는 곳까지 열차를 타고 가 보았단다. 그 열차 이름이 책 제목에 있는 보라선 열차란다. 하지만 아홉 살 꼬마가 낯선 시내에 돌아다닌다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었어. 한 번은 유괴범에 납치될 뻔했는데 구루라고 하는 십대 형이 도와주었단다. 구루에게 바하두르의 사진을 보여주면 바하두르를 봤는지 물어보았지만 모른다고 했어. 구루의 도움으로 어린이 복지협회와 경관에게도 사진을 보여주었지만 바하두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그런데 얼마 뒤에 또 아이들이 사라졌어. 미용실에서 일하는 16살 안찰이 사라지고, 밤에 과자 사러 나왔던 5살 찬드니라는 아이도 사라졌어. 마을 사람들은 사라진 아이들을 찾기 위해 푸자라고 하는 제례의식도 있어. 신의 힘을 빌리기 위해서 말이야. 사라진 아이들이 모두 힌두교 아이들이라서 무슬림이 유괴해갔다는 소문들도 있었어. 인도에는 여전히 종교 갈등이 남아 있었단다. 과거에는 나라 때문에 나라까지 나눴잖니. 이런 와중에 경찰은 무슬림 청년 네 명을 아이들 유괴 혐의로 체포했단다. 그 중에는 자이의 친구 파이즈의 형 타리크도 있었어. 경찰의 이 행위는 행간에 떠도는 소문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었어. 하지만 얼마 후 이번에는 무슬림 남매인 카디파와 카비르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어. 그렇다면 경찰에 갇혀 있는 무슬림 청년들은 죄가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니 풀어주어야 하는데 조사할 것이 남았다면서 여전히 경찰서에 있었단다.

 

2.

그런데 큰일 났다. 자이의 누가 루누가 사라진 거야. 아버지가 루누가 운동을 하고 집에 늦게 오고 그러니까 아버지가 운동을 하지 못하게 했는데 이에 대들던 루누 누나를 아버지가 욱하는 마음에 처음으로 뺨을 때렸어. 이 일루 루누는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지 않고 시장에서 돌아다니다가 어떤 남자와 여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 이후 사라지고 말았단다.

아버지는 자신이 한 일을 후회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루누 누나를 찾는 것 밖에 없었어. 실종된 아이들의 가족들과 도와주겠다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마을과 유령 시장 인근을 샅샅이 뒤졌단다. 그러다가 넝마주의 무리 중 한 아이가 쓰레기장에서 배낭을 하나 주었는데 그 안에 실종된 아이들의 소지품이 한데 모여 있었단다. 그리고 그 배낭을 버린 사람을 보았다고 했어. 그 사람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은 떼를 지어 그 사람의 집을 찾아갔단다. 바룬이라는 사람으로 덩치가 엄청 큰 사람이고 그는 아내와 함께 살고 있었단다. 마을사람들은 다짜고짜 묻지도 않고 바룬의 집으로 뛰어들어가 뒤져보았지만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어. 경찰도 출동을 해서 일단 바룬은 유치장에 갇히게 되었단다.

바룬은 골든게이트라고 하는 고급 아파트에서 일을 했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골든게이트에 몰려가 시위를 했지만 그들을 들여보내주지는 않았어. 경찰들도 출동을 했지만 경찰들도 마을 사람들을 말렸단다. 바룬이 일한 아파트에 경찰 대표가 가서 확인하겠다면서 아무도 못 들어오게 막았어.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이 사라진 마당에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지. 난동을 부리며 몰려 들어가 바룬이 일했던 아파트까지 밀고 들어갔단다. 고층에 위치하고 있는 그 집은 그야말로 휘황찬란한 집이었어. 그들이 살고 있는 빈민촌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어. 넒은 거실과 많은 방과 깨끗한 욕실.. 거실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했지. 그들이 이 곳에 온 이유를 잊을 만큼 마을 사람들은 집 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렸어. 자이와 파리만이 집 구석구석 의심 나는 물건이 없는지 찾아 다녔고 수면제와 주사기를 발견하여 경찰에 넘겨 주었단다. 하지만 루누 누나를 비롯한 사라진 아이들도 그곳에는 없었어.

며칠 뒤 바루은 아이들을 죽여 곳곳에 유기했다고 했어. 루누의 가족들은 이 말을 믿지 않고 계속 루누 누나를 찾으러 다녔어. 경찰들도 이제는 실종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 시신을 찾는 일로 업무를 바꾸었단다. 바루가 일했던 아파트의 여자 주인도 바룬의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고 했어. 인신 매매, 신장 매매, 아동 포르노 제작 및 유통 등 무서운 일을 하는 사람이었어. 그렇게 범인들은 모두 체포되었지만 사라진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어. 다른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더라도 마지막으로 사라지고 주인공 자이의 누나 루누는 돌아올 줄 알았단다. 하지만 결국 루누 누나도 돌아오지 못했단다.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실적으로 소설을 끝맺음 했다고 했잖아.

현실에서는 사라진 아이들이 돌아올 확률보다 못 돌아올 확률이 훨씬 높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읽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루누 누나 또는 사라진 아이들 모두 기적적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내도 좋았을 것 같은데

….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모든 범죄는 최악의 범죄란다. 가할 수 있는 최악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뉴스가 나올 때가 있는데, 그런 범죄자들은 인간 취급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단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 아닐까 싶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멘탈이 살아 있을 땐, 열여덟에서 스무 명쯤 되는 넝마주이 소년을 거느린 대장이었어.

책의 끝 문장: 두꺼운 구름과 스모그와 심지어 엄마의 신들이 이 세계를 다음 세계와 분리하기 위해 쌓아놓은 장벽까지 꿰뚫을 만큼,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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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다빛은 맑고 푸르다. 남해안 일대에 있어서 남해도와 쌍벽인 큰 섬 거제도가 앞을 가로막고 사철은 온난하여 매우 살기 좋은 곳이다. 통영 주변에는 무수한 섬들이 위성처럼 산재하고 있다. 북쪽에 두루미 목만큼 좁은 육로를 빼면 통영 역시 섬과 별다름이 없이 대부분의 집들이 송이버섯처럼 들앉은 지세는 빈약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자연 어업에, 혹은 어업과 관련된 사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일면 통영은 해산물의 집산지이기도 했다. 통영 근처에서 포획하는 해산물이 그 수에 있어 많기도 하거니와 고래로 그 맛이 각별하다 하여 외지 시장에서도 비싸게 호가되고 있으니 일찍부터 항구는 번영하였고, 주민들의 기질도 진취적이며 모험심이 강하였다.

 

(85-86)

큰딸 용숙은 열일곱 때 출가를 시켰으나 과부가 되었고 지금 나이가 스물네 살이다. 둘째가 용빈이, 셋째가 용란이다. 그는 열아홉이며 그 다음이 용옥이, 막내가 열두 살짜리 용혜다. 고모할머니 봉희가 살아 있을 때 용혜는 봉룡이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고 했다. 돌아갈 날을 몰라 칠월 백중에 제사를 모실 때도 고모할머니는 용혜를 보고 언짢게 혀를 끌끌 차곤 했다. 그러나 김약국은 용혜를 두고 연순을 연상하였다. 입 밖에 말을 내지는 않았으나 어떤 때는 심한 착각을 일으키는 일까지 있었다. 김약국은 연순이가 어릴 때 봉제 영감이 그랬듯이 용혜를 노랭이라 부르며 사랑하였다. 다른 딸들은 모두 머리털이 칠빛처럼 검었는데 용혜만은 밤색 머리칼이었다.

 

(206)

논쟁에는 흥미가 없다. 하여간 너는 과대망상증에 걸려 있어. 너의 그 크나큰 사상과 이상은 영웅들에게나 맡겨둬라. 네가 항상 말하는 그 영웅들에게 말이다. 너는 네 분수에 넘는 망상에 사로잡힌 환자다. 너의 행위는 일보의 전진커녕 백보의 후퇴가 아니냐 말이다. 바로 이번 일이 그 표본이다. 넌 대체 뭘 했냐 말이다. 쓸데없이 아가리 놀린 것밖에 더 있었나? 그 아가리 놀린 것으로 누구 한 사람이 구제됐는가? 바늘귀 떨어진 것만큼이라도 조선의 자주성에 도움이 되었단 말인가? 너는 매만 맞고 집안을 시끄럽게 했을 뿐이지 일본 놈의 통치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207)

나를 묶어두려고 의식적으로 과소평가를 하는군. 허지만 난 언제나 걸어갈 것입니다. 그러면 부딪칠 것입니다. 반드시 무엇에 부딪칠 것입니다. 만일 사람이 형과 같이 안일하게 산다면 그건 사는 게 아니고 죽은 겁니다. 역사는 없을 겁니다.”

역사가 없음 어떠냐? 역사는 곰팡내 나는 기록이지, 사람은 어떤 입지적 조건이나 생활양식 속에서도 그 당대를 살게 마련이니까.”

교묘한 회피군요. 물론 나도 역사는 그 당대에서 끝나는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끝나면 다시 시작되죠. 마치 사람이 죽고 또 사람이 태어나듯이……”

되풀이되는 건 없으니만 못하다.”

왜 되풀이되는 거요. 진화하는 거죠.”

 

(302)

새터 아침장은 언제나 활기가 왕성한 곳이다. 무더기로 쏟아놓은 갓잡은 생선이 파닥거리는 것처럼 싱싱하고 향기롭다. 삶의 의욕이 넘치는 규환(叫喚) 속에 옥색 서린 아침, 휴식을 거친 신선한 얼굴들이 흘러간다. 새벽별은 밝고 축림, 전화도, 장대 방면에서는 호박, 고구마, 야채 등을 이고 지고 북문 안을 넘어서는 촌부들, 안뒤산 큰개, 작은개에서는 조개를 이고 충렬사를 지나오는 아낙들, 발개와 첫개에는 어장 배에서 생선을 받아가지고 판데굴을 지나오는 장사꾼들, 삼면 바다에서는 기관선으로부터 통구멩이까지 해초, 생선을 실은 어부들이 바다의 새벽을 뚫는다. 아니 그뿐이야. 통영 읍내에서도 비단 장수, 화장품 장수, 실 장수, 과일 장수, 본시장의 모든 장가꾼들은 서둔다. 이 무수한 움직임과 발소리들은 새터로 향하는 것이다. 새벽이 걷히고 옥색 아침이 서리면 읍 사람들은 장바구니를 들고 거리에 나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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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멸종 -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
이정모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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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아빠가 소개해 줄 책은 이정모 님의 <찬란한 멸종>이라는 책이란다. 제목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감이 잡히는 책이었단다. 현재 진행중인 여섯 번째 대멸종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거라고 생각했어. 지은이는 이정모님으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오랫동안 활동하신 분이야. 아빠가 과학 교양서에 관해 관심이 많아서, 과학 교양서를 많이 출간하신 이정모 님에 대해서는 대략 알고 있었단다. 그런데 인연이 닿지 않았는지, 아빠의 눈에 확 띄는 책이 없었는지 이정모 님의 책들을 읽어본 적이 없었구나. 가끔 과학 유튜브에 출현하시는 것들을 본 적이 있던 것 같구나.

그렇다고 이번에 출간한 <찬란한 멸종>이 아빠의 눈에 확 띄어 읽게 된 것은 아니란다. 이미 아빠는 여섯 번째 대멸종에 관한 책들을 읽었고, 영상으로도 많이 접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거든. 그런데도 읽은 이유는 엄마가 이 책 혹시 아냐면서 너희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서 사게 된 것이란다. 바쁜 너희들 대신해서 아빠가 먼저 읽어보았단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있었던 과거 다섯 번째 대멸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단다. 최대한 쉽고 읽기 편하게 쓰려고 노력하신 것이 보였어. 지은이의 시점이 아닌 다른 객체의 시점을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갔단다. 예를 들어 인류가 멸망한 2150년의 인공지능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하거나 범고래나 삼엽충의 일인칭 시점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단다.

책 속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아빠가 그 전에 읽은 <멸종>이라는 책과 <인류세>라는 책과 <최종 경고 : 6도의 멸종>에서 봤던 내용들과 많이 겹쳤단다. 그리고 아빠가 정기적으로 읽는 <녹색평론>에서도 대멸종에 대해 가끔 실려서 그 책 이야기를 할 때도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 준 것 같구나. 우리는 이미 여섯 번째 대멸종 시대를 살고 있는데 이번 대멸종 시대와 다른 것은 불가항력인 원인이 아닌 인위로 만들어진 이유로 멸종이 되고 있다는 거야. 과거 대멸종은 대화산, 운석 충돌 등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지구의 기후가 급격히 변화되면서 대멸종이 찾아왔다면 지금의 대멸종은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탄소 사용량의 급격히 늘어나면서 기후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멸종 시대가 찾아왔다는 것이야.

불가항력적인 원인이 아니라 인위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즉 원인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충분히 막을 수도 있는 거야. 중요한 것은 시간이란다. 이미 많이 늦었어. 지금이라도 이 흐름을 막지 못한다면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불과 100여 년 후인 2150년에는 이 지구상에 인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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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2150년에는 과연 인류가 살고 있을까요? 물론 저는 그때도 인류가 살아남았기를 기대합니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은 지금도 있으니까요.하지만 우리가 바뀌지 않고 지금처럼 산다면, 그래서 지구가 꾸준히 더워진다면 2150년 지구에는 인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이미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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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도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되었는데, 그 기록은 곧 깨지게 되고, 얼마 뒤면 매년 그 기록이 깨질 수도 있을 거야. 이젠 진짜 불똥이 발등에 떨어진 상황이야. 더 뒤로 미루고 생각할 것도 없단다. 인류 전체가 합심해서 노력해야 할 시기란다. 그런데 어떻게 합치지? 국가들은 여전히 경제 성장에 목을 매고 있는데…. 그리고 이런 환경 문제에 가장 관심 없는 분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으니 또한 걱정이구나.

 

1.

이 책의 제목을 <찬란한 멸종>이라고 한 것은, 반어적인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멸종 뒤에는 새로운 종의 출현이 있어왔기 때문에 지은이는 찬란한멸종이라고 했다는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멸종의 원인은 지구 기후의 급격한 변화였단다. 그리고 기후의 급격한 변화의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온실 가스란다. 그러니까 온실 가스를 제대로 제어를 하면 기후의 급변화를 막을 수 있어. 온실 가스 중에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이 이산화탄소이고이 이산화탄소량이 산업화 이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단다. 그래서 이미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고 있고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는 소식을 접하고 있잖니.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개체도 줄어들고 있고 말이야. 그런 뉴스를 보면서 우리들은 저 동물들 불쌍해서 어쩌지? 이러는데 정작 자신들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단다. 그들이 사라지고 나면 다음 차례는 곧 인간이 될 테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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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인간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말할 때마다 빙하가 녹아서 굶주리게 된 동물들을 걱정한다. 참 재밌다. 펭귄 걱정해 주고, 바다표범과 우리 범고래 걱정을 해준다. 고맙다, 그런데 우리는 당신들이 더 걱정이다. 빙하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서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이게 자연의 이치다.

그런데 인간은 조금은 별난 존재다. 최고 포식자이면서도 생물량이 가장 많은 생명. 자연사에서 유일한 존재다. 아마 당신들은 우리보다 조금 더 버틸 것이다. 하지만 당신들도 영원할 수는 없다. 끝이 바로 앞이다. 나를 주연으로 영화까지 만들어준 인류에 대한 내 마지막 경고이자 애정 표현이다. 우리가 사라지면, 펭귄과 바다표범과 범고래가 사라지면 그 다음은 당신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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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잡는 포경 산업도 기후 위기에 영향을 준다고 했어. 고래의 똥이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고 있는 줄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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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포경으로 고래가 사라지자 철분을 이동시키는 펌프로 망가진 셈이 된 것이다. 고래 똥이 사라지면 바다의 생산력이 감소한다. 수염고래는 매년 똥을 통해 약 1200톤의 철분을 바다에 공급했다. 이건 펭귄이 공급하는 521톤의 두 배가 넘는 양이다. 수염고래와 펭귄의 똥이 사라지면 결국 식물성 플랑크톤도 급격히 줄어든다.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끊어질 뿐만 아니라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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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식물성 플랑크톤이 줄어들면 이산화탄소의 양이 증가하여 문제가 되지만 산소의 양도 줄어들게 된다고 하는구나.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만들어내는 산소의 양이 무려 전체 산소의 3분의 2나 된다고 하는구나. 공기 중에 산소가 약 20%를 차지하고 그로 인해 우리는 숨 쉬는데 아무 문제 없지만 그 농도가 줄어든다면 계속 가쁜 숨을 쉬어야 할 수도 있다는 거야. 점점 무서워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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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해안선이 줄고 해수면이 낮아지면 해양생물에게는 재앙이 닥쳐 온다. 바다가 넓은 것 같아 보여도 대부분의 해양생물은 깊이 200미터의 대륙붕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사실 산소의 3분의 2는 바다에서 만들어진다. 숲이 아무리 많아봤자 그 넓은 바다에서 활동하는 시아노박테리아와 식물성 플랑크톤의 맹활약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래저래 산소 농도는 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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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렇다면 이 많은 이산화탄소는 어디서 왔을까? 산업화 이후 석탄과 석유의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이산화탄소가 늘었고, 그 이후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빙하가 녹는 등 이런 저런 이유에 의해서 더 늘어나게 되었다고 했단다. 석탄은 과거 고생대 석탄기라는 지질시대가 있었어. 당시 지구상에 엄청난 양의 숲이 생성이 되었다고 하는구나. 숲이 많다는 이야기는 나무들이 많다는 이야기이고 그 나무들이 광합성을 해대는 바람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양이 줄어들기 시작했대. 오늘날 현상과 반대 현상이 일어나게 된 거지.

그럼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의 양이 줄어들면 지구의 온도는 어떻게 될까? 그래, 내려가게 되는 거야. 그래서 빙하기가 찾아왔다는구나. 이렇게 찾아온 빙하기로 인해 지구상에는 또한번 멸종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고, 그 많은 나무들도 광합성으로 얻은 탄소를 품에 안고 땅속에 묻히게 된단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땅속에 있으면서 석탄과 석유로 변한 것이란다. 그것을 산업화 이후 인류들이 사용하게 된 거야. 먼 과거 빙하기를 만들 정도로 지구의 열을 저장한 것이 바로 석탄과 석유이고, 그 열을 오늘날 인간들이 사용하여 다시 대기에 뿜어내고 있는 거야. 지구 입장에서 보면 저장해 두었던 열을 다시 사용하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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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석탄기가 남긴 유산은 역시 석탄이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인간이 제일 잘 안다. 오죽하면 우리 시대의 이름을 석탄기라고 지었겠는가? 하지만 인간들이 애써 모른 척하려는 게 있다. 석탄이랑 우리가 누려야 할 열이 땅속에 갇힌 결과다. 이 열을 3억 년 후에 인간들이 사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들이 등장했을 때는 대기에 없던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흘러들어간다. 우리는 더운 세상이 좋았지만 인간들에게도 그럴 거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보통 자신이 출현한 그 환경이 유지되는 게 생존에 가장 좋다. 그 환경에 적합해서 선택되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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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지구상에 출현했던 그 어떤 생명체들보다 지능이 높단다. 그 높은 지능 때문에 3억년 전에 숨겨진 열까지 찾아내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란다. 그리고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알고 심지어 그 원인도 알고 있단다. 또 심지어 그 해결 방법도 알고 있단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면 되는 거야. 숲을 울창하게 하던지 식물성 플랑크톤을 보호하던지 정책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단다. 줄이기 어렵다면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니 증가하는 속도라도 늦추는 노력을 해야 한단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구나. 우리의 후세들에게 욕 먹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인가 해야 하는 것이 옳단다. 세계의 지도자들이 좀더 경각심들 가졌으면 좋겠구나. 지금은 다른 나라와 싸울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싸워야 할 시간. 이 책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멸종뿐만 아니라 과거 다섯 번의 대멸종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것은 이전에도 다른 책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해서 오늘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해보았단다.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나는 인간 없는 지구를 꿈꿉니다.”

책의 끝 문장: 막이 내린다.



직립은 커다란 뇌, 넓은 시야와 더불어 인류에게 한 가지 선물을 더 주었다. 바로 자유로워진 손이다. 걷는 데는 두 발이면 충분했고, 더 이상 나무에 매달라는 데 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손이 자유로워졌다. 예민한 감각이 모여 있는 손은 물건을 쥐고 섬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자유로운 손은 노동을 탄생시켰다.
인간으로서의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뇌의 변화라기보다는 노동이며, 노동은 직립보행의 결과 손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똑바로 선 인간은 자유를 얻었고, 자유를 얻은 인간은 노동을 하기 시작했다. 노동은 다시 인간의 진화를 촉진해 마침내 ‘슬기 인간(Home sapiens)’으로 발전시켰다.
- P32

참, 인간들이 왜 우리의 하인 노릇을 그렇게 열심히 할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분명한 것은 이 모든 아이러니가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기후변화의 결과라는 것이지요. 기후변화는 누군가에게는 위기이고 누군가에게는 기회입니다. 뭐, 현대인들이 그걸 아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들이 잘 버텨야 우리도 편히 오래 살 텐데 걱정이네요. 요즘 하는 걸 보면 그다지 똑똑하지 않은 것 같아서요. 어쩌면 우리 펠리스 카투스도 선배님의 길을 따라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요. 에잇, 잘 좀 하지! - P175

지구에서 일어난 멸종 사건 가운데 세 번째 대멸종처럼 처참한 사건은 전무후무하다. 이때 생명의 95퍼센트가 멸종했다. 95퍼센트가 멸종했다는 뜻은 100마리 가운데 95마리가 사라졌다는 게 아니다. 100종의 생명이 살고 있었다면 이 가운데 95종은 단 하나도 살아남지 못하고 모조리 싹 다 죽어 사라졌으며, 나머지 5종만 살아남았는데 잘 살아남은 게 아니라 겨우 몇 개체씩만 살아남았다는 뜻이다. 학교에 100개 학습이 있다면 95개 학급은 모두 전학하고 5개 학급만 남았는데 온전히 남은 게 아니라 한 반에 두어 명만 남은 상태다. - P249

미래를 생각하면 앞으로 또 어떤 놀라운 진화가 일어날지 궁금하다. 눈의 진화는 생명의 긴 여정에서 한 단계에 불과할 것이다. 생물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동안 또 어떤 혁신이 등장할까? 미래의 생명체는 계속해서 감각을 개선해 주변 환경에 더욱 잘 적응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유형의 눈이 발달해 더 선명한 시야를 제공하거나 다양한 빛이 닿지 않는 심해를 탐험하며 완전한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도록 진화하는 생물도 있을 것이다.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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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1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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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드레퓌스 사건이라는 유명한 사건이 있단다. 아주 짧게 이야기를 하자면, 19세기 프랑스에서 프랑스군 장교 드레퓌스가 스파이 혐의로 감옥에 가게 되었는데, 그가 진범이 아니었어. 증거들도 누가 봐도 조작한 것처럼 보였어. 드레퓌스가 유대인이었는데, 당시 유럽은 반유대인 정서가 강했기 때문에 드레퓌스가 무죄라는 정황이 있었음에도 조작된 증거들이 인정되어 감옥에 가게 되었단다. 이때 양심 있는 지식인들이 하나둘 드레퓌스가  무죄라고 용기 있게 이야기를 했단다. 그 중에 대표적인 사람이 에밀 졸라로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을 기고했단다. 이 일로 오히려 에밀 졸라는 프랑스 극우파들로부터 비난과 협박을 받아서 영국으로 망명까기 가게 되었어. 이후 드레퓌스의 무혐의가 확정된 뒤 에밀 졸라는 프랑스로 돌아왔지만 극우파의 비난은 계속 되었어. 그런 와중에 그가 자는 동안에 가스 중독으로 죽었는데 사고가 아니고 누군가 고의로 굴뚝을 막아서 죽인 것이라고도 하더구나. 드레퓌스 사건의 전환점을 만들었던 에밀 졸라는 행동하는 지식인의 아이콘이 되었어.

아빠는 에밀 졸라가 프랑스의 유명한 지식으로 알고 있었어. 그런데 간혹 세계문학 시리즈에 에밀 졸라의 책들이 보였단다. 에밀 졸라가 소설도 지었나 싶었는데, 이번에 에밀 졸라에 대해서 검색을 해보니 엄청난 양의 소설을 썼다는 것을 알았단다. 특히 20권에 다다르는 루공 마카르 총서는 당대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고 하더구나. 오늘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주려고 하는 <패주>도 루공 마카르 총서의 한 권인데 문학 상식이 낮은 아빠는 루공 마카르 총서의 존재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단다. 루공 마카르 총소는 에밀 졸라가 1871년부터 1893년까지 발간한 총 20권짜리 이야기란다. 등장 인물 중에 아델라이드 푸크의 첫 번째 남편이 루공이고 아델라이드 푸크의 동거남이 마카르이고 루공과 마카르의 자손들까지 이어지는 이야기하고 해서 루공 마카르 총서라고 부르게 되었나 봐. 20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 연관성이 있지만 이야기는 독립적이라서 한 작품씩 읽어도 된다고 하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루공 마카르 총서가 모두 번역되지 않아서 모두 읽고 싶어도 읽을 수가 없겠구나.

아빠가 이번에 읽은 <패주>는 루공 마카르 총서의 19번째 작품이었어. 아빠는 이런 시리즈를 읽을 때 1권부터 차례대로 읽곤 하는데, 20권 다 번역도 안되었고, 한 권씩 읽어도 무방하다고 하고, <패주>의 배경 지식을 알기 위해 <프랑스 혁명에서 파리 코뮌까지, 1789~1871>을 읽었는데 <패주>를 뒤로 미뤄서 읽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어. 그냥 읽기로 했단다.

 

1.

주인공은 장 마카르와 모리스 르바쇠르가 주인공이란다. 장 마카르는 서른아홉 살이고, 루공 마카르 총서의 또다른 소설 <대지>의 주인공이기도 했대. 그 소설에서 땅과 아내를 모두 잃었다고 하는데 나중에 <대지>를 읽어봐야겠구나. 1870년 프로이센 프랑스 전쟁이 일어나서 장은 군대에 재입대하여 하사 계급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단다. 그가 속한 부대는 106연대이고 장 마카르의 상사로는 보위앵 대위, 로샤 중위가 있었고 장의 후임 분대원으로는 모리스, 오노레, 고드, 라풀, 파슈 등이 있었어. 그들은 뮐루즈에 진을 치고 있었는데, 전방부대의 패전 소식과 함께 후퇴 명령을 받았어.

일단 패전 소식에 충격을 받았단다. 그들은 나폴레옹의 후예로 프랑스 군대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변방의 프로이센에게 졌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말이야. 아침밥을 준비하던 분대원들은 밥도 못 먹고 퇴각해야 했단다. 프로이센 적군은 보이지 않는데 계속 퇴각해야 했어. 그래서 장군 등 지휘관들이 겁쟁이라고 욕하는 병사들도 있었단다. 군대가 그렇게 후퇴를 하고 있으니, 민간인들도 덩달아 피난길에 나서면서 군대와 민간인들이 섞여 대혼란을 이루었단다.

장은 하사로써 분대원들을 잘 대해주었어. 모리스는 학교를 다니지 않은 농민 출신의 하사인 장을 무시하곤 했단다. 모리스 자신은 파리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나름 가방 끈 긴 사람이었거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장의 책임감과 후임병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마음에 조금씩 바뀌었단다. 그러다가 모리스가 발 부상을 당했을 때 장이 옆에서 계속 챙겨주고 치료를 해주는 모습을 보고 장을 완전히 신뢰하여 호칭도 이라고 불렀어.

그들은 계속 퇴각을 하는데 여전이 프로이센의 군대는 보이지 않았어. 지휘관들은 우유부단한 모습을 계속 보였고 적군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어. 어디로 퇴각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고리더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란다. 그들은 스당까지 퇴각해서 진지를 구축하려고 했단다. 그들의 퇴각길에는 황제도 같이 했는데 군인들은 황제에 대한 불만도 컸단다. 황제와 그의 무리들의 이동은 이동 속도도 느렸고, 군인들은 며칠씩 굶고 있는데 황제와 측근들은 잘 먹고 있었으니 말이야. 지금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인데 말이야.

퇴각하는 길에 분대원 중에 한 명인 오노레의 집이 있어서 장의 분대원들은 그곳에서 하룻밤 묵었단다. 오노레와 모리스는 친척이었어. 오노레의 아버지가 모리스의 외삼촌이었어. 그런데 오노레에게 가슴 아픈 사연이 하나 있었단다. 오노레는 자신의 집 하녀인 실빈과 사랑에 빠졌었는데 아버지의 반대로 결혼을 하지 못했어. 그러다가 군대에 입대를 하게 되었어. 그 사이 살빈은 외지에서 온 골리아트와 정을 통하고 임신까지 하게 되었단다. 실빈은 자신의 순간적인 실수를 후회했지만 돌이킬 수 없었단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골리아트가 프로이센의 첩자였던 거야. 그는 정보를 얻고 나서 다시 프로이센으로 도망을 갔단다. 실빈은 아이를 낳고 혼자 기르고 있었단다. 오노레는 그런 실빈과 재회를 했단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이 실빈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실빈을 용서하고 전쟁을 마치면 결혼하자는 약속을 하고 다시 길을 떠났단다.

퇴각길은 쉽지 않았어. 굶주림과 수면부족과 피로로 장병들은 하나둘 쓰러졌단다. 장과 분대원은 이번에는 모리스의 쌍둥이 누가 앙리에트와 남편 바이스의 집에서 하룻밤 묵기도 했단다.

 

2.

그들의 패주는 한 달 넘게 이어졌어. 여전히 프랑스는 우왕좌왕 오합지졸이었고 작전도 없이 프로이센 공격에 임시응변으로 대응을 했단다. 지역의 전문가들이 군 지휘관에게 지형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었지만, 지휘관은 그들의 말을 무시했단다. 망하는 군대의 전형적인 리더의 모습. 회사도 저런 리더가 있으면 회사가 곧 망할 텐데.. 주변에 그런 리더들이 보여서 걱정이구나.

모리스의 쌍둥이 누나 앙리에트의 남편 바이스는 민간인이지만 전투 상황이 어떤가 도움이 될 만 한 것은 없나 하는 생각으로 전쟁터로 향했단다. 이에 앙리에트는 남편 걱정으로 안절부절. 직접 남편을 만나러 바제유란 곳으로 가는데바제유는 이미 프로이센 군들이 많이 진격하여 무척 위험한 곳이야. 군인들도 앙리에트를 만류했단다. 한편 바이스는 전쟁터에서 군인들을 도와 프로이센 군과 격전을 벌이고 있었으나, 프로이센 군에 역부족이었어. 바이스와 저격수 한 명만 생포되고 나머지는 모두 죽었단다. 생포되었지만 그들도 사형 선고를 받게 되었지. 그런데 그때 앙리에트가 바제유를 도착을 했고, 바이스가 죽게 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어. 바이스를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결국 바이스는 프로이센에게 처형당했단다.

..

장과 모리스는 서로 도와가면서 그 험난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았단다. 프로이센의 계속된 공격과 프랑스의 반격이 있었는데 소설 속에서 전투 장면을 무척 사실적으로 묘사했단다. 전쟁의 잔혹함과 무서움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싶구나. 장과 모리스는 앙리에트를 만나고 바이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장의 분대원들 중에도 살아 남은 사람이 적었어. 죽은 사람 중에는 앞서 아빠가 이야기했던 오노레라는 사람도 있었단다. 전쟁이 끝나면 실빈과 결혼하기로 했었는데 말이야. 실빈도 오노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시신을 눈으로 확인하겠다면서 전쟁터로 향했단다. 버려진 오노레의 시신. 실빈은 오노레의 시신을 마차에 태우고 고향 땅으로 돌아왔단다.

전쟁은 프랑스의 항복으로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어. 장과 모리스는 결국 프로이센 군에 붙잡혀 수용소에 수감되었단다. 수용소는 그야말로 생지옥이었어. 굶주림과 병마가 그들을 괴롭혔어. 빵을 빼앗으려고 살인 사선도 일어나고 수용소를 탈출하려다가 죽은 이들도 많았어. 하지만 생지옥 같은 수용소에 있다가는 그냥 죽을 것 같아서 장과 모리스도 수용소 탈출을 시도했단다. 장이 다리에 총상을 입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탈출에 성공했단다. 장은 모리스의 외삼촌 푸샤르의 집, 그러니까 오노레의 집에서 숨어 지내면서 치료를 받고 있었단다. 모리스는 파리로 가겠다고 했어. 파리는 프로이센에 항복한 것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항전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단다. 앙리에트는 군병원에서 부상병들을 치료하기도 했었는데 장이 부상당해 숨어 있는 것을 알고 날마다 와서 장을 치료하고 말동무도 되어주었단다. 그러면서 둘 사이에는 애틋한 감정이 싹트기도 했어.

 

3.

실빈이 낳은 아이의 아버지 기억나니? 프로이센의 첩자였던 골리아트. 그가 다시 찾아와서 실빈에게 자신을 따라 오라고 했어. 그렇지 않으면 장을 비롯하여 푸샤르의 집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붙잡아 프로이센에 넘기겠다고 했어. 실빈은 자신의 아이의 아버지를 죽여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대의를 위해서 결단을 내리기로 했어. 실빈은 민병대에게 골리아트가 다시 오기로 한 시간을 알려주었고, 민병대는 푸샤르의 집에 숨어 있다가 골리아트를 죽였단다.

장은 몸이 회복되어 다시 군대에 가기로 했어. 장은 당연히 정부가 조직한 군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 프로이센에게 항복 선언을 한 정부가 조직한 군대인데 그쪽으로 가는게 맞나 싶구나. 더욱이 모리스는 파리로 갔는데파리에는 파리 코뮌 중심으로 국민자위대가 만들어져 프로이센에 항전을 하고 있었고 말이야. 그런데 이 국민자위대를 진압하려고 보르도 회의는 정부군을 파리로 보냈단다. 프랑스 정부군과 국민자위대는 서로 총칼을 겨누면서 싸웠단다.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날 거라 그들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

파리가 불타고 서로 잔인하게 죽였단다. 1 2천여 명이 죽었다고 했어. 정부군 소속이었던 장도 어떨 수 없이 국민자위대와 싸웠는데 그가 어떤 적군을 칼로 찔렀는데, 뒤늦게 모리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 깊은 탄식과 후회가 밀려왔지만 일은 이미 벌어진 것. 그때부터 장은 군대도 전쟁도 다 때려치우고 오직 모리스를 살리는 데만 힘썼단다.  장은 부상당한 모리스를 데리고 피신하고 몰래 숨기면서 치료를 했단다. 그곳에 앙리에트가 찾아와 앙리에트도 모리스 치료에 도움을 주었어. 다행히 모리스가 점점 회복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아물어가던 상처게 안에서 터져서 그만 질식사로 죽고 말았어.

갑작스럽게 찾아온 황망한 죽음이란다. 장은 죄책감에 어떻게 살아가라고장과 앙리에트 둘이 달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모리스가 죽었으니 그것도 쉽지 않았을 거야. 앙리에트는 장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자신의 길을 떠났고, 장도 자신의 길을 떠났단다. 지은이는 전쟁에는 해피엔딩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가.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났단다.

에밀 졸라의 소설은 처음 읽었는데 사실적인 묘사로 느리지만 꽉 차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좋았단다. 그의 다른 소설들도 더 찾아보게 될 것 같구나. 루공 마카르 총서를 중심으로 해서 말이야. 아빠가 이 책 읽기 전에 배경 지식을 쌓기 위해서 <프랑스 혁명에서 파리 코뮌까지, 1789~1871>을 읽었다고 했잖아. 그건 너무 잘 한 선택인 것 같구나. 그 책을 읽고 에밀 졸라의 <패주>를 읽었더니 소설을 이해하기가 더 쉬웠단다. 그리고 앞서 읽은 <프랑스 혁명에서 파리 코뮌까지, 1789~1871>을 복습하는 느낌도 들었어. 누군가에게 이 책 <패주>를 추천하게 될 일이 있으면 <프랑스 혁명에서 파리 코뮌까지, 1789~1871>도 함께 추천을 해야겠구나. ..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뮐루즈에서 라인강 쪽으로 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기름진 평원에 야영지가 구축되었다.

책의 끝 문장: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가장 겸허한 사내인 장은 프랑스를 재건할 힘겹고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문득 높다란 황색 담장에 쓰인 "나폴레옹 만세!"라는 글귀가 꿈을 꾸는 듯 멍한 모리스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참을 수 없는 좌절감과 가슴이 찢기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전설적인 승리를 구가하며 전 유럽을 제패했던 프랑스가 안중에도 없었던 약소국의 일격에 쓰러졌다는 게 사실일까? 반세기 만에 세상천지가 변했다. 뼈저린 패배감이 영원한 승자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모리스는 매형 바이스가 일전에 뮐루즈 앞에서 고통스럽게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렇다, 오직 그만이 사태를 통찰하고 있었다. 그는 프랑스를 서서히 약화시킨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간파하고 있었고, 젊음과 활력이 담긴 새로운 바람이 독일에서 불어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은 하나의 패권 시대가 끝나고 또다른 패권 시대가 시작되는 것을 뜻할까? 하기야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 나라에서 불행이 닥치고, 미래를 향해 가는 나라, 가장 합리적이고 건강하고 강고한 나라가 승리하는 게 당연하잖아! - P82

모두가 울화통을 터뜨렸다. 병사들을 재미삼아 이리저리 돌리는 놈들이 세상천지에 어디에 있나! 헐벗은 들판에 펼쳐진 주름진 대지를 통해 병사들은 길 양쪽 가장자리로 열을 지어 걸었고, 장교들이 두 대열 사이로 지나갔다. 랭스에서 야영한 다음날 샹파뉴에서 병사들이 했던 즐거운 행군, 농담과 노래로 떠들썩했던 행군, 프로이센군을 따라잡아 격퇴하리라는 희망 속에서 배낭을 가볍게 들어올렸던 행군과는 전혀 달랐다. 이제 분노와 침묵 속에서 그들은 어깨를 짓누르는 소총과 배낭을 저주했고, 지휘부를 더 이상 믿지 않았으며, 절망에 사로잡힌 채 채찍질을 두려워하는 가축떼처럼 천근만근 발을 그저 앞으로 옮길 뿐이었다. 이 가련한 군대는 자기들의 십자가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 P152

그러나 많이 배운 모리스는 전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전쟁이 삶 자체요, 세계를 움직이는 법칙이라고 생각했다. 정의와 평화의 개념을 도립한 자는 불쌍하고 유약한 존재가 아닐까? 어차피 냉혹한 자연이란 끝없는 살육의 장일 뿐이니까. - P227

스당에서는, 황제의 거추장스러운 짐이 주민들의 저주와 비난이 이는 가운데 군청 정원의 라일락 뒤에 놓여 있었다. 비참한 고초를 겪는 불쌍한 주민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그것을 어디로 치우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 짐에 어린 불쾌하기 짝이 없는 기운, 그 짐이 자극하는 뼈아픈 패배의 기억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어둠이 깊은 어느 밤이었다. 수많은 은냄비, 꼬치 회전기, 고급 포도주 바구니와 함께 말들, 마차들, 화물 마차들이 극비리에 스당에서 빠져나갔고, 도둑질할 때처럼 살금살금 불안한 걸음으로 캄캄한 도로를 통해 벨기에로 넘어갔다. - P456

그때 장은 놀라운 느낌이 들었다. 땅거미가 지는 이 시각. 불타는 도시 위로 서광이 비치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가차없는 운명과 감당하기 힘든 재앙 속에서 분명 모든 것이 종말을 맞이했다. 프랑스는 그처럼 엄청난 불행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잇따른 패전, 지방 영토의 상실, 수십억 프랑의 배상금, 피로 물든 참혹한 내전, 사방에 널린 시체와 파괴의 잔해물, 돈도 명예도 없는 궁핍, 한마디로 다시 건설해야 할 하나의 세계! 그 자신도 찢기는 가슴을 거기에 묻었다. 그가 사랑한 모리스도 알이에트도,그가 꿈꾸었던 행복한 내일의 삶도 폭풍우에 휩쓸려갔다, 그렇지만 아직도 이글거리는 맹화 너머로,싱그러운 희망이 더없이 맑고 고요한 하늘 속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영원한 자연,영원한 인류의 신선한 소생이었다.그것은 희망을 품고 근면하게 일하는 사람에게 약속된 새로운 청춘이었다. 그것은 수액이 오염되어 잎을 노랗게 물들이는 썩은 가지를 잘랐을 때 푸르른 줄기를 힘차게 내뻗는 생나무였다. - P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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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4-11-02 1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패주>로 에밀 졸라를 처음
읽었습니다.

사놓은 책들은 많은데 막상 시작
하고 읽다 말고 읽다 말고를 거듭
하고 있네요.

루공-마카르 시리즈는 시간을 두
고서라도 읽어야할 것 같습니다.

요즘 역전다방에서 보불전쟁을
다루고 있는데, 책 읽는데 참고가
많이 되었습니다.

bookholic 2024-11-03 12:43   좋아요 0 | URL
저도 틈틈이 루공-마카르 총서를 읽어보겠습니다...^^
<역전다방>이라는 프로그램은 처음 들어봤는데,
꼭 찾아서 봐야겠군요..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그리고 즐거운 일요일 되시기 바랍니다~^^
 














(129)

하지만 해리, 수학은 인간이 발견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학문이잖아요. 하나가 나오면 거기에 뒤따라 또 하나가 나오는 식이죠. 게다가 원리가 개념이 모두 다 발견되잖아요. 수학은…… 수학은…… 모든 내용이 하나로 조화되어 있지요. 하지만 역사학은 달라요. 역사학은 수천조에 달하는 인류의 생각과 행위를 다루는 학문이에요. 따라서 역사학자는 골라잡을 수밖에 없어요.

 

(294)

모든 인류가 모여 살던 하나의 행성. 나중에 다른 유인 행성도 생겨나긴 했지만 우리 행성이 최초의 유인 행성이었어요. 하늘은 열려있어 푸름을 맘껏 뽐내고 모든 사람이 생활할 공간과 들판은 드넓었으며 다정한 가정과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곳. 우리는 그곳에서 수천 년 동안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곳을 떠나 여기저기를 방랑해야 했어요. 그러다가 동적 일부가 트랜터 한구석에 정착해 식량을 재배하면서 약간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래서 우리는 이곳 트랜터에서 우리의 관습과 우리의 꿈을 가꾸며 살 수 있게 된 거예요.”

 

(498)

첫째, 은하계 역사에 전제 지배를 무너뜨리려는 수많은 혁명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개별 행성에서, 때로는 행성군에서, 또 때로는 제국자체에서, 또는 제국 시대 이전 지방 정부에서도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혁명은 종종 전제를 또 다른 전제로 바꾸는 것으로 끝나 버렸습니다. 다시 말해 결국 하나의 지배계급이다. 다른 지배계급으로 대치되고만 것이지요. 그리고 가난하고 억압당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하고 억압당한 채로 남게 되었습니다. 어떤 때는 이전보다 더욱 상태가 악화하기도 했지요.”

 

(574-575)

그렇다면 좋습니다. 어떤 전쟁도 치르지 않고 은하제국이 붕괴하여 파편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제가 트랜터를 장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효과적으로 통치하기에 충분히 작은 영역에 제가 강력한 정부를 수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은하계의 그 나머지 세계에 대해서는 자유를 부여하고 각자 독자적인 관습과 문화에 따라 자기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렇게 되면 은하계는 무역, 관광, 통신의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을 통해 다시 새롭게 작동하는 전체가 될 것입니다. 또 가까스로 뭉쳐 있는 현재의 통치하에서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붕괴라는 비참한 운명을 피하게 될 것입니다. 제 희망은 사실 건전한 겁니다. 말하자면 수백만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 전쟁이 아니라 평화, 노예제가 아니라 자유를 원하니까요. 잘 생각해 보시고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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