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잠만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편안하게 쉬는 것도 도움이 된다. 미시간대학교의 연구자들은 학생들의 뇌를 피곤하게 만들기 위해 기본적인 인지 검사를 했다. 그러고서 한 집단은 50분 동안 수목원을 걷게 하고, 다른 집단은 혼잡한 앤아버 시내를 50분간 걷게 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두 학생 집단을 다시 검사해보았더니 자연 속에서 산책을 한 집단의 수행 성과가 복잡한 중심가를 산책하고 돌아온 집단보다 더 뛰어났다. 일주일 후에 두 집단의 조건을 바꾸어 실험했을 때도, , 시내 중심가를 걸었던 학생들이 수목원을 산책하고, 수목원을 산책했던 학생들이 시내 중심가를 산책하게 했을 때도 똑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번에도 역시 수목원을 따라 편안한 산책을 즐긴 학생 집단의 성적이 더 좋게 나온 것이다.

(127)

10대의 수면 주기 초반에는 뇌가 서파수면 단계로 들어간다. 서파수면은 가장 깊은 잠을 자는 상태다.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이 깊은 잠을 자는 상태다.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이 깊은 서파수면이 무려 40%나 줄어든다. 수면 주기 후반에 일어나는 렘수면 동안에는 뇌가 일종의 쇼를 보여준다. 뇌는 학습한 정보를 꿈을 통해 재연하고 뇌의 기억 영역에 저장할 수 있도록 정보를 더욱 응고화한다. 10대가 시험 전날에 그냥 잠만 잘 게 아니라, 시험공부를 하다가 푹 자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182)

청소년들을 대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이들이 세상에 반응할 때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 앞서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는 어른들만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니다. 10대들 자신도 잘 알고 있다. 10대들은 삶이 상황에 따라 너무 끔찍한 드라마가 되기도 하고, 너무 멋진 드라마가 되기도 한다고 곧잘 말한다. 인간의 감정은 편도체의 작용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공포, 분노, 증오, 공황, 비탄 등 우리의 가장 원초적인 느낌과 반응은 편도체에서 나온다. 정서적으로 볼 때 성인과 청소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청소년은 이마엽의 활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은 자신의 감정을 다루기가 힘들다. 위기의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194)

성인인 당신은 그런 정보를 10대 자녀에게 전달하고, 아이들에게 스스로를 잘 돌보고, 삶을 주도하고, 시간적 여유를 가지라고 말해주어야 할 위치에 있다. 자신의 몸을 스스로 돌보는 방법은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다. 삶을 주도하는 방법은 작은 것이라도 목표를 설정해서 한 번에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적 여유를 갖는 방법은 인터넷, 문자메시지, 페이스북 등과 거리를 두고 그 대신 자신의 문제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을 찾아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219)

감정적, 정신적 사안에 대해 10대가 대단히 취약하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0대는 스트레스에 대해 과민하고, 자기 분석이나 통찰 등의 능력이 부족한 시기다. 또래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도 그들도 같은 10대들이기 때문에 경고 신호를 해석할 수도, 적절한 공감을 해줄 수도 없다. 그래서 10대 주변 성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방심하지 말고 지켜보아야 한다. 성인이 능력껏 질문을 던지고 캐묻고, 접촉을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평소와 조금이라도 달라진 듯한 증상이 보이면 주저 말고 의학적 자문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221)

오늘날의 10대와 20대는 숨 막힐 정도로 많은 전자기기의 홍수에 노출된 1세대 젊은이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새롭고 낯선 여러가지 유혹에 취약하다. 기술은 새로움을 추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이고, 10대의 뇌는 자극하기 아주 쉽기 때문에 최신의 디지털 장난감 하나만 있으면 얼마든지 꼬드길 수 있다. 알코올, 마리화나, 섹스, 혹은 빠른 자동차처럼 최신 스마트폰 하나만 새로 출시 되어도 뇌의 보상중추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신경 과정, 그리고 쾌락 화학물질인 도파민의 폭주를 쉽게 촉발할 수 있다.

(253-254)

정돈 기술과 주의집중 기술이 발달하는 데 남자가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연구 결과에 고개를 끄덕일 학습 전문가들이 많은 것이다. 이 점이 교육자들에게 던지는 실용적 의미는 상당하다. 내 친구 하나는 교육 상담사다. 그녀가 하는 일은 학생들을 사립학교나 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인데, 이 과정을 어렵게 느끼는 10대들이 많다. 특히 남학생들이 그렇다. 좋은 학교나 대학에서 입학 허가를 받는 데 필요한 단계는 무척 복잡하다. 30년 전만 해도 서류 작업을 별로 하지 않아도 하버드대학, UCLA, 뉴욕대학교 같은 곳에 지원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학교에 들어가기까지 거쳐야 할 과정이 엄청나게 많고, 경쟁도 치열하다. 정돈 기술에서 여학생들보다 뒤처져 있는 남학생들에게는 이런 과정이 그만큼 더욱 힘겹게 느껴진다.

(315)

자녀들을 지나치게 칭찬하다 보니 아이들이 더욱 자기에게 열중하고 스스로를 너무 중시한다는 것이다.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이런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지나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다 보니 뜻하지 않게 엄청난 자기도취와 특권 의식을 심어주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10대의 경험에 확신을 불어넣어줄 때는 지켜야 할 균형이 있다. 확신이 부족하면 자녀는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을 받을 테지만, 확신이 지나치면 비현실적인 자신감에 빠져 나중에 문제의 씨앗이 될 수 있다.

(321-322)

* 10대 자녀가 일으키는 작은 사고들을 참아낼 수 있어야 하지만, 그 실수에 대해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잊지 말자.

* 10대 자녀가 무언가 어리석은 일을 하고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때 충격을 받지 말자. 당신은 이제 그 이유를 알고 있다. 하지만 자녀에게도 그 이유를 설명해 주어야 한다. 앞이마엽이 아직 연결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명심하자. 제아무리 똑똑하고, 말 잘 듣고, 온순한 아이라고 해도 청소년기를 졸업하기 전에 무언가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기 마련이다.

* 소셜 미디어와 웹사이트는 10대 자녀와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창구다.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덕분에 10대 자녀와 가장 성공적이고 의미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하는 부모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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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10대들은 학습의 욕구로 충만해 있다. 10대의 두뇌는 지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어디서 어떻게 공부하느냐가 중요하다. 집 안에 숙제와 공부를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일은 어느 부모라도 10대를 도와 함께 해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숙제는 아이들이 집에서 주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부모들은 해당 과목 분야에 박사학위가 없다 해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줄 수는 있다. 과제물물의 교정을 보거나, 맞춤법을 확인해주거나, 하다못해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아이가 외모를 바꾸고 싶어 할 때는 아이의 머리카락에 빨간 줄무늬 염색을 해줄 미용사는 찾아주지 못해도 적어도 가정용 염색약 정도는 사줄 수 있다. 아이가 반항하고 더욱 심각한 문제로 빠져들게 하기보다는 이렇게 해로울 것 없는 일들로 실험해볼 수 있게 놔두는 것이 좋다.

(27)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있다. 비웃거나, 비판적으로 말하거나, 못마땅해하거나, 무시하는 등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대신 아이의 머릿속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아이들은 누구나 고민거리가 있기 마련이고, 그중에는 당신이 도울 수 있는 고민이 있다..

(31)

하지만 내가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가장 중요한 충고는 자녀와 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10대가 되자 작은 꼬마였을 때처럼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행동을 물리적으로 이끌어낼 수 없었다. 이제는 몸집이 워낙 커져서 번쩍 들어 올려 내가 원하는 곳에 내려놓는 것이 불가능해졌듯 말이다. 자녀가 아동기를 지나면 우리는 아이들에 대한 물리적 통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자녀가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충고와 설명, 그리고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 최고의 도구다.

(41)

양쪽 호르몬 모두 기분을 조절하는 뇌 속의 화학물질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행복하게 깔깔거리며 웃던 14세 소녀가 짧은 시간 갑자기 감정이 무너져 내려 방문을 닫아걸 수도 있다. 남자의 경우 테스토스테론은 편도체에 있는 수용체와 잘 결합한다. 편도체는 투쟁-도피 반응, 즉 공격성과 공포를 통제하는 뇌 속의 구조물이다. 청소년기가 끝날 무렵이면 남자 아이는 사춘기가 시작되었을 때보다 체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무려 30배까지 올라갈 수 있다.

(48)

하지만 청소년의 뇌는 역설 그 자체나 다름없다. 이 뇌는 회백질(뇌의 기본 구성 요소에 해당하는 기본세포)은 흘러 넘치지만 백질(정보가 뇌의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효율적으로 흘러갈 수 있게 돕는 배선)은 부족하다. 10대의 뇌가 금방 출고된 페라리 자동차와 비슷한 이유도 이것이다. 당장 어디라도 달려갈 듯하지만 주행 검사를 아직 거치지 않은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붕붕 굉음 소리를 울리며 공회전을 하고 있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지 못하는 상태나 마찬가지다. 이 역설은 결국 혼란스러운 문화적 메시지로 이어진다. 우리는 누군가가 겉모습이 성인 같으면 정신적으로도 성인일 것이라고 가정한다. 청소년기 남자아이들은 면도를 하고, 10대 여자아이들은 임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신경적으로 보면 양쪽의 뇌 모두 전성기, 즉 성인의 세계를 접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

(61)

이 실험을 통해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뇌의 연결성은 뇌 뒤쪽에서 앞쪽으로 천천히 이동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결이 일어나는 부위는 이마엽이다. 사실 10대의 뇌는 80% 정도밖에 성숙되지 않은 상태다. 배선이 제일 성긴 상태인 이 나머지 20%의 간극은 대단히 중요한 부분으로, 10대들이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화를 잘 내고, 충동적이고, 쉽게 감정이 폭발하고, 잘 집중하지 못하고, 시작한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하고, 어른들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약물이나 알코올의 유혹에 쉽게 빠지고, 위험한 행동에 참여하는 등의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상당 부분 설명해줄 수 있다. 우리가 지성과 교양을 갖춘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마겉질과 앞이마겉질 덕분이다.

(82)

뇌의 집행 기능과 관련해서는 뉴런의 반응을 억제하는 것이 뉴런의 활성화시키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억제성 시냅스와 결합하는 것들의 예를 들면 바르비투르 같은 진정제, 알코올, 항히스타민제 등이 있다. 청소년 뇌에 대한 논의에서는 시냅스가 대단히 중요하다. 나이에 따라 뇌의 시냅스 수와 유형이 바뀌기 때문이다. 시냅스는 또한 뇌가 경험하는 자극의 양과 관련해서도 변화가 생긴다. 뒤에서는 불법적인 약물과 알코올이 시냅스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주제가 등장한다. 이것은 중독에 대한 장에서 다루겠다.

(105)

뇌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데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사실 새로운 정보의 습득이 곧 학습이라 할 수 있다. 특정 뉴런 집단 사이에서 활성, 혹은 흥분이 더 많이 일어날수록 그 시냅스도 더욱 강력해진다. 따라서 뇌의 성장은 활성의 결과다. 어린 뇌는 억제성 시냅스보다는 흥분성 시냅스가 더 많다.

(113-114)

10대들의 뇌는 학습 효율이 정점을 달리고 있지만 주의력, 자제력, 과제 완수, 감정 등을 비롯한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는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기억하라. ‘한 번에 하나씩이라는 주문을 속으로 여러 번 외워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잔소리는 금물이다. 10대들은 다중과제에 능숙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명심하라. 그냥 잠시 하던 것을 멈추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언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하도록 격려해주어도 다중과제 관여하는 뇌 영역으로 혈류를 증가시키고, 그 영역을 서서히 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점은 자녀를 지도하고 감독하는 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도를 말로만 끝내지 말고 글로도 적어주자. 그리고 한 번에 4~5개씩 지도하려 하지 말고, 한 번에 1~2개 정도만 지도하자. 아이들에게 일정표를 마련해주어 일정을 직접 적어보라고 하는 것도 시간을 관리하고 과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이런 것을 정리적으로 하면 자녀들이 스스로의 뇌를 훈련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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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질문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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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을 샅샅이 보여주는 소설. <천년의 질문> 2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청산해야 할 우리나라의 적폐들을 일화를 통해서 이야기해주고 있어. 아빠가 알고 있었던 적폐들도 있었고, 아빠가 모르고 있던 적폐들도 있었어. 그런 적폐들은 건전한 우리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 사라져야 하는 것들이야.

뉴스를 통해서 간간이 들려오는 재벌 기업들의 갑질들. 재벌 기업은 가족 구성원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고, 자신의 회사 안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보니, 지들이 최고인줄 알고 부하직원을 종 부리듯 하는 것이 현실이란다. 직원들은 밥줄 때문에 그들의 욕설과 폭력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이 소설의 성화그룹 회장의 딸 안서림 사장도 마찬가지야. 사장 자리에 올라 갑질을 하는 회장의 딸을 보니, 현실에서 모그룹 회장 딸이 갑질이 생각나더구나.

그 밑에 일하고 있는 정광호 상무는 일처리를 빨리 못했다고 엄청 깨졌어. 이젠 전남편이 된 김태범과 양육권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이지. 김태범이 다른 것은 몰라도 양육권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를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일반인이 된 김태범이 법과 혈육를 앞세워 양육권을 주장한다고 해도, 결국은 재판에서 질 수밖에 없어. 왜냐하면 안서림은 변호사로 전관예우 변호사를 고용했으니까 말이야. 전관예우 중에도 막강한 근무연 전관예우 변호사. 우리나라의 적폐 중에 적폐 전관예우 변호사. 왜 그런 것들이 생기고 이제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적폐인데 없어지지 않는지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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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129)

“알겠지만, 전관예우는 민형사 재판에서 안 통하는 데가 없어. 이리 얽히고 저리 얽히고 해서 다 선후배 관계니까. 그런데 그것을 압도하는 게 있어. 그게 바로 근무연 전관예우야. 바로 얼마 전까지 함께 근무했던 직속 상관이 사건을 가지고 나타난 거야. 이런 때 자넨들 어쩌겠어? 꼼짝 못 하잖아. 그분을 이기게 해드려야지. 그게 우리나라식 의리고 인정이잖아. 상대방 변호사는 바로 몇 개월 전에 부장판사 옷 벗고 개업한 사람이었어. 시쳇말로 따끈따끈한 전관예우를 아주 작심하고 고른 거지. 보통 전관예우라도 못 당할 판인데, 나 같은 일반 변호사로는 싸워보나 마나 백전백패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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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소송뿐만 아니라 장물아비로부터 불법으로 얻은 금불상에 대한 소송도 전관예우 변호사로 승소했어.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 아빠는 간혹 그런 생각을 해. 이제 재판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해야 한다고 말이야. 돈으로 능력 있는 변호사나 전관예우 변호사를 사면 유죄도 무죄로 바뀌는 것이 무슨 재판인가.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할 재판이야말로, 사람의 감정이 들어가지 않은 AI가 판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을 해.

1.

<천년의 질문 1>에서 김태범의 위치를 알려주고 성화그룹으로 30억을 받은 배상일이라는 사람 있잖아. 그 돈으로 가정도 버리고 나와 새 생활을 하려고 하던 욕심쟁이. 스포츠카를 사고 명품시계를 하고 고급 술집을 다니고. 고급 술집에서 만난 마담의 설득으로 히로뽕 사업을 시작했는데그 시작부터 고급 술집 마담한테 사기를 당해 가지고 있던 돈 모두를 날려버리고. 홧김에 술을 드시고 스포츠카를 타고 광란의 질주를 하시다가 한강으로 빠져 세상을 하직하시고…. 소설 속 인물이지만, 왜 그렇게 사냐고 한마디 해주고 싶구나.

장진우 기자는 장애우 성폭행 사건을 잘 마무리한 기념으로, 민변 최민혜 변호사와 담당 검사였던 황원준 검사와 조촐한 저녁자리를 마련했단다. 황원준 검사는 다른 검사들과 달랐단다.. 검사들의 더러운 전통과 관습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이였어. 검사 사회에도 적폐가 있었던 거야.. 예를 들면 검사동일체 원칙이나 상명하복 같은 것이란다. 많이 배웠다고 하는 사람들이 왜 그럴까 싶다가도 밥줄을 잃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이도 있겠구나 싶었단다. 황원준 검사는 그런 것을 따르지 않아 검찰 내에서 비주류였고, 그로 인해 나중에는 전라남도 해남으로 발령을 받게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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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그중에 하나가검사동일체 원칙상명하복이었다. 그것은 검찰이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규정하고, 고유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한문 투의 그 두 가지 뜻은, ‘그 어떤 경우에도 모든 검사는 한 몸이며위에서 명령하면 아래는 무조건 복종한다는 것이었다. 거기서 확 풍겨오는 제1감은 군대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점이었다. 그 특성은 지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검사들의 생리와는 너무나 조화되지 않는 것이었다. 군대적 단결과 명령 무조건 복종을 강요하는 것에 황원준은 처음부터 거부감이 생겼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반감이 일어났다. 그것은 장장 30년 동안 이어져온 군부독재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지지리 배울 데가 없어서 군바리 흉내를 낸단 말인가!’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 저건 일본 군대, 식민지의 잔재다!’ 일본 식민지의 잔재는 법조문에 지금도 수두룩하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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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의 몸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해남 발령은 아무리 격려의 말을 들어도 외로움을 어쩔 수 없을 거야. 장우진 기자도 위로를 하며 책을 선물을 했지만, 황원준 검사가 원하는 것은 사실 따로 있었단다. 최민혜 변호사를 마음 속에 품고 있었거든. 이 마음을 눈치챈 장우진 기자가 둘을 엮어주려는 작전에 들어갔단다.^^

2.

연말이 되면 성화그룹 한인규 사장은 바빠진단다. 언론사, 정치인 등 선물 챙겨주어야 할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야. 그것은 단지 선물로 끝나는 것이 아니야. 선물의 영수증 조작은 너무 쉬워서 쉽게 비자금을 만들 수 있었어. 그런데 요즘 선물을 거부하는 골치 아픈 국회의원들이 많아져서 걱정을 하고 있더구나. 거 참,,, 우리 국민들에게는 그런 국회의원들이 점점 늘어나면 좋겠구나.

그런 국회의원도 있지만,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왕이거나 임금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 윤현기 국회의원은 자신을 불법적으로 후원하는 신남수의 사장의 죄를 돈을 써서 집행유예로 만들어주었어.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입김도 너무 세단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을 대신해서 뽑힌 사람이라면, 잘해야 일반 국민 수준의 권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무슨 임금도 아니고뿐만 아니라 그들이 국정 조사를 하는 국가기관의 돈으로 외유를 떠나는 경우고 많단다. 국가기관에서는 국회의원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고, 국회의원들은 예전부터 지레 해온 관행이니까 아무런 거리낌 없이 외국여행을 가는 거란다. 출장이라고 쓰고 외유라고 읽는다고하지만 국가기관의 돈은 엄연히 국민이 낸 세금인데 말이야. 이 건에 대해 장우진 기자가 취재를 하려고 하는데,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관련자들이 비협조적이고 비밀을 꼭꼭 숨기고 있어 쉽지 않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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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윤현기는 아까 가졌던 장우진에 대한 고마움이 싹 가시면서 경계의 발톱을 세웠다.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KOICA-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의 지원으로 지난 5년 동안 부부 동반 해외 여행을 한 의원들은 아주 많았다. 해마다 예닐곱 쌍씩이었으니까 줄잡아 40여 명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자신은 3년 전에 다녀왔으니 꼼짝없이 장 기자의 표적이 된 셈이었다. 코이카는 대한민국의 대외 무상 협력 사업을 주관하는 외교통상부 산하 정부 출연 기관이었다. 그 조직이 국제적 원조를 필요로 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국가들에 퍼져 있어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해외 여행을 하기에는 딱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위로의 뜻을 담은 그 여행은 해마다관행으로 짜여졌다. 그러나 언제나 명분을 분명하고 뚜렷하게 세워져 있었다. 해외 업무 추진 상황 점검 출장이었다. 그래서 누구나 아무 부담 없이 출장을 다녀오고는 했던 것이다. 그 출장이 더 인기였던 것은부부 동반이었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자기 돈 한 푼도 안 들이고 모처럼 아내에게 남편으로서 낯을 낼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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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 행하는 적폐들을 보면 수도 없이 많을 거야. 그 중에 출판기념회에 대한 이야기도 이 소설에 나온단다. 아빠는 왜 국회의원들이 출판기념회들을 그렇게 성황리에 하는지 잘 몰랐단다. 그냥 자신이 책 쓴 것을 자랑하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인줄만 알았어. 물론 그런 역할도 하지만 그것은 아직 작은 부분에 해당하는 거야.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의 진짜 목적은 정치후원금을 걷기 위한 수단이란다. 국회의원이 공식적으로 받을 수 있는 년간 정치후원금은 정해져 있어. 하지만, 출판기념회는 합법적으로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하는구나. ‘백발백중 로또 당첨이라고까지 했어. 이것을 법으로 제한하자는 소리도 있지만,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드는 데 그런 법을 만들리 만무하다는 것이지.. 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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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그리고 그뿐이 아니다. 그 책은 출판기념회를 통해서 아무 제한 없이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합법을 보장받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주는 것이었다. 연간 허용된 후원금이 1 5천이고,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으로 늘었다. 그것에 비하면 책판매라는 명목으로 자기 능력껏 얼마든지 돈을 모을 수 있는 자유는 의원 누구나 환영하는 매력 만점의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그 간섭받지 않고, 공개할 의무 없는 모금의 무한자유에 대하여 언론은 가끔씩 시비를 걸고는 했다. 출판기념회는선거 자금 모금회로 변질되었고, 초대장은돈 봉투 청구서라는 비판이었다. 그러므로 출판기념회의 기부금을 제안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건 국회의원들의 세비를 깎아야 한다는 것만큼이나 한가하고 순진무구한 소리였다. 그들은해는 동쪽에서 떠오른다와 같은 확고부동하고 단순 명료한 진리 하나를 모르고 있었다. 국회의원들은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되 자기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은 절대로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자기 능력껏 돈을 얼마든 모을 수 있는 출판기념회를백발백중 로또 당첨으로 생각하고 있는 의원들이 왜 그 규제법을 만들겠는가. 어쨌거나 다목적의 이익을 주는 책 내기를 게을리할 의원은 단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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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출판기념회를 하는 국회의원들을 유심히 봤다가 선거에 나오면 찍기 말아야겠구나. 다른 이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려면 조정래 선생님의 <천년의 질문>이 많이 팔려야 할텐데

3.

김태범은 결국 재판에서 져서 양육권도 가져올 수 없었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 달에 두 번 아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거야. 성화그룹에서 보기 좋게 팽 당한 김태범. 성화그룹의 경쟁사인 BP그룹으로부터 영입 제의가 들어왔어. 김태범은 이 영입 제의에 승낙을 하고 부사장으로 BP그룹에 취업을 했단다.

하는 일은 성화그룹에서 하던 것과 똑같았어. 회장일 뒷치닥거리와 그룹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사업을 하는 것이었어. BP 그룹에 오자마자 인맥을 통해서 큰 성과를 내고, BP 그룹의 회장으로부터 인정을 받기도 했단다. 그리고 한 달에 두 번 만나는 아이들에게 위신이 서기도 했어. 김태범은 아이들과 첫 만남에 평창송어축제에 데리고 갔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과 아빠와 함께 한 여행을 즐거워했어. 김태범은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양육권을 돌려 받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단다. 김태범 이 사람도 썩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아이들도 제대로 만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아빠로써 짠하다는 생각은 들더구나.

….

<천년의 질문 2>의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치려고 한단다. 읽을수록 우리나라 적폐들을 알게 되어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이런 것들이 널리 알려져야 적폐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사라지지 않을까 싶구나.

이제 3권에서는 또 어떤 적폐가 등장할는지그리고  조정래 선생님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는지… 3권이 기대되는구나.

PS:

책의 첫 문장: “어떻게 됐어요?”

책의 끝 문장: 김태범은 눈을 찡긋하며 물컵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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