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2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줄게. 이 책의 차례를 보고 뭔가 오타가 있다고 생각했어. <님의 침묵> 초판본이 실려 있는데, 페이지 표시한 부분이 406~226으로 되어 있고, 페이지도 내림차순으로 적혀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해당 페이지를
살펴보니 차례를 그렇게 적은 것이 이해가 되더구나. <님의 침묵>
초판본을 그대로 싣다 보니, 세로 쓰기가 그대로 되어 있고, 책 페이지는 초판본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되도록 되어 있었단다.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2권의 구성을 보면, 먼저 도올 김용옥 님이
쓰신 <님의 침묵>에 실린 시들에 대한 설명이
130여 페이지까지 실려 있고, 137페이지부터 225페이지까지는 만해 한용운 연표가 실려 있단다. 연표의 페이지
분량이 꽤 많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삶과 연관된 사람들, 역사적 사건들이 자세하게 실려 있단다. 그 점도 좋았단다. 그리고 406페이지로
가서 뒤에서부터 <님의 침묵> 초판본이 담겨 있었단다. 이런 걸 영인본이라고 했던 것 같아. 원본을 사진으로 찍어 그대로
실은 것 말이야. 그래서 당시 맞춤법으로 적혀 있어 직관적으로 그 뜻이 와 닿지 않는 시들도 있었단다.
소리 내어 읽으면 대충 그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 그럼에도 당시의 말 뜻을 이해 안 되는 것들이 많아서 아빠는 오디오 북의
도움을 받았단다. 밀리의 서재에서 <님의 침묵> 오디오 북을 들으면서 이 책의 초판본을 함께 읽는 것이었지. 그렇게
읽으니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의미도 쉽게 전달되었단다. 가만
생각해 보니 한용운 님의 <님의 침묵>이라는 시집이
엄청 유명한데, 아빠는 그 시집을 완독한 적이 없었더구나. 이번에
이 책을 통해서 <님의 침묵>에 실린 88편의 시를 모두 읽어보았는데, ‘님의 침묵’ 시뿐만 아니라 다른 시들도 다들 좋았단다. 독립운동가나 스님이 아닌
시인으로도 인정을 받기에 충분한 좋은 시들이 많았단다. 너희들도 학교 시험에 한용운 님의 시들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88편 모두 읽어보면 좋을 것 같구나. 아빠처럼
오디오 북의 도움을 받아서 읽으면 어렵지 않을 것 같구나.
1.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2권은 <님의 침묵>에 실린 시에
대한 설명이 실려 있단다. 88편의 시를 모은 시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시들은 일관성을 가지고 있단다. 지은이 김용옥 님이 말씀하시기를, 시집 <님의 침묵>은
첫 번째 시 ‘님의 침묵’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여든여덟 번째
시 ‘사랑의 끝판’으로 끝나는 연작시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어. 첫 번째 시 ‘님의 침묵’에서는
님이 떠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마지막 시 ‘사랑의
끝판’에서는 떠난 님이 다시 온다고 읊고 있단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지금은 주권을 잃었지만, 다시 독립을 하고 만다는 것을 시로 지은 것이라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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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만해의
시가 연작시라는 것은 주체의 흐름의 구성이 매우 명료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님의 침묵”으로부터 시작하여 “이별”을
이야기한 님의 주제는 이제 마지막에 “님의 오심”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 “오서요”라는
시는 85번째로 실려 있는데, “오심”의 당위성에 관하여 읊고 있다. 님의 오심은 너무도 마땅한 것이고, 그 마땅함을 가능케 한 것은 님을 기다려온 민중의 주체적 역량이라는 것이다.
만해는 이미 25년 전에 광복을 예견하고 독립을 예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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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의 침묵>에
실린 ‘사랑의 끝판’이라는 시는 아빠는 이번에 처음 읽어봤는데, 희망찬 미래를 나타내는 그야말로 끝판왕 같은 시 같더구나. 이 책에
실린 것은 초판본이라서, 그대로 적기가 쉽지 않아서, 인터넷에서
찾아서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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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끝판
- 한용운
네 네 가요 지금 곧 가요
에그 등불을 켜려다가 초를 거꾸로 꽂았습니다 그려 저를 어쩌나 저 사람들이 흉보겠네
님이여 나는 이렇게 바쁩니다 님은 나를 게으르다고 꾸짓습니다 에그 저 것 좀 보아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하시네
내가 님의 꾸지람을 듣기로 무엇이 싫겠습니까 다만 님의 거문고줄이 緩急을 잃을까 저허합니다
님이여 하늘도 없는 바다를 거쳐서 느름나무 그늘을 지워버리는 것은 달빛이 아니라 새는 빛입니다
홰를 탄 닭은 날개를 움직입니다
마구에 매인 말은 굽을 칩니다
네 네 가요 이제 곧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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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 시집에
‘님’이 계속 등장하는 이것은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우리나라, 조국을 의미한단다. 첫 번째 시에서 떠난 조국이 마지막 시에서 돌아온다는 것… 시집의
구성도 완벽하구나.
….
<님의 침묵>에는
인물에 관한 시들도 여럿 등장한단다. 모두 일제에 항거했던 역사적인 인물들이었어. 진주성 전투에서 왜군 장수를 안고 촉석루 아래 남강으로 뛰어내려 죽은 논개를 추앙하는 ‘논개의 애인이 되야서 그의 묘(廟)에’라는 시가 있었단다. 굳이 논개를 추앙하는 시를 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일제에 항거한다는 마음을 굳은 의지가 아닐까. 진주성 전투는
비록 마지막에는 무너졌지만, 임진왜란 당시 그리고 그 이후 일본에게 큰 트라우마를 안겨준 전투였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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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1)
논개나
이순신, 김시민, 김성일,
김천일, 최경회 같은 이들이 목숨을 바쳐 항쟁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또다시 일본놈들이
이 조선삼천리금수강산을 짓밟는 강도질을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하여 제2차 진주성대첩 때 성내에 있었던 6만 명의 국민들이 모두 목숨을 던졌던
것이다. 열흘 동안에 25번의 전투가 있었는데 24번을 이겼고 마지막 한 번만 졌다. 그때는 성내에 사람이 없었다. 처절한 전투였는데 결코 일본이 승리한 전투가 아니었다. 조선땅에
있던 왜군 10만이 집결하여 4만 명이 죽거나 다치거나 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진주만 생각하면 치를 떨었고 다시는 진주에 병력을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또다시 3백여 년 후에 일본의 식민지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집필하고 있는 이 시점의 정권은 일본의 한국상륙을 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후회”스러운
현실인가! 지금와서 동아시아에 나토 비슷한 집단군사동맹체제를 만든다면 화약고를 자처하는 꼴이 아닌가? 이 얼마나 통탄할 노릇인가! 아무리 보수라 할지라도 국권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전쟁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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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또 한 명의 임진왜란
당시 여인 계월향에 대한 시가 있단다. 계월향이란 이름은 처음 들어왔는데, 북한에서는 논개만큼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는구나. 평양성 전투에서
김응서가 왜장을 죽이는데 계월향이라는 기녀가 큰 도움을 주었다고 했어. 왜장을 죽이고, 탈출하다가 계월향은 부상을 입게 되고 죽여달라고 했다는구나. 계월향에
대한 시를 실은 이유도 논개에 대한 시를 실은 이유와 같다고 볼 수 있단다. 그 밖에 여러 시들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는데 그 시들은 모두 조국을 사랑하고 독립을 열망하는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있단다.
…
도올 김용옥 님은 현 정부를
비판하는 데 서슴지 않는 분인데, 이 책이 쓰여진 작년 10월에도
이미 우리나라 정부는 무너지고 있었기에 그의 비판 강도가 강했고, 읽은 이들은 시원했단다. 한용운 님의 시를 설명해주는 책으로서 서문 대신 서시를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1권에 실었는데 2권에도 시를 통해 책을 마무리했단다. 친일 정권, 무능 정권을 강도 있게 비판하면서 말이야. 그 중에 일부를 발췌하면서
오늘 독서 편지는 마치련다. 그래 연산군 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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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미국의
독립전쟁과
프랑스의
인권선언을 모태로 한 법질서,
세계사
민주주의의 모범을 달려온
조선민중의
피눈물나는 노력의 결실이
고작
요 따위 양아치정권일까요?
대통령이
사법 입법 질서를
뭉개뜨리고
매일밤
술만 마시고 있습니다.
연산군의
폭정은 개인적 슬픔의 사연이라도
있었습니다.
오서요. 어서 오서요.
이제
엎어버릴 때가 되었습니다.
사랑의
끝판입니다.
오늘
우리 민중의 요구는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닙니다.
폭정에
대한 해명도 아닙니다.
이
사회의 리더십이 저열해지고
퇴락하고
있다는 사실일 뿐입니다.
현
정권은 역사의 근원적 퇴행을
획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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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나는 본시 이 책을 집필할 때는 만해의 다면적 생애
그 전체를 다룰 생각이 없었고, 오직 <님의 침묵>이라는 시집, 한 권의 언어를 집중적으로 나의 독자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책의 끝 문장: 한강은 흐릅니다.
만해라는 존재는 평화 그 자체이다. 평화는 단지 전쟁(싸움)의 부재로써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인간이 부질 없는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날 때 달성되는 것이다. 만해의 시는 이러한 해탈이 사랑의 단절이 아니라 사랑의 속박으로 달성된다는 아이러니를 제시하고 있다. 평화는 문명의 궁극적 목표이며 자연의 원상(元相)이다. 평화라는 가치가 없으면 진과 선과 미가 모두 불인(不仁)해진다. 마찬가지로 사랑이 부재하면 모험조차 불인해진다. 인류의 역사는 과정이며 노경(老境)이 없다. 끊임없는 청춘의 노래이다. 청춘의 꿈은 항상 비극의 결실을 수확하게 마련이다. 이 우주의 모험은 꿈과 더불어 시작하지만 항상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수확한다. 이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만해는 자유라고 부른다. 이 민족에게 자유는 해방을 의미하며 일본이라는 사악한 권력의 패망을 사실로서 전제한다. - P20
민중들의 생활이 다 무너져 젊은이들은 삶을 설계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자식 낳을 꿈도 꾸지 못한다. 물가는 치솟고 세계적으로 모범적으로 의료체졔를 망가뜨려 사기업화시키려 하고, 이상(異常)적인 금융체제 속에서 투자가들은 불건강한 투기에 시달리고 있으며, 부동산, 토목공사, 건설업이 모두 건강한 싸이클을 벗어나고 있다. 이에 기후위기가 가중되고 동방예의지국을 자랑하던 사회통합이나 공통체모랄이 붕괴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우리는 독자적으로 해결해나갈 힘이 있다. 만해의 시대로부터 오늘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의 진보에 이르기까지 우리민족은 자력갱생(自力更生)의 자결권을 확보하여 왔다. 이제 와서 반일 종족주의를 반성하고 친일로 나아가자니! 이게 도무지 국가비젼을 만드는 자들이 할 말인가? - P44
만해문학에 쎅씨한 느낌이 있을 수는 있으나, 그것으로 "아름다운 여인 선호 성향" 운운하는 것은 만해문학의 오묘한 질감을 천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는 것만큼 본다 하는 것이 정론일 것이다. 여기 중요한 것은 "젊은 여자"가 아니라, 길에는 우주론적 법칙과 인간론적 행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주론적 법칙은 객관적인 질서가 나에 선행하지만, 인생론적 법칙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발자취라는 질서에 선행하는 인간의 주체적인 행동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계사전>이 말하는 "성지자성야(成之者性也)" 즉 "이루어지가는 것이 본성이다"라는 인간의 능동성과 책임성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도덕이라는 것이다. 도덕이란 자연의 법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위에 내재하는 것이다. "악한 사람은 죄의 길을 좇아 갑니다." - P79
만해는 어쩌다 술이 들어 거나하게 취하면 흥분한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하곤 했다 한다. "만일 내가 단두대에 나감으로 해서 나라가 독립된다면 추호도 주저하지 않겠다." - P83
만해, 금강산 표훈사에서 안중근의사의 기대를 읊은 한시를 짓다. <해주에 사는 안중근> : "일만석의 뜨거운 피와 열말의 큰 담력, 담금질 끝낸 서릿발 칼날 칼집속에 넣어두고, 벽력치는 의용 홀연히 밤의 적막을 깨드리니, 육혈포 탄환은 꽃처럼 날고 가을빛은 드높더라."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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