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사 산책 3권 - 개화기편, 아관파천에서 하와이 이민까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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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강준만의 <한국 근대사 산책> 3권을 이야기해줄게. 지난번 2번에서는 1895 10월에 있었던 을미사변까지 이야기를 했었지. <한국 근대사 산책> 3권의 부제는 아관파천에서 하와이 이민까지란다. 아관파천이라고 하니 1896년부터 이야기가 시작될 터이고, 하와이 이민은 아빠가 언제 처음 시작되었는지 모르니 3권의 이야기가 몇 년까지 이어질 지는 서서히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학창 시절의 역사를 싫어했던 아빠는 아관파천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있었다는 것은 기억나는데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몰랐단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역사에 재미를 느끼고 여러 역사책들을 읽어보다가 아관이라는 말이 러시아 공사관이라는 뜻이고 파천이는 말이 임금이 도성을 떠나 피란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을미사변 이후 일본의 위협이 거세지면서,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은 비밀리에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을 갔단다. 고종이 여장을 하고 도망쳐 갔다고 하니 007 작전을 뺨 칠 정도라고 할 수 있으나, 자신의 나라에서 왕이 저리 도망갈 정도였으니 나라의 위신과 국력이 얼마나 엉망이었던 거니. 이 때 영친왕의 엄마이기도 했던 엄상궁이 이 작전을 주도했고, 당시 친러파였던 이범진, 이완용이 동참했다고 하는구나. 이완용은 너희들이 알고 있는 매국노 이완용 맞단다. 이 때만 해도 친일파가 아니고 친러파였구나. 이렇게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한 것이 1896 2월 이었단다.

….

을미사변이 있고 얼마 후 김구 선생이 역사에 처음 등장한단다. 치하포라는 곳에서 을미사변에 참여했던 일본인을 죽이게 되는데(1896 3) 얼마 못 가 김구는 체포되고 사형 선고를 받게 된단다. 그런데 사형 선고 직전에 고종이 전화를 걸어와 사형을 면해주었다는 일화가 있다는구나. 전화 개통이 얼마 안 된 뒤였는데, 그 전화로 김구 사형 선고를 막았다고 하니 전화가 조금만 늦게 개통되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김구 선생은 없을 뻔했구나. 고종이 잘못한 일은 많았지만 이 일은 잘했구나. 그렇게 사형을 면한 김구는 형살이를 2년 더 하다가 탈옥하여 도망쳤다고 하는구나. <한국 근대사 산책> 10권까지 이야기하다 보면 김구 선생의 이야기를 계속 나올 테니 틈틈이 이야기 하도록 하마.


1.

서재필이 1986 4 7일에는 독립신문을 창간하게 되는데, 파격적으로 순한글로 간행하였고,  한글 띄어쓰기도 처음으로 시도했다고 하는구나. 서재필이 미국 유학 생활에 영향을 많아 기독교 예찬 내용도 포함되어 있고, 청결을 중시하라면서 목욕을 2일에 한 번 하라는 기사도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목욕을 2일에 한 번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그리고 독립신문에는 광고도 싣는 등 오늘날 신문의 모습을 갖추어 나갔어.

독립 신문을 창간한 지 3달 뒤인 1896 7월에는 같은 개화파 사람들과 함께 독립협회를 창립했단다. 그리고 파리에서 봤던 개선문을 본 따서 독립문도 건설했단다. 아빠는 독립문이 당연히 일본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인지 알았는데, 일본으로부터 독립이 아닌, 중국의 종속에서 벗어나 독립하자는 뜻에서 지어졌다고 하는구나. 얼마 전에 썬킴의 한국사라는 팟캐스트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책에도 그 내용이 나와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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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4)

서재필은 자서전에서 영은문은 조선이 중국의 명청 양국을 상국으로 섬길 때에 생긴 것인데, 우리가 중국의 노예라는 표라고 볼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본국에 돌아와서 제일 먼저 눈에 뜨인 것이 영은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더러운 표, 부끄러운 이 문을 없애야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였다. …… 영은문을 헐어버리고 그 자리에다 독립문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때마침 내가 가진 화첩 중에 파리의 개선문이 생각나서 그 규모를 축소해 그 모양만은 똑같이 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그때 독일공사관에 근무하는 스위스 사람에게 설계도를 부탁 작성하였다. 그리하여 심()모라는 목수가 시공하였는데 총공사비는 1500여 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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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에서 우리나라에 근대식 학교가 생겨났다고 했었잖아. 그 중에 배재학당이란 곳에 급성장했다고 하는구나. 이 곳에는 이승만도 입학하였고, 이승만이 영어를 습득하는데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고 하는구나. 영어만 잘 하면 뭐 하나. 서재필이 매주 배재학당에서 특강을 하고 했는데, 아무래도 미국에서 자신이 배웠던 것들을 많이 알려주었겠지? 서재필은 토론하는 것에 대해 가르쳐 주기도 했는데, 협성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토론을 정기적으로 했대.

러시아 공사관에 머무르고 있는 고종은 1896년 러시아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민영환을 특사로 보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일본에 맞설 군대를 만들기 위해 러시아에 군사교관 파견을 요청했다고 했어. 그래서 러시아에서는 13명이라는 적은 수이지만 군사교관을 파견했다고 하는구나. 이렇게 러시아가 조선과 손을 잡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뒤로는 일본과 암약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그 내용은 조선을 서로 반으로 나누자는 내용이었다는구나.

고종은 1897 2 1년 만에 경운궁(덕수궁)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하는구나. 아관파천 1년 동안 느낀 것이 있었는지 나라는 거창하게도 대한제국으로 이름을 바꾸고 자신은 황제가 되었다고 하는구나. 고종은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에 거리낌 없었어. 앞서 김구를 사형에서 면하게 한 전화도 1896 10월에 처음 설치되어 계속 확대 설치를 했어. 철도 부설도 논의되어 여러 나라들이 참여하겠다고 했는데, 80~90%가 일본에서 철도부설권을 가져갔다고 하는구나.

1898년에 있었던 일들을 좀더 살펴보도록 할게. 18982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대원군이 죽었단다. 죽기 전에 주상이 보고 싶다고 했다는데, 고종은 대원군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 1898 5월에는 서울 명동성당이 완공되었어. 1898 3월에는 독립협회에서 주관했던 만민공동회가 열렸단다. 이것은 여러 시민들이 모여 진행한 일종의 시위였는데 1차 만민공동회의 주요 주제는 러시아 세력을 몰아내자는 내용이었어. 러시아는 몰아내자는 내용이 있어서 일본이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설이 있단다.

배재학당의 토론 모임인 협성회를 이야기했었잖아. 1898 4월 이 협성회에서 일주일에 1번 협성회 회보를 내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나중에 매일신문로 바꿔 매일 신문을 발행했다고 하는구나. 독립신문이 주 3회 간행했었는데, 매일신문이 나온 이후로 독립신문도 일간지로 바꿨다고 하는구나. 경쟁 체계에 돌입한 거지.

대한제국 정부는 만민공동회의 책임을 독립협회의 서재필에게 물어 출국하라고 했고 그렇게 서재필인 1898 5월에 미국으로 돌아갔다고 하는구나. 서재필에 평가는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상존하는데, 우리나라를 개화화하는데 노력하긴 했는데 미국인 행세만 했다는 비판도 있다는구나.

서양 문물을 받아들일 때 우리나라 토착 문화와 잘 융합하여 조화롭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무조건 미국식 문물로 바꾸려고 했던 것이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독립협회는 상원 중심의 의회 정치가 필요하다면서 고종에 상소를 했대. 독립협회가 이렇게 정치적으로 힘을 발휘하려고 하자, 독립협회를 견제하기 위해 황국협회라는 것을 급조했는데, 황국협회에서는 하원 의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대. 근대식 정당 정치의 시작이라고나 할까? 1898년 제국신문, 황성신문 등 일간지도 또 창간을 하게 되었는데, 황성신문은 장지연, 유근, 남궁억이 만들었대 황성신문에는 박은식, 장지연, 신채호 등 유명하신 분들이 활동했다는구나.


2.

고종이 커피를 좋아했다는 것은 유명하단다. 그런 커피에 독약을 타서 고종을 암살하려는 사건이 있었어. 고종은 커피 냄새가 이상한 것을 알아채고 바로 뱉어내어 무사했는데, 같이 커피를 마셨던 황태자는 먹었다가 토를 했는데도 고생을 했다고 하는구나.

1898 10 1일부터 12일까지 2차 만민공동회가 열렸는데, 수구 친러 정부 퇴진을 요구하면서 시위를 벌였어. 시위가 거세지자 고종은 결국 친러파 대신 일곱 명을 파면 조치했다는구나. , 오늘날 촛불 시위를 연상케 하는구나. 1898 10 28일부터 29일까지 3차 만민공동회가 열렸는데, 헌의6조라는 개혁안을 고종에게 건의를 했단다. 이렇게 만민공동회가 이어지면서 친러파 인사들도 반격을 준비했어. 익명의 조작 사건을 벌여서 독립협회 회원 20명을 체포해 버렸어. 그러자 다시 만민공동회를 열어 항의했고, 체포되었던 사람들 중 간부들을 일부 석방시켰다고 하는구나. 만민공동회는 일종의 직접 민주주의라고 평가되기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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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244)

또 전인권은 이 당시 종로는 조선의 아크로폴리스였으며, 이들의 투쟁은 단기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만민공동회는 종로에 연단을 만들고 신분과 나이의 구별 없이 어린이조차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하는 등 한국의 직접적 민주주의또는 대중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원형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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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이 만민공동회의 요구 사항을 시행하지 않자 박영효가 주도하여 만민공동회는 다시 시위를 했어. 그런데 독립협회 내에서도 이번 시위는 만류하는 온건파 인사도 있었단다. 이로 인해 박영효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와 윤치호를 중심으로 한 온건파 사이의 갈등이 생기기도 했단다. 이 시위로 인해 일단 고종은 독립협회 인사들을 내각에 참여시키긴 했지만, 고종의 반격은 오래가지 않았단다.

1898 12 23일 고종은 군대를 동원하여 만민공동회를 강제 해산시켰고 불법화했고, 독립협회를 강제 해산시켰단다. 그로 인해 독립신문과 매일신문도 폐간이 되었다고 하는구나. 얼마 전에 내각 중추원에 참여시켰던 독립협회 회원들도 모두 파면되었대. 그러자 박영효의 쿠데타 음모가 있었고, 이 일로 이승만도 검거되어 사형을 선고 받았대. 이때 선교사와 이승만의 부인 박승선의 구명 상소를 올렸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사형은 면했다고 하는구나. 미래를 생각했을 때 다소 아쉬운 일이구나.

독립협회 해산되면서 온건파였던 윤치호도 피신 중이었는데, 독립협회를 배신하고 내각에 들어가게 되었대. 윤치호의 아버지 윤웅렬이 법무대신으로 있었다고 하니 배신하기 쉬웠을 거야. 이완용은 1898년 독립협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변절하고 최악의 친일파의 길을 걷게 된단다.

….

다시 이 당시 사회 모습을 일부 이야기해줄게. 고종은 미국 공사였던 알렌을 통해 전기, 전차를 추진했어. 그래서 한성전기공사라는 회사가 만들어져 1898 1월 전기가 처음 들어왔고, 1899 5월에는 전차 운행이 시작되었단다. 전차를 처음 본 사람들이 얼마나 놀랬겠니. 그런데 전차로 인해 불미스러운 안전사고와 교통사고가 연이어 일어났고, 그로 인해 전차를 불에 태우는 사건도 일어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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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274)

1899 5 26일에 일어난 전차 소각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종로 2가에서 전차가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를 치어 죽이자 아이의 아버지가 도끼를 들고 전차에 달려들었다. 전차가 멈추지 않고 지나가려 하자 이를 지켜보던 군중들이 차장과 운전수를 향해 돌진했다. 그들이 도망가자 군중은 방치된 전차에 돌을 던져 파괴하고 그 위에 석유를 붓고 불을 질렀다. 또한 뒤에 달려오던 다른 전차도 전복시키고 태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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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는 1899 9월 경인구간 일부구간이 개통되었고, 1900 7월에 전구간 개통되었다고 하는구나. 자전거, 인력거 등도 이때 등장하였고, 은행도 설립되었다는구나.

….

1901년 제주도에서는 이재수의 난이 일어났어. 천주교에서 교세를 확장하려고 했는데 이때 여러 가지 폐단이 일어났고, 정부에서는 세금을 높이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더 걷어가는 조세수탈에 백성들의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어. 이에 제주도 백성들이 항거하자 천주교도들이 농민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일이 일어났단다. 그래서 이재수를 중심으로 제주도민들이 봉기하여 천주교도 700여 명이 죽는 사건이 일어났단다. 정부는 회유책으로 이들을 해산시키는데 성공하고, 이재수는 체포하여 처형시킴으로써 난은 종결되었단다.

1901년에서 1902년에 심한 가뭄으로 흉년이 이어졌어.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았어. 그 와중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하와이 이민 광고가 붙기 시작했단다. 1902 12월 처음으로 100여 명이 하와이로 이민을 갔다고 하는구나.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것은 예상했듯이 거짓이었고, 심한 인종 차별을 당했고 노예 같은 생활을 했다는구나. 다시 조선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도 없고 말이야.

여기까지가 <한국 근대사 산책> 3권의 이야기란다. 500년 동안 이어졌던 조선 왕조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이런 초라한 모습이 되었을까? 안타깝기 그지없구나. 나라의 지도자가 나라의 미래를 보지 않고 백성들을 등한시하게 되면 얼마 못 가 나라꼴이 이렇게 된다는 것을 역사 속에서 배워야 하는데, 오늘날 대한민국은 일 년여 만에 부끄러운 나라로 돌변하고 있으니, 이 또한 안타깝구나.

….


3.

이번 <한국 근대사 산책> 3권에서도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당시 조선의 모습들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는데, 재미있는 것 두어 개만 소개해줄게. 먼저 우리나라 사람들이 폭식을 많이 한다고 하고, 그것을 신기하게 보고 글로 남긴 사람이 있다고 하는구나. , 아빠가 가끔 폭식하고 나서 후회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괜히 그런 게 아니구나. 조선의 DNA를 가지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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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1902년부터 1903년까지 서울 주재 이탈리아 총영사로 일한 카를로 로제티도 1904년 이탈리아에서 출간한 <꼬레아 꼬레아니>에서 한국인들의 폭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에서는 많이 먹는 것이 큰 자랑거리의 하나이며,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는 누가 더 많이 먹는가를 내기하는 것이 매우 흔한 일이다. 이 경우 그들이 먹어치우는 엄청난 양은 직접 자신의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러한 한국인의 체질로 인하여 상류층에서 가장 즐기는 오락이 바로 잔치라는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혼령들을 위한 제사는 제쳐두더라도 결혼식 잔치에서부터 친척의 기일날에 이르기까지 즐거운 연회가 항상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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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장례문화에 관한 것인데, 우리나라 장례문화는 예전부터 축제처럼 하는데 그것이 서양 사람들에게 색다르게 비춰진 것 같구나. 마지막 가는 길을 즐겁게 가시라는 의미인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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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

1902년부터 1903년까지 서울에 주재한 이탈리아 총영사 카를로 로제티는 1904년 이탈리아에서 출간한 책에 다음과 같이 썼다.

장례식의 주된 분위기는 분명 슬픈 것만은 아니다. 이것은 바로 자신들의 감정을 가장하려는 극동 아시아 모든 민족의 기질인 것이다. 상여꾼들은 종종 청중의 웃음을 자아내는 노래를 부르며 보조를 맞춰 행진하고, 가족을 둘러싼 친지들은 농담이나 웃음짓으로 가족을 흥겹게 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쓰는데, 우리 관점에서 볼 때는 매우 어색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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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첫 이민이 1902 12월까지였구나. 그러면 <한국 근대사 산책> 4권은 1903년부터 이야기가 이어지겠네. 이것도 조만간 읽고 이야기해줄게.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단발령으로 사회적 혼란이 고조된 상황을 틈타 러시아는 공사관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인천에 정박 중인 러시아 군함으로부터 수병 100여 명을 서울로 이동시켰으며, 서울 주재 러시아공사관은 친러파 이범진 등과 공모하여 친위대 병력이 의병을 진압하기 위해 지방에 파견돼 왕궁의 경비가 소홀한 틈을 타 고종을 아관(俄館, 러시아공사관)으로 옮기게 하였다.

책의 끝 문장: 1903 8월 원산에서 감리교 선교사 하디(1865~1949)는 교인들 앞에서 바로 그 점을 고백함으로써 원산부흥운동의 씨앗을 뿌리게 된다.


유길준은 <서유견문> 제14장 개화의 등급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화란 온갖 사물을 깊이 연구하고 경영하여, 날로 새롭고 더 새로워지도록 기약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그 진취적인 기상이 웅장하여 사소한 태만함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개화하는 일을 주장하고 힘써 실행하는 자는 개화의 주인이며, 개화한 자를 부러워하여 배우기를 기뻐하고 본받기를 즐거워하는 자는 개화의 빈객이다. 또 개화한 자를 두려워하고 미워하면서 부득이하여 따르는 자는 개화의 노예라 할 것이다."
- P25

처음에 전화는 ‘텔리폰’이란 말을 음역(音譯)해서 덕진풍(德津風)이라고도 했고 의역(意譯)해서 전어기(傳語機)라고도 했다. 다리풍, 어화통, 전어풍 등으로도 불렸다. 영어 ‘텔레폰’의 차음이거나 신조어다. 당시 일반인들은 ‘하늘의 전기바람은 비구름을 말리고 땅의 ‘덕진풍’은 땅 위의 물을 말린다"며 전기와 전화를 싸잡아 경원시했다. 진용옥은 덕진풍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텔레폰의 한역이므로 ‘덕률풍(德律風)’이 맞다고 주장했다. - P128

윤치호가 현실에 굴복해 변절했을망정, 그에게 국가, 사회를 생각하는 그런 정신은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윤치호는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즉시 관직을 버리고 애국계몽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1906년에 결성된 대한자강회의 회장에 추대되었고, 1907년에 조직된 비밀단체 신민회의 주도 멤버로 활약했다. 그는 그런 활동을 하다가 105인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게 된 것인데, 출감 후 그는 <매일신보> 사장과의 회견에서 이후 일선동화(日鮮同化)를 위해 노력할 것을 천명했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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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9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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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지난 번에 요 네스뵈의 <리디머>를 읽으면서 남아 있는 해리 홀레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보겠다고 했잖아. 그래서 이번에 읽은 것이 <팬텀>이란다. <팬텀>은 해리 홀레 시리즈의 아홉 번째 이야기란다. 해리 홀리 시리즈 중에서 가장 성공했다고 하는 <스노우 맨>. 아빠도 이 책부터 읽었단다. 그 책을 읽고 두 번째로 <레오파드>를 읽었는데, <레오파드>가 해리 홀레 시리즈의 여덟 번째 이야기란다. 이번에 읽은 <팬텀> <레오파드>의 뒷이야기라고 보면 된단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니 사실 순서를 두고 읽을 필요는 없단다.

아빠가 <레오파드>을 읽은 것을 확인해 보니 2014년이더구나. 어느덧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당연히 줄거리가 생각날 리 없지, 잔인한 내용들이 있었다는 것만 어설프게 기억나는구나. 그 때 읽고 써둔 독서편지를 찾아 읽어보았단다. , 그런 내용이었구나. 해리 홀레가 사건을 마무리고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홀로 홍콩으로 떠나면서 끝이 났구나. , 그럼 이번에 읽은 <팬텀>은 또 어떤 잔인한 이야기가 나올지, 덜 잔인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책을 폈단다.


1.

<레오파드>의 마지막 부분에서 홀로 홍콩으로 떠났던 해리 홀레가 3년만에 오슬로로 돌아오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단다. 그가 다시 돌아온 온 이유는 이랬어. 해리가 평생을 거쳐 가장 사랑한 여자가 라켈이라는 사람이었고, 그 라켈의 어린 아들이었던 올레그와도 무척 친했었어. 어린 올레그는 해리에게 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친하게 지냈단다. 그런 올레그가 어느덧 18살이 되었는데, 살인 혐의로 감옥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오슬로로 돌아온 거야. 해리가 워낙 과묵하고 말이 없어서 어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해리가 생각하길 올레그는 그럴 아이가 아니고,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피해자는 19살의 구스토 한센이라는 아이로 올레그의 친구이자 마약 운반책을 맡고 있던 사람이야.

해리는 옛 동료인 과학수사관 베아텐 뢴을 찾아가 사건 경위를 들었어. 범행 현장에 올레그가 있었고, 올레그의 손에 화약 잔여물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정황상 올레그가 범인으로 현장에서 체포된 것이라고 했어. 다만, 권총이 사라진 상태라고 했어. 해리 홀레는 라켈을 만났어. 라켈은 변호사였는데, 아들 사건을 위해 또 다른 변호사 한스 크리스티안과 함께 준비하고 있었어. 3년 만에 반가운 재회였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어.

….

올레그가 어쩌다 마약밀매를 하는 구스토와 친구가 되었을까. 어렸을 때부터 친구인 구스토가 나중에 마약 운반책이 되었다고 하는 게 낫겠구나. 구스토는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입양을 하게 되었어. 양부모님이 그렇게 못해준 것도 아닌데 구스토는 커가면서 자꾸 삐뚤어져 갔단다. 마약상 안드레이를 알게 되어 마약 운반책을 하게 되었고, 친구인 올레그와 구스토의 이복동생 이레네도 그 일을 도와주게 되었어. 올레그는 사실 이레네에 마음을 두고 있었단다.

구스토가 몸 담고 있던 마약 밀거래 조직은 두바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이가 보스이고, 그 아래 안드레이가 중간 보스 정도 되고, 안드레이의 조카 세르게이가 행동 대장 정도 되었단다. 구스토는 거의 말단이었지. 원래는 이 조직이 다른 마약밀거래단과 비슷했는데, 입센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작자가 마약을 직접 개발해서 이들에게 유통을 맡겼는데, 이것이 대박이 났단다. 입센이 새로 개발한 마약을 그들은 바이올린이라고 불렀어. 두바이는 정치력도 뛰어났단다. 떠오르고 있는 유력 여성 정치인 이사벨레 스퀘옌의 약점을 잡고 다른 마약밀거래단을 소탕하도록 압력을 넣었단다. 약점을 잡았다고는 하지만 보상도 해주고 그랬어. 그런데 그 약점이라는 것이 뭐였냐면, 이사벨레가 쿠스토와 잠자리를 같이 했는데, 그걸 두바이가 성매매로 매도했지. 어쩌면 이것도 다 두바이의 계획이었을 수도

두바이의 조직을 제외하고 나머지 마약 조직은 사라지게 되자 두바이의 조직은 독점을 하게 되고 돈을 끌어 모았단다. 그들 조직에는 마약 운반책으로 비행기 조종사 토르 슐츠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실수로 공항에서 마약탐지견에 걸리고 말았어. 결국 경찰서에 체포되었지만, 경찰서에도 두바이의 사람이 있었단다. 그가 힘을 써서 풀려났어. 하지만 그는 당분간 국내선만 운전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마약 운반을 못하게 되고, 그래서 수입이 줄어들고돈이 궁했던 그에게는 막심한 손해였어. 결국 조직을 배신하고 경찰서를 찾아서 마약 조직에서 대한 정보를 주었는데, 아하, 운도 지지리 없지, 그가 만난 미카엘 벨만이라는 경찰도 두바이의 함께 마약 밀거래를 하던 사람이었어. 결국 비행기 조종사 토르 슐츠는 살해당하고 만단다.


2.

해리는 올레그를 면회 갔어. 면회를 마치고 오던 해리는 싸해지는 기분이 들어 다시 감옥으로 돌아갔고 올레그를 살해하려고 했던 괴한으로부터 간신히 올레그를 살려낼 수 있었단다. 올레그가 중상을 입긴 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어. 도대체 누구 짓일까? 그런데 올레그를 공격했던 괴한은 살해된 채 발견되었단다. 도대체 누구 짓일까? 올레그가 중상을 입어서 방분간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이것은 한스 크리스티안의 도움으로 은신처를 구할 수 있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진범이 자수했다면서 올레그가 풀려났다고 했어. 이렇게 쉽게 진범이 나타났다고? 이것은 올레그를 죽이기 위한 함정이라고 생각했어. 다행히 해리가 먼저 올레그를 만날 수 있었단다. 그리고 올레그는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어. 구스토는 가면을 쓴 사람이 죽였고, 올레그에게는 협박만 하고 살려주었다고 했어. 가면을 쓰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해리 홀레는 범인은 안면식이 있는 범인이라고 생각했어. 목소리는 아는 측근이라서 말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어. 올레그에게 두바이의 집에 가보았냐고 물어보았는데, 가보긴 했지만 눈가리개를 하고 갔고 지하실에서만 있어서 두바이의 집이 어디인지 몰랐어. 하지만, 해리는 올레그의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을 이용하여 대충 집의 위치를 추리하게 된단다. 올레그에게 그 동안의 이야기를 들은 해리는 올레그를 한스 크리스티안에게 신변 인도를 했어. 당분간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 달라고 말이야.

….

해리 홀레는 구스토와 올레그의 주변을 조사했단다. 해리 홀레가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되자 마약 조직에 있던 안드레이는 세르게이를 시켜서 해리 홀레를 죽이려고 했어. 해리 홀레가 술 먹고 사고를 치고 그래서 그렇지, 엘리트 형사잖니. 세르게이가 어설프게 공격했다가 도리어 반격을 당해 세르게이가 죽고 말았단다.

….


3.

구스토가 죽기 전 손톱으로 범인을 긁었다고 해서 해리는 구스토의 묘지를 다시 파서 손톱을 가지고 오려고 했어. 하지만 누군가 추격을 했고 총격까지 가했어. 간신히 도망쳤단다. 손톱과 함께해리 홀레를 쫓는 괴한들은 더 늘어나서 그가 묵고 있는 호텔까지 쫓아와서 한바탕 총 싸움도 했어. 그렇게 어렵게 가지고 온 구스토의 손톱은 과학수사관 베아테 뢴에게 전달하였고, 얼마 후 수사 결과가 나왔는데 손톱에 남은 피의 주인은 경찰인 미카엘 벨만이라고 했어.

해리 홀레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어. 해리가 하나하나 마약 조직의 조직원들을 하나씩 밝혀냈단다. 바이올린을 개발한 입센의 정체는 병원에서 일하는 약사였고, 미카엘 벨만 뿐만 아니라 앞서 이야기했던 정치인 이사벨레가 연르된 것도 알아냈단다. 그리고 의문의 사나이 두바이가 호텔에 처음 묵을 때부터 알고 지낸 카토라는 사람인 것도 알게 되었어. 너무 우연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카토는 일부러 해리 홀레에게 접근한 것이라고 했어. 자신은 말기 암에 걸려 있는데, 재미있는 승부를 해보고 싶었다나.

카토, 본명은 루돌프 아사예프였고 러시아 사람이었어. 카토는 올레그를 죽이려고 했던 것은 자신이 맞지만 구스토를 죽이지 않았다고 했어. 사실은 구스토가 자신의 아들이었다고…. ,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  카토가 이야기하는 것이 거짓말 같지는 않았어.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 해리 홀레는 다시 처음부터 사건을 정리했고,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냈어.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사람하지만 범행에 사용했던 권총도 찾아냈단다. 그래 맞아, 올레그가 범인이었어. 범행 동기도 확실했어. 구스토는 올레그가 사랑하는 이레네를 입센에게 넘기고 바이올린을 받으려고 했거든.

해리는 올레그에게 자수할 기회를 주었어. 계속 설득도 했단다. 하지만 해리가 올레그를 잘못 알고 있었나 보다. 올레그는 해리를 총으로 쏘고 도망을 갔단다. 그렇게 해리는 눈을 감게 되는데정말 죽었을까? <팬텀> 이후로도 해리 홀레 시리즈는 더 있는데, 설마 죽지 않았겠지. 약간 황당한 결말에 다소 당황했지만 아빠에게는 해리 홀레 시리즈 10 <폴리스>가 있단다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요 네스뵈가 <팬텀>을 쓰고 있을 즈음에 혹시 <왕좌의 게임 시즌 1>을 보고 있었나? 마지막에 주인공이 죽어버리는 보기 드문 전개를 하시다니…. 아무튼, <팬텀>은 이렇게 약간은 찜찜하게 끝이 나고 말았단다. 아니면 이런 것이 북유럽식 스타일인가?

오늘은 그럼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찍찍거리며 부르는 소리가 한밤중 오슬로 도심의 온갖 소음을 뚫고 귀에 꽂혔다.

책의 끝 문장: 곧 알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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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형사들 - 사라진 기와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명섭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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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책은 정명섭 님의 <조선의 형사들>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도 너희들과 함께 읽으려고 산 책인데, 너희들은 바빠서 못 읽고, 아빠가 먼저 읽어보았단다. 정명섭 님의 책은 예전에 <유품정리사>라는 책을 한 권 읽었는데, 그 책의 시대적 배경이 조선시대 정조 때였는데, 이번에 읽은 <조선의 형사들>도 정조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더구나.

좌포도청 군관 이종원과 우포도청 군관 육중창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란다. 원래 좌포도청과 우포도청은 영역이 달라서 함께 일하는 경우가 드문데, 이 소설에서는 두 군관이 함께 사건을 수사해 나간단다. 두 사나이의 브로맨스 이야기라고 할까. 그런데 두 사나이의 직급이 높지 않아서 간혹 직급이 깡패라는 것을 실감하는 경우도 있었단다. 그 때마다 등장하여 그들을 도와주는 이가 있었으니 형조참의 정약용이란다. 아빠도 좋아하는 역사적 인물 정약용이 등장하여 반갑더구나.

그런데 이종원, 육중창 두 군관은 지은이가 만들어낸 허구 인물일 거라 생각했는데, 두 군관 모두 실존했던 인물들이라고 하는구나. 이 소설에서는 두 가지 사건을 다루고 있단다. 먼저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빈마마의 위패를 모신 의열궁의 기와가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났단다. 사도세자의 어머니라면 정조의 할머니가 아니더냐. 좌우 포도청은 난리가 났어. 좌우 포도청은 힘을 합쳐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능력 있는 군관을 한 명씩 발탁하여 수사하게 했단다. 그렇게 뽑힌 군관이 좌포도청의 이종원, 우포도청의 육중창이란다. 그런데 의열궁의 기와가 사라진 사건도 실제 있었던 사건이라구나. 그 사건을 해결했던 이들도 이종원과 육중창이고 말이야. 소설이 그냥 소설인줄 알았는데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소설로 각색한 것이로구나.


1.

소설 속에서는 이종원과 육중창이 기와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갈 즈음 모화관 앞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단다. 이십 대 여성의 시신으로 신분도 알 수 없는 시신이었어. 이종원과 육중창이 이 사건을 수사하다 보니 범인은 병조판서의 아들이 의심되었어. 하지만 병조판서의 집을 함부로 수사하기 어려웠어. 병조판서와 그의 아들은 수사에 대해 협조는 하지 않았고, 이 사건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서 또 다른 살인 사건을 사주하기도 했단다. 이 때 형조참의 정약용은 이종원과 육중창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들을 믿게 되었단다. 정약용이 도움을 주어 이종원과 육중창은 이 살인 사건을 해결하게 된단다. , 이 사건도 그럼 실제 있었던 사건일까? 이 사건은 정조는 아니고 성종 때 일어났던 비슷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는구나.

….

이 살인사건을 마무리하고 소설의 앞부분에 등장했던 기와 사건에 집중을 하게 된단다. 이 사건은 연루되었던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것은 단순 절도 사건이 아님을 알게 된단다. 이것은 정조 암살 미수 사건과 이어지게 되는데, 정조 암살 미수 사건은 역사적인 사실로, 많은 영화, 소설, 드라마에서 차용하는 소재 거리란다. 그래서 그런지 아빠에게는 약간 식상한 듯한 이야기였단다. 이 책은 너희들이 읽어보면 좋을 듯 싶더구나. 조선 시대 수사관들에 어떻게 활동했는지 알 수 있고, 일부 역사적인 사실도 알 수 있고, 책도 얇고 쉽게 쓰여서 읽는데도 어려움이 없을 듯 하구나. 너희들이 좋아하는 추리 소설인 점도 있고

오늘은 짧게 끝.


PS,

책의 첫 문장: 한밤중의 한양은 고요했다.

책의 끝 문장: 그러자 다른 참석자들도 술잔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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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기묘한 양자 - 과학이 세상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가장 기묘한 6가지 이야기
존 그리빈 지음, 강형구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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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얼마 전에 그렉 이건의 <쿼런틴>이라는 소설을 읽었잖아. 그 책을 읽긴 했는데, 이해 안가는 부분들이 있어 유튜브를 좀 찾아봤단다. 그 중에 한 북튜버가 <쿼런틴>을 설명해주면서 도움이 된다면서 책 한 권을 추천해 주었는데 그 책이 바로 아빠가 이번에 읽은 존 그리빈의 <이토록 기묘한 양자>라는 책이란다. 아빠가 양자역학에 대한 책들을 여럿 읽었는데, 이번에 읽은 <이토록 기묘한 양자>가 가장 얇은 책이 아닐까 싶구나. 그래서 그 동안 읽었던 양자역학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려나, 하고 책을 펼쳤단다.

이 책은 양자역학의 여섯 가지 해석을 정리해 놓았단다. 아빠가 그 동안 읽은 양자역학의 책들은 주로 코펜하겐 해석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 그런데 양자역학의 해석이 여섯 가지나 된다고? 이 책을 읽어보니 코펜하겐 해석을 제외한 나머지 해석들도 어디선가 들어본 내용이었고, 그것을 주장한 사람들도 익숙했단다. 다만 이 책에서 짧게 정리한 내용을 읽고서는 이해하기가 정말 어려웠단다. 이 책을 소개해준 북튜브는 양자역학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인가보구나. 이렇게 짧게 정리한 내용은 다 이해를 한 것인가? , 아빠는 솔직히 쉽지 않았단다. 그 동안 양자역학 책들을 여럿 읽으면서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좌절을 맛보게 한 책이란다.


1.

여섯 가지 양자역학의 해석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간단히 설명해볼게.

해석1. 코펜하겐 해석. 가장 유명한 양자역학 해석으로 닐스 보어를 중심으로 코펜하겐 연구소에서 내 놓은 해석으로 전자 같은 아주 작은 물질들을 우리가 입자를 찾으려고 하면 입자처럼 행동하고, 우리가 파동을 찾으려고 하면 파동처럼 행동한다는 것으로 관찰하지 않으면 파동 상태로 있고 관찰한 후에야 비로소 입자로 존재한다는 해석이란다. 코펜하겐 해석은 다른 책들 이야기할 때 여러 번 해서 좀 익숙하지?

==============

(59)

그저 당신이 입자를 찾을 때 전자가 마치 입자인 것처럼 행동하고, 당신이 파동을 찾을 때 전자는 마치 파동인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전자가 입자 또는 파동이거나 입자이자 파동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당신은 그저 당신이 보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고, 당신이 보는 것은 당신이 무엇을 볼지에 대해 내린 선택에 의존한다.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전자와 원자 같은 양자적 개체들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또는 이 개체들이 그 누구도 이들을 측정하지 않을 때-혹은 누구도 이들을 바라보지 않을 때-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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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파일럿 파동 해석. 프랑스의 대표적인 양자역학 물리학자인 루이 드 브로이가 제시한 해석으로 파동과 입자 모두 실재하고 입자는 보이지 않는 파동의 안내의 의해 움직인다고 한 해석이란다. 파동이 입자를 이동시킨다고 하였단다. , 파동의 속성은 측정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것은 입자의 행동으로부터 파동의 존재를 추측할 수 있고, 입자는 관찰하기 전까지는 숨겨져 있다고 주장했단다. 이것을 숨은 변수 이론이라고 했단다. 코펜하겐 해석은 파동과 입자가 양립할 수 없는데, 파일럿 파동 해석에서는 파동과 입자가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이 두 해석간의 차이라고 이해했는데, 아빠가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단다. 나중에 시간 나면 쉽게 설명한 유튜브를 좀 찾아봐야겠구나.

세 번째, 다세계 해석. 이건 좀 익숙한 해석이란다. 휴 에버렛이라는 사람이 처음 제시했지만, 지은이 존 그리빈은 슈뢰딩거가 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했어. 양자약학이란 것이 물질들이 파동에 의해 확률로 존재하고 있다가 관찰하는 순간 존재하게 된다고 했는데, 그 존재하는 순간 나머지 경우의 수는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해석이란다.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관찰하기 전, 살아 있을 확률 50%, 죽어 있을 확률 50%에서 관찰하게 되어 만약 고양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 또 다른 세계의 나는 죽어 있는 고양이를 확인하게 된다는 것이란다. 다세계 해석이라고도 하고 평행우주라고도 하고 다중우주라고 하는데, 이 해석이 실재한다면 무수히 많은 너희들이 다른 우주에 존재하고 있을 거란다.

네 번째, 결어긋남 해석. 양자역학에서 결어긋남이라는 용어는 중요한 용어인데 아빠는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단다. 앤서니 레깃이라는 사람이 주장했는데, 결어긋남을 알기 위해서는 결맞음을 알아야 한단다. 운동장에서 파도파기 응원을 할 때 모든 사람들이 팔을 올렸다 내렸다를 잘 맞추면 멋진 파도파기 응원이 되는데 이때를 결맞음이라고 할 수 있고, 그와 달리 제각각 팔을 올렸다 내렸다를 못 맞추면 어지러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때를 결어긋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란다. 전자 같은 작은 물질을 관찰하기 전에는 결맞음을 유지하여 파동 형태를 띠는데 관찰하게 되면 결어긋남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파동함수의 붕괴가 되고 입자가 된다는 것이 이 해석의 주된 내용으로 아빠는 이해했단다. 얼핏 보면 코펜하겐 해석과 비슷하지? 다른 이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는구나.

다섯 번째, 앙상블 해석. 소설 <쿼런틴>에서 나왔던 앙상블. 리 스몰린에 의해 정리된 이 앙상블 해석은 통계적으로 양자역학을 해석했다고 해서 통계적 해석이라고도 한대. 코펜하겐 해석을 그렇게 반대했던 아인슈타인은 이 앙상블 해석을 선호했다고 하더구나.

==============

(127)

양상블 해석은 코펜하겐 해석에 대한 최초이자 가장 단순한 대안이며 아인슈타인이 선호했던 해석이다.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양자이론적인 기술을 개별적인 계들에 대한 완전한 기술로서 생각하고자 하는 시도는 부자연스러운 이론적 해석으로 귀결된다. 만약 우리가 양자이론적인 기술을 개별적인 계들이 아니라 계들의 앙상블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는 해석을 수용할 경우, 앞서 언급했던 해석은 곧장 불필요해진다.”

==============

여섯 번째, 거래 해석. 리처드 파인만이 추론한 해석으로, 전자가 전기를 띤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을 할 때 파동의 절반으로 미래로 이동하고, 나머지 절반은 과거로 이동한단다 내용이란다. 물질이 파동 형태를 띠고 있다 보니, 반사파가 발생할 수 있고, 그것이 과거로 이동한다는 생각독창적인 해석인 것 같구나. 그럼 과거로 이동한 파동은 과거를 변화시킬 수도 있는 것인가? 이 생각을 발전시키면 SF 소설도 하나 등장할 것 같지 않니? ㅎㅎ 그런데 이 거래 해석도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더구나.

오늘 독서 편지는 툭 하면 모르겠다고 해서 읽는 너희들도 답답해 할 수도 있겠구나. 그냥 저희가 그 책을 읽어볼게요.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을 듯 ㅎㅎ 앞서도 이 책이 너무 짧게 짧게 정리를 하다 보니 각 해석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었단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여섯 가지 해석을 짧게 정리한 부분이 있는데 그거라도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오늘 편지는 마치마.

==============

해석 1 우리가 보지 않는 이상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해석 2 입자들은 보이지 않는 파동의 안내를 받아 움직이지만, 입자들은 파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해석 3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은 평행한 실재들의 배열 속에서 실제로 일어난다.

해석 4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은 실제로 이미 일어났고 우리는 오직 그 일부만 알아차린다.

해석 5 모든 것은 마치 공간이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다른 모든 것들에 순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해석 6 미래는 과거에 영향을 미친다.

==============


PS,

책의 첫 문장: 양자물리학은 이상하다.

책의 끝 문장: 그 누구도 어떻게 세계가 그렇게 돌아갈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양자역학의 방정식들을 이용해서 원자가 공간에 전자를 방출하는 실험(이는 실제 실험으로 베타 붕괴라고 불린다)를 기술할 수 있다. 이상적인 실험에서 전자는 명확한 스핀을 갖는다. 스핀은 위 방향이거나 아래 방향이다. 그러나 스핀의 값이 무엇이 될지 사전에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각각의 확률의 50 대 50이다. 만약 당신이 실험을 1000번 하거나 동시에 원자 1000개로 실험할 경우, 당신은 전자 500개(여기서 몇 개를 더하거나 뺀 값일 수 있다)의 스핀이 위 방향이고 나머지 전자 500개의 스핀이 아래 방향임을 발견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전자 하나를 골라 스핀을 측정한다면, 당신은 전자를 들여다보기 전까지 그 전자의 스핀이 무엇인지 말할 수 없다. - P36

반쪽 상자는 당신의 실험실에 그대로 두고, 나머지 반쪽 상자는 화성으로 가는 로켓에 실어 보내자. 보어에 따르면 전자가 연구실에 있는 상자나 화성에 있는 상자에서 발견될 확률은 50 대 50이다. 이제 당신의 실험실에서 상자를 열어보자. 당신은 전자를 발견하고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둘 중 어떤 경우에도 파동함수는 붕괴한다. 만약 열어본 상자에 전자가 없다면 전자는 화성에 있다. 이는 전자가 이 반쪽 상자 또는 저 반쪽 상자에 ‘항상 있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코펜하겐 해석은 실험실에서 상자 안의 내용물을 검토하는 경우에만 파동함수의 붕괴가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EPR ‘역설’과 슈뢰딩거의 유명한 죽어 있으면서 살아 있는 고양이에 관한 퍼즐의 근저에 있는 핵심 개념이다. - P62

각각의 스위치는 비트(bit)로 알려져 있고, 비트가 많을수록 컴퓨터는 더 강력해진다. 8개 비트는 1바이트가 되고, 오늘날 컴퓨터 메모리는 수십억 개의 바이트 즉 기가바이트(GB)를 통해 측정된다. 우리가 이진법을 다루고 있으므로 엄격하게 말하면 1기가바이트는 2^30바이트이지만, 대개 그대로 받아들이다. 그러나 양자컴퓨터 속에 있는 각각의 스위치는 중첩된 상태들로 있을 수 있는 개체다. 대개 이들은 원자들이지만 당신은 이들이 스핀 값을 위 방향 또는 아래 방향으로 가질 수 있는 전자들이라 생각할 수 있다. 차이는 바로 중첩 상태로서 전자들의 스핀은 위 방향이자 동시에 아래 방향이라는 것, 즉 0이고 1이라는 것이다. 각각의 스위치는 큐비트(qubit)라고 불린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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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2
이혁진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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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소설 <누운 배>를 재미있게 읽고 나서, 그 소설을 쓴 이혁진 님의 다른 책들을 찾아 보았단다. 그렇게 알게 된 책이 이번에 읽은 <관리자들>이라는 책이란다. 지난 번에 읽은 <누운 배>라는 책은 조선업 회사의 리얼한 현장감이 돋보이는 책이었다면, 이번 <관리자들>이라는 책은 토목건설의 공사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단다. 그리고 그곳에서 드러나는 인간들의 욕심과 야욕도 볼 수 있고, 반대로 따뜻한 인간애도 볼 수 있었단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을 것 같은 시원한 복수극도 볼 수 있었단다. 그리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전해주려는 주제가 뚜렷하고 짜임새도 좋은 소설이라서 재미있게 읽었단다.

소설가 이혁진 님의 소설은 이번에 두 번째였는데 두 권 모두 좋았단다. 그의 또 다른 소설을 찾아보게 만들었고, 그의 신간을 기다리게 되었구나. , 그럼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히 이야기해줄게.


1.

주인공은 굴착기 기사를 직업으로 하는 서현경이라는 사람이란다. 현경이라고 하면 보통 여자 이름이라서, 여자 이름을 가진 남자라고 생각했어. 굴착기 기사라고 하니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하는 아빠의 못된 선입견. 읽다 보니 여자 굴착기 기사더구나. 현경은 도로 건설을 하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어.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을 위한 숙소는 근처에 있는 모텔을 통째로 빌렸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들이었어. 경력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쪽 일과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어. 그 중에 선길이라는 사람이 있었단다. 선길은 7살이 된 어린 아들이 있는데, 그 어린 아들이 뇌종양으로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았고, 세 번째 수술을 준비 중이라고 했어. 아들의 병 때문에 병원을 자주 가야 했고, 그러다 보니 직장을 제대로 갖지 못했어. 원래 하던 일은 회계 업무였는데, 아들의 병 때문에 그 전에 다니던 회사도 그만 두어야 했어. 돈을 벌어야겠으니 이런 막노동 현장까지 오게 된 것이지. 이곳에 와서도 막일에 적응을 잘 하지 못했어. 적성에 안 맞는 것보다 여전히 아들 때문에 자주 자리를 비워야 했기 때문이었어.

...

현장 근로자들이 이용하는 곳을 함바식당이라고 하는데, 이 소설 속 근로자들도 함바식당을 이용해. 그런데 그 함바식당 근처에 멧돼지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있었어. 어느날 식자재를 보관하는 비닐하우스가 다 찢어지고 그랬거든... 나중에 알려졌지만 현장소장의 짓이긴 했지만, 처음에는 다들 멧돼지의 소행이라고 했어. 그래서 멧돼지를 감시하자고 했어. 그것도 밤에... 그런데 그 일을 선길에게 시키려고 했어. 그가 현장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하니까 멧돼지라도 지키라는 것이었어. 옆에서 보고 있던 현경은 부당하다고 생각하여 관리자 중에 직급이 낮아 현장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고 있는 한대리에게 이야기했어. 굴착기로 비닐하우스 주변을 깊게 파서 해자처럼 만들면 멧돼지가 접근하지 못할 거라고..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선길은 야밤에 혼자 숲 속에서 보초를 서기 시작했어.

산 속에서 오는 온갖 짐승의 소리도 무서울 텐데, 한 겨울에 난방도 안 되는 사무실에게 근무를 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원래는 밤에 멧돼지를 감시하면서 전에 했던 회계사 공부를 다시 하려고 했지만, 그럴 환경이 아니었어. 고통과 추위와 두려움과 싸우다 보니 몸은 점점 초췌해졌어. 현경과 동료인 목 씨는 왠지 모를 미안함을 느꼈단다. 그들만 그렇지, 다른 인부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니 나 몰라라 했단다.

현경은 현장소장을 직접 찾아가서 선길에게 멧돼지 감시일을 그만하게 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거절 당했단다. 한 달 넘게 오지도 않는 멧돼지 감시를 한 선길은 거의 폐인이 되었어. 그 중에 아들의 세 번째 뇌종양 수술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었단다. 현경은 다시 한번 굴착기로 해자를 만들자는 제안을 현장소장을 찾아가서 이야기했어. 현장소장도 돈 드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그 제안에 오케이를 했단다. 생각보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현경은 굴착지로 비닐하우스 주변을 다 파내었단다. 이제 선길이 돌아와도 멧돼지 감시를 안해도 될 것 같았어.

.....

어느날 깐깐하기로 소문난 소장이 돼지 두 마리를 잡아와서 회식 자리를 마련해주었어. 인부들은 다들 즐겁게 참여했지만, 목 씨는 이 일이 의심스러워 조사를 해보니, 인근 지역에 돼지열병 때문에 살처분된 돼지를 두 마리 싸게 사가지고 큰 덕 쓰는 것처럼 회식 자리를 만든 거였어. 목 씨는 이를 현경에게 미리 이야기하고 먹지 말라고 했단다.


2.

선길에 예상날짜보다 늦게 돌아왔단다. 선길은 얼굴이 밝았어. 아들의 수술이 잘 끝났다고 했어. 그리고 선길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왔단다. 그 개들로 하여금 멧돼지를 감시하게 하려고 말이야. 현경이 해자를 만들어 놓은 것을 몰랐던 것이지.

...

선길은 이제 다시 현장에 투입했어. 이제 아들 일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자, 선길은 일을 제대로 배우기로 마음 먹었단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더니 선길은 업무 능력은 금방 쭉 올라갔단다. 회계사 경험이 있다 보니 현장에서 수치 계산하는 것도 금방 하고, 다른 일들도 똑 부러지게 해서 다른 인부들에게 인정을 받았어. 선길이 있는 조는 실적도 좋아서 십장들은 선길과 함께 일하려고도 했어.

현장소장은 다른 업체의 일까지 가지고 왔단다. 그 다른 업체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서 짤렸다고 했거든. 현장소장은 일을 할 때 불도저 같은 스타일이었어. 일정 단축을 위해서 현장 인력들을 쥐어짰어.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작업절차도 무시하고 흙막이 같은 안전장치도 미설치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 겨울철에 눈이 오면 공치니까 눈이 오지 않는다면 주말에도 일을 하라고 했고, 눈이 오면 쉬라고 했어. 하지만 그해 겨울은 춥기만 하고 눈은 오지 않았어. 쉬지도 못하면서 일하게 되자 인부들은 하나둘 공사현장에서 몰래 술자리를 벌이기도 했어. 목 씨, 선길, 현경은 술자리에 참여하지 않았고, 한대리는 모른 척 했단다.

....

이렇게 엉망이 된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안 난다면 천운이겠지만, 결국 안전사고가 터졌단다. 그것도 착하고 성실하고 불쌍한 선길이 그만 안전 사고로 현장에서 즉사하고 말았어. 안전장치만 제대로 설치했어도 죽을 사고는 아니었으니 이것은 명백한 인재였단다. 이 일의 충격으로 현경도 며칠 동안 일을 나가지 못했어.

....

며칠 뒤 현경은 선길의 유품을 챙기러 모텔에 온 선길의 아내를 만났어. 선길의 아내가 이야기하기를, 선길이 술 먹고 작업장 분위기를 흐트러뜨리고, 다른 이들에게 술도 권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자신이 반장이 된다고 떠들고 다녔다는 거야. 그러다가 술 취한 상태에서 안전사고를 당했다니... 그래도 현장소장이 적지 않은 보상금을 주었다고 했어.

현경은 분노가 치솟았어. 이것은 소장의 각본이었던 거야. 그런 잔머리를 세계최고니까.... 현경은 선길의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현장에 있던 굴착기의 블랙박스의 메모리 카드를 가지러 갔어. 그런데 이미 그 메모리 카드는 사라지고 없었단다. 이미 소장의 측근들이 처리를 한 것 같았어. 하지만 그들이 모르고 있던 것이 있었지. 액션캠으로도 녹화를 하고 있었는데, 굴착기 운전석 바닥에 떨어진 액션캠은 가져가지 못했단다.

현경이 그 액션캠을 확인해 보니... 거기에는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었어. 소장이 일을 조작하는 것까지 말이야. 이것을 선길의 아내에 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단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길고 긴, 힘든 재판을 해야 하니까 말이야. 돈도 많이 들어갈 테고 말이야. 하지만 진실을 그렇게 묻어 둘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편지와 메모리 카드를 선길의 아내에게 보냈단다.

....


3.

사고 발생 후 현장 인부들의 쳐진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현장소장은 또 회식을 한다고 했어. 이번에도 돼지 두 마리.. 이번 역시 그 돼지열병에 살처분된 돼지들... 그리고 거기에 추가된 것이 개고기..... 선길이 데리고 왔던 개를 잡은 거야.. 두 마리 중에 한 마리를 도망가고 한 마리를 잡았다고 했어. 그 개들을 보살피고 정을 주었던 한대리는 울면서 현경에게 전화를 했어. 현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 죽은 동료의 개를 잡아 먹는 인간들.... 현경은 굴착기를 가지고 가서 인부들이 먹고 마시고 떠들고 있는 함바식당을 부셔버렸단다.

대경실색을 한 사람들은 도망가기 정신 없고.... 그 곳에 목 씨가 나타나 너희들이 먹은 돼지 고기는 돼지열병으로 살처분한 돼지라고 일갈했어. 당황한 현장소장에게 현경은 굴착기로 묵은 짬통을 들어 부어주었단다. 그리고 나서 굴착기를 몰고 그곳을 떠났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마지막 장면은 영화 <불도저를 타는 소녀>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케 했단다. 중장비를 몰고 가셔 건물을 통째로 부셔버리는 복수 씬.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약자가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는 사회란다. 법이라는 것도 약자와 강자에게 공평한지 모르겠고 말이야. 온갖 불법을 저지르면서 법을 피해가는 관리자들도 많고... 책임지려고 관리자들은 적고... 그렇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사건사고들이 많이 발생하고 말이야. 소설 속 일들이 실재에서도 일어나고 있어서 더욱 답답함을 느끼는구나.

...

이 책에는 아빠가 이야기한 내용 이외에 좋은 글들도 많이 담겨 있단다. 그런 내용을 찾으면서 읽어봐도 좋을 것 같구나. , 그럼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현경의 굴착기가 어둑한 현장 식당 옆에 멈춰 섰다.

책의 끝 문장: 얇은 보드라운 살갗이 따스했다.


"봐라, 너부터 당장 그러고 있잖냐. 책임은 지는 게 아니야. 지우는 거지. 세상에 책임질 수 있는 일은 없거든.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멍청한 것들이나 어설프게 책임을 지네 마네, 그런 소릴 하는 거야. 그러면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자기 짐까지 떠넘기고 책임지라고 대가리부터 치켜들기나 하거든. 텔레비전에서 정치인들이 하는 게 다 그거야.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지우는 거, 자기 책임이라는 걸 아예 안 만드는 거. 걔들도 관리자거든. 뭘 좀 아는." - P46

역시나 관리자에게 필요한 것은 갈라 세우고 갈라 세우고 오로지 어떻게든 갈라 세우는 일이었다. 줄을 세우고 편을 갈라서 저희끼리 알아서 치고받도록. 그러느라 뭐가 중요하고 누가 이득을 보는지 생각도 못 하도록. 인간이란 고작 그런 것이다. 서로 믿지 못하고 지기 싫어한다. 그 속성마저 남들만 그렇고 자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이란 그래서 싸우고, 그렇게 싸우기 때문에 싸울수록 더 편향되고 나약해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 그 불신을 극복하지도, 서로 이기거나 져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진흙탕 밑바닥까지 서로 끌고 들어가기만 한다. 그러다 결국 자신들을 끄집어 올려 줄 관리자를 찾게 되는 것이다. 싸움은 끝나야 하고 누군가는 개처럼 물불 못 가리게 된, 자신들이 아니라 저것들을 따로 가둬야 하니까. - P94

그것이 중요했다. 이거 먹고 제발 입 좀 다물어 달라는 식이면 나중에 더 내놓으랄 수도, 또 어느 순간 죄책감에 혼자 미쳐 날뛸 수도 있다. 하지만 믿음의 힘은 늘 위대하다. 자신이 착한 사람이라는 믿음은 모든 믿음 중에서 가장 위대하다. 세상에서 제일 참혹한 일을 벌였던 사람들이 가진 공통점이 바로 자신은 착하고 항상 착하다는 믿음이었다. 그 사람들은 양면을 칼로 총으로 베고 쏴 죽이면서도 생각했다. 해방시켜 주는 것이라고, 오로지 선행을 베푸는 것뿐이라고. 오, 세상에 정말!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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