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
기차가 떠났다니 <기차는 8시에
떠나네>라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이 노래는 몇 해 전
텔레비전 연속극의 주제음악으로 쓰인 후 널리 알려졌고, 애절한 가사와 가락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아련한
파문이 일게 했지요. 가사를 우리말로 번안해서 어느 가수가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의 배경을 하는 학생 있나요? 이 노래는 그리스의
테오도라키스의 작품인데 그는 민주화되기 전인 1960년대 그리스 독재 정권에 저항하던 음악가입니다 만나기로
약속했으나 기차가 떠나도록 오지 않는 연인, 아마도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연인을 기다리던 여인의 애달픈
마음을 그린 노래인데 사실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니라 오지 않는 연인은 민주화 운동가를 상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1970년대 민주화 운동과 음악의 상징이던 김민기 선배, 그리고 그의 노래 <아침이슬>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김민기를 아는 학생은 있나요? 최근에
독일의 문화훈장이라 할 영예로운 괴테메달을 받았지요. 우리나라 전체의 명예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15)
특히 1863년에 집필한
<20세기의 파리>라는 작품은 그(쥘
베른)가 출판을 꺼려서 잊혔다가 1989년에 발견되어서 흥미를
끌었습니다. 집필 수 무려 131년, 그가 타계한 지 89년이 지나서야 출간되었는데 자동차, 고층건물, 고속열차, 복사기, 인터넷을 연상하는 통신망 등이 등장할 뿐 아니라 대기오염, 인간의
소외 등과 함께 과연 물질문명이 인간의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적 시각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통찰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53)
이처럼 물질을 뜨겁게 하면 빛을 냅니다. 물질이 에너지가 높아지니까
빛이란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때 빛이 완전히 파동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거동이 있습니다. 여기서 자세히 논의할 수는 없지만 파길이별로 내비치는 빛의 세기를 맞출 수 없고 빛의 전체 에너지가 무한히
커지게 되는 따위의 문제가 생깁니다. 플랑크는 빛의 파동이 아니라 알갱이처럼 에너지를 지닌다고 생각해서
이러한 문제를 멋지게 해결했고, 이에 따라 양자역학의 창시자라 인정을 받게 됩니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빛전자 효과(광전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쇠붙이에 빛을 쬐면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을 말하는데, 쇠붙이에 묶여 있던 전자가 빛을 받으면 에너지가 높아지니까 묶임을 끊고 도망 나오는 겁니다. 그것을 빛전자라고 하는데 나오는 거동을 보면 빛을 파동이라고 생각하면 설명할 수 없는 성질이 있습니다.
(322)
먼저 혼돈이론, 더 일반적으로는 비선형동역학의 성격부터 다시 강조하지요. 상대성이론은 시공간 개념을 수정했고 양자역학은 고전역학이라는 방법을 바꿨습니다. 각각 기존의 서술 기반이나 양식을 대체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의미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혼돈은 고전역학의 기반이나 양식 따위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고전역학 자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어요. 자연을 기술할 때 그동안 전제하고 있던 생각,
곧 자연현상은 결정론적이고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이 타당하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말하자면
양자역학처럼 고전역학 자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고전역학 안에서 기존의 해석이 잘못되었음을 말해주는 거지요. 이에
따라 물리학 내부에서 보면 혼돈이론은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만큼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볼 수 있는지의 문제도 논란이 있어요. 물론 결정론과 예측 가능성이라는 전제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지만 패러다임이라는 측면에서 명백하다고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352)
통계역학이란 많은 구성원들로 이뤄진 뭇알갱이계를 거시적 관점에서 다루는 이론 체계입니다. 이러한 뭇알갱이계로서 다양한 고체와 액체 등 응집물질, 특히 생명현상을
보이는 생체계에 대한 이해와 해석은 결국 정보와 엔트로피에 결부되어 있지요. 따라서 통계역학은 바로
엔트로피와 정보를 다루는 물리학의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소개한 “모든 것이 정보”라는 말처럼 21세기에는
자연을 해석하는 데에서 정보와 엔트로피가 핵심적 구실을 하리라 여겨지며, 통계역학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정보기술, 나노기술, 생물기술 등 현대 기술은 대부분 통계역학과 양자역학이 바탕을 이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354)
일상에서 흔히 에너지 위기라고 말하는데 에너지란 없어지지 않으므로 ‘에너지가
부족하다’, ‘에너지가 비싸다’ 등의 말은 엄밀하게는 옳지
않은 표현입니다. 문제는 에너지가 아니라 엔트로피입니다. 에너지를
사용하면 엔트로피가 증가합니다. 에너지 자체를 소비해 버리는 것이 아니고 쓰기 좋은 형태에서 쓰기 나쁜
형태로 바꾸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엔트로피를 증가시키지요. 다시
말하면 전체의 전보를 일부 잃어버리는 셈입니다. 여러분이 공부를 하는 목적도 정보를 얻으려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여러분의 엔트로피는 줄어들지만 환경의 엔트로피는 늘어날 겁니다. 아무튼
이러한 정보와 엔트로피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499)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원자력이란 말을 넣어서 원자력발전, 원자력문화재단
등으로 부르지요. 가만히 보니까 좋게 보이려는 건 원자력이라고 하고,
뭔가 나쁜 얘기를 하려면 핵이라는 말을 씁니다. 농담 같지만 정부와 언론, 모두 그런 것 같습니다. 예컨대 북한이 핵 개발을 한다고 말하지
원자력을 개발한다고 하지 않습니다. 똑 같은 건데 느낌이 다르지요.뭔가
나쁜 느낌을 주려 할 때 핵이라고 하는 듯합니다. 핵 발전소가 아니라 원자력발전소인데 ‘나쁜’ 핵폐기물이 나오면 안 되겠지요. 그렇다고 원자력 폐기물이라 하면 원자력도 나쁘고 위험한 것으로 들리니 방사성폐기물이란 말이 적당하겠네요. 이런 것을 보면 현대사회에서 기술의 문제가 많은 경우에 정치적 문제와도 깊이 연결됨을 할 수 있습니다.
(514)
우리 일상에서도 이러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가 발전하면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훨씬 빠르게 처리해 주니까 효율이 높아져서 우리의 삶이 더 편해지리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나도 직접 느끼고 있는데 교수도 컴퓨터가 발전할수록 점점 살기 힘들어집니다.
옛날이라면 이 정도 하면 되는 일인데 컴퓨터 때문에 훨씬 많인 해야 합니다. 더 해야 하는
일을 컴퓨터가 알아서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그만큼 컴퓨터를 작동해야 하므로, 실제로 노동 강도가
증가한다는 증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