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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2월
평점 :
[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아쉬움]
일년에 한편씩 영화를 본다는 생각으로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곤 한다. 그런데, 솔직히 점점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 같다. 일년에 한편씩 소설을 쓰는 것은 자신과의 약속인지, 출판사와 약속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에 구애 받지 말고 좀 더 재미있고 완성도 있는 소설을 썼으면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1991년. 아서. 25살. 레지던트 응급실 의사가 주인공이다. 그의 아버지는 같은 병원의 의사인데, 엄마가 돌아가신 후부터는 관계가
소원해져서 연락도 잘 안하고 살았다. 사실 친아버지가 아니다. 엄마가
바람을 피우고 몰래 난 아들이었고, 아버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가 어느날 찾아왔다. 아버지는 어떤 등대로 아서를 데리고 갔고, 유산이라면서 등대와 등대에 붙은 집을 그에게 줄 거라고 했다. 아버지는
엄마를 용서하고 아서를 친아들로 생각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아버지의 친아들과 친딸보다는 관계가 좋지 않았다. 아버지는 등대를 준다고 하면서, 조건이 있다고 했다. 첫째 절대로 등대를 다른 사람에게 팔지 말라는 것. 둘째는 등대의
철문을 막아 쌓은 담을 절대로 헐지 말 것. 이것은 아서의 할아버지가 아버지한테 시킨 것이라고 했다. 아서의 할아버지는 1954년에 실종되었다가 1958년에 한번 나타나셨다고 한다. 그때 문을 절대로 열지 말고 벽돌로
막아놓으라고 이야기하셨다는데, 아버지는 그 말대로 했고, 그
이후로 할아버지는 다시 실종되었다고 한다.
아서는 궁금증에 휩싸였다. 도대체
무슨 비밀이 있길래 그 철문을 열지 말라고 하신 걸까. 등대를 조사해 보았다. 할아버지 이전의 등대 주인을 추적해보았더니 그분도 실종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실종되었다가 몇 년 뒤에 그를 봤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그 또한 연락이 두절되었다. 할아버지와 그 이전 주인의 이상한 공통점은 아서에게 더욱 큰 궁금증으로 만들었고, 결국 아서는 벽들을 허물고 철문을 열기로 했다. 궁금증에 결국 지고
만 것이고,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다. 벽을 허물고 철문을
뜯어내고 그 창고 같은 곳에 들어갔는데, 기대와 달리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철문이 닫히고 찬바람이 불더니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뉴욕의 어느 성당에 사람들 사이였다. 사람들이 신고해서 그는 경찰서에 갇히게 되었고, 그가 정신을 차린
것이 1992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년이 휙 지나갔다. 더 이상한 것은 그 일년 동안의 일들이 하나도 생각이 안 나는 것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그 등대의 창고의 그 무엇인가가 그를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했고, 갑자기 제정신이 돌아온 거라 생각했다. 아버지한테 전화를 했다. 아버지한테 대충 그간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혹시 모르니 할아버지한테
물어보라고 했다. 사실 할아버지는 아직 살아계신다고 했다. 정신병원에
계시지만 말이다. 그는 경찰서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고, 집 앞에서 다시 정신을 잃었다.
[시간을 점프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여자 혼자 사는 집의 욕실이었고, 그 여자는 샤워 중이었다. 상황이 대략난감이다. 아서를 본 여자는 놀라서 소리지르고 아서는 또 경찰에 잡히기 싫어서 도망을 쳤는데, 그만 그 집에 지갑을 흘리고 와서, 나중에 몰래 그 집에
들어갔다. 그 집의 주인은 이미 외출하고 난 뒤였다. 집주인의
이름은 리자. 모델과 배우를 꿈꾸는 20살 아가씨였다. 그런데, 그가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은 또다시 일년이 지난 1993년이었다. 무슨 병에 걸린 걸까? 도대체 어찌 된 것인가? 그 동안 기욤 뮈소의 소설을 즐겨 읽는
이라면 그다지 놀라지 않고, 눈치 챘을 것이다. 기욤 뮈소의
소설에서 타임 슬립은 자주 등장하는 소재니까 말이다. 이번 소설에서는
1년 미래로 시간 점프를 하는 그런 소설이라고, 다들 눈치를 챘을 것이다. 아버지의 전화가 기억이 나서 아서는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할아버지는
면회 온 아서에게 자신이 등대의 비밀을 알고 있다면서 자신을 이 병원에서 빼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정신병원 탈출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아서는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어서 무턱대고 그 리자라는 여자를
찾아갔다. 리자는 자신의 집에서 본 그 남자가 아서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저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많은 남자들 중에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리자는 거절했지만, 아서는 리자가 빚이 있다는 것을 알고 돈을 주겠다고 했다. 리자는 아서의 계획에 동참을 했다. 사실 아서가 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한 것이다. 암튼 그들은 할아버지의 작전에 따라 구급차를 운전하고 정신병원으로 갔고, 그 시간에 맞게 할아버지는 심장마비가 온 것처럼 연기를 했다. 그렇게
할아버지를 구출에 성공을 했다. 하지만 아서는 이내 다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1994년 5월 어느 방에서 깨어났는데, 어떤 여자가 자살을 시도하고
욕실에 정신을 잃은 채 있었다. 리자였다. 아서는 리자를
데리고 병원에 데려가 주었고, 간신히 생명은 구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한테
연락을 해서 만났고 할아버지는 비밀을 아서에게 알려 주었다. 말도 안되는 황당한 비밀... 그 등대 창고에 들어가면 시간의 늪에 걸린다는 것이다. 24번의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데, 1년씩 시간을 점프하게 되고, 그곳에
머무는 시간은 24시간이라고 한다. 그렇게 24시간씩 24번의 시간여행을 하면
24년이 지나버린다는 것이다. 그 시간여행을 멈추는 방법은 없고, 24번이 끝나야 그 시간여행이 멈춘다고 한다. 이건 저주다. 24시간씩 24번이면 24일이다. 그 24일이 24년이라니...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그런데 나쁜 소식은
더 있다.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고 한다. 그
여인에게 잘 설명을 했고, 24번 시간을 여행을 하면서도 사랑을 지속했다고 한다. 여자의 입장에서는 일년에 하루 그것도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남자를 사랑하는 게 힘들었을 텐데… 그것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24번의 시간여행을 마치고 이젠 행복한 시간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녀에게 갔는데 그녀는
할아버지를 처음 보는 사람 취급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여인과 낳은 아이는 이 세상에 없는 존재였다. 할아버지는 충격으로 그 여인에게 자신을 모르냐고 다그쳤고, 그러다가
여인이 찻길로 쓰러졌고, 때마침 온 차에 치여 죽고 말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거의 실성상태였고, 그의 이야기를 아무도 믿지 않았다. 결국
정신병원에 감금당한 것이다. 할아버지가 사랑한 여인은 어디에 있는가?
또다른 평행 우주에서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황당한 결과가 기다리고… ]
일 년 뒤 아서는 리자를 찾아갔고, 그들은
이내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24시간이 지나자 아서는 사라졌다. 자신의 정체를 이야기한지 못한 채. 그리고 리자의 기준으로 일년 뒤에 아서가 나타났다. 이미 다른 남자친구도
있었고, 아서를 외면했다. 아서는 할아버지를 만났지만, 24시간이 지나면 여지없이 그는 사라졌다. 2001년 WTC 무너질 때 근처에 있던 리자와 아서는 다시 만났는데, 그때
그들은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 아서는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하고 리자는 그를 이해했다. 할아버지의 그 여인처럼… 그들은 이후 몇 년의 시간여행 동안 계속 만나고 벤자민과 소피아를 낳았다. 하지만 그들 사이는 또 멀어졌다. 리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할만한
한다. 더욱이 리자는 유명 배우가 되어 바쁜 스케줄로 아서를 만나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아들 벤자민도 아서의 24번의 시간여행이 끝나면 자신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할아버지에게 들었다면서 아서에게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다. 24번의 시간여행의 끝이 가까이 오면서 아서는 시간여행이 끝나고 지금처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주 짧은 시간뿐이었기 때문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었다. 할아버지도 이젠 돌아가시고 드디어 24번의 시간 여행이 끝이 났다. 과연, 할아버지와 같은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약간은 황당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반전이라고
생각하고 쓴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랑 소설에 판타지 요소를 넣는 기욤 뮈소...이번에는 소설 전체를 또 다른 소설로 만들어 버렸다 ... 아, 그런데 신선하지가 않다. 기욤 뮈소의 소설을 많이 읽은 이라면 예상
결말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더 이상의 줄거리를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 심한 스포일러일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야기는 여기에서 줄인다.
한가지 기욤 뮈소에게 바램이 있다면, 일년에
꼭 한편이 아니고, 몇 년이 걸리더라도, 예전의 필력을 되찾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