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쪽)

우암(김재순) : 정치뿐 아니라 매스컴도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인데요.

매스컴 얘기를 하니 저는 '저널리즘이 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가 있다. 

즉 권력에 아부하는 것,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거시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선생님께서는 요즘의 매스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금아(피천득) : 매스컴은 우선 거짓과 왜곡을 행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디까지든 정직해야 되고, 또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야지요.

다른 것을 가져다 붙이거나 하지 말아야 하지요.



(58쪽)

금아(피천득) : 유머는 인생을 향상시키고 인생을 풍요롭게 하지요.

유머는 위트처럼 날카롭지 않고 풍자처럼 잔인하지 않아서 따스한 웃음을 짓게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긴장, 초조, 냉혹함 등으로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머가 있다면 인생은 따뜻해집니다.

유머를 가진 사람은 너그럽지만 유머가 없는 사람은 빡빡하고요. 

유머가 풍부한 작품들을 접하면서 우리는 웃을 수 있는 동시에

'센스 오브 유머'를 터득할 수 있어요. 좀더 밝은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63쪽)

금아(피천득) : 나이가 든다는 건 젊은 날의 방황과 욕망, 분노, 초조감 같은 것들이

지그시 가라앉고 안정된다는 의미이지요.

인생을 관조하고 지난날을 회상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고요.

늙음이란 물론 젊음만은 못하겠지만, 잘 늙는 경지에 이르면

노년도 아름다울 수 있고 또 어느 순간 죽음이 닥쳐와도 두렵지 않겠지요.



(72~73쪽)

법정스님 : 행복이란 어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지요.

우리에겐 원래 행복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있고,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그것은 고마운 일이 될 수도 있고

불만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욕지족(少欲知足), 작은 것을 갖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알면,

행복을 보는 눈이 열리겠지요.

일상적이고 지극히 사소한 일에 행복의 씨앗이 들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최인호 : 행복의 기준이나 삶의 가치관도 세월에 따라 변하는 것 같습니다.

~~

지금은 '마음이 가난한 자는 행복하다'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가난 자체가 행복한 것은 아니죠.

사실 빈곤과 궁핍은 불행이잖습니까.

마음이 가난하다는 말은, 행복이란 마음에서 비롯되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같은 온도에서 추워 죽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정신이 번쩍 들도록 서늘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모든 것은 마음에서 나오지만 특히 행복은 전적으로 마음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104쪽)

법정스님 : 글 쓰다 보면 그런 일이 있지요.

사실은 아니더라도 진실하면 됩니다.

사실과 진실은 조금 다르지요.

그런데 진실이 사실보다 더 절절한 것입니다.

진실에는 보편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이 공감하는 것은 다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고

자시들 일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 아니겠어요.

진실에는 메아리가 있어요.

역사와 예술 작품이 다른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고 창작 예술은 가능한 세계의 기록입니다.



(134쪽)

최인호 : 사람은 다 벽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마다 자기의 벽 속에 갇혀 남을 인정하지 않으려든다는 것이죠.

해마다 맞는 봄이지만 불치병에 걸렸을 때 보는 봄의 풍경은 정말 다르거든요.

평소에는 바보의 벽에 가로 막혀 그걸 인식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 벽을 뛰어넘어야만, 그 벽을 부서뜨려야만 사람은 변화할 수 있고,

남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140쪼)

법정스님 : 사람은 때로 외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외로움을 모르면 삶이 무디어져요.

하지만 외로움에 갇혀 있으면 침체되지요.

외로움은 옆구리로 스쳐 지나가는 마른 바람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그런 바람을 쏘이면 사람이 맑아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