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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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생물학 박사이면서 대학 교수이면서 저서와 유튜브를 통해 대중들과 많이 소통을 하시는 최재천 님의 인터뷰를 담은 책 <최채천의 공부>라는 책을 읽었단다. 아빠도 최재천 님을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과학 교양 서적에 관심이 많다 보니 최재천 님의 책들을 읽곤 했단다. 그리고 최재천 님이 운영하시는 유튜브의 콘텐츠도 간혹 보곤 했어.

이번에 읽은 <최재천의 공부>는 저널리스트인 작가인 안희경 님이라는 분과 인터뷰한 것을 날 것 그대로 실은 책이란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두 분이 앉아서 대담하는 것이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하더구나. 평생공부라는 말이 식상하지만, 우리 삶에서 공부는 아주 밀접한 것이 아닌가 싶구나. 우리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공부뿐만 아니라, 특별히 우리 생활과 관련 없는 것이지만 관심 가는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그리고 요즘은 다양한 매체와 다양한 콘텐츠가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하고 싶은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 같구나. 아빠도 이것저것 관심사가 많다 보니 이것도 배우고 싶고, 저것도 배우고 싶지만, 시간은 제한적이다 보니 사실 쉽지는 않구나. 너희들도 관심사가 있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하는 공부를 하는 것 같고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자니 안타깝기도 하구나.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의 큰 문제점이 있는 것 같지만, 지금 바로 잡기에는 너무 먼 길을 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

이 책은 최재천 님께서 평생 공부하면서 느낀 생각과 자신의 경험을 인터뷰 형식으로 적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단다. 그런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해주시다 보니 어떤 부분은 현재 청소년의 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해. 누구나 청소년들에게 공부 말고 너희들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지. 그가 이야기하는 청소년 인권을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공감은 간단다. 하지만 이 교육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불투명한 미래를 준비를 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다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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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6)

(최재천) 지금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모든 내용이 사회에서 정말 필요한 것일까요? 솔직히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삶의 중요한 시기에 있는 아이들의 시간을 우리가 지금처럼 빼앗아도 될까?’ 자주 의문을 가져요. 저는 어른들이 그들의 삶을 유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인권 문제라고 보는데요. 청소년 시절에는 왜 인권을 보호받지 못할까요? 먼저 살아봤다는 이유로 기성세대가 청소년에게 삶을 접고 공부만 해라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교육 제도는 위 세대가 아래 세대를 압박하는 장치가 됐습니다. 이제라도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하고, 모두가 삶을 즐기면서 자라나도록 길을 내야 합니다. 왜 우리가 교육하고 공부하는지를 숙고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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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재천 님은 서울대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이란다. 수십 년 전 우리나라와 미국의 대학 교육 차이가 얼마나 컸겠니. 자신이 공부했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어. 미국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으려면 얼마나 피나는 노력과 열정이 있었겠니. 다 이해는 하는데, 그 경험을 오늘날 청소년이 그대로 하기에는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가끔 인터뷰 내용이 좀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고, 좀 자기자랑처럼 들리는 경우도 있어 불편했단다. 최재천 님처럼 열심히 공부했지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사람도 있을 텐데, 이 책은 결국 성공한 사람의 결과론적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었단다. 그래서 이 책을 너희들에게 크게 권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몇몇 몰랐던 사실이나 공감 가는 내용인데 아빠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오늘 독서 편지를 대신하려고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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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할 일 많고, 하고 싶은 것 많고,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 이들이 많을 거야. 그럴 때 최재천 님처럼 30분 단위로 쪼개서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싶구나. 아빠가 왜 이 방법에 공감이 가냐면, 무엇인가 할 때 집중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그 30분들 중에는 노는 시간도 있으면 좋겠고, 쉬면서 멍 때리거나 명상하는 시간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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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최재천) 30분 단위로 쪼개서 일해요. 학생 상담 30, 회의 한 시간, 그 중간에 30분이 비면 원고 재검토, 그러고는 약속된 곳으로 뛰어나갑니다. 집이 연희동인데 학교까지 매일 걸어 다녀요. 연세대학교 안으로 들어가 동산을 넘어 이화여자대학교 안으로 들어가 고개를 올라 연구실로 오죠. 10년 정도 이렇게 했어요. 3.5킬로미터를 30분 내에 걷습니다. 그 속도로 연구실에서 이대역까지 언덕을 내려와 지하철을 타고 강연장으로 갑니다. 강연이 끝나면 지하철을 타고 다시 연구실로 들어와 뒷일을 하고요. 오후 5시 반에 집으로 출발합니다. 그럼 오후 6시에 도착해요. 하루 평균 1 5천 보 정도는 걷는 일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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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세계에서는 선생님이 없다고 한다. 동물 세계에서는 엄마가 대부분 삶에 필요한 지혜를 가르쳐 준대. 그것은 우리 사람들이 배워도 좋을 교육법 같았단다. 새끼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는 자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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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233)

(최재천) 동물 세계에는 선생님이 없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그냥 거기 있고 아이들이 보고 배웁니다. 저는 우리가 약간 동물스러운 교육을 하면 좋겠어요. 선생님은 먼저 가르치려고 덤벼들지 말고,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일종의 촉진자가 되어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엄마 침팬지가 새끼가 실패하는 것을 모르지 않아요. 관찰해보면 계속된 실패를 보는 엄마 침팬지의 표정이 착잡합니다. 마치 붙들고 가르쳐봐?’ 이런 고뇌를 하는 듯해요. 사실은 아니겠죠. 관찰하는 저의 감정이 이입됐을 텐데요. 엄마 침팬지는 실패하는 새끼 옆에서 자기 열매만 계속 깨먹고 있습니다. 가끔은 새끼가 엄마 침팬지 걸 뺏어 먹어요. 뺏기면 할 수 없지만 배고프지? 엄마가 까줄게그러지는 않습니다. 새끼는 배고프니까 어떻게든 기술을 익혀서 먹으려고 엄마 침팬지를 더 세심하게 관찰하겠죠. 마침내 자기가 혼자서 탁! 깨 먹는 순간이 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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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신문이나 뉴스에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서, 기업들이 신입사원들에게 재교육을 시켜야 한다면서 문제인 것처럼 기사나 방송을 내는 것을 본 적이 있단다. 아빠도 그 당시에는 그 뉴스에 공감을 했던 것 같구나. 그런데 최재천 님의 글을 읽어보니, 이젠 그 당시 뉴스가 확실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겠더구나. 왜 대학에서 기업에 필요한 교육을 해야 하냐는 거야. 기업이 그 대학에 돈도 대준 것 없이, 대학은 세금과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학생들을 교육시킨 것인데 말이야. , 정확한 지적인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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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

(최재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한때 공개적으로 불평한 적이 있었어요. 대학 교육이 엉망이라서 기업들이 신입사원들을 재교육시켜야 한다고요. 제가 신문에 이런 요지의 칼럼을 썼어요. ‘내가 알기로 외국의 유수한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뽑아서 재교육을 시킨다. 당신들은 왜 국가의 세금으로 당신들 회사를 위한 교육까지 시켜달라고 하느냐. 그럴 거면 모든 대학생이 등록금 없이 다니도록 대학에 돈을 내라. 당신들이 다시 교육시키는 게 맞다. 세금은 내 돈이다. 왜 내 돈을 가지고 당신들 회사에서 일할 사람을 교육시켜 달라고 떼를 쓰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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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에서 공감 가는 내용 몇 편을 소개해 주었단다. 이 책의 일부 부분에서 실망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몇몇 좋은 내용도 있으니 다행이었다. 공부는 평생 공부이고,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 자신이 관심 있는 공부를 하는 것이 맞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공부를 하고 있는 너희들의 노력에 응원을 해본단다.

파이팅!


PS,

책의 첫 문장: 이런 책, 꼭 쓰고 싶었습니다.

책의 끝 문장: 마음을 고르며 당신과 모두의 행운을 빕니다.


(최재천)10년 전에 긍정심리학의 대가라 불리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사회의 고통은 과목별로 오지 않는데 아직도 교실에서는 20세기 방식으로 과목별로 가르친다. 그 점이 오늘날 복합적으로 융합하는 산업 사회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기 힘들게 한다"라고 하셨어요. 생각해보니 시대에 발맞춰가지 못하는 교과목식 분류가 교실뿐 아니라 우리의 통치 프레임에도 깊게 새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 P36

(최재천) 독서를 일처럼 하면서 지식의 영토를 계속 공략해나가다 보면 거짓말처럼, 새로운 분야를 공략할 때 수월하게 넘어드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날이 오면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우실 거예요. 100세 시대에 20대 초에 배운 지식으로 수십 년 우려먹기가 불가능합니다. 학교를 다시 들어갈 게 아니라면 결국 책을 보면서 새로운 분야에 진입해야 하죠. 취미 독서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독서는 기획해서 씨름하는 ‘일’입니다. - P146

(최재천) 그런데, 적자생존이란 말이 부각되면서 진화에 대한 오해가 생겼습니다. 다윈이 친구인 사회학자 허버트 스펜서의 표현을 받아들여 쓴 말이 ‘적자생존’입니다. ‘적자생존’을 ‘survival of the fittest’라고 최상급으로 썼어요. 이 말이 다윈 진화론의 존폐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해요.
스펜서는 다윈의 진화론을 제대로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흥분된 마음으로 견해를 열정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저는 그를 다윈의 전도사 중에 한 명이었다고 표현하는데요. 다만 한 가지 단서를 붙이죠. 아직 하나님 말씀을 제대로 다 이해하지 못한 전도사님이라고요. 그런 사람이 적자생존을 최상급으로 표현하는 사람에 우리가 무지무지 적응을 잘해야만 살아남는 것처럼 이해하게 됐어요.
- P166

(안희경) ‘메기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북유럽 해역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이 청어인데, 바다에서 잡은 청어는 항구에 도착하는 동안 대다수 죽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따라 들어온 메기가 있던 수족관의 경우 꽤 많은 청어가 항구까지 살아 있었다고 해요. ‘한 조직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효과’로 ‘메기 효과’라는 말을 씁니다. 누군가 선생님 말씀을 언뜻 들으면, ‘공부 잘하는 아이를 위해 공부 못하는 아이가 희생해야 하는가? 성적은 낮지만, 창의력이 뛰어나거나 특기가 있는 아이들이 또 희생해야 하는가?’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성적 중심으로 뽑는 대학 입시가 바뀔 가능성이 없는 지금,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숨통을 여는 작업은 양쪽 모두에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쟁에 매몰된 교육 문화를 흔들 단초가 될 것 같습니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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