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홍범도 - 송은일 장편소설
송은일 지음 / 바틀비 / 202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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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 달 전에 jiny의 사회 교과서를 같이 보다가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에 대한 이야기를 봤잖아. 사회책에 나와 있는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를 단 몇 줄로 너무 짧게 나와 있더구나. 그래서 홍범도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 아빠가 몇 년에 김삼웅 님이 쓰신 <홍범도 평전>을 읽고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준 적이 있는데 그건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란다.

그러다가 그 즈음 인터넷 서점 서핑하다가 홍범도 장군에 대한 소설이 눈이 띠었어. 소설로 다시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아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단다. 지은이는 송은일이라고 하는 분인데 아빠는 처음 알게 된 작가였어.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까, 궁금한 마음에 책을 펼쳤단다. 역사서에 나온 사실들 외에 소설가의 작가적 상상력으로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가 얼마나 더 극적으로 그려졌을까. 이런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쳤단다. 그러나....


1.

소설은 홍범도가 강원도 원산 지역의 산골짜기에서 홀로 생활하던 때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산골짜기에서 우연히 만난 김수협이라는 분과 의기투합해서 의병 준비를 했단다. 처음에는 의병이랄 것도 없었어. 둘이 가지고 있는 것은 화승총 여섯 자루. 그들은 협곡을 지나가던 일본군 12명을 사살하는, 의병으로써 첫 번째 공을 세웠단다. 그들이 이런 일을 벌이자, 주변의 의로운 사람들이 그들을 찾아와서 의병을 지원하게 되었어. 그렇게 작지만 홍범도 부대가 생겨났단다.

그들의 두 번째 작전은 원산 포구의 일본군 보급창을 공격하는 것이었어. 수십 명의 일본군을 죽이고 무기와 식량들을 확보했단다. 이때 획득한 무기와 식량들을 기반으로 의병 활동은 더욱 활발해졌는데, 이제 의병의 수는 44명이나 되었어. 여전히 많은 수는 아니지만 그들은 원산 지역을 중심으로 일본군을 공격하여 잇달아 성과를 냈단다. 주변의 다른 의병대에서 연합하자는 제안도 들어왔어. 김수협은 독자 노선을 가자며 반대했지만, 홍범도는 대의를 생각해서 더 큰 의병대와 함께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충청도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인석 의병대에 합류했단다.

유인석 의병대는 8000여명이나 되는 대규모 의병대였어. 하지만 그곳에서는 홍범도 부대의 장점이 제대로 살지 못했단다. 왜냐하면 거대한 의병대의 작전 중에 한 부분으로 움직여야 했거든. 다소 마음에 들지 않는 작전이라도 함께 하기로 한 이상 그 작전 임무를 따라야 했어. 홍범도 부대는 선봉대에 포함되었는데 첫 번째 전투에서 무려 22명이나 죽는 피해를 입었단다. 22명에는 홍범도와 처음부터 함께 했던 김수협도 포함되어 있었어. 홍범도가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니... 김수협이 그렇게 반대한 길이었는데유인석 의병대의 지도층들은 대부분 양반 출신이었는데, 그들의 권위의식으로 다른 신분 출신의 의병들을 무시하곤 했고, 홍범도와 함께 했던 선봉대장을 패전의 책임으로 처형을 하는 등 홍범도가 생각했던 의병대와는 많이 달랐어. 이에 실망한 홍범도는 자기 사람들을 데리고 그곳을 떠났단다. 절반 이상 죽어서 사기도 떨어진 홍범도 부대. 더 이상 의병 활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홍범도는 그들에게 일단 집으로 돌려보냈단다.


2.

홍범도는 독자적으로 움직였어. 한양에 가서 그 전부터 알고 지내던 홍규식을 만나 친일파를 처단하는 일을 했고, 함흥 지역에 계시는 지인 백인근 선생을 만나러 갔어. 그런데 그곳에서 이옥영의 소식을 듣게 된단다. 이옥영. 이옥영과 홍범도의 이야기를 해주어야겠구나. 소설의 첫 부분이 강원도에서 혼자 살던 시절이라고 했잖아. 그 직전에 홍범도는 여천이라는 이름으로 잠시 금강산 신계사라는 절에서 행자승으로 있던 적이 있어. 그때 비구니인 이옥영을 만났는데, 둘은 단숨에 사랑하게 되었다는구나. 이옥영은 할머니에 의해 강제로 스님이 되었는데, 홍범도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미련 없이 파계를 했다는구나. 그런데 그들이 이옥영의 고향으로 가던 중에 건달의 공격을 받고 나서 그만 생사도 헤어졌다고 했어. 그게 6년 전의 일이었단다.

그런 이옥영의 소식을 우연히 들은 거야. 그래서 이옥영이 기거한다는 곳을 찾아가니, 정말 꿈에 그리던 이옥영이 있었단다. 옆에는 처음 보는 아들 용범도 있었단다. 한 동안 이옥영과 함께 행복한 생활을 했단다. 그리고 둘째 용환도 낳았어.

홍범도는 다시 의병 활동을 시작하려고 했어. 포수들을 모아 포수계를 만들고 함경도를 근거로 의병 활동을 시작했단다. 의병들의 활약이 많아지면서 의병들의 숫자는 늘어나고, 일본군은 홍범도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단다. 홍범도를 찾지 못한 일본헌병대는 그의 아내 이옥영과 아들 용범을 잡아갔단다. 모진 고문 끝에 이옥영은 그만 감옥에서 죽고 말았고, 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용범은 화를 참지 못하고 감옥에 총기로 난사를 하고 그만 죽고 말았단다.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모두 잃은 홍범도. 점점 함경도에서 의병 활동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단다. 마지막으로 아내가 죽은 북청 헌병대를 기습 공격하고 압록강을 건너 간도 지방으로 넘어갔단다.


3.  

12년 후. 소설은 갑자기 12년을 건너뛰었단다. 홍범도는 대한독립군을 창설하여 이끌고 있는 사령관이 되어 있었어. 그리고 봉오동 전투에서의 일본군 500여명을 사살하는 성과를 냈단다. 봉오동 전투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무척 짧게 나왔단다. 봉오동 전투 뿐만 아니라 소설 후반부의 이야기는 빠른 시간 전개로 이야기가 펼쳐졌어. 봉오동 전투 패배의 보복으로 일본은 훈춘 사건을 조작한 다음 간도 지역에 대대적인 군대를 파견하였단다.

이 때 북로군정서를 이끌고 있던 김좌진이 연대를 제의해 왔어. 그래서 지휘자들끼리 만나 협의를 했는데, 두 진영의 커다란 간극만 확인하고 결렬되었단다. 북로군정서의 지휘부는 양반위주의 지도자들이었어. 예전에 유인석 의병대와 연합해서 실패했던 일이 생각났을 거야. 그런데 얼마 뒤, 북로군정서 군이 5000여명의 일본군에게 포위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단다. 홍범도가 이끄는 대한독립군은 북로군정서를 지원해주러 갔단다. 그래서 홍범도의 대한독립군과 김좌진의 북로군정서가 연합 작전으로 일본군을 크게 무찌르게 되었단다.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청산리 전투였단다. 이것으로 소설은 끝이 났단다.

소설이라는 형식이니까 홍범도의 삶에서 가장 극적인 부분만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아빠와 기대와는 좀 달랐던 것 같구나. 홍범도의 활약상은 대한독립군을 이끌던 시절이 더 큰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소설에서 주로 다룬 것은 간도 지방으로 가기 전 국내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중심으로 해주었단다. 그것이 토대가 되어 나중에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의미였나? 아무튼 큰 기대와 달리 좀 실망이었던 책이란다.

그 실망을 달래기 위해 이 책을 읽고 나서 <봉오동 전투>라는 영화를 보았단다. 몇 년 전에 개봉한 영화인데 아빠는 이제서야 보는구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홍범도가 아니었단다. 봉오동 전투가 일어나기 전, 어떤 임무를 띠고 봉오동을 찾아가는 의병단원들의 이야기인데, 연기들도 잘하고, 스토리라인도 좋고 참 재미있게 봤단다. 영화에서 홍범도 장군은 마지막 장면에 조금밖에 나오지는 않지만, 소설의 아쉬움을 달래주는데 충분한 영화였단다. 언젠가는 너희들과 함께 다시 한번 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강원도 회양 땅인 중봉 꼭대기에 올라서면 동쪽으로는 옥녀봉, 비로봉, 월출봉, 국사봉 등이 건너다보인다.

책의 끝 문장: 대한 독립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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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man 2022-03-20 0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에서 홍범도 관련 서적은 추천할 만한 게 없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반병률의 <홍범도 장군>(한울)에 홍범도가 직접 쓴 일지와 몇편의 글을 볼 수 있습니다

bookholic 2022-03-20 23:2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안타깝습니다.
추천해주신 책은 나중이라도 한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