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전에 아빠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안녕 드뷔시>란 책을 읽고 이야기해 줄 때, 이야기한 것처럼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란 책은 아빠가 인터넷 서점에서 라흐마니노프 관련된 책을 찾다가 알게 된 책이란다. 장르는 무려 추리 소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로 부르는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한 추리 소설의 두 번째 이야기가 바로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란다.

라흐마니노프에 대해서 아빠는 잘 모르고, 너희들도 좋아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만 알아. 그래서 라흐마니노프에 관한 책을 검색해 봤는데, 아빠 입맛에 맞는 책은 찾지 못했고, 이 소설책만 알게 되었구나. 이 소설에 보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나와 있었단다. 좀 긴 글이긴 한데 너희들에게 알려주고 싶구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을 들으면서 한번 두들겨볼게

====================

(142-143)

라흐마니노프는 1893년 볼쇼이 극장에서 상연된 오페라 <알레코>를 통해 신진 작곡가로 화려하게 데뷔한다. 그러나 4년 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된 <교향곡 제1>은 비평가들에게 지독한 혹평을 받았다. 거침없는 독설과 신랄한 비판, 작곡가의 성격까지 언급해 가며 헐뜯기를 서슴지 않는 비판은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젊은 라흐마니노프를 노이로제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우울증과 정신쇠약, 심지어 그 무렵에 연인 안나 로디젠스카야와의 관계가 끝난 것도 한몫 해 라흐마니노프는 창작 의욕을 잃었다. 표정에서는 웃음기가 싹 가셨고 곡상은 음표 하나 떠오르지 않았다. 가극단의 지휘자도 사임하고 말았다.

그를 걱정한 가족이 아는 사람을 통해 톨스토이에게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힘썼다. 톨스토이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작가인 데다 라흐마니노프도 그를 존경하고 있었기 때문에 라흐마니노프를 절망의 늪에서 구해 내는 데는 그가 적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 문호화의 첫 만남은 최악의 결과로 끝난다. 라흐마니노프가 톨스토이 앞에서 새 가곡 <운명>을 선보였지만, 다 듣고 난 후 이 작가가 라흐마니노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런 음악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라흐마니노프는 더 침울해졌다. 식욕이 감퇴하고 육체적으로도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 정신과 의사 니콜라이 달을 만난다. 당시 유럽은 프로이크의 주요 저서가 출판되던 시기로 심리요법이 유행하고 있었는데 달 의사도 최면요법을 통한 노이로제 치료 전문 의원을 러시아에 개업한 것이다. 라흐마니노프는 달 의사를 찾아가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다행히 최면요법이 효과를 보여 차차 안정감과 자신감을 되찾는다. 이리하여 1901년 완성한 곡이 <피아노 협주곡 제2>이다.

이 곡이 대중에게 가닿고 극찬받는 것은 선율의 아름다움과 장대함은 물론 곡 전체에 러시아의 세기말적 분위기가 감돌고 있기 때문이리라. 불안과 절망이 가라앉아 있는 제1악장에서 혁명의 흥분과 환희가 폭발하는 제3악장까지. 마치 그 후에 발발하는 러시아혁명을 예언하는 듯한 구성이다.

====================


1.

, 그럼 소설의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

주인공 미사키 요스케는 <안녕 드뷔시>에서도 나왔던 그 천재 피아니스트이면서 예리한 추리력을 가지고 있던 그 사람이란다. 대학교에서 음대 강사로 일하고 있었어. 그가 일하고 있는 학교의 주요 학생들을 이야기해줄게. 기도 아키라는 평범하고 가난한 음대생으로 전공은 바이올린이란다. 남들이 악기 연주 연습을 할 때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서 돈가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 그런데도 학비가 밀린 상태라서 잘못하면 다음 학기는 다니지 못할 수도 있단다. 기도 아키라의 친구 쓰게 하쓰네. 하쓰네는 첼로를 전공하였고, 실력이 뛰어났단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하쓰네. 할아버지 쓰게 아키라는 유명한 피아니스트이면서, 같은 대학의 학장이었어. 우연히도 기도 아키라와 이름이 같네

학교에서는 이번에 오케스트라 공연을 하게 되었고, 연주자들은 오디션을 뽑는다고 했어. 곡명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이야. 피아노 협주곡이다 보니 메인은 피아노인데 피아노는 앞서 이야기한 학장 쓰게 아키라가 맡기로 했어. 워낙 유명한 피아니스트라서 그가 학생들과 피아노 협주곡을 한다는 소문이 나자 외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단다. 기도 아키라도 이 오디션에 관심이 있었단다. 그런 큰 무대에 서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오디션에 합격하면 학비가 면제된다고 했어. 학비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악기 연습이 부족한 아키라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였단다. 아키라는 정말 열심히 연습을 했단다.


2.

하지만, 학교에는 바이올린을 엄청 잘 연주하는 이루마라는 학생이 있었어. 바이올린 부분에서 일등을 하면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가는 콘서트 마스터도 겸할 수 있는데, 이루마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오디션 당일 이루마가 최상의 연주를 했지만, 콘서트 마스터에 뽑히지는 못했어. 아무도 눈치를 못 챘지만 심사위원장으로 참석한 쓰게 아키라 학장은 그가 부상을 숨기고 연주했다는 것을 알았어. 이루마가 무리하지 않게 하려고 콘서트 마스터는 우리의 주인공 기도 아키라라가 되었단다.

기도 아키라는 이루마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루마는 콘서트 마스터에 떨어진 이상 오케스트라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어. 콘서트 마스터에 관심이 있어서 오디션에 참가한 거라고 했거든. 그리고 이루마는 남들이 모두 존경하는 쓰게 학장을 싫어한다고 했어. 그러면서 그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어. 쓰게 학장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은 쓰게 학장처럼 천재 같은 소질을 갖지 못했지만, 아버지의 성화에 열심히 피아노를 배웠대. 쓰게 아키라는 실력이 자신보다 늘지 않는 자신의 아들을 혹사시키면서 피아노를 연습시켰단다. 그렇게 젊은 시절까지 피아노만 죽어라고 연습하던 아들은 결국 손가락이 부상이 와서 다시는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되었단다. 그때 쓰게 학장은 아들과 절연을 했고, 아들은 집을 떠나서 지금까지 무엇을 하는지 몰라. 그 쓰게 학장의 아들이 바로 기도의 친구 하쓰네의 아버지였던 거야. 너무 무자비한 사람이구나. 명예만 하는 정 떨어지는 사람.

….

이제 연습이 시작되어야 하는데, 이 시점에 사고가 터졌단다. 학교의 악기 보관소에서 2억엔이 넘는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가 사라졌단다. 마지막으로 빌린 사람은 하쓰네였고. 마지막으로 보관소를 지키고 있던 경비원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했어. 그리고 보관소는 밤새 열쇠로 꽉 잠겨 있었다고 했어. 도대체 어떻게 사라진 걸까.

첼로가 사라져도 연습을 해야겠지. 지휘자는 에조에 부교수가 맡기로 했는데, 강압적이고 학생들에게 폭언을 하고 그랬어. , 요즘도 이런 선생님이 있으려나? 싶을 정도로 폭압적이었단다. 그리고 사라진 첼로의 범인이 누구일까 하는 생각에 오케스트라 단원의 결속력도 떨어졌어. 사실 기도 아키라도 콘서트 마스터를 처음 하는 것이라, 잘 이끌어가지 못했단다. 날짜는 다가오는데 오케스트라는 점점 산으로 가는 기분이었단다.


3.

대학교에서 계속 이슈와 사건들이 일어났단다. 먼저 자매결연을 맺은 미국의 대학교로부터 다량의 마약을 유입한 것이 밝혀졌단다. 하지만 익명이라서 누가 그랬는지 몰랐단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지휘를 맡았던 에조에 부교수가 무책임하게 지휘를 그만 하겠다고 했어. 후임도 정해주지 않고, 학교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그렇게 관둬도 되나?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있어도 되나 보네. 이젠 콘서트 마스터인 아키라가 지휘자까지 섭외를 해야 하나? 그렇다고 콘서트 단원들이 단합이 잘 되냐? 그들도 자신들의 이력에 도움이 되어 계속 연습을 하고 있지, 이미 마음은 떠났고, 불협화음은 계속되었어.

그 와중에 미사키 요스케 선생님이 지휘를 하기로 했대. 피아노뿐만 아니라 지휘도 할 줄 안다고? 너무 사기 캐릭터인 듯싶구나. 그런데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단다. 이번에는 쓰게 학장이 살인 협박 메일을 받은 것이었어. 이 일로 연주회를 할 수 없다면서 쓰게 학장은 그만 두었어. , 다행히 지휘자를 다시 구했는데, 이번에는 이번 연주회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피아니스트가 없어지다니. 쓰게 학장이 피아노를 연주한다고 많은 관심을 갖던 연주회였는데 말이야. 이 소설의 최고의 빌런이구나.

요스케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 같았어. 따로 생각해 둔 사람이 있었나 봐. 요스케는 이번 연주회의 피아니스트를 학생에서 뽑자고 했어. 정말 순수한 아마추어 연주회지만 멋지게 해내려는 것이었어. 요스케는 피아니스트로 학생 중에 최고 실력자인 시모시와 미스즈로 하기로 했어. 그 이야기를 들은 아키라는 놀랬어. 시모시와 미스즈는 피아노는 최고이지만, 인성이 좋지 않아서 다른 악기들과 연주할 때 조화가 되지 않아 협주곡은 거의 안 했거든. 사기 캐릭터인 요스케에게 불가능이 뭐가 있겠니, 잘 설득해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잘 연주를 해 내겠지. 그것 뿐이겠니불가사의한 사건들의 내막도 다 밝혀내는 것도 요스케가 되겠지. 너무 완벽한 사람으로 나오니 좀 식상해지기도 하네. 너무 뻔한 스토리 라인에 실망이었단다. 간간이 나오는 음악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만이 위안. 그럼 어떤 내막이 있었냐고? 아참, 그 내막을 알기 전에 한가지를 알려주어야겠구나. 첼리스트 하쓰네의 손이 마비가 와서 병원에 가봤는데, 다발경화증이라는 치명적인 병명으로 확인이 되었단다. 다발경화증이라고 하면 천재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가 걸렸던 그 무서운 병이란다. 연주자에게는 치명적인 것이란다. 그리고 이 병은 유전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아. 힌트가 되겠니? 맞아, 하쓰네의 할아버지이지 학장인 쓰게 아키라도 다발경화증이 있었어. 쓰게 아키라는 명예를 중요시 하는 사람으로 자신이 다발경화증이라는 것을 숨기려고 했단다. 미국에서 몰래 마약을 들여온 것도 그였어. 그 마약은 다발경화증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거든.. 그런데 마약 밀수가 들통이 나서 더 이상 마약을 먹지 못하자, 다발경화증이 악화되어 연주를 할 수 없는 상태였어. 그런데도 숨기고 싶어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았던, 하쓰네가 할아버지에게 연주를 그만두게 할 핑계거리를 만들어 준거야. 바로, 살인협박 메일을 보내는 거였지. 첼로를 숨긴 것도 하쓰네의 짓인데, 그것도 연주회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었단다.

사건의 내막은 이랬던 것이고, 연주회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성공적으로 잘 끝냈단다. 소설은 이렇게 끝이 났단다. 이해가 좀 안 되는 것은, 하쓰네의 할아버지였단다. 다발경화증을 그렇게까지 숨겨야 했었나 싶어. 그걸 밝히고도 명예를 충분히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명예를 꼭 음악적 재능으로만 지켜야 하는가? 훌륭한 지도자로써 또는 인간됨으로 충분히 명예를 지킬 수 있을 텐데 말이야. 하기야 아들과 절연까지 하는 인성을 보면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인 것 같구나.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3권은 제목에 쇼팽이 들어가 있는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 나중에 읽게 되면 또 이야기해주마.


PS:

책의 첫 문장: 시가 2억 엔인 첼로가 완전한 밀실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이 늙은 피아니스트는 잠든 것처럼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피가 끓고 가슴이 뛴다는 표현이 있는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연주하고 있으면 정말 혈액 온도가 올라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양팔의 근육이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소리를 내면 낼수록 이 악기가 생물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목소리를 충실히 실체화해 주는 연주자를 내내 찾아다녔다고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거짓이라 생각되면 개방현으로 모든 현을 켜 보면 된다. 단 하나의 음인데도 다양한 뉘앙스와 색채로 변화해 갔다. 이것이 생물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 P108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11-27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뻔한 스토리 이지만 음악, 음악가에 관해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 놀라움을 ^ㅎ^

bookholic 2021-11-27 20:30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그건 인정....
but, scott 님보다는 적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