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빅토르 위고는 소설 속 주인공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빈곤때문이며, 그 빈곤의 책임은 바로 사회에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범죄는 사회의 부조리와 무관용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지, 범죄를 저지른 자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빈곤층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인 여성, 어린이, 하인, 저교육층이 불평등 속에 살아가는 것도 남편, 아버지, 주인, 고소득층, 고교육층같은 기득권층의 책임이라고 작가는 주장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말의 저작권은 위고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27)

<모비 딕>에는 스타벅이라는 이름의 일등 항해사가 등장한다. 유명한 커피 전문점 이름인 스타벅스가 바로 <모비 딕>스타벅에서 따온 것이다. 스타벅스는 우리에게 매우 대중적인 장소가 되었지만, 스타벅이 등장하는 <모비 딕>은 우리나라 독자들이 그리 많이 찾는 고전은 아니다. 그러나 영미권에서 이 소설이 누리는 위상은 대단하다. 미국에서도 작가가 숨질 때까지 이 소설의 존재감은 미미했는데, 작가 사후 재평가를 통해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58)

빅토르 위고는 건축물이란 건축가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예술 작품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개인의 역량과 상상력이 아니라 그 사회 민중의 삶과 정신이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 올린 퇴적물이 바로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건축물은 민초의 삶이 그대로 반영된 돌로 만든 책이며, 수백 년에 걸쳐 민중이 힘을 모아 쓴 역사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60-61)

위고는 우후죽순처럼 세상에 나오는 책을 바벨탑에 비유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완성해 가는 건축물과는 달리 너무나 쉽고 빠르게 생산해 내는 책의 위험성을 경계한 것이다. 21세기에 와서 책의 바벨탑은 더욱 거대해졌다. 책을 넘어서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도구도 생겨났다.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속도, 그리고 그 양까지 15세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다. 중세 시대에 노트르담 대성당이라는 돌로 된 책을 향유한 사람은 극소수였지만, 지금은 정보 앞에서 만인이 평등해졌다. 하지만 온갖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사유할 힘을 잃어 가고 있다. 가짜 정보와 가짜 뉴스라는 독버섯에 야금야금 희생당하고 있다. 어쩌면 위고는 이러한 오늘날의 병폐를 화려한 퇴보라고 우려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74)

19새기 장편 소설가들은 주요한 이야기 전개와 관련 없는 부분까지 장황히 묘사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에 단편 소설과 희곡을 즐겨 쓴 체호프는 군더더기 같은 문장이나 불필요한 장치를 결코 끌어오는 법이 없었다. 체호프가 제시한 다음의 총 이론을 보자.

이야기와 직접 상관이 없는 것들은 단호히 없앤다. 1장에서 총이 등장했다면 2장이나 3장에서는 총을 꼭 발사해야 하고, 발사하지 못했다면 과감히 없애 버린다.”


(123)

존재 지향형 학생은 교사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머릿속에 주입하지 않고 이해하는 데 집중한다. 노트에는 주요 내용만 필기하되,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자기만의 문장으로 풀어 쓴다. 이런 학생은 그날 배울 내용과 관련해 사건에 배경 지식을 찾아보고 교과서에서 왜 이렇게 설명했을까 생각해 본다. 수업 시간에는 자신의 의견을 내놓으며 교사에게 질문을 던지고, 다른 학생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며 자기만의 지식을 쌓아 간다. 이렇게 쌓은 지식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머릿속에 남아 있지만, 단순 암기로 쌓은 지식은 쉽게 사라져 버린다. 학습에 대한 흥미도는 단연 존재 지향형 학생이 높다.


(132)

루소는 열두 살 미만의 아동기를 감각이 성장하는 시기로 보았다. 이 시기의 아이는 전원 환경에 둘러싸여 지내야 하며, 책을 통한 교육은 금물이라고 했다. 책을 읽힌답시고 오랫동안 앉혀 두는 것은 감각이 성장하는 데 방해되며, 심지어 재앙이라고도 표현했다. 이는 루소의 교육론 중에서 오늘날 우리나라 학부모들에게 가장 극렬한 반대에 부딪힐 내용이다. 열한 살이 되도록 책 한 번 펼쳐보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135)

루소는 <사회계약론> <에밀> 1762년 연달아 발표했다. 그때 프랑스 정부는 루소의 책을 태워 버리라는 명령을 내림으로써 루소에게 치욕을 안겨 주었다. 루소가 책 속에서 강조한 자유와 평등에 대한 논리가 왕과 귀족들의 세상이었던 당시 프랑스 사회를 비판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명령이 무색하게도 <사회계약론>은 프랑스 혁명의 든든한 밑거름이자 버팀목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독립을 하는 데 사상적인 토대가 되었고, 미국은 실제로 사회 계약의 과정을 통해 민주 국가를 세웠다. 그런 한편 <에밀>은 아이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존재여야 한다는 교육론의 뿌리가 되었다.


(154)

셰익스피어는 500년 전에 오늘날까지도 흔히 쓰이는 단어를 약 2,000개나 만들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임진왜란 시기의 조선인이 지금까지도 사용하는 우리말 단어를 2,000개나 만든 셈이다. 셰익스피어가 만든 대표적인 단어로는 addition(추가), bedroom(침실), belongings(재산), champion(우승자), fashionable(유행하는), gossip(소문), hint(암시), successful(성공적인), swagger(건들거리다)등이 있다.

여기서 마지막 단어 swagger가 바로 힙합 용어로 알려진 스웨그(swag)’ 또는 스웩의 원형이다. 지금은 스웨그가 자기만의 개성적이고 자유분방한 표현을 가리키는 용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균호 2021-02-26 0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정말 감사합니다 !!!!

bookholic 2021-02-26 10:33   좋아요 1 | URL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좋은 책을 만나고, 그 책에서 좋은 책들을 알게 되었거든요~~
즐거운 금요일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