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셔의 손
김백상 지음 / 허블 / 201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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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좋아하는 미술가 중에 에셔라는 사람이 있단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작품 실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매우 독창적이면 창의적이라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야. 그의 대표작 중에 <그리는 손>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판화로 알고 있는데 정교한 손을 판화로 그리는 것만으로 놀라운데, 손이 그림 밖으로 나와 있는 듯한 착시효과와 서로 다른 손을 그리는 끝이 없는 돌고 도는 독창적인 그림이었어.


우연히 인터넷 서점 서핑을 하다가, 에셔의 <그리는 손>을 떠오르게 하는 책 제목을 하나 봤단다. <에서의 손>. 무슨 책인가 궁금해서 책 소개를 봤더니 미술 관련 책이 아니라, SF 소설이라고 하더구나. 그리고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받은 책이라고 하는구나. 전에 한국과학문학상 단편 수상집을 읽었는데, 장편 부분도 있었나 보구나. 아빠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SF 소설 장르에 흥미를 가지고 있어서 이 책도 관심이 갔단다. 거기에 제목에 에셔가 들어가 있잖아. 그래서 이 책을 읽었지. 지은이는 김백상이라는 분으로 처음 알게 된 사람이야 경영학도였는데, 나중에 글이 쓰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더구나. 자신의 천성을 못 버리는 것 같구나.

1.

엄지척을 들 만큼 재미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었지만, 나름 지은이의 과학적 상상력이 돋보인 것 같구나. 가까운 미래, 전뇌 이식은 일상이 되었단다. 전뇌는 전자두뇌의 줄임말 같은데, 뇌에 넣어서 우리 뇌를 보좌하는 역할을 한단다. 전뇌를 이식하면 멀티태스킹이 가능하고, 원래 뇌 안의 생각들을 데이터로 바꿀 수도 있고, 물론 저장과 무선 통신도 가능했단다. 보통 사람들은 여섯 살이 되면 전뇌 이식을 하곤 했어.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전뇌를 이식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어. 전뇌를 이식했다가 몸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전뇌부적응자가 있고,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있는 전뇌불능자들도 있었어. 이들은 소위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었단다. 하지만 예술가들이나 운동 선수들도 전뇌를 하지 않았어. 그들은 순수한 인간으로 특출한 능력들을 보여야 인정을 받았거든전뇌를 이식하면 운동 선수의 자격도 될 수 없었지.

2.

주인공 진은 코스모스라고 하는 하는 포탈 사이트의 서버를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 코스모스가 폭탄 테러를 당하고 난 다음 그 일을 그만두고 케이스를 스스로 발굴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어. 여기서 이야기하는 케이스란, 어떤 적당한 사람을 선정해서 그에게 접근한 후 그를 설득해서 그의 기억, 정확히 이야기하면 전뇌에 저장된 기억 지워주는 일을 했어. 그가 케이스를 선정할 때는 불우한 삶을 겪거나 괴로운 기억을 지우고 싶은 사람들이었어. 컴퓨터 포맷에 윈도우 초기화와 비슷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 언어 능력 등은 다 유지하고 자신의 경험만 지워주니까 말이야. 그 대신 그렇게 지운 이의 기억은 진이 다 볼 수 있었고, 진은 자신만이 알고 있는 은밀한 곳에 그 기억들을 저장해 두었어. 당사자들은 기억을 지우고 나면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전혀 모르고 다시 새로운 살을 살게 된단다.

그의 열한 번째 케이스 수연. 수연은 전뇌불능자 부모를 두었고 수연의 부모님은 사고로 죽고 말았어. 어렸을 때부터 혼자였던 수연은 격투기에 재능을 보여 격투기를 하게 되었고, 11연승을 달리고 있던 어떤 챔피언을 꺾고 새로운 챔피언에 올랐어. 하지만 그 승리를 한 다음날 아침 앞에 보이지 않게 되었어. 병원에 갔더니 눈에 피가 고여 있다고 했고, 결국 실명을 하게 되어 인공 눈인 의안을 넣기로 했단다. 전뇌와 마찬가지로 의안을 착용하면 더 이상 격투기 선수 자격이 될 수 없어서 격투를 그만 두었단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전뇌 이식도 함께 하기로 했어. 그런데 전뇌를 넣은 다음부터 몸에 부작용이 생겼어. 몸 동작도 이상하고, 말도 더듬고, 입 다무는 것도 제어가 잘 안되어 침도 질질 흘렸지. 인정하기 싫었지만 전뇌부적응자가 된 거야. 수연은 우연히 어떤 여자를 괴롭히는 남자(직업은 포주)를 손 봐준다는 것이 목을 비틀어 죽게 하는 사고가 일어났어. 그런데 그 사고를 통해 수연이 얻은 감정은 희열. 죽음을 통해 희열을 찾는 수연은 이후 못된 짓들을 하는 남자들을 몰래 죽였어.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지. 네 번째 살인을 했을 때 그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십대 소녀 마리. 마리는 그런 수연에게 살갑게 굴었고 그들은 이후 친한 사이가 되었단다.

그런데 그 마리는 앞서 이야기했던 포탈 사이트 코스모스 서버의 폭탄 테러에 테러범으로 참여한 이들 중에 한 명이 된단다. 테러가 끝이 나고 대부분 범인들은 무죄를 주장하였는데 마리는 그 테러 사건에서 죽은 유일한 희생자가 된단다.

...

3.

강현우라는 사람이 있어. 그의 직업은 서처. 뒤처리를 해주고 사람도 찾아주는 뭐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지. 경찰을 도와주다가 007가방을 하나 줍게 되는데 그 안에 징그럽게도 사람의 뇌가 있었어. 그 뇌는 살아 있었고, 전뇌도 있어서 그 뇌의 케이블을 연결하자, 어떤 병원으로 데려가 달라고 했어. 며칠 뒤 그 전뇌는 의체를 가진 멀쩡한 사람으로 나타났단다. 그의 이름은 샘. 직업은 천재 해커.

강현우에게 의뢰가 하나 들어왔어. 전뇌 회사 사장이 한 의뢰인데, 최근 전뇌가 지워지는 사건이 일어난다고일명 백지증후군전뇌 자체 문제가 아닌 것이 서울에서만 발생한다고 했어. 그러니까 누군가 전뇌의 데이터를 지우고 있다는 것이지.. 누군지 알겠지? 아빠가 맨 처음 소개했던 진. 그는 가장 최근에 백지증후군에 걸린 수연을 조사해 보았지만 전혀 단서를 찾지 못했어. 현우가 구해준 해커 샘이 아주 작은 스파이 곤충을 이용하여 해킹을 해서 수연의 기억을 지운 남자의 정체를 밝혀낸단다. 코스모스 문지기였던 사람이야.

….

또 다른 등장인물 정미연. 유능한 전뇌 연구자. 시험관 인공 아기로 정마리를 낳고, 마리가 갓난아기일 때 전뇌를 이식했어. 여섯 살 이전에 전뇌를 이식시키는 것을 불법인데 미연은 전뇌를 이용하여 마리를 엄청난 능력치를 가진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지. 미연은 늘 연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마리의 육아는 인공로봇 보모에게 맡겼어. 하지만 미연의 이런 육아의 결과는 열네 살 마리가 테러에 참여하여 죽고 만 것이었어. 미연은 이 일로 망연자실하게 된단다. 죽은 마리를 만나러 갔다가 수연을 만나게 된단다.

섭리. 그는 일곱 사도 사건의 배후란다. 일곱 사도 사건은 포탈 사이트 코스모스의 서버 폭탄 테러로도 부른단다. 그는 불특정 사람들의 전뇌를 조정하여 포탈 사이트 코스모스의 서버에 폭탄을 설치하게 했단다. 그래서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테러에 참여한 이들이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모두 무죄를 주장하게 된 것이란다. 단 사람 마리만 빼고.. 마리는 그 테러 사건으로 죽었잖아. 그 사건이 있고 얼마 뒤 그를 찾아온 여자가 한 명 있었어. 수연. 수연을 섭리를 죽이고, 그 시신을 미연에게 보냈단다. 마리에 대한 복수라면서

이후 아빠가 이야기해 준 등장인물들이 얽히고 설켜서 이야기가 진행된단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처럼 전뇌가 진짜 있다면 어떨까? 아빠의 기억과 추억을 잘 보관해주는 장점도 있겠지만, 내가 기계인지 사람인지 정체성에 혼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아빠는 선택하지 않을 것 같구나.

3.

이렇듯 이 소설을 새로운 인물들이 계속 나오는데, 그들이 그 이전에 나온 인물들과 서로 얽혀 있단다. 마치 에셔의 <그리는 손>처럼 말이야. 그리고 아빠가 제대로 읽은 것이라면 시간적인 순서가 헛갈리게 된단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시간순서가 맞지 않았어. 아빠는 처음에는 그 뒤엉킨 시간 때문에 아빠가 책을 잘못 읽었나 싶었는데, 그 또한 지은이의 의도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에셔의 <그리는 손>도 보면 앞으로 그려질 손이 이미 과거의 손을 그리고 있는 것처럼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그림이잖아. 그것처럼 이 소설도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시간을 왜곡시켜 이야기를 해간 것은 아닌가 싶었단다.

….

전에 읽은 <한국과학문학상 단편 수상집>보다 나은 것 같았단다. 물론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아빠가 SF 소설을 지은이의 의도대로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그래도 지은이 김백상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볼 만했단다.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 밤새 비가 내렸다.

책의 끝 문장 : 수면을 박차 오르는 새들의 힘찬 날갯짓을 그리는 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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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11-27 0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 봄 ‘에셔의 방‘ 전시회를 다녀왔어요~~
이 작품들이 판화인가 싶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입체적이더라구요^^
그래도 그때는 그나마 마스크를 쓰고도 좀 다녔는데 코로나가 여지껏 기승을 부릴지는 몰랐어요^^
‘에셔의 손‘ 이라는 소설이 있네요~~
기회되면 읽어보고 싶어요^^

bookholic 2020-11-28 02:12   좋아요 1 | URL
네, 코로나가 이렇게 오래 갈 줄이야...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못 만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려고 했는데,
코로나가 더 심해져서 또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이번 주말도 집콕독서 해야할 것 같아요..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