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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식과 이완의 해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3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몇 유명 출판사에서 북클럽을 운영하는 것을 알고 있었어. 몇 년 전부터 가입을 해볼까 알아보다가, 그 회비로 보고 싶은 책을 사는 게 더 낫다고 해서 가입은 안 했어. 얼마
전에 우연한 경로로 문학동네 북클럽 회원 모집 광고를 봤어. 그 동안 내용을 자세히 안보다가 이번에는
좀 자세히 읽어보았어. 음, 그런데 회비에 비해 많은 혜택을
주더구나. 이런 저런 선물에, 이벤트도… 책도 다섯 권이나 주었어. 그것만 해도 본전은 뽑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입을 했단다. 가입 선물로 문학동네의 책들 중에 한 권을 고를
수 있었어. 문학동네는 큰 출판사답게 다양하고 많은 책들이 있었어. 고전부터
최신 소설까지 말이야. 고를 수 있는 폭이 너무 넓다 보니, 오히려
뭘 골라야 할지 망설이게 되더구나. 책목록을 쭉 보다가 신간 중에 골라보기로 했어. 신간 리스트를 쭉 보다가 아빠의 눈길을 끄는 제목이 있었단다. 내
휴식과 이완의 해.
아빠가 원하는 단어들. 휴식. 이완. 이 책을 읽으면 편안해지고 몸이 이완될 것만 같은 제목이었어.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 보니 평도 나쁘지 않더구나. 지은이는 오테사 모시페그라는 미국의 작가더구나. 나쁘지 않을 것 같았어. 일 년 동안 푹 쉬기로 했다는 주인공의
이야기…. 그러나…
1.
솔직히 실망했단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무척 기대를 하고 기다린 책인데… 아빠가 처음으로 출판사의 북클럽에 가입해서 첫 번째로 받은 책인데… 제목처럼
휴식과 이완의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를 했는데… 이런 기대들을 모두 져버린 책이었어. 사람들은 왜 이런 책에 열광을 하는가. 이런 소설에 공감을 하기에
아빠는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는가. 이 소설은 도대체 어디서 감동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더구나.
회사에 다니지 않아도 될 만큼 돈이 어느 정도 넉넉한 주인공이 일년 동안 잠만 자기로 결심한 이야기.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서만 지내는 이야기. 주인공의 아버지는 암으로 죽고,
주인공의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로 자살을 하고, 주인공은 혼자가 되었어. 부모님들이 남긴 돈이 넉넉해서 돈을 다닐 필요가 없었어. 일 년
동안 동면을 취하기로 했어. 잠에 방해되는 것을 없애려고 철저히 준비를 했어. 공과금은 모두 자동 납부로 해 놓고, 재산세는 일 년치를 미리 다
내는 등 말이야. 그리고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약을 구입했어. 그리고
집에서만 잠자기 시작. 술과 각종 약으로 잠을 청했고, 잠에서
깨어 있는 시간은 다시 잠 올 때까지 비디오만 보고 다시 잠을 청했어. 약이 떨어졌을 때와 먹을 것이
필요할 때만 집 근처에 나갔단다. 약과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필름이 끊기기도 했어.
그야말로 세상과 담을 쌓은 거야. 아주 간혹 유일한 친구 리바가 와서 방해를 했단다. 이런 이야기가 책 내내 이어지고 있단다. 그런데 그렇게 동면을 시작한
날이 2000년 6월 뉴욕이란다. 그럼 일 년이 지나면 2001년
6월. 음.. 그 사건이 일어나기 3달 전이구나. 아빠는 문득 이 소설에서 그때 그 잔인한 사건을 등장시킬
모양이라고 생각했어. 그렇지 않으면 굳이 배경을 2001년을
할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 말이야.
2.
주인공이 그렇게 일 년 동안 잠만 자려고 했던 이유가 있었어. 삶은 우울하고 재미있는 일도
없고 복잡한 일들만 일어나고… 일 년 동안 세상 돌아가는 일을 모두 잊고 잠만 자고 나면 무엇인가 바뀌어
있을 거라고 기대를 했어.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가졌을 거야. 나름 나쁘지 않은 생각이구나. 다만 동면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너무
많이 혹사를 시켜서 그렇지. 그렇게 혹사를 시키고 나도 새로운 세상에 다시 태어난 기분일까?
그렇게 동면에서 깨어난 2001년 6월 뉴욕의 모습은
주인공이 기대한 모습이었을까. 동면의 목표를 이루었을까. 어쩌면
새로운 세상이 아니라, 잠들기 전보다 더 악한 세상이 되어 있을 수도…
세달 뒤 2001년 9월 11일, 그 무서운 사고로 유일한 친구 리바까지 잃게 되었으니 말이야. 불타는 세계무역센터의 고층에서 뛰어내리는 여자를 보면서, 주인공은
그 여자가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고 있다고, 깨어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주인공이 그 후 어떤 결정을 했을지 생각해보면 아찔하구나. 긴 잠으로도 해결하지 못하고, 고층에서 떨어지는 여자를 보고 미지의 세계로 뛰어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선택이 무엇일지... 책을 덮고, 책소개를 읽어보니 이 소설을 블랙코미디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소설
내내 드리워진 블랙은 잔뜩 보였으나, 코미디는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더구나.
….
온 세계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동면 아닌 동면을 취하고 있단다. 모든 세상 사람들이
동면을 취하고 있어서, 지구는 정화되고 깨끗해진다는 소식도 들려오지만,
사람들이 얼른 동면에서 깨어났으면 좋겠구나. 소설 속 동면이 끝나도 바뀐 것이 없지만, 현실에서 맞고 있는 이 동면이 끝이 나면 세상이 바뀔 것 같구나. 지구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으니, 일상으로 돌아오더라도, 코로나 이전과는
다른, 좀더 건강하고 지구 친화적인 일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구나.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며, 코로나 바이러스도 얼른 사라지기를… 이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 나는 잠에서 깰 때마다, 밤이건
낮이건, 내가 사는 건물의 밝은 대리석 로비를 터덜터덜 지나 근처 길모퉁이에서 24시간 영업하는 보데가로 가곤 했다.
책의 끝 문장 : 그녀는 완전히 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