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그러나 나는 별 쓸모도 없는 물건들을 집안에 잔뜩 쌓아놓기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일에 아주 긴 시간을 시달리다가 수십 년 뒤 허비한 세월을 후회하는 어른들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그리고 나의 아버지가 단지 먹고 살기 위해 오랫동안 힘든 일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아버지보다는 나은 삶을 살겠다고 맹세하고 있었다. 최고의 자산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34)

이곳이었소. 물론 박사는 물리학자이니까, 반물질이 발견된 곳이 이곳이라는 사실은 알고 계시겠지. 하지만 현재 항공학의 원리들이 만들어진 곳도 칼텍이고, 지구의 나이를 처음으로 정확하게 확정한 곳도 칼텍이라는 것을 몰랐을지도 모르오. 로저 스페리가 좌뇌와 우뇌의 기능이 다르다는 사실, 그러니까 좌뇌는 언어에 쓰이고 우뇌는 시각이나 공간 감각에 쓰인다는 사실을 파악한 곳도 이곳이라는 것도. 분자생물학도 칼텍에서 만들어내다시피 했소. 그 일의 핵임에 있었던 사람이 박사 같은 물리학자인 막스 델브뤼크였지. 그는 그 공로로 1969년에 노벨상을 탔소.”

(44~45)

파인만은 철학 연구를 경멸했지만, 사실 두 사람의 마찰은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파인만은 물리학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말하곤 했다. 하나는 바빌로니아인이고 또 하나는 그리스인으로, 바빌로니아인은 숫자와 방정식, 기하학의 이해에서 서양 문명 최초로 큰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우리는 수학을 발면한 것이 탈레스,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등 훗날의 그리스인이라고 이야기한다. 바빌로니아인은 어떤 계산 방법이 효과가 있느냐, 즉 실재하는 물리적 상황을 적절하게 묘사하느냐 하는 문제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그것이 정확한가, 더 큰 논리 체계와 맞아떨어지는가 하는 문제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탈레스를 비롯한 그리스인들은 정리(定理)와 증명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으며, 어떤 진술이 공표된 공리(公理)나 가정의 체계에서 나온 정확한 논리적 결과물일 때에만 그 진술을 참으로 여겼다. 간단히 말해서, 바빌로니아인은 현상에 맞추었고 그리스인은 그 밑에 깔린 질서에 초점을 맞추었다.

(98)

예를 들어 중력이 강한 힘보다 훨씬 약하지 않다고 생각해보라. 별은 훨씬 더 압착이 되어 핵연료는 빠른 속도로 타버릴 것이고, 생명의 진화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중력이 훨씬 더 약하다면, 전자기적인 반발력 때문에 물질이 하나의 별로 합체되지 않을 것이다. 만일 강한 힘이 전자기력보다 훨씬 강하지 않다면, 대부분의 원자핵은 해체되어버릴 것이다. 물질 속의 전자와 양성자들의 숫자가 1퍼센트라도 균형이 맞지 않으면, 나와 1미터 떨어진 사람 사이의 전자기력이 지구의 무게보다 더 클 것이다. 자연의 힘들은 서로 다르지만 섬세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다. 왜일까? 이 답을 찾으려면 개별적인 힘들을 묘사하는 각각의 이론들로는 부족하다. 오직 모든 힘을 포괄하는 하나의 이론만이 존재에 대한 이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다.

(173)

그렇다고 나한테 좋은 상상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야. 사실 나는 소설을 상상하는 것보다 과학자의 일이 훨씬 더 힘들다고 생각해. 즉 없는 것을 상상하는 것보다는 있는 것을 파악하거나 상상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지. 소규모로 또는 대규모로 벌어지는 일들은 처음 예상과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하네! 원자를 그려보는 데도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하지. 원자가 이렇게 저렇게 움직일 거라고 예측하는 데 말이야. 원소의 주기율표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지.

과학자의 상상력은 제어를 당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상상력과는 다르네. 과학자가 뭔가를 상상하면, 신은 부정확하다거나 지금까지는 괜찮다고 말하지. 물론 여기서 신은 실험이야. 신은 이렇게 말하기도 하지. ‘, 아니야, 그건 일치하지 않아.’ 우리는 이렇게 말해 나는 그것이 이렇게 될 거라고 상상해. 그렇다면 이런 것을 보게 될 거냐.”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볼 때 그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 우리가 잘못 추측한 거니까. 하지만 글쓰기에는 이런 것이 없네.

(208)

나는 스스로 과학자라고 말할 수 있네. 발견을 하면 흥분을 하지. 흥분은 사실 자신이 뭔가를 만들어냈을 때 오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있던 아름다운 것을 발견했을 때 오는 것이라네. 따라서 과학적인 것은 나의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주네.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영향을 주고, 어느 게 먼저고 어느 게 뒤인지는 모르겠네. 나는 통합된 사람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나의 회의주의 때문에 내가 과학에 관심을 갖는 것인지, 과학 때문에 회의적이 되는 것인지 그런 것은 모르겠네. 그런 것들을 아는 것은 불가능해. 어쨌든 나는 무엇이 사실인지 알고 싶네. 그래서 사물을 들여다보지. 보고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발견하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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