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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은 이야기 시작부터 독자들과 ‘은밀하게’ 비밀을 공유한다. 만화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슈퍼히어로들을 “내복 입은 캐릭터들”이라고 부프며 그런 캐릭터는 “흔해 빠졌다”고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새로운 캐릭터는 “조금은… 다르다!:라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길고 긴 설명을 하는 동안 스탠은 이미
독자들과 친밀한 사이가 되었고,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구별되는 스파이더맨의 분위기와 배경이 형성되었다. 그의 익살스러운 말투는 의도적으로 느긋한 분위기를 만들며 이 히어로가 얼마나 ‘특별’한지를 강조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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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225)
편집자이자 아트 디렉터인 스탠은 신뢰하는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과 일하며 마블의 목소리와 스타일을 이끌었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사람을 발견하면, 그는 일부러 그 작가 또는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마블 특유의 작업 방식을 밀어붙였다. 예를 들어, 스탠은
만화책 산업에서 가장 독특한 그림 실력을 가졌다고 인정받는 스타일리스트 조지 투스카의 유려한 작품들을 일찍이 알아보았고, 곧 투스카의 그림을 가장 선호하게 되었다. <데어데블>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진 콜런은 이렇게 말했다. “스탬은 항상 (투스카의)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만화가들도 그렇게 그리기를 바랐습니다.” 스탬은 이러한 관리 방식으로 마블의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반면, 일러스트레이터들로
하여금 그가 원하는 그림 스타일을 알려주어 작업을 빠르게 끝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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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훗날 DC의 대표 제넷 칸은
1950년대 이후의 만화 세계에서 “가장 중대한 사건”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스탠을 언급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만화 속 캐릭터들은 저도 모르게 그 시대의 특색을 띠게 되고 그런
특색들의 대변인이 됩니다. 그게 바로 사람들이 어떤 캐릭터가 신화의 일부가 될지 그토록 확실히 구분해내는
이유예요. 스탠 리의 캐릭터들은 1960년대를 대표했습니다. 그는 당시 사람들의 반체제적인 감정과 소회감, 자기를 비하하는 모습을
잡아냈지요. … 입 냄새와 여드름, 거친 생각, 어린 나이 등 당시 청년들은 사람들에게 거부당하는 자신들의 아픔을 대신해줄 상징물을 원했고, 스탠은 그걸 캐릭터들 속에 집어넣은 거예요.”
마블의 최대 적수이자 경쟁자가 보내는 나쁘지 않은 찬사였으며, 만화
산업이 극복해야 할 저급문화 인식에 대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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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이 특별한 <스파이더맨>을
출판함으로써 스탠은 코믹스 코드를 현대문제로 끌어왔을 뿐만 아니라 같은 주제의 만화를 작업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돌던 DC 코믹스를 마블이 앞설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DC의 편집장 카민 인판티노는 마약에 관한 내용을 다룬 마블을 매도하면서 그런 이야기가 만화책을 읽을 아이들에게
특히 유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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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그는 직원들이 새로운 일에 아주 열성적으로 도전하도록 만들었어요.” 스탠과 커비 모두와 함께 일했던 작가 마크 에바니어가 말했다. “직원들은
간혹 편집자들을 대할 때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지만, 스탠에게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토머스도 스탠에 이어서 직원들에게 지지를 얻었지만, 한 달에 40여 편에 달하는 작품을 대량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출판
일정은 여전히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었다. “스탠이 편집장으로 있었을 때 발휘하던 힘이 내게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토머스가 회상하며 말했다. “하지만
난 누구에게도 겁먹지 않았어요. 어느 누가 나보다 더 스탠과 가까이 지내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아주 편안했고, 그렇게 불안해했던 적은 거의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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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스탠의 독특한 목소리가 만화계를 장악했다.
그는 대중문화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극성스러운 유명인 문화(유명인들의
이름이 과도하게 거론되고 사생활까지 관심을 받는 현상)까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만일 청소년과 대학생 연령대의 독자들이 스탠에게 그들의 리더가 되어주길 원한다면, 그는 기꺼이 그 역할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든든한 왕이 되어야 했다. 마블
만화책 속 문장들을 통해서나 미국 전역의 대학교에서 강연을 하며 형성된 이미지로나, 스탠은 자신의 출판사와
직원들보다 더 큰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 그 결과, 스탠
리는 만화 산업을 바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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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 개인적인
확신을 유지하며 글을 쓴다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 대화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더불어 그는 캐릭터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정말로 내 모습이었다. … 그들 하나하나가 나와 같았다. … (하지만) 특히 스파이더맨의 삶은 내 자서전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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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SLM이 실패하고 많은 사람들이 스탠의 경력이 끝나기 일보 직전 같다고
생각했다. 만일 정말 그랬다면, 그는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스탠은 자기만의 슈퍼히어로 체인점을 갖기 위해 창작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을 다지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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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
스탠을 만나보니, 10대 시절부터 배우가 되기를 꿈꾸었던 열망으로
그의 대중적인 이미지가 성장했으며, 그것이 훗날 유명인으로서의 정체성으로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스탠은 어릴 적에 주변에서 보아왔던
뉴욕 특유의 자신만만한 태도를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가면은 일대일로 이야기하는 도중에
벗겨졌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그는 신중했고, 사려 깊었으며, 마치 그 모든 세월 동안 그가 얻은 행운을 믿지 못하겠으며 어째서 수백, 수천
명이나 되는 팬들이 자신을 보려고 줄을 서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듯한 모습으로 질문에 대답했다. 스탠의
젊고 긍정적인 가치관은 허풍을 떨며 과장스럽게 보이던 대중적 이미지를 상쇄시켰다. 90대 중반에 접어든
그는 이제 귀도 잘 들리지 않았고 2012년에 삽입한 심박 조율기가 그의 심박 속도를 조절해주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대중들 앞에 나왔고 마블 세계의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즐거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