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를 기다리며 위픽
조예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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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에 꽂혀 읽고 있는 요즘, 그 중에서도 빨리 읽고 싶었던 이 작품을 이제야 만난다.

조예은 작가 님은 참 작품이 많다. 미스테리라고 해야할까? 작품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아직 일찍 못 하고 있다고 하면 말도 안 되지만... 감각적이고 눈에 띄는 작품이 많아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쭈욱 읽어내릴 것도 알지만 시작이 힘이 든다.

그런 면에서 위픽은 최고이다.

짧아서 독서의 성취감과 만족감은 최강이고 다양한 주제, 다양한 작가의 이야기들이 다들 나름 재미가 있더라구.

 

출판사 리뷰 소설은 주인공 정해가 소꿉친구 우영이 만조의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소식을 받으며 시작된다. 정해는 20년 만에 우영의 고향 미아도를 찾는다. 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영산에는 죽은 자의 소지품이나 뼈를 묻으면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17)는 오래된 전설이 있었다. 우영은 대대로 영산을 관리해온 산지기 집안의 딸이었고, 산에 묻히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런 우영이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것을 정해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한편 영산에 떠도는 전설을 기반으로 몸집을 불린 사이비 종교 영산교는 방송까지 타며 계속 사람들을 미아도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오랫동안 영산의 주인으로 떠받들어진 산주’, 최씨 집안의 막내딸이 기도와 정성을 빙자한 공양을 받으며 영산교를 키웠다. 정해는 종교 활동에 헌신적이었던 우영의 자취를 쫓아 영산교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미신이라며 비웃었던 믿음에 의지해서라도, “어떻게 해서든 다시 만나”(20)기 위해. 썰물에 갯벌이 드러나듯, 만조의 검은 바다가 감추고 있던 영산교와 우영의 진짜 비밀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정해와 친구 우영의 우정이 뭔가 애매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사이비 종교 단체 이야기 등이 단편으로 이야기 하기에는 좀 내용이 많은 경향이 있고 이야기판을 벌렸으나 급하게 마무리 되는 안타까운 면이 있고 위픽 초기작이라 작가의 말이나 인터뷰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나름은 재미가 있었다.

 

작가 님의 다른 작품을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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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와 제임스 위픽
강화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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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위픽에 꽂혀있다. 이번에는 강화길 작가의 <영희와 제임스>.

제목을 보고 상상하곤 하는 것과 내용이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많다. 사람 이름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그런 것도 책을 읽어가는 재미인 것 같다.

 

용희는 지방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녀들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고향 근처 대학교에 진학하여 공무원이 되거나 지역에 있는 기업에 취직해 평생 그 마을에서 살아가는 그저 그렇고 애매한, 정해진 인생만이 기다리는 듯한 두 소녀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영희’, 두 사람이 좋아하는 인디 밴드이다. ‘영희는 대단한 스타는 아니었지만, 홍대 라이브 클럽을 가득 메우는 밴드로,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촌구석에서 한없이 진지한 글램록 밴드를 좋아하는 친구를 찾는다는 건기적에 가까운 일이었기에 용희와 는 같은 밴드를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 친구가 된다.

게다가 용희가 영희의 팬들이 추종하듯 따르는 인기 블로그 나의 제임스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는 누구보다 용희와 가까운 친구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용희처럼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가서 공연을 보고, ‘영희멤버들에게 사인 받을 용기를 낼 수는 없지만, 용희와 함께 영희언니라 부르고, 그들의 재능을 칭찬하고 감탄하고 사랑하며 기쁨을 느낀다. 열아홉 살 겨울, 고등학교 졸업을 기다리던 는 드디어 용희와 함께 영희의 연말 공연을 보러 가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두 사람과 영희는 조금씩 사라지고 잊혀간다.

돌이켜보면 그렇다. 그 시절 우리는 어떤 감정에 한번 빠져들면 거기서 잘 벗어나지 못했다. 멈추지 못했다. 방법을 잘 몰라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 감정에 일부러 오래 젖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냥 그게 좋았으니까.(38)”

온 마음을 다해 좋아했던 것들이 과거가 되고, “이유 없이 서러워지고 삶의 모든 것이 실망스러워지는 순간”, 영원히 나와 함께할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결국 내 손을 떠나버릴 때에도 좋아했던 마음은 빛바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언제든 우리가 뒤돌아보길 기다린다. 조금은 미친 것처럼 보이고 살짝 우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가 함께 좋아하고 우리가 함께 바라보았기에 충만해지는 마음. 싱겁고 애매하거나 대담하고 열렬한 모든 사랑에 관한 소설영희와 제임스의 무대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너무 좋았다. 나도 참 덕후 기질이 농후해 뭔가를 좋아하는 순간이 많던 사람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크면 사실 기대하는 바가 커서인지 내가 더 좋아하는 마음이 많아서인지 실망의 크기도 아주 크고 처음 겪을 때는 배신감과 고작 그런 걸 좋아했다는 나에 대한 실망과 자책 때문에 더 괴롭기도 했다.

그렇지만 좋아하던 순간이, 그 기분이 나는 좋았던 것 같다.

나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좋아하는 모든 순간의 내가 좋았고 그런 기분이, 그런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데 기분이 알콩달콩했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는 기분은 너무 행복하니까...

실망하더라도 그 순간을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니까..

 

모든 사랑은 그래서 아리고 애틋한가 보다.

 

강화길 작가 님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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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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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극찬을 아끼지 않아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그 때 처음 알게 되었고, 사실 당시에 나는 그 이야기가 와닿지도 않았고 재미있지도 않았지만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오는 이야기를 그런대로 흥미롭게 읽었다. 심지어, 벽돌책 같았던 [다시, 올리브]도 꾸역꾸역 읽었다. 이제 보면 재미있을까 나도 감동을 받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그 책도 억지로 숙제처럼 읽었고 도대체 왜 이 작가가 인기가 많은지 공감은 못 했지만 누군가에게 그 말을 하면 책 좀 읽는다면서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두려워 나의 진심을 어디에도 들어 내놓지 못 했다.

그 와중에 친구들과 만든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어떤 친구가 선정하게 되었다. (동생에게 받아서 가지고 있는 책 중에서 정하겠다는 고집으로 선정된 책) 사실 작가가 아주 대중적인 분이 아니었고 나도 좋은 인상이 없어서 초보 독서인들인 친구들이 하기에 쉽지도 않고 괜히 독서모임 자체를 싫어하게 될까봐 걱정을 많이 하며 책을 펼쳤다.

생긴지 얼마되지 않은 도서관에서 한번도 펼치지 않은 책을 빌려서 걱정을 하며 읽은 책.

 

결론은 책이 너무 좋았다.

우선 얇았고 이야기가 시간 순서에 맞게 전개되지 않고,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가 공존하고, 순간 순간 단편적인 야기들이 튀어나오고,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 적도 없는 모녀가 자신들의 이야기는 하지도 못 하면서 밑도 끝도 없이 과거 자기 동네의 같이 알고 있던 이웃들의 불행한 결혼 생활이야기만 계속 하는 과정에서 누가 누구이고 이 사람이 저 사람인지 헷갈리는 이야기들이 무지하게 펼쳐져서 얇아서 금방 읽지만 읽으면서 이해가 안 가고 뭐지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좋았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은 어둠으로 가득했던, 그러나 반짝이는 순간들도 있었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한 소설가의 이야기다. 소설의 화자인 루시는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전 1980년대 중반에 병원에서 보낸 구 주, 그중에서도 오래 연락을 끊고 지내던 엄마가 갑작스레 찾아와 그녀를 간병해줬던 닷새를 회상한다. 당시 루시는 간단한 맹장수술을 받고 원인 모를 고열에 시달린다. 직장과 가사일로 바쁜 남편은 그녀를 보러 오지 못하고 그녀는 일인용 병실에 누워 남편과 어린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외로움과 씨름한다. 입원한 뒤 삼 주쯤 지났을 무렵, 그녀 앞에 마법처럼 엄마가 나타난다. “안녕, 위즐.” 아주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애칭으로 그녀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자 루시는 단번에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녀의 엄마는 침대 곁에 앉아 고향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풀어놓는다. 그들의 결혼생활, 불행한 결말을 맺었던 삶들에 대해서. 엄마의 이야기는 루시의 마음속 깊은 곳에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현재의 표면 위로 불러온다. 종조부의 차고에서 지내며 추위와 배고픔과 외로움에 떨던 날들, 부모님의 억압과 간헐적인 폭력이 이어지던 날들, 그래서 그토록 떠나고 싶어했던 고향 앰개시에 대한 기억을. 또한 그녀가 그토록 동경했던 뉴욕에서의 삶까지도. 그리고 루시는 서서히 깨닫는다. 그러한 기억들이 어떻게 그녀를 현재의 그녀로, 소설가로 만들었는지를.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은 소설이 쓰인 계기(원인)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쓰인 소설(결과) 그 자체이다. 시작과 끝이 맞물린 뫼비우스의 띠처럼 원인과 결과가 맞물린 이 작품의 구성은 언뜻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에 깊이를 부여한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은 소설가가 되는 일에 대한, 소설가로 사는 일에 대한, 그리고 소설을 쓰는 일에 대한 일종의 메타소설인 셈이다. 따라서 책이 내 외로움을 덜어주었다 () 그래서 생각했다. 나도 사람들이 외로움에 사무치는 일이 없도록 글을 쓰겠다고!”(본문 34) 말하는 루시 바턴의 목소리 뒤에서 우리는 오랜 세월 소설가로 살아온 작가 스트라우트의 존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서 말하는 인간의 조건은 기억이다. 매 순간 한 겹씩 쌓인 그 기억의 총체가 라는 사람을 구성하고 정의한다. 하지만 그 기억은 선연하고 명료한 기억이 아니라 흐릿하고 모호한 기억이다. 일부가 지워져 있거나 세월 속에서 뒤틀린 기억이다. 소설의 화자인 루시는 반복해서 자신의 기억이, 즉 자신의 진술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밝힌다. 따라서 독자는 화자가 말하는 과거의 일화들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다. 기억은 그렇게 불완전하고 우리를 구성하는 것이 그 불완전함이기에,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루시는 엄마가 어린 시절 자신이 받았던 고통과 상처를 떠올려주기를 기대하지만 끝내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의 기억은 어긋난다. 딸과 엄마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작품 속에서 루시가 끊임없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어떤 최종적인 하나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중요한 것, 소설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이 아니라 심리적 진실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지금 이 순간 실재하는 우리는 그 기억으로 이루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어둠과 빛이 공존한다. 기억 속의 어둠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다가 생각지 못한 순간에 우리를 붙잡는다. 기억은 그렇게 우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속박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소설은 고통을 극복하고 완전해지기 위해 내면에 깃든 어두운 기억을 몰아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죽음이 삶의 일부이듯, 어두운 기억 역시 우리의 일부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루시는 어두운 기억을 억압하는 대신 끌어안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그녀는 어둠 속에 존재하는 반짝이는 순간들을 본다. 트럭 속에 갇혀 공포에 떨었던 기억은 울고 있는 그녀를 꺼내 안아주던 아버지의 따뜻한 손길과 얽혀 있다. 루시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바로 그것, 어둠 속에서 빛을 보는 시선이다. 루시는 끝내 엄마와 완전한 화해를 이루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앞으로 나아간다. 구원은 타인과의 화해가 아니라 자신과의 화해에서 오기 때문이다. 결국 소설의 제목이자 소설의 말미에 등장하는 화자의 선언,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이다는 자신의 어둠을 향해 내미는 화해의 손길이다.

어둠 속에 우뚝 서서 밤을 밝히는 크라이슬러 빌딩처럼, 기억 속에 반짝이는 순간들은 삶에 내재할 수밖에 없는 어둠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순간들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결국 누군가에 대한 기억이란 삶과 삶이 교차한 순간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다정하게 이마에 손을 짚어주는 의사와 따뜻하게 감싸안아주는 간호사, 마음속 깊숙이 박힌 외로움을 들여다보고 이해해주는 위층의 신사. 이들은 루시의 곁에 오래 머물진 않지만 루시에게 외로움을 견딜 온기를 나누어주는 타인들이다. 소설은 그렇게 우리의 삶에서 작은 시간만을 점유했던 따뜻한 사람들을,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주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루시가 책을 통해 외로움을 덜어냈듯, 소설 역시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따뜻한 타인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작가는 이 아름답고 진실한 이야기를 수많은 타인들에게, 우리 독자들에게 바친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은 소설가가 독자에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크고 빛나는 위로다.

 

왜 이 작품이 좋았을까? 우선 글을 읽으면서 나의 어린시절이 많이 떠올랐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떠올릴수록 새록새록 피어 오르는 기억들이 많았다.

나의 가족, 나의 이웃, 우리 동네, 내 친구들.... 모호하지만 또 선명한 기억들... 빛과 어두움이 공존한다.

나는 언니 생각을 많이 했다. 너무나 맞지 않았고 항상 싫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기억들도 많았고 고마운 기억도 많았다.

그리고 그녀의 어두운 날들을 지켜줬던 책, 그녀가 소설가가 된 계기.... 내 삶 속에서도 항상 책이 있었는데 ...그냥 그런 이야기들이 참 좋았다.

 

사실 독서모임에서 이야기하기에는 좋은 책은 아니었다. 그래도 독서모임 덕분에 읽게 되었고 나를 많이 돌아보게 만든 책,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서, 나의 인생에서의 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볼아볼 수 있게 만든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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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괜찮아요
전성태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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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미션으로 만난 작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세상에는 참 많은 작가가 있고, 알려지지 않은 글도 너무 좋은 것들이 많아서 놀라곤 한다. 이 작가님도 나는 첨 알았는데 나이도 있으시고 활동도 제법 하셨나보다.

단편이 8편 실려있는 이 책은 오랜만에 만나는 서정적인 글이었다.

전형적인 소설 같은 아름다운 글, 서정적인 그리움, 인간미, 아름다운 한국어, 정감 어린 방언, 순수한 이야기로 읽기가 편했다. 사회파와 비정한 현실을 담고 있는 글이 많아서 오랜만에 편안하고 따뜻하게 읽은 소설이다.

 

깡통... 한몽사전 편찬 작업을 하러 한국에 온 네르귀의 이야기다. 여기서 네르귀는 몽골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몽골에서는 태명을 지어주지 않는다거나, 첫눈이 오는 날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는다는 말에 한국 연구원들은 의문을 표하면서도 신비로운 세계를 접한 양 관심을 가진다. 어릴 적 네르귀의 부모는 돈을 벌러 한국으로 왔고 네르귀는 몽골에 할아버지와 둘만 남았는데, 어느 날 여행자들이 네르귀에게 콜라 다섯 캔을 선물한다. 네르귀는 이 달고도 톡쏘는 맛에 매혹되지만, 할아버지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는 깡통에 두려움을 느끼고 네르귀에게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울란바토르에 콜라 캔을 버리고 오라고 시킨다.

이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바로 이 책에 반해 버렸다. 콜라에 대한 그 소년의 갈망과 외로움이 너무 아름다웠다.

숲으로...수아와 의붓어머니 금이는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의 죽음은 수아로 하여금 금이의 생애를 돌아보게 만들고, 금이가 남모르게 겪어온 차별과 수모가 환상으로 분하여 수아를 찾아온다. 적절한 방언들과 환상적이고 토속적인 분위기

가족 버스...어머니의 장례식을 따라가며 올바른애도의 방식에 의문을 던진다. 중년의 딸인 는 어머니에게 드릴 편지를 써서 낭독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부담을 느낀다. 게다가 고2 딸 지민은 세월호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팽목항에 들르고 싶다며 고집한다. 반대하던 무슨 대단한 걸 하겠다는 거 아니었다며, “잊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는(87~88) 지민의 말에 수긍하고, 자신도 어머니에게 보낼 편지를 완성하게 된다.

합석... 글쓰기 교실에서 만난 중년, 동네에 있는 큰 상을 받은 작가 이야기와 그를 찾아온 이방인, 작가로 추정되는 분과의 만남

상봉 ...일흔 넘은 노인 장시곤은 천신만고 끝에 이산가족 상봉 장소인 금강산에 도착한다. 태어나기도 전에 헤어져서 얼굴조차 모르는 친동생을 만나기 위해서다. 상봉에는 그의 아들과 며느리도 동행해 장시곤을 보필한다. 우여곡절 이후 만남이 성사되었는데, 형제의 외모는 닮은 듯 안 닮은 듯 아리송하다. 이윽고 양가의 가족사가 이어지는장시곤은 상봉 장소에서 친동생을 찾을 수 있을까.

조용한 생활... 상실을 온전히 수용한 뒤에야 다음으로 갈 수 있다는 감각을 극명히 드러내는 빼어난 소설이다. 준모는 고등학생 시절을 지낸 탐매마을에 모교의 선생이 되어 돌아오게 된다. 어느 날, 주인집 허 노인이 여순사건 희생자의 학적을 찾아달라고 부탁해온다. 마을에서 언급조차 금기시되던 여순사건에 특별법이 제정되어 비로소 희생자를 찾을 수 있게 된 시점, 준모는 허 노인의 부탁을 이행하며 유일한 친구 양태민과 보낸 어두웠던 학창시절을 되짚는다. 그러면서 탐매마을에 아직 끝내지 못한 자신의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을깨닫는다. “기억으로 구부러진 골목을 매일같이 걸으며 두갈래의 과거를 직면하는 사이에 흐드러졌던 홍매화는 져 내리고, 비로소 준모는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게 된다(192).

이웃... 왜 생각이 안 나지?

섬으로 가는 엉뚱한 여행 ...뭔가 이국적인 외모로 추정되는 조상의 뿌리를 찾아보려는 여행

여기는 괜찮아요... 인공 는 대학교수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인 때, ‘는 비대면 강의를 하면서 섬에서 혼자 지내는 수강생 경진의 글쓰기 과제를 첨삭한다. 그러던 중 오래전 청산도에서 만났던 공무원 어르신 오동순씨는 기억에도 없는 책을 돌려달라며 연락해 온다. 두 사람은 와 직접 만나본 바 없거나, 만났더라도 기억에서 잊힌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는 암울해 보이는 경진의 글로부터 그의 안위를 걱정하고, 오동순씨가 시간을 거슬러 터무니없는 부탁을 해온 사정을 헤아리고자 한다. ‘가 먼저 건네는 물음에, 두 사람은 비로소 여기도 괜찮아요”, “아즉 여그는 청청한게라며 화답한다(275). 코로나 시국을 담은 이야기로 비정하지만은 않은 뭔가 따뜻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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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엔드 소설Q
이주란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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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창비의 미션책으로 만난 해피 엔드북클럽은 하면 좋은 점이 아주 많지만 가장 좋은 점은 이런 모임이 아니었으면 읽지 않았을, 아니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좋은 작품들을 만나게 되고 강제로 어떻게든 읽게 된다는 점이다. 이 작가 님과 이 책도 2월 미션 도서라 읽게 되었는데 참 좋았다. 이 책은 미션도 굉장히 좋았는데 읽고 나서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는 거였지. 책은 두껍지 않아서 좋다. 읽고 나서 찾아 본 책소개에는 사소한 하루하루가 모여 흘러가는 삶의 순간을 포착하여 특유의 귀엽고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풀어낸 작품들로 김준성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잇달아 수상하며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두루 받고 있는 작가 이주란의 신작 소설 해피 엔드가 출간되었다. 창비의 젊은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여덟번째 작품이라고 적혀 있다.

 

최근에 나는 위픽 시리즈에 꽂혀 있는데 창비에서도 경장편 시리즈 소설Q가 있었구나.

 

이 책의 시작은 참 우울했다. 뭔가 축 처져있고 우울한 것만 같은 이의 휴가인데 참 우울하고 윗집 이웃이 돌아가셨고 가장 친했던 친구와 이별한 이야기가 나온다. (벌써 2년 전에)

나는 참 우울한 이야기를 병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인데 요즘 읽는 대부분의 책 속에서 주인공들은 다 우울하고 상황이 안 좋다. 외롭고 사유하고 가난하고 찌질해야만 주인공이 되는지 아니면 작가가 되는지 아니면 그렇게 시작해야 반전이 있고 감동이 있고 발전이 있어서 이야기가 전개가 되는지.... 물론, 우울이 싫다면서도 보고 있는 요즘 우울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다 재미있게 읽었다. 나도 글이 쓰고 싶은데, 이왕이면 밝은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밝은 이야기는 매력이 없나? 아무도 보지 않고,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고, 그 누구도 찾지 않는 이야기를 쓰는 건 안 될 일일까 아무튼 그런 생각들을 해본다.

 

출판사 리뷰로 보는 줄거리

기주는 한때 각별했지만 지금은 멀어진 친구 원경에게서 문득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느냐는 연락을 받게 된다. 원경과의 다툼이 있고 26개월 만에 온 연락이었다. 과거 원경은 결핍이나 부족해서 감추고 싶은 마음까지도 공유할 수 있는 친구였고, 그런 원경이 삶에서 빠져나갔다는 것이 기주에게는 오랜 시간 괴로운 일이었다. 원경과의 만남부터 시작해 다투던 순간 그리고 그 다툼의 현장에서 자신을 지켜보던 사람들까지도 곰곰 떠올려보던 기주는 원경을 만나러 갈 결심을 하게 된다.

원경은 기주가 사는 곳으로부터 꽤 먼 곳에서 까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애인인 상우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없는 기주의 여행에 동행하는 이는 뜻밖에도 회사 동료인 장과장이다. 회사에서도 곤란할 때면 침묵하는 습관이 있는 기주에게 장과장은, 말수가 적은 기주와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주가 늘 궁금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다. 여름옷을 모두 빨아 푹푹 찌는 날씨에도 기모바지를 입고 출근하기도 하지만 회사 공장에서 머무는 강아지 가니를 누구보다 성실히 돌보기도 하는 장과장에게, 기주는 가는 길은 두렵고 돌아오는 길은 외로울 것 같아서동행을 부탁하게 된다. 중소기업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장과장은 기주와의 여행 역시 브이로그에 담아도 되겠느냐고 묻고, 이를 기주가 승낙하면서 둘의 짧은 여행이 시작된다. 둘은 장과장의 조부모 집에 들르기도 하고 음식점에서 우연히 장과장의 채널 구독자들을 만나기도 하며 원경의 까페에 다다른다. 막상 도착한 그곳에서 가장 처음 마주한 사람은 원경이 아닌 원경의 어머니였고, 기주는 그녀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인생이란 그렇던데.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가 없던데.”

가장 가까웠지만 가장 큰 상처를 준 원경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끝내는 원경을 찾아 나선 기주이지만, 사실 해피 엔드에는 기주와 가까운 곳에 머물며 기주에게 크고 작은 위로를 건넨 사람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들은 과거와 현재 곳곳에 서서 조금쯤 차가워진 기주의 마음을 미지근한 온도로 돌려놓곤 한다.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연인 상우, 품삯으로 못생긴 과일이나 달라고 하는 기주 어머니에게 기주는 예쁜 것을 먹어야 한다며 좋은 과일을 내놓는 황선아 아주머니, 여름휴가 기간에도 동네에 머무는 기주를 보고 휴가는 가지 않느냐고 묻는 편의점 사장님, 시끄러운 단체 손님들에게 떠밀려 가게를 나서게 된 기주에게 사이다를 서비스로 주며 미안해하던 전집 직원, 기주에게 향한 아버지의 폭력에 분노를 표하던 옆집 남자, 네 삶을 살라며 자신을 책임지지 말라고 해주었던 어머니 그리고 여행을 마치며 자기가 같이 오길 잘했느냐고 묻는 장과장까지.

기주의 일상을 따라가다보면 문득 기주가 삶에서 마주하는 장면들이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가까운 이웃들이 나눠주는 소소한 마음, 전혀 모르는 이로부터 받은 친절 그리고 드물게 받곤 하는 타인으로부터의 아주 큰 위로가 우리의 삶에도 분명 존재한다. 이주란은 이렇듯 스쳐 지나가기 쉬운 삶의 장면들을 붙잡아두고 그 위에 조심스레 돋보기를 올려 세밀하게 관찰한다. 새들의 마음까지도 걱정하는 시선으로, 이웃에게 얻어먹은 수프 그릇을 잘 씻어둔 장면을 따스하게 그려내는 마음으로. 그렇기에 이주란 소설 속 인물들이 건네는, 그들 스스로는 아주 작은 것이라고 생각한 마음들이 기주를 거쳐 우리에게 닿을 때는 그 온도가 몇배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미지근하게 기주의 마음을 덥혔던 그 마음들이 따스함으로 번져, 이 소설의 결말을 마주할 무렵에는 자연스레 지금 이 이야기를 손에 쥔 우리가 마주한 것이 곧 해피 엔드라고 떠올릴 수도 있겠다.

 

읽는 동안 챕터마다 생각나는 이에게 편지를 쓰는 미션이 있었다고 했지.

처음에는 친구들이 생각났다.

나도 참 친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친구가 많지는 않았지만, 항상 내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절친이 있었다.

그 순간에도 알았었다. 이 친구들이 영원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그래서 우리 10년 뒤에도 친구하자며 카드에 쓰곤 했었는데 지금 그 옛날, 아주 어린 시절의 친구들은 지금 내 옆에 없다.

그 친구들이 생각이 났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절친들 뿐 아니라 그 시절이 생각났다.

그렇게 가난하고 가진 것도 없었고 상실과 비교 등을 통해 눈물났던 날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있었던 따뜻한 사람들과 우리 가족들의 모습과 이웃들의 모습, 그리고 때때마다 만났던 많은 인연들과 친구들과 그리고 항상 아파하고 허구헌날 고민 많고 기도 많이 하면서 성장하고 울고 웃던 나까지.

젊은 작가의 책인데 이렇게 옛날 생각 많이 하게 하다니...

그래서 참 고맙게 잘 읽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편지도 많이 썼다. 취미가 편지였던 문학소녀가 다시금 깨어났다고 할까? 그리고 이 작품은 추천평이 참 아름다웠는데 추천평을 써주신 우다영 작가님의 글도 찾아 읽고 싶다.

시절 인연... 최근엔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다시 만나지 않더라도 항상 행복하길 바라는 나의 시절 인연들... 많이 고맙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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