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우와 링과 위픽
김서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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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해 작가님의 글을 처음 읽었다.

여름은 고작 계절이라는 책이 평이 좋아서 읽어보고 싶었지만 도서관에서 인기 도서라 아직은 기회가 오지 않았지만 요즘 꽂히 위픽 시리즈에 김서해 님의 글이 있어 기쁜 마음에 펼쳐 들었다.

최근 읽은 위픽 시리즈는 다 좋았다. 아니 요즘 읽고 있는 모든 책들이 더 없이 좋은 편이다.

근데, 그 중에서도 나는 이 작품이 가장 좋다고 말하고 싶다.

 

라비우와 링과... 제목이 얼마 전 읽었던 영희와 제임스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사람 이름인줄 알았거든.

작가 님이 의도하신 대로 나는 착각했다. 역시 예상과 빗나갔다. 근데 너무 예쁜 말이어서 너무 좋다.

작가 님은 언어를 정말 사랑하시는 것 같다.

예쁜 구절이 너무 많고 상황과 마음들이 너무 섬세하게 적혀 있어서 읽는 내내 너무 행복했고 이것도 적고 싶고, 저것도 적고 싶은 구절이 많아서 들썩였다.

 

줄거리 라비우와 링과는 대학교 3학년 주영이 자신의 룸메이트로 브라질에서 유학 온 이네스를 맞이하며 시작된다. 계절학기 수강, 편의점 야간 근무, 주말엔 카페 청소 알바까지, 꽉 짜인 매일매일은 촛농처럼 죽죽 떨어져 내리는 무력감으로 채워지고, 호흡을 조이는 일상의 압박으로 가득하다. 대학생들이 곧잘 누리곤 하는 경험들은 당장 오늘 치의 돈으로 손쉽게 대체되곤 한다. 주영의 오늘을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한다면 조금만 건드리면 녹아버리고 으깨지는인간 모양의 케이크, 너무나 취약해서 쉽게 무너지고야 마는 어떤 것이다. 또 하루를 견디고 기숙사로 돌아온 어느 날, 주영은 브라질에서 온 교환학생 이네스를 새 룸메이트로 맞이한다. 인생은 우연하고도 사소한 계기들이 빚어내는 결과물인 걸까. 낯선 언어로 이네스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젖은 낙엽처럼 바닥에 납작하게 붙어 있던 주영의 일상에 따스한 바람이 불어온다.

라비우와 링과는 도저히 내가 될 수 없었던 내가 마침내, 나로서 잘 존재했다고 믿게 된 어느 순간에 대한 이야기다. 머릿속이 꽉 차고 마음은 텅 비어서 누가 말을 걸어도 대답하기 힘들 때, 그저 함께하자, 함께 있으면 서로 도움이 될 거야라며 두 팔을 벌리고 다가오는 소설이다. 흘러가버린 공허한 하루를 꽤 괜찮았던, 어쩌면 특별했던 잠깐의 세계로 다시 해석할 수 있게끔 진동을 가하는 소설, 라비우와 링과는 이야기가 어떤 일을 해내고야 마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사는게 팍팍한 주영에게 찾아온 브라질 유학생 룸메이트 이네스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주영과 이네스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영에게 찾아온 봄바람...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많고 외로움, 따스함, 언어의 모습, 특별한 세계, 사소한 계기, 낯선 언어, 색다른 순간, 환대, 친절 등 너무 아름다운 순간들이 함께 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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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인티N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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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편애 독자로서 최근 독서모임 덕분에 다양한 책을 읽게 되어 더 없이 행복하다.

덕분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나온지 제법 오래되었고 새로운 개정판 깨끗한 책으로 만난 책.

 

여덟 단어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광고인이자 책은 도끼다』 『다시, 책은 도끼다의 저자인 박웅현이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삶의 화두를 여덟 개의 단어에 담아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2012년 가을, 20여 명의 이삼십 대를 대상으로 진행된 저자의 강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2013년 출간 후 5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해왔다. 당시 강의에서 저자가 마주한 젊음에게 이야기한 것은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 방향에 관한 것이었다. 박웅현은 이를 자존, 본질, 고전, (),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이라는 여덟 가지 주제로 나누어 풀어냈지만 모든 이야기는 연결되어 결국 무엇을 삶의 중심으로 두고 어떤 자세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재출간되는 여덟 단어여덟 개의 단어를 통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기 안의 별을 찾는다라는 메시지를 구현한 새 표지를 비롯해 판형, 내부 도판 등에 변화를 주었고, 지난 10년간 저자의 생각이 달라진 부분을 반영하였으며 새로운 사례를 덧붙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본질만을 남기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 결과 책의 외형과 내용에 크고 작은 변화는 있었으나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놓은 이야기의 핵심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나의 바깥이 아닌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본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그 가치를 인정받는 고전의 힘’ ‘깊이 들여다보는 것의 중요성’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살아야 하는 이유’ ‘소통이 중요한 이유와 소통을 잘하는 방법’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 팁등에 이르는 이야기는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삶에서 다시 생각해볼 만한 화두다.

 

1자존(自尊) 당신 안의 별을 찾아서

2본질(本質)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3고전(古典) Classic, 그 견고한 영혼의 성()

4() 이 단어의 대단함에 관하여

5현재(現在) 개처럼 살자

6권위(權威) 동의 되지 않는 권위에 굴복하지 말고 불합리한 권위에 복종하지 말자

7소통(疏通)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힘

8인생(人生) 바람에 실려 가다 닿은 곳에 싹 틔우는 민들레 씨앗처럼

 

광고를 만드시는 분이라서 그런지 이야기도 읽기 쉽고 이해도 잘 되고 보기가 아주 편했다.

좀 더 일찍 이 책을 읽었더라면 정말 분명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 읽어도 나름 좋았다.

독서모임에서 그런 과제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나를 표현하는 여덟 단어 찾으셨나요? 저는 아직이랍니다. ^^;;

이번 달 책이 어떠셨는지도 궁금하네요. '나를 표현하는 여덟 단어'와 더불어 이번주 만나서 나눠 볼 이야기 몇가지를 생각해봤어요.

 

1. 여러분은 <여덟 단어> 어떻게 만나셨나요? 이 책에서 제시된 여덟 단어들 중에 내게 꼭 와닿는 단어가 있었나요? 가장 와 닿는 단어가 무엇이었고, 그 이유를 이야기로 나눠볼까요?

 

2. 이 책에 '자존'이라는 부분에서 나만 가질 수 있는 무기 하나쯤 마련해 놓는 것, 거기에서 인생의 승부가 갈린다고 했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될 필요없이 여러분 자신이면 충분합니다. Be yourself!

1)지금의 내가 직함·성과·타인의 인정을 모두 내려놓았을 때 그래도 남는 나 자신은 무엇인가요?

2) 요즘 나의 자존은 어디에서 가장 흔들리고 있나요? , 관계, , 역할, 비교 중 무엇인가요?

3) 회사(또는 가정, 사회) 안에서 자존을 지키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나를 표현하는 여덟 단어

열정, 다정, 긍정, 자존.... 우선 이렇게 쓰고 싶다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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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조를 기다리며 위픽
조예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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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에 꽂혀 읽고 있는 요즘, 그 중에서도 빨리 읽고 싶었던 이 작품을 이제야 만난다.

조예은 작가 님은 참 작품이 많다. 미스테리라고 해야할까? 작품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아직 일찍 못 하고 있다고 하면 말도 안 되지만... 감각적이고 눈에 띄는 작품이 많아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쭈욱 읽어내릴 것도 알지만 시작이 힘이 든다.

그런 면에서 위픽은 최고이다.

짧아서 독서의 성취감과 만족감은 최강이고 다양한 주제, 다양한 작가의 이야기들이 다들 나름 재미가 있더라구.

 

출판사 리뷰 소설은 주인공 정해가 소꿉친구 우영이 만조의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소식을 받으며 시작된다. 정해는 20년 만에 우영의 고향 미아도를 찾는다. 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영산에는 죽은 자의 소지품이나 뼈를 묻으면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17)는 오래된 전설이 있었다. 우영은 대대로 영산을 관리해온 산지기 집안의 딸이었고, 산에 묻히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런 우영이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것을 정해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한편 영산에 떠도는 전설을 기반으로 몸집을 불린 사이비 종교 영산교는 방송까지 타며 계속 사람들을 미아도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오랫동안 영산의 주인으로 떠받들어진 산주’, 최씨 집안의 막내딸이 기도와 정성을 빙자한 공양을 받으며 영산교를 키웠다. 정해는 종교 활동에 헌신적이었던 우영의 자취를 쫓아 영산교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미신이라며 비웃었던 믿음에 의지해서라도, “어떻게 해서든 다시 만나”(20)기 위해. 썰물에 갯벌이 드러나듯, 만조의 검은 바다가 감추고 있던 영산교와 우영의 진짜 비밀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정해와 친구 우영의 우정이 뭔가 애매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사이비 종교 단체 이야기 등이 단편으로 이야기 하기에는 좀 내용이 많은 경향이 있고 이야기판을 벌렸으나 급하게 마무리 되는 안타까운 면이 있고 위픽 초기작이라 작가의 말이나 인터뷰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나름은 재미가 있었다.

 

작가 님의 다른 작품을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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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와 제임스 위픽
강화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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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위픽에 꽂혀있다. 이번에는 강화길 작가의 <영희와 제임스>.

제목을 보고 상상하곤 하는 것과 내용이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많다. 사람 이름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그런 것도 책을 읽어가는 재미인 것 같다.

 

용희는 지방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녀들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고향 근처 대학교에 진학하여 공무원이 되거나 지역에 있는 기업에 취직해 평생 그 마을에서 살아가는 그저 그렇고 애매한, 정해진 인생만이 기다리는 듯한 두 소녀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영희’, 두 사람이 좋아하는 인디 밴드이다. ‘영희는 대단한 스타는 아니었지만, 홍대 라이브 클럽을 가득 메우는 밴드로,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촌구석에서 한없이 진지한 글램록 밴드를 좋아하는 친구를 찾는다는 건기적에 가까운 일이었기에 용희와 는 같은 밴드를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 친구가 된다.

게다가 용희가 영희의 팬들이 추종하듯 따르는 인기 블로그 나의 제임스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는 누구보다 용희와 가까운 친구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용희처럼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가서 공연을 보고, ‘영희멤버들에게 사인 받을 용기를 낼 수는 없지만, 용희와 함께 영희언니라 부르고, 그들의 재능을 칭찬하고 감탄하고 사랑하며 기쁨을 느낀다. 열아홉 살 겨울, 고등학교 졸업을 기다리던 는 드디어 용희와 함께 영희의 연말 공연을 보러 가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두 사람과 영희는 조금씩 사라지고 잊혀간다.

돌이켜보면 그렇다. 그 시절 우리는 어떤 감정에 한번 빠져들면 거기서 잘 벗어나지 못했다. 멈추지 못했다. 방법을 잘 몰라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 감정에 일부러 오래 젖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냥 그게 좋았으니까.(38)”

온 마음을 다해 좋아했던 것들이 과거가 되고, “이유 없이 서러워지고 삶의 모든 것이 실망스러워지는 순간”, 영원히 나와 함께할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결국 내 손을 떠나버릴 때에도 좋아했던 마음은 빛바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언제든 우리가 뒤돌아보길 기다린다. 조금은 미친 것처럼 보이고 살짝 우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가 함께 좋아하고 우리가 함께 바라보았기에 충만해지는 마음. 싱겁고 애매하거나 대담하고 열렬한 모든 사랑에 관한 소설영희와 제임스의 무대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너무 좋았다. 나도 참 덕후 기질이 농후해 뭔가를 좋아하는 순간이 많던 사람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크면 사실 기대하는 바가 커서인지 내가 더 좋아하는 마음이 많아서인지 실망의 크기도 아주 크고 처음 겪을 때는 배신감과 고작 그런 걸 좋아했다는 나에 대한 실망과 자책 때문에 더 괴롭기도 했다.

그렇지만 좋아하던 순간이, 그 기분이 나는 좋았던 것 같다.

나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좋아하는 모든 순간의 내가 좋았고 그런 기분이, 그런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데 기분이 알콩달콩했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는 기분은 너무 행복하니까...

실망하더라도 그 순간을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니까..

 

모든 사랑은 그래서 아리고 애틋한가 보다.

 

강화길 작가 님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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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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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극찬을 아끼지 않아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그 때 처음 알게 되었고, 사실 당시에 나는 그 이야기가 와닿지도 않았고 재미있지도 않았지만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오는 이야기를 그런대로 흥미롭게 읽었다. 심지어, 벽돌책 같았던 [다시, 올리브]도 꾸역꾸역 읽었다. 이제 보면 재미있을까 나도 감동을 받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그 책도 억지로 숙제처럼 읽었고 도대체 왜 이 작가가 인기가 많은지 공감은 못 했지만 누군가에게 그 말을 하면 책 좀 읽는다면서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두려워 나의 진심을 어디에도 들어 내놓지 못 했다.

그 와중에 친구들과 만든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어떤 친구가 선정하게 되었다. (동생에게 받아서 가지고 있는 책 중에서 정하겠다는 고집으로 선정된 책) 사실 작가가 아주 대중적인 분이 아니었고 나도 좋은 인상이 없어서 초보 독서인들인 친구들이 하기에 쉽지도 않고 괜히 독서모임 자체를 싫어하게 될까봐 걱정을 많이 하며 책을 펼쳤다.

생긴지 얼마되지 않은 도서관에서 한번도 펼치지 않은 책을 빌려서 걱정을 하며 읽은 책.

 

결론은 책이 너무 좋았다.

우선 얇았고 이야기가 시간 순서에 맞게 전개되지 않고,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가 공존하고, 순간 순간 단편적인 야기들이 튀어나오고,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 적도 없는 모녀가 자신들의 이야기는 하지도 못 하면서 밑도 끝도 없이 과거 자기 동네의 같이 알고 있던 이웃들의 불행한 결혼 생활이야기만 계속 하는 과정에서 누가 누구이고 이 사람이 저 사람인지 헷갈리는 이야기들이 무지하게 펼쳐져서 얇아서 금방 읽지만 읽으면서 이해가 안 가고 뭐지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좋았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은 어둠으로 가득했던, 그러나 반짝이는 순간들도 있었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한 소설가의 이야기다. 소설의 화자인 루시는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전 1980년대 중반에 병원에서 보낸 구 주, 그중에서도 오래 연락을 끊고 지내던 엄마가 갑작스레 찾아와 그녀를 간병해줬던 닷새를 회상한다. 당시 루시는 간단한 맹장수술을 받고 원인 모를 고열에 시달린다. 직장과 가사일로 바쁜 남편은 그녀를 보러 오지 못하고 그녀는 일인용 병실에 누워 남편과 어린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외로움과 씨름한다. 입원한 뒤 삼 주쯤 지났을 무렵, 그녀 앞에 마법처럼 엄마가 나타난다. “안녕, 위즐.” 아주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애칭으로 그녀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자 루시는 단번에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녀의 엄마는 침대 곁에 앉아 고향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풀어놓는다. 그들의 결혼생활, 불행한 결말을 맺었던 삶들에 대해서. 엄마의 이야기는 루시의 마음속 깊은 곳에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현재의 표면 위로 불러온다. 종조부의 차고에서 지내며 추위와 배고픔과 외로움에 떨던 날들, 부모님의 억압과 간헐적인 폭력이 이어지던 날들, 그래서 그토록 떠나고 싶어했던 고향 앰개시에 대한 기억을. 또한 그녀가 그토록 동경했던 뉴욕에서의 삶까지도. 그리고 루시는 서서히 깨닫는다. 그러한 기억들이 어떻게 그녀를 현재의 그녀로, 소설가로 만들었는지를.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은 소설이 쓰인 계기(원인)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쓰인 소설(결과) 그 자체이다. 시작과 끝이 맞물린 뫼비우스의 띠처럼 원인과 결과가 맞물린 이 작품의 구성은 언뜻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에 깊이를 부여한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은 소설가가 되는 일에 대한, 소설가로 사는 일에 대한, 그리고 소설을 쓰는 일에 대한 일종의 메타소설인 셈이다. 따라서 책이 내 외로움을 덜어주었다 () 그래서 생각했다. 나도 사람들이 외로움에 사무치는 일이 없도록 글을 쓰겠다고!”(본문 34) 말하는 루시 바턴의 목소리 뒤에서 우리는 오랜 세월 소설가로 살아온 작가 스트라우트의 존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서 말하는 인간의 조건은 기억이다. 매 순간 한 겹씩 쌓인 그 기억의 총체가 라는 사람을 구성하고 정의한다. 하지만 그 기억은 선연하고 명료한 기억이 아니라 흐릿하고 모호한 기억이다. 일부가 지워져 있거나 세월 속에서 뒤틀린 기억이다. 소설의 화자인 루시는 반복해서 자신의 기억이, 즉 자신의 진술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밝힌다. 따라서 독자는 화자가 말하는 과거의 일화들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다. 기억은 그렇게 불완전하고 우리를 구성하는 것이 그 불완전함이기에,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루시는 엄마가 어린 시절 자신이 받았던 고통과 상처를 떠올려주기를 기대하지만 끝내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의 기억은 어긋난다. 딸과 엄마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작품 속에서 루시가 끊임없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어떤 최종적인 하나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중요한 것, 소설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이 아니라 심리적 진실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지금 이 순간 실재하는 우리는 그 기억으로 이루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어둠과 빛이 공존한다. 기억 속의 어둠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다가 생각지 못한 순간에 우리를 붙잡는다. 기억은 그렇게 우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속박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소설은 고통을 극복하고 완전해지기 위해 내면에 깃든 어두운 기억을 몰아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죽음이 삶의 일부이듯, 어두운 기억 역시 우리의 일부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루시는 어두운 기억을 억압하는 대신 끌어안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그녀는 어둠 속에 존재하는 반짝이는 순간들을 본다. 트럭 속에 갇혀 공포에 떨었던 기억은 울고 있는 그녀를 꺼내 안아주던 아버지의 따뜻한 손길과 얽혀 있다. 루시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바로 그것, 어둠 속에서 빛을 보는 시선이다. 루시는 끝내 엄마와 완전한 화해를 이루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앞으로 나아간다. 구원은 타인과의 화해가 아니라 자신과의 화해에서 오기 때문이다. 결국 소설의 제목이자 소설의 말미에 등장하는 화자의 선언,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이다는 자신의 어둠을 향해 내미는 화해의 손길이다.

어둠 속에 우뚝 서서 밤을 밝히는 크라이슬러 빌딩처럼, 기억 속에 반짝이는 순간들은 삶에 내재할 수밖에 없는 어둠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순간들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결국 누군가에 대한 기억이란 삶과 삶이 교차한 순간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다정하게 이마에 손을 짚어주는 의사와 따뜻하게 감싸안아주는 간호사, 마음속 깊숙이 박힌 외로움을 들여다보고 이해해주는 위층의 신사. 이들은 루시의 곁에 오래 머물진 않지만 루시에게 외로움을 견딜 온기를 나누어주는 타인들이다. 소설은 그렇게 우리의 삶에서 작은 시간만을 점유했던 따뜻한 사람들을,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주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루시가 책을 통해 외로움을 덜어냈듯, 소설 역시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따뜻한 타인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작가는 이 아름답고 진실한 이야기를 수많은 타인들에게, 우리 독자들에게 바친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은 소설가가 독자에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크고 빛나는 위로다.

 

왜 이 작품이 좋았을까? 우선 글을 읽으면서 나의 어린시절이 많이 떠올랐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떠올릴수록 새록새록 피어 오르는 기억들이 많았다.

나의 가족, 나의 이웃, 우리 동네, 내 친구들.... 모호하지만 또 선명한 기억들... 빛과 어두움이 공존한다.

나는 언니 생각을 많이 했다. 너무나 맞지 않았고 항상 싫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기억들도 많았고 고마운 기억도 많았다.

그리고 그녀의 어두운 날들을 지켜줬던 책, 그녀가 소설가가 된 계기.... 내 삶 속에서도 항상 책이 있었는데 ...그냥 그런 이야기들이 참 좋았다.

 

사실 독서모임에서 이야기하기에는 좋은 책은 아니었다. 그래도 독서모임 덕분에 읽게 되었고 나를 많이 돌아보게 만든 책,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서, 나의 인생에서의 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볼아볼 수 있게 만든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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