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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우와 링과 ㅣ 위픽
김서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김서해 작가님의 글을 처음 읽었다.
‘여름은 고작 계절’이라는 책이 평이 좋아서 읽어보고 싶었지만 도서관에서 인기 도서라 아직은 기회가 오지 않았지만 요즘 꽂히 위픽 시리즈에 김서해 님의 글이 있어 기쁜 마음에 펼쳐 들었다.
최근 읽은 위픽 시리즈는 다 좋았다. 아니 요즘 읽고 있는 모든 책들이 더 없이 좋은 편이다.
근데, 그 중에서도 나는 이 작품이 가장 좋다고 말하고 싶다.
라비우와 링과... 제목이 얼마 전 읽었던 영희와 제임스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사람 이름인줄 알았거든.
작가 님이 의도하신 대로 나는 착각했다. 역시 예상과 빗나갔다. 근데 너무 예쁜 말이어서 너무 좋다.
작가 님은 언어를 정말 사랑하시는 것 같다.
예쁜 구절이 너무 많고 상황과 마음들이 너무 섬세하게 적혀 있어서 읽는 내내 너무 행복했고 이것도 적고 싶고, 저것도 적고 싶은 구절이 많아서 들썩였다.
줄거리 《라비우와 링과》는 대학교 3학년 ‘주영’이 자신의 룸메이트로 브라질에서 유학 온 ‘이네스’를 맞이하며 시작된다. 계절학기 수강, 편의점 야간 근무, 주말엔 카페 청소 알바까지, 꽉 짜인 매일매일은 “촛농처럼 죽죽 떨어져 내리”는 무력감으로 채워지고, 호흡을 조이는 일상의 압박으로 가득하다. 대학생들이 곧잘 누리곤 하는 ‘경험’들은 당장 오늘 치의 돈으로 손쉽게 대체되곤 한다. 주영의 오늘을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한다면 “조금만 건드리면 녹아버리고 으깨지는” 인간 모양의 케이크, 너무나 취약해서 쉽게 무너지고야 마는 어떤 것이다. 또 하루를 견디고 기숙사로 돌아온 어느 날, 주영은 브라질에서 온 교환학생 ‘이네스’를 새 룸메이트로 맞이한다. 인생은 우연하고도 사소한 계기들이 빚어내는 결과물인 걸까. 낯선 언어로 이네스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젖은 낙엽처럼 바닥에 납작하게 붙어 있던 주영의 일상에 따스한 바람이 불어온다.
《라비우와 링과》는 도저히 내가 될 수 없었던 내가 마침내, 나로서 잘 존재했다고 믿게 된 어느 순간에 대한 이야기다. 머릿속이 꽉 차고 마음은 텅 비어서 누가 말을 걸어도 대답하기 힘들 때, 그저 “함께하자, 함께 있으면 서로 도움이 될 거야”라며 두 팔을 벌리고 다가오는 소설이다. 흘러가버린 공허한 하루를 꽤 괜찮았던, 어쩌면 특별했던 잠깐의 세계로 다시 해석할 수 있게끔 진동을 가하는 소설, 《라비우와 링과》는 이야기가 어떤 일을 해내고야 마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사는게 팍팍한 ‘주영’에게 찾아온 브라질 유학생 룸메이트 ‘이네스’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주영과 이네스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영에게 찾아온 봄바람...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많고 외로움, 따스함, 언어의 모습, 특별한 세계, 사소한 계기, 낯선 언어, 색다른 순간, 환대, 친절 등 너무 아름다운 순간들이 함께 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