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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와 제임스 ㅣ 위픽
강화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평점 :
요즘 위픽에 꽂혀있다. 이번에는 강화길 작가의 <영희와 제임스>다.
제목을 보고 상상하곤 하는 것과 내용이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많다. 사람 이름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그런 것도 책을 읽어가는 재미인 것 같다.
‘용희’와 ‘나’는 지방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녀들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고향 근처 대학교에 진학하여 공무원이 되거나 지역에 있는 기업에 취직해 평생 그 마을에서 살아가는 그저 그렇고 애매한, 정해진 인생만이 기다리는 듯한 두 소녀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영희’, 두 사람이 좋아하는 인디 밴드이다. ‘영희’는 대단한 스타는 아니었지만, 홍대 라이브 클럽을 가득 메우는 밴드로,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촌구석에서 한없이 진지한 글램록 밴드를 좋아하는 친구를 찾는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기에 용희와 ‘나’는 같은 밴드를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 친구가 된다.
게다가 용희가 ‘영희’의 팬들이 추종하듯 따르는 인기 블로그 〈나의 제임스〉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나’는 누구보다 용희와 가까운 친구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용희처럼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가서 공연을 보고, ‘영희’ 멤버들에게 사인 받을 용기를 낼 수는 없지만, 용희와 함께 ‘영희’를 “언니라 부르고, 그들의 재능을 칭찬하고 감탄하고 사랑하”며 기쁨을 느낀다. 열아홉 살 겨울, 고등학교 졸업을 기다리던 ‘나’는 드디어 용희와 함께 ‘영희’의 연말 공연을 보러 가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두 사람과 ‘영희’는 조금씩 사라지고 잊혀간다.
“돌이켜보면 그렇다. 그 시절 우리는 어떤 감정에 한번 빠져들면 거기서 잘 벗어나지 못했다. 멈추지 못했다. 방법을 잘 몰라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 감정에 일부러 오래 젖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냥 그게 좋았으니까.(38쪽)”
온 마음을 다해 좋아했던 것들이 과거가 되고, “이유 없이 서러워지고 삶의 모든 것이 실망스러워지는 순간”, 영원히 나와 함께할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결국 내 손을 떠나버릴 때에도 좋아했던 마음은 빛바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언제든 우리가 뒤돌아보길 기다린다. 조금은 미친 것처럼 보이고 살짝 우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가 함께 좋아하고 ‘우리’가 함께 바라보았기에 충만해지는 마음. 싱겁고 애매하거나 대담하고 열렬한 모든 사랑에 관한 소설《영희와 제임스》의 무대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너무 좋았다. 나도 참 덕후 기질이 농후해 뭔가를 좋아하는 순간이 많던 사람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크면 사실 기대하는 바가 커서인지 내가 더 좋아하는 마음이 많아서인지 실망의 크기도 아주 크고 처음 겪을 때는 배신감과 고작 그런 걸 좋아했다는 나에 대한 실망과 자책 때문에 더 괴롭기도 했다.
그렇지만 좋아하던 순간이, 그 기분이 나는 좋았던 것 같다.
나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좋아하는 모든 순간의 내가 좋았고 그런 기분이, 그런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데 기분이 알콩달콩했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는 기분은 너무 행복하니까...
실망하더라도 그 순간을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니까..
모든 사랑은 그래서 아리고 애틋한가 보다.
강화길 작가 님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