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세세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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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의 책을 제법 사두었다. 제법 유명하더라고....

예전에 단편 등으로 만났고 ‘파씨의 일기’와 ‘디디의 우산’으로 친숙해졌다.

사실, 황정은 님의 책은 내게는 쉽지 않았다.

다들 문장이 좋다고 하고, 사람들이 칭송하였지만 해피엔딩 좋아하고 예쁜 이야기를 좋아하는 단순 아이같은 나에게는 사실 와닿지 않았고 그냥... 재미가 없/었/다.

이 책은 그 해 작가들과 독자들이 최고의 책으로 하도 많이 뽑길래 진작에 사두었지만 이번에 클럽창비에 미션이 있어 이제야 읽게 되었다.

 

짜~잔~!

 

근데 재/미/있/다.

연작 이야기 하나하나도 좋았고 연작으로 보게 되니 더욱 흥미로웠다.

아... 이래서 황정은, 황정은... 하는가 보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순자씨가 많은가 하는 질문으로 시작했다는 이야기...연년세세年年歲歲』에 실린 소설 네편은 ‘1946년생 순자씨’ 이순일과 그의 두 딸 한영진 한세진의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루며 이어진다. 어머니와 자매의 지난 삶과 현재의 일상을 통해 지금, 여기의 한국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이 연작소설은 담백한데 날카롭고 섬세한데 쪼잔하지 않고 다정하지 않지만 불친절하지도 않은.... 아 이것인가...

 

작품 하나하나도 다 이해가 되고 무엇보다 잘 읽혔다. 내게 잘 읽히는 것는 재미있는 것..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황정은 님책 다시 읽기의 기회를 제공한 점.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은 예전에 못 봤던.. 놓쳤던 좋은 점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내게는 참 의미있는 읽기였다.

다시 황정은 님의 책을 찾아 읽겠다.

 

이 책은 길지 않은 네편의 연작소설 속에서 나를 둘러싼 가족, 사회, 국가, 싫든 좋든 엮일 수 밖에 없는 시대 흐름 속 비극과 참사, 슬픔, 고통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내고 있는지 보여준다. 1946년새 순자씨로 불렸던 이순일의 삶은 항상 누군가를 돌보고 밥상을 차리면서 이어진다. 열심히 살아내도 성공 스토리로 짜잔 요약될 수 없는 인생을 보니 주변의 우리 어머니, 이웃들, 내가 보였다. 모두에게는 고통과 슬픔이 있고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해가는 우리네 모습... 가족이라도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끝내 말하지 못하는 것이 있고, 용서받지 못 하고 용서를 구하지도 않는 일들도 있고 실망시키며 살아도 여전히 삶은 이어진다는 그런 이야기...

 

글을 읽을수록 작가 님의 글이 참 좋았다.

많은 사유를 거친 문장들. 깔끔하고 담백하지만 할 말을 정확하게 담고 있다.

참 좋은 글이다.

 

 

책 속으로

 

그래도 누나, 너무 엄마가 하자는 대로 하지는 마.

그런 거 아냐.

너무 효도하려고 무리할 필요는 없어.

효?

그것은 아니라고 한세진은 답했다.

그것은 아니라고 한세진은 생각했다. 할아버지한테 이제 인사하라고, 마지막으로 인사하라고 권하는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보았다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팠을 거라고, 언제나 다만 그거였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 pp.43∼44, 「파묘」중에서

 

한영진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이순일에게 묻고 싶은 오랜 질문이. 왜 나를 당신의 밥상 앞에 붙들어두었는가. 한영진은 그러나 그걸 말할 자신이 없었다. 그 질문을 들은 이순일의 얼굴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답을 기다리는 순간을 대면할 용기가 없었다. 이순일은 이제 칠십대였고 일생 아이들을 돌보느라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았다. 아마도 끝까지, 그걸 묻는 순간은 오지 않을 거라고 한영진은 생각했다. 그런 걸 물으면 엄마는 울지도 몰랐고 한영진은 엄마가 우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 p.83, 「하고 싶은 말」중에서

 

예쁜 가정용 우물이었지만 그것이 집 안에 생긴 뒤로 이순일은 더 나가지 못했다. 반찬거리를 사거나 고모 부부에게 점심 도시락을 전하러 시장에 갈 때 말고는 외출할 일이 없었다. 하루가 매우 번잡하면서도 고요하게 지나갔다. 얕은 그릇에 담긴 채 양달에 놓인 물처럼 시간이 증발해버렸다. 세제와 파 뿌리 냄새와 물 얼룩이 밴 우물가에서. 누가 오지 않는다. 궤짝에 담긴 조기 한뭇에 소금을 뿌리거나 하며 이순일은 생각했다.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까 누가 안 와.

--- p.119, 「무명」중에서

 

잘 살기.

그런데 그건 대체 뭐였을까, 하고 이순일은 생각했다. 나는 내 아이들이 잘 살기를 바랐다. 끔찍한 일을 겪지 않고 무사히 어른이 되기를,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랐어. 잘 모르면서 내가 그 꿈을 꾸었다. 잘 모르면서.

--- p.138, 「무명」중에서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삶은 지나간다 바쁘게.

나탈리는 바쁘게.

울고 실망하고 환멸하고 분노하면서, 다시 말해 사랑하면서.

--- p.182, 「다가오는 것들」중에서

 

출판사

<줄거리>

「파묘破墓」는 이순일과 둘째 딸 한세진이 이순일의 외조부 묘를 없애기로 하고 마지막 제사를 드리기 위해 강원도 철원군으로 떠나며 시작한다. 한세진은 그 묘가 엄마에게는 친정일 거라고 여기며 묵묵히 성묫길에 동행하지만 남편인 한중언이나 장녀인 한영진, 막내인 한만수에게는 이해받지 못한다. 딱 한번 남편이 동행한 적이 있었는데, 절도 올리지 않고 뒤돌아서서 처가 쪽 산소엔 벌초도 하지 않는 법이라고 잡소리를 하는 모양새가 야속해 이순일은 남편에게 더는 동행을 권하지 않았다. 이제는 일흔이 넘어 불편한 다리로 산을 오르내리기가 어려워 이순일은 결국 파묘하기로 결정한다. 마지막 절을 올리고 돌아오는 길에 이순일이 신은 양쪽 등산화 밑창이 차례로 떨어져나간다. 그들은 흙바닥에 깊이 박혀버린 밑창 두개를 그대로 남겨두고 그곳을 떠난다.

 

「하고 싶은 말」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직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이순일의 장녀 한영진의 이야기이다. 판매에 능한 한영진이 담당하는 매장은 늘 매출이 높았다. 한영진이 일을 시작한 이후로 이순일은 매일 밤늦게 퇴근하는 한영진을 기다렸다가 새 밥과 국을 지어 딸의 저녁밥을 준비했다. 한영진이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은 이후에는 이순일이 두 가정의 살림을 돌보았고, 그 일의 대가로 한영진 부부는 늙은 부부의 생활비를 댔으며 엄마의 사물들과 엄마의 짜증을 감당한다. 어느날 한영진은 이순일에게서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그 이야기’를 갑작스레 듣게 되고 순간 한영진은 끔찍해한다. 한영진은 엄마가 자신에게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해하면서 자신도 엄마에게 ‘왜 나를 당신의 밥상 앞에 붙들어두었는가’ 묻고 싶었지만 그걸 말할 자신이 없다.

 

잘 살기

그런데 그건 대체 뭐였을까

 

이순일은 어릴 적 ‘순자’로 불렸다. 「무명無名」에서 이순일은 열다섯살에 김포에서 만난 ‘동무, 이웃, 동갑이자 동명同名인 순자’를 떠올린다. 1960년 여름, 이순일은 외조부를 떠나 자신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겠다고 약속한 고모를 따라 김포로 가지만, 이순일은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고모네 살림을 맡아 일곱 아이를 돌봐야 했다. 학교에도 못 가고 외출을 단속당해 집 안에 갇혀 답답해하는 이순일에게 옆집에 사는 순자가 물을 길으러 오며 둘은 친구가 된다. 이순일은 순자의 노트를 받아 순자의 고운 글씨를 베끼며 글을 배운다. 하지만 오랜 식모살이에 지친 이순일은 1967년 고모네에서 도망을 나온다. 순자의 소개로 남대문에 있는 병원에서 간호조무 일을 배우며 반년 정도 일하다 고모부의 손에 이끌려 다시 고모네로 돌아가게 되고 이순일은 순자를 원망하게 된다. 고모네로 돌아와 보름 만에 만난 순자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그냥 서 있었고 이순일은 그런 순자의 뺨을 때린다. 세월이 지나 한참을 잊고 살았던, ‘생각할수록 너무 선명해 꿈이고 거짓인 것 같은 광경들’로 기억되는 순자를 떠올리며 ‘용서를 구할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엔 있다’고 이순일은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쓰는 한세진은「다가오는 것들」에서 북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닷새간 뉴욕에 머문다. 그곳에서 한세진은 노먼 카일리의 딸인 제이미를 만나게 된다. 노먼은 이순일의 이모인 윤부경의 아들로, 1987년 이순일과 윤부경이 덕수궁 돌담길에서 처음 만났을 때 윤부경의 옆에는 노먼 카일리가 이순일의 옆에는 한세진이 있었다. ‘현재와 미래로 쪼개진 두쪽 거울에 비친 상처럼’ 꼭 닮은 이모와 조카가 만나는 장면을 그들은 함께 보았다. 제이미는 미국에서 ‘안나’라는 이름의 이민자로 살던 윤부경의 삶과 엄마가 ‘양갈보, 양색시’라는 말을 들으며 커야 했던 노먼의 삶에 대해 들려준다. 뉴욕에 머무는 동안 한세진은 그의 여자친구 하미영의 말들과 미아 한센뢰베의 영화 「다가오는 것들」L’avenir(2016)의 장면을 겹쳐 떠올리고 병원에 있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으며 무사히 지나간 하루의 사소한 일상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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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재킷 ㅣ 창비청소년문학 127
이현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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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원북원부산 올해의 책 선정도서(청소년)

청소년도서는 내게 꿈과 희망이다.

이 책은 청소년소설이다.

‘라이프재킷’.... 읽는 동안 흥미진진했다. 그러나 내가 읽던 청소년소설과는 살짝 결이 다르다. 해피엔딩이 ..... 아/니/었/다... 물론 완전한 새드엔딩도 아닌데...

 

이 소설의 아이들이 살고 있는 곳은 부산이고 게다가 해운대이다. 나도 요트를 제대로 타보지는 못 했지만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어딘지 잘 알고 있고 주변에 은근히 요트 취미가 있는 사람들도 있는 곳이고.. 알고 있는 지명이 나오고 아이들의 대화가 평소 대화체라... 암튼 반가웠다.

 

이야기의 시작은 여름방학이 끝나는 개학 날... 절대 빠질리 없을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았다. (모범생 자체 반장 노아, 너무나 우직하고 성실하고 선한 덩치 큰 장진, 방학 직전 전학온 태호) 심지어 연락도 안 된다. 그 때 고은이가 떠올린 전학 간 천우의 인스타 스토리....“우리 요트 탈래?”... 예전 남친 천우의 허세 가득한 스토리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다른 학교 친구 류조차 여락이 안 되자 주변에 천우의 스토리를 알린다.

 

그 시간 부산 앞 어느 바다에는 진짜 그 아이들이 천우신조호에 타고 있다. 집안이 망하고 부모님의 잠적으로 각각 대구, 서울로 떠나야 했던 남매 천우, 신조와 천우네 반 친구들(친한 친구도 있고 그 시간 우연히 스토리를 보고 잠깐 요트에 대한 호기심에 나온 아이도 있었다.), 그리고 고은의 소식을 듣고 요트를 타기 위해 온 류까지... 오래도록 묶여있던 요트는 전혀 관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1~2시간만 잠깐 탈 생각으로 온 아이들은 요트 전력이 나가고 스마트폰 신호마저 끊겨 이도 저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다 요트가 압류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겁이 나서 당장 신고를 하지 못 했다. 간신히 스마트폰 신호를 잡아 조난 신고를 하려던 찰나, 요트는 풍랑을 맞고 예상치 못 한 사고가 나게 된다.

 

보통 청소년 소설이면... 이쯤에서 구조되던데...

 

이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막막한 바다에 고립되는 그들...

장난스럽게 시작된 여정은 돌이킬 수 없는 일들과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펼쳐진다.

 

무인도, 나름의 수색, 뭔가 나아지는 것이 없는 막막함...

 

그리고 예상치 못 한 결과...과연 아이들은 무정산 삶의 바다에서 더 없이 나약했던 자신들의 선택, 그리고 예측하지 못 했던 모든 몫을 어디까지 감당해야할까? 남겨진 이들의 또다르게 펼쳐질 바다 속 ‘라이프 재킷’은 무엇이 될 것일지... 끝까지 생각하게 만들어준 좋은 소설이었다.

 

책임과 속죄... 살아남은 이들이 감당해야할 몫...

암튼 이야기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좋은 이야기이다.

 

올해 부산 원북원도서는 다 너무 좋은 거 같다.

 

덕분에 좋은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고 생각해 보게 되어서... 그리고 부산이 나와서 더 좋았던.. 행복한 순간이었다.

 

작가 이현은 이 소설을 통해 어른의 개입 없이 청소년의 주도로 모든 사건의 시작과 끝을 긴장감 넘치게 펼쳐 보인다. 그 가운데 아이들 저마다의 개성적인 성격과 고민이 두드러지며 이야기는 여러 갈래를 지닌다. 진지함 없이 가벼워만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기 때문에 배에 오른 아이들을 지키고 싶어 하는 천우, 가족과 떨어진 외로움으로 오빠 천우에게 더욱 의지하게 되는 신조, 한결같던 생활에 찾아온 균열로 불안하게 흔들리는 노아, 괴롭지만 티 내지 않고 침착하게 배 위를 진두지휘하는 류, 말수는 적지만 누구보다 배려심이 깊은 장진, 남겨진 할머니와 강아지 생각에 걱정이 가득한 태호……. 그러나 이들의 선택은 번번이 엇박자를 낸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기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이기심 때문에, 때로는 자기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함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였든, 그것이 악의였든 선의였든 아이들은 자꾸만 엇나간 판단을 하며 자신을 궁지 속으로 몬다.

불장난 같은 선택이 불러올 결과를 몰랐던 아이들, 거대한 삶의 파도 앞에서 나약했던 이들은 끝내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을 끌어안을 수 있을까? 이야기는 흔들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살피며 결코 단순하지 않은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청소년의 일상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드넓은 바다에서 펼쳐지는 모험은 놀라운 몰입감을 선사하며, 책임과 속죄라는 새로운 주제를 제시한다. 무정한 삶의 바다에서 거친 풍랑을 만나게 될 모든 이들의 곁을 지키며 ‘라이프 재킷’이 되어 줄 특별한 소설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이것은 바다에 관한 이야기다. 일생을 다해 내가 보고 듣고, 때로 깊이 잠기기도 했던 그 모든 바다에 관한 이야기. 또한 이것은 그 바다를 건너온 시간들에 관한 이야기다. 빛은 바람의 징조이며 또한 바람은 빛을 그려 내기도 한다는 사실을 배워 온 내 모든 지난 시간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하여 라이프 재킷, 그 바다에서도 나를 계속 나아가게 만드는 그 무엇에 관한 이야기다.

언제나 이야기가 곁에 있었다. 파도를 잠시 잊게 해 주고, 별을 읽는 법을 조금이나마 알게 해 주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바다로 내보낸다. 이것이 누군가의 바다에 잠시나마 반갑게 떠오르는 무엇이기를 바라며.

라이프 재킷.

바람에 흔들리는 만큼 아름다운 바다를 온몸으로 건너는 그 오늘이 당신의 라이프 재킷이 되어 주기를 바라며, 믿으며.

 

다시금 바다로 나서는 2024년

항해자 이현

 

※ 주요 인물

 

천우

#우리집요트 #플렉스_릴랙스

부산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어쩌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 일파만파 커지고 말았다.

 

신조

#천우동생 #현실남매

요트로 허세를 부리는 오빠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신조 자신도 슬프니까.

 

고은

#천우전여친 #촉이_좋음

천우가 올린 인스타그램 글이 걱정될 따름이다. 사라진 친구들은 지금 어디 있는 걸까?

 

노아

#천우절친 #어차피_반장은_김노아

천우가 가는 데 빠질 수 없지만, 복잡한 일에 휘말려서도 안 되는 모범생 소년.

 

류

#고은절친 #요트러버 #인터넷작가

알맞은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는 자신 있지만,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장진

#천우네반 #조용한_덩치

별로 친하지도 않은 천우의 요트에 홀린 듯 오르게 됐다. ‘그 애’를 볼 수 있어 기쁘다.

 

태호

#같은반전학생 #요트는_처음

할머니와 함께 부산으로 이사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요트를 타게 되다니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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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클 (반양장) -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134
최현진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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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소년소설을 사랑한다고 누누히 말하지.

많이 본 건 아니지만 볼 때마다 청소년소설은 매력이 넘친다.

우연히 보다 보니 창비청소년문학 작품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클럽창비와 교사창비클럽 덕분에 좋은 책을 많이 알게 되었고 이 책은 심지어 창비에서 선물 받았다. 이렇게 반짝반짝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란... 항상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내가 만난 작품들은 하나같이 좋았다. (매번 단순하게 좋았다라고 밖에 표현 못 하는 내가 답답하지만 좋아서 좋았다고 하는 거니까... 어떤 것은 아리고, 어떤 것은 해맑고, 어떤 것은 서글프고, 어떤 것은 곱고, 어떤 것은 아프지만... 다들 그 안에서 성장하는 무엇들이 그냥 응원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힘이 깃들어 있다.)

이번 작품은 ‘스파클’.... 너무 아리고 마음이 아프면서도, 함부로 말을 건넬 수 없지만 ....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게 조용히 손을 내밀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던 작품이다.

‘스파클’의 주인공 유리는 의대 입시를 꿈꾸며 수학, 과학을 열심히 준비하던 예비 고등학생이다. 중3 겨울방학 할 것이 태산인데 유리의 ‘눈’에 문제가 생긴다. 사실, 유리의 눈은 5년 전 사고로 인해 누군가의 각막을 이식한 상태다. 이식한 눈에만 ‘눈’같은 것이 계속 보인다. 5년 전 사고는 유리와 주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는데 동생 ‘배영’은 그날 사고로 식물인간 상태로 계속 누워있고, 기장이었던 아빠는 모든 것을 중지하고 동생의 간병을 도맡았으며, 승무원 엄마는 이혼 후 함께 살지 못 하고 있다. 동경하던 어머니 아버지의 현실에 대한 씁쓸함과 슬픔, 사고 당시 자신을 버리고 동생만 데리고 나갔던 할머니에 대한 불신과 반감에다가 사고에 대한 죄책감 등으로 동생의 병실에는 계속 가지 못 한 상태이고 항상 씁쓸함과 우울감이 함께 한다. 그러나 자신의 죄책감, 우울감은 살아남아 멀쩡히 머리를 쓰고 눈이 보이는 행운을 잡은 자신 “수혜자”에게 사치처럼 느껴져 누군가에게 말할 수도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식받은 ‘눈’에 찾아온 문제는 자기 삶에 풀어야할 미지수 X로 여겨져 자신의 기증자를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은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는 이름이 붙은 뇌사자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이영준’(지병을 앓던 고등학생은 크리스마스에 다섯 명의 기증자에게 기증..... ) 그 사람에 대해서 알기 위해 찾아본 ‘하늘로 보내는 편지’(기증자에게 편지 쓰는 사이트)를 둘러보다 영준에게 편지를 쓰는 ‘시온’에 대해 알게 된다. 시온이 영준에게 보낸 편지를 하나하나 읽으며 영준이 어떤 사람인지 점점 알게 되는 유리. 시온의 편지는 떠난 영준을 기억하는 문장으로 가득하다. 유리는 영준이 좋아했다는 책을 읽고, 시온이 영준을 기억하려 들르는 벤치에 눈 오리를 잔뜩 만들어 두고, 하천을 바라보며 시온의 편지를 낭독하기도 한다. 오 년 전부터 이루어졌어야 하는 기억의 행위를 유리는 뒤늦게 시작해 나간 셈이다.


그 마음은, 그러니까 실은 미안한 마음이었다. 나의 행운이 누군가에게는 불행이라는 것. 그건 내게도 아픔이니까. (88면)


편지로 인해 만나게 된 유리와 시온은 영준의 눈으로 그의 고향을 보고 싶은 마음에 함께 ‘제주도’로 떠나게 되고 그러면서 ‘영준’의 꿈과 자신들의 꿈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고... 멈추었던 삶의 의지와 방황하던 자신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내 안의 눈부심을 바라보게 된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동화처럼... 대단한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 너무 눈부시고 찬란한 작품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또 흔들리겠지만 비행기가 착륙할 때 기울어지듯이 어딘가로 기울어지는건 수평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라는 걸 알게 된 아이들. 부서진 균열 사이로 성장이라는 찬란한 빛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그 시린 눈부심에 순간 눈을 감겠지만 다시 눈을 뜨는 게 삶이라는 것... 시린 계절을 통과하는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은 빛같은 이야기.... 읽는 동안 행복했다.

나는 성장통에 관심이 많다. 아파하고 괴로움속에서도 한 걸음 나아가는 모든 이들은 아름답고 그 자체로 반짝반짝 빛이 난다.

이 책의 아이들도, 그리고 어른들도... 모두 행복하고 안온하기를 바래보던 오후...

좋은 구절도 참 많았다. 그래서 남겨볼게.


행운을 믿는 게 나한테는 너무 어렵다 p.30

긴 겨울 방학에 눈사람 같은 일일도 생겨서 다행이야 p.48

어떤 답도 낼 수 없는 게 이 수식의 함정이었다. p.54

나는 눈을 감았다. 눈꺼풀이 눈송이를 밖으로 밀어냈다. 뜨겁게, 아프지만 찬란하게. p.104

우리는 다 실패했다. 난 나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엄만 엄마대로, 할머닌 할머니대로, 좋아하는 걸 포기하고 살면서. p.114

그런 믿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물었을 때 엄마가 했던 말이 있다.

“그런 믿음은 희망에서 오지.” p.133

사람들은 흔들리는 것을 굉장히 무서워하지만 중심을 잡으려면 흔들림은 필연적이래. p.161

나에게도 꿈이 생길 것 같아 p.174

우리는 분명 행복했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

나는 결심처럼 이야기했다. p.177

오기가 났다. 원하는 대로 살 것이다. p.188

행운을 믿는 게 나한테는 너무 어렵다 p.30



긴 겨울 방학에 눈사람 같은 일일도 생겨서 다행이야 p.48



어떤 답도 낼 수 없는 게 이 수식의 함정이었다. p.54



나는 눈을 감았다. 눈꺼풀이 눈송이를 밖으로 밀어냈다. 뜨겁게, 아프지만 찬란하게. p.104



우리는 다 실패했다. 난 나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엄만 엄마대로, 할머닌 할머니대로, 좋아하는 걸 포기하고 살면서. p.114



그런 믿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물었을 때 엄마가 했던 말이 있다.

"그런 믿음은 희망에서 오지." p.133



사람들은 흔들리는 것을 굉장히 무서워하지만 중심을 잡으려면 흔들림은 필연적이래. p.161



나에게도 꿈이 생길 것 같아 p.174



우리는 분명 행복했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

나는 결심처럼 이야기했다. p.177




오기가 났다. 원하는 대로 살 것이다.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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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두 개 ㅣ 소설의 첫 만남 33
이희영 지음, 양양 그림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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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만남...

목차를 보니 예전에 이 시리즈에서 읽은 적이 있었구나.

 

이번에 창비에서 선물을 받아 펼친 책..

 

나는 청소년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이다.

성장소설, 아이들 이야기... 는 모두 보물같다.

사실 짧고 읽기 편해서도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는 유독 내가 좋아하는 요소를 다 담고 있다. 우선 정말 짧다. 그리고 이쁘다!!! 나는 책을 소장하고 구매할 때 다른 것도 따지지만 표지를 참 중시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 너무 예쁘다!!!

그리고 심지어 그림도 많아. 그림체도 예뻐.

작가 님은 페인트 이희영 작가님.

몇 안 되는 북토크에서 직접 뵌 작가님.(사실 두 번 뵈었고 함께 한 사진도 있지요.)

제목까지 ‘쿠키 두 개’ ... 암튼 이런 저런 이유로 안 읽을 수 없는 것으로 가득찬 예쁜 책이다.

 

‘나’는 여름방학을 맞아 엄마의 작은 수제쿠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엄마의 배움을 위해 딸아이가 가게를 보고... 가게에서 꿈속에서 만난 소년을 보게 되고 촌스러운 질문을 하게 된다.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죠?”

너무 황당하고 우스운 소리가, / “그러니까 꿈속에서요.”

누구도 아닌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7면)

 

투명한 손이 나타나 소년을 소개한 뒤 사라진, 또렷하고 생생한 꿈. 쿠키 두 개를 어설프게 가리키고는 계산 후 말없이 떠난 소년은 그날 이후 매일 아침 가게를 찾아온다. 아무런 관심도 없는 눈길로 쿠키를 고르고 사라지는 소년은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자꾸만 ‘나’의 눈에 밟힌다. 매일 반복되는 꿈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날마다 찾아오는 소년의 정체는?

 

“왜 사람들은 이 단순한 마음을 믿지 않는 걸까?”

작은 행복을 바라는 이 손길이 당신에게 닿기를

 

한편 가게에는 또 다른 손님이 찾아온다. 쿠키 가격을 잘못 알고 온 꼬마 손님은 고민 끝에 쿠키 하나를 고르는데, ‘나’는 기지를 발휘해 조금 싼 가격으로 쿠키 하나를 더 아이의 손에 쥐여 준다. ‘나’는 기뻐하는 아이를 보며 “부디 저 꼬마의 하루가 고소하고 달콤하기를”(35면) 기원한다.

 

그러나 꼬마 손님의 엄마는 ‘나’의 선의를 믿지 못하고 아이를 속여 불량품을 판매한 것은 아닌지 항의한다. ‘나’는 애써 상황을 설명하지만 부서진 마음은 돌이킬 수 없다.

 

반 아이들에게 쿠키를 나눠 준 것도, 꼬마에게 쿠키를 선물한 것도 모두 그냥이었다. 그러고 싶었고 그게 전부였다. 어떤 목적이나 이유 따위 없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단순한 마음을 믿지 않는 걸까? (47면)

 

그저 상대가 기뻐하기를 바라는, 이 단순한 진심을 쉽사리 믿지 못하는 현실이 쓰리게 다가오는 한편으로, ‘나’의 순수하고도 빛나는 마음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소설은 커다랗거나 화려하지 않더라도, 작은 손짓과 한마디가 전할 수 있는 진실한 마음의 미덕을 말한다.

 

바삭하게 부서지는 그리움을 맛본 적 있나요?

단 한 사람을 향한 설레고도 애틋한 기다림

 

‘내’가 속상한 마음을 추스르고 돌아서는 찰나, 다시 가게 문이 열린다. 철렁하는 마음으로 돌아본 곳에는 다시 운명처럼 그 소년이 서 있다. 평소와 다르게 녹차쿠키를 찾는 소년은 쿠키 두 개를 주문하고 이번엔 가게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소년은 쿠키 하나를 집어 들고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하는데…….

 

소설은 이어서 소년의 사연과 꿈속 손의 정체를 그리며 ‘나’의 시선에서는 보지 못했던 소년의 시선을 유려하게 풀어나간다. 애틋했던 소년과 L의 이야기가 먹먹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두 주인공의 인연에 특별함을 더한다. 단숨에 서로를 알아보는 특별한 순간을 꿈꾸는 이들, 말하지 않아도 나를 알아줄 단 한 사람을 기다리는 이들이라면 설레고도 아련한 감정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상대의 행복을 빌어 주는 진실한 마음이 진한 쿠키 향처럼 고소하고 달콤하게 스며들게 될 아름다운 작품이다.

 

짧지만 공감도 가고 감동도 있고 예쁜 글도 많아서 읽는 동안 달콤하고 씁쓸하면서 여운이 남았다. 책 속의 말차쿠키처럼....

단순한 마음을 믿지 못 하는 사람들...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나눔을 좋지 못 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

‘나’가 귀여운 꼬마 손님에게 베푼 호의와 반 아이들에게 나눈 사랑이 제대로 닿지 못 할 때, 어린 소녀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그리고 괜히 마음의 문을 닫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꿈에 관한 이야기도 좋았다.(작가의 말.. 이 넘 좋았어요.)

꿈을 참 많이 꾸는 편에 속한 나... 꿈이 기억이 많이 나던 성장기(주로 쫓기고 뛰고 날고.. 아니면 안타까운...), 꿈은 꾼 거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한 요즘....그래도 예쁜 꿈, 아쉬운 꿈, 그리운 꿈도 많았는데 그 중에서 정말 얼마나 많은 환상적인 모험과 좋은 만남과 벅찬 기쁨과 멋진 상황이 펼쳐졌을지... 또 한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했다.

 

읽다가 보니... 공감 되는 부분이 많았다.

나도 취미가 베이킹이라 쿠키를 굽고 나누는 것을 아주 즐긴다. 그 외에도 나는 무언가를 나누는 게 신나서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누군가에게 나누는 게 참 즐거운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호의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안다. 때로는 상처가 될 때도 있다. 그러나 ....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고 덕분에 사람 보는 안목도 길러지고 사람도 걸러서 만날 기회도 생기더라. 나이가 들면서 그런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그러니 ‘나’에게 그냥 니가 하고 싶은대로 해라고 ... 누가 뭐라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너의 맘대로 .. 소신대로 살면 된다고 ... 예쁜 마음 먹고 살다보면 좋은 사람들만 남더라고...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지던 날이었다.

 

뭔가 바삭하고 덜 달면서 건강에도 좋은(?) (..어른이 되면 쿠키나 케이크 먹으면서 안 달아서 좋다.. 며 단게 종특인 디저트를 굳이 찾아 먹으면서 그런 소리를 많이 하지...) 쿠키를 구워서 주변에 나눠 주고 싶던 .. 쿠키 한 개, 두 개, 말고 수북히 쌓아놓고 퍼주고 싶던 독서였다. 참 이쁘고 좋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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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소설집 音樂小說集
김애란 외 지음 / 프란츠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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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서점에서 너무 눈에 띄는 책이 있어 펼치게 되었다.

아니... 이런... 음악전문 출판사... 프란츠..

게다가 이렇게 훌륭한 작가 님이 다섯분이나....

 

음악과 함께 하는 일상의 아름다운 이야기들...

 

단순히 음악 소설이라서 내가 나름 짐작했던 음악 소설이란 이런 것일거라는 예상을 하염없이 벗어나 다채로우면서도 작가님 나름의 개성이 살아있는 각양각색의 다르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함께 했다.

 

목차

안녕이라 그랬어 - 김애란 · 007

수면 위로 - 김연수 · 049

자장가 - 윤성희 · 095

웨더링 - 은희경 · 129

초록 스웨터 - 편혜영 · 167

인터뷰

고요와 소란 사이에서, 음악과 이야기 사이에서

다섯 명의 작가와 편집자가 함께한 인터뷰 · 199

 

[책 소개 MD 한 마디]인물이 처한 상황이 사회적인 조건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데 남다른 감각을 발휘해온 김애란은 「안녕이라 그랬어」에서 현실적인 이유로 헤어지게 된 연인의 한때를 그려내며 ‘음악’과 ‘생활’이 결합될 때의 오해와 애정, 빗나감과 포개짐의 순간을 민감하게 포착한다. 같은 일을 경험하더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에 따라 전혀 다른 가능성의 문이 열릴 수 있음을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담아온 김연수는 「수면 위로」에서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했던 오래전 여름과 연인과 함께했던 지나간 여름을 잇는 공통의 음악을 다루며 ‘해석’에 따라 삶의 진실이 새롭게 펼쳐지는 국면을 한여름 밤의 산책 같은 아름답고 생생한 언어로 묘사한다.

한편 윤성희에게 음악은 꿈이다.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곧 그를 향한 집요할 정도의 디테일한 관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윤성희는 「자장가」에서 엄마를 만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엄마의 꿈속으로 들어가려는 한 여자아이의 고군분투를 통해 자장가란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음악의 한 형식임을 깨닫게 한다. 권태와 반복을 깨뜨리는 진취적인 힘으로 소설의 내적인 스케일을 키워나가는 은희경은 「웨더링」에서 우연히 기차의 4인석에 함께 타게 된 네 명의 인물을 비추며 그들이 서로를 은근히 신경 쓰는 동안 벌어지는 마음의 소용돌이를 그려낸다. ‘우연’이 인물들에게 개입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마치 동시에 여러 악기가 울려퍼지는 관현악곡처럼 네 명의 인물을 둘러싸고 교차되는 과거와 현재가 풍성하게 소설을 채워놓는다. 감정을 절제함으로써 표현되지 않은 것을 더 강렬하게 느끼게 하는 편혜영은 냉철한 시선과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특유의 인장이지만 그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삶을 향한 온기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해져온다. 「초록 스웨터」는 엄마가 죽기 전 미처 다 뜨지 못한 초록색 스웨터를 들고 엄마의 친구들과 함께하게 된 인물의 특별한 1박 2일을 따라감으로써 누군가와 헤어진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을 카세트테이프, 십 원짜리 동전, 뜨개실 등 구체적인 추억의 물건들을 통해 보여준다.

 

음악과 이야기.... 그리고 책... 심지어 만들어진 책 모양이나 사이즈도 예술처럼 아름답다.

이야기들을 보면서 아리기도 신비롭기도 따뜻하면서 아련하다가 행복했다...

 

좋은 기획의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주시는 모든 이들께 감사드리며... 행복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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