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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소설집 音樂小說集
김애란 외 지음 / 프란츠 / 2024년 6월
평점 :
우연히 서점에서 너무 눈에 띄는 책이 있어 펼치게 되었다.
아니... 이런... 음악전문 출판사... 프란츠..
게다가 이렇게 훌륭한 작가 님이 다섯분이나....
음악과 함께 하는 일상의 아름다운 이야기들...
단순히 음악 소설이라서 내가 나름 짐작했던 음악 소설이란 이런 것일거라는 예상을 하염없이 벗어나 다채로우면서도 작가님 나름의 개성이 살아있는 각양각색의 다르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함께 했다.
목차
안녕이라 그랬어 - 김애란 · 007
수면 위로 - 김연수 · 049
자장가 - 윤성희 · 095
웨더링 - 은희경 · 129
초록 스웨터 - 편혜영 · 167
인터뷰
고요와 소란 사이에서, 음악과 이야기 사이에서
다섯 명의 작가와 편집자가 함께한 인터뷰 · 199
[책 소개 MD 한 마디]인물이 처한 상황이 사회적인 조건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데 남다른 감각을 발휘해온 김애란은 「안녕이라 그랬어」에서 현실적인 이유로 헤어지게 된 연인의 한때를 그려내며 ‘음악’과 ‘생활’이 결합될 때의 오해와 애정, 빗나감과 포개짐의 순간을 민감하게 포착한다. 같은 일을 경험하더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에 따라 전혀 다른 가능성의 문이 열릴 수 있음을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담아온 김연수는 「수면 위로」에서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했던 오래전 여름과 연인과 함께했던 지나간 여름을 잇는 공통의 음악을 다루며 ‘해석’에 따라 삶의 진실이 새롭게 펼쳐지는 국면을 한여름 밤의 산책 같은 아름답고 생생한 언어로 묘사한다.
한편 윤성희에게 음악은 꿈이다.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곧 그를 향한 집요할 정도의 디테일한 관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윤성희는 「자장가」에서 엄마를 만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엄마의 꿈속으로 들어가려는 한 여자아이의 고군분투를 통해 자장가란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음악의 한 형식임을 깨닫게 한다. 권태와 반복을 깨뜨리는 진취적인 힘으로 소설의 내적인 스케일을 키워나가는 은희경은 「웨더링」에서 우연히 기차의 4인석에 함께 타게 된 네 명의 인물을 비추며 그들이 서로를 은근히 신경 쓰는 동안 벌어지는 마음의 소용돌이를 그려낸다. ‘우연’이 인물들에게 개입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마치 동시에 여러 악기가 울려퍼지는 관현악곡처럼 네 명의 인물을 둘러싸고 교차되는 과거와 현재가 풍성하게 소설을 채워놓는다. 감정을 절제함으로써 표현되지 않은 것을 더 강렬하게 느끼게 하는 편혜영은 냉철한 시선과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특유의 인장이지만 그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삶을 향한 온기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해져온다. 「초록 스웨터」는 엄마가 죽기 전 미처 다 뜨지 못한 초록색 스웨터를 들고 엄마의 친구들과 함께하게 된 인물의 특별한 1박 2일을 따라감으로써 누군가와 헤어진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을 카세트테이프, 십 원짜리 동전, 뜨개실 등 구체적인 추억의 물건들을 통해 보여준다.
음악과 이야기.... 그리고 책... 심지어 만들어진 책 모양이나 사이즈도 예술처럼 아름답다.
이야기들을 보면서 아리기도 신비롭기도 따뜻하면서 아련하다가 행복했다...
좋은 기획의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주시는 모든 이들께 감사드리며... 행복한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