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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재킷 ㅣ 창비청소년문학 127
이현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평점 :
2025 원북원부산 올해의 책 선정도서(청소년)
청소년도서는 내게 꿈과 희망이다.
이 책은 청소년소설이다.
‘라이프재킷’.... 읽는 동안 흥미진진했다. 그러나 내가 읽던 청소년소설과는 살짝 결이 다르다. 해피엔딩이 ..... 아/니/었/다... 물론 완전한 새드엔딩도 아닌데...
이 소설의 아이들이 살고 있는 곳은 부산이고 게다가 해운대이다. 나도 요트를 제대로 타보지는 못 했지만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어딘지 잘 알고 있고 주변에 은근히 요트 취미가 있는 사람들도 있는 곳이고.. 알고 있는 지명이 나오고 아이들의 대화가 평소 대화체라... 암튼 반가웠다.
이야기의 시작은 여름방학이 끝나는 개학 날... 절대 빠질리 없을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았다. (모범생 자체 반장 노아, 너무나 우직하고 성실하고 선한 덩치 큰 장진, 방학 직전 전학온 태호) 심지어 연락도 안 된다. 그 때 고은이가 떠올린 전학 간 천우의 인스타 스토리....“우리 요트 탈래?”... 예전 남친 천우의 허세 가득한 스토리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다른 학교 친구 류조차 여락이 안 되자 주변에 천우의 스토리를 알린다.
그 시간 부산 앞 어느 바다에는 진짜 그 아이들이 천우신조호에 타고 있다. 집안이 망하고 부모님의 잠적으로 각각 대구, 서울로 떠나야 했던 남매 천우, 신조와 천우네 반 친구들(친한 친구도 있고 그 시간 우연히 스토리를 보고 잠깐 요트에 대한 호기심에 나온 아이도 있었다.), 그리고 고은의 소식을 듣고 요트를 타기 위해 온 류까지... 오래도록 묶여있던 요트는 전혀 관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1~2시간만 잠깐 탈 생각으로 온 아이들은 요트 전력이 나가고 스마트폰 신호마저 끊겨 이도 저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다 요트가 압류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겁이 나서 당장 신고를 하지 못 했다. 간신히 스마트폰 신호를 잡아 조난 신고를 하려던 찰나, 요트는 풍랑을 맞고 예상치 못 한 사고가 나게 된다.
보통 청소년 소설이면... 이쯤에서 구조되던데...
이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막막한 바다에 고립되는 그들...
장난스럽게 시작된 여정은 돌이킬 수 없는 일들과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펼쳐진다.
무인도, 나름의 수색, 뭔가 나아지는 것이 없는 막막함...
그리고 예상치 못 한 결과...과연 아이들은 무정산 삶의 바다에서 더 없이 나약했던 자신들의 선택, 그리고 예측하지 못 했던 모든 몫을 어디까지 감당해야할까? 남겨진 이들의 또다르게 펼쳐질 바다 속 ‘라이프 재킷’은 무엇이 될 것일지... 끝까지 생각하게 만들어준 좋은 소설이었다.
책임과 속죄... 살아남은 이들이 감당해야할 몫...
암튼 이야기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좋은 이야기이다.
올해 부산 원북원도서는 다 너무 좋은 거 같다.
덕분에 좋은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고 생각해 보게 되어서... 그리고 부산이 나와서 더 좋았던.. 행복한 순간이었다.
작가 이현은 이 소설을 통해 어른의 개입 없이 청소년의 주도로 모든 사건의 시작과 끝을 긴장감 넘치게 펼쳐 보인다. 그 가운데 아이들 저마다의 개성적인 성격과 고민이 두드러지며 이야기는 여러 갈래를 지닌다. 진지함 없이 가벼워만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기 때문에 배에 오른 아이들을 지키고 싶어 하는 천우, 가족과 떨어진 외로움으로 오빠 천우에게 더욱 의지하게 되는 신조, 한결같던 생활에 찾아온 균열로 불안하게 흔들리는 노아, 괴롭지만 티 내지 않고 침착하게 배 위를 진두지휘하는 류, 말수는 적지만 누구보다 배려심이 깊은 장진, 남겨진 할머니와 강아지 생각에 걱정이 가득한 태호……. 그러나 이들의 선택은 번번이 엇박자를 낸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기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이기심 때문에, 때로는 자기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함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였든, 그것이 악의였든 선의였든 아이들은 자꾸만 엇나간 판단을 하며 자신을 궁지 속으로 몬다.
불장난 같은 선택이 불러올 결과를 몰랐던 아이들, 거대한 삶의 파도 앞에서 나약했던 이들은 끝내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을 끌어안을 수 있을까? 이야기는 흔들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살피며 결코 단순하지 않은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청소년의 일상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드넓은 바다에서 펼쳐지는 모험은 놀라운 몰입감을 선사하며, 책임과 속죄라는 새로운 주제를 제시한다. 무정한 삶의 바다에서 거친 풍랑을 만나게 될 모든 이들의 곁을 지키며 ‘라이프 재킷’이 되어 줄 특별한 소설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이것은 바다에 관한 이야기다. 일생을 다해 내가 보고 듣고, 때로 깊이 잠기기도 했던 그 모든 바다에 관한 이야기. 또한 이것은 그 바다를 건너온 시간들에 관한 이야기다. 빛은 바람의 징조이며 또한 바람은 빛을 그려 내기도 한다는 사실을 배워 온 내 모든 지난 시간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하여 라이프 재킷, 그 바다에서도 나를 계속 나아가게 만드는 그 무엇에 관한 이야기다.
언제나 이야기가 곁에 있었다. 파도를 잠시 잊게 해 주고, 별을 읽는 법을 조금이나마 알게 해 주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바다로 내보낸다. 이것이 누군가의 바다에 잠시나마 반갑게 떠오르는 무엇이기를 바라며.
라이프 재킷.
바람에 흔들리는 만큼 아름다운 바다를 온몸으로 건너는 그 오늘이 당신의 라이프 재킷이 되어 주기를 바라며, 믿으며.
다시금 바다로 나서는 2024년
항해자 이현
※ 주요 인물
천우
#우리집요트 #플렉스_릴랙스
부산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어쩌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 일파만파 커지고 말았다.
신조
#천우동생 #현실남매
요트로 허세를 부리는 오빠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신조 자신도 슬프니까.
고은
#천우전여친 #촉이_좋음
천우가 올린 인스타그램 글이 걱정될 따름이다. 사라진 친구들은 지금 어디 있는 걸까?
노아
#천우절친 #어차피_반장은_김노아
천우가 가는 데 빠질 수 없지만, 복잡한 일에 휘말려서도 안 되는 모범생 소년.
류
#고은절친 #요트러버 #인터넷작가
알맞은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는 자신 있지만,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장진
#천우네반 #조용한_덩치
별로 친하지도 않은 천우의 요트에 홀린 듯 오르게 됐다. ‘그 애’를 볼 수 있어 기쁘다.
태호
#같은반전학생 #요트는_처음
할머니와 함께 부산으로 이사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요트를 타게 되다니 신기한 일이다.